고려 백면서생, 중원을 제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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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큐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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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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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3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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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1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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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의 보물을 훔쳐라 (1)

DUMMY

늦은 밤에 갑자기 출발하자는 시하의 뜬금없는 성화에 당황한 태현이 애써 만류했다.

 “지금 이미 해가 졌는데 어찌 출발한단 말이오. 

오늘은 푹 쉬고 내일 날이 밝자마자 출발하면 더 좋을 것 같소.“


“나는 공자와 달리 밤에도 잘 볼 수 있는 눈을 가졌소. 

내가 앞서 길을 잡으면 어둠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오.

한시라도 빨리 동경에 도착하여 단주가 남긴 비밀을 알아내야 하지 않겠소?

동경에 결정적 단서가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드오.“

결국 김윤호가 조카 이야기는 농담이었다며 사과를 하고, 정 행수가 방금 잡아온 노루의 싱싱한 갈빗살로 전을 만들겠다 하였으며, 태현이 자신은 어느 누구와도 만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거듭 말한 후에야 시하가 고집을 꺾었다. 


다음 날 태현과 시하가 새벽같이 일어나 떠날 준비를 하였다,

밖으로 나서니 벌써부터 김윤호와 정 행수는 음식이 가득 들어 있는 보따리를 말 안장에 실어 놓고 배웅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공자 그리고 낭자.

부디 보명단과 선묘고에 대한 단서를 빨리 찾으시고, 목표한 일 또한 이루시기를 기원하오.

그래서 다시 만나서 정 단주의 유지를 함께 추구할 수 있기를 바라겠소. 

아니 그 일이 아니더라도 꼭 만나서 이번의 무용담을 논하며 밤새 술잔을 기울일 수 있으면 좋겠소.“

김윤호의 배웅은 따스했고, 정 행수가 싸 준 음식은 뜨거웠다.


동경은 옛 신라의 도읍이며 동래현과는 물자의 왕래가 많아 가는 길이 잘 닦여 있었다.

그래서인지 예상한 날짜보다 빨리 도착할 수 있었다.

산 위에서 저 멀리 동경의 번화가를 바라보며 태현이 물었다.  

“시하. 

그럼 동경에서는 누구를 찾아 어떤 물건을 확인해야 하는거요?

동경이니만큼 신라 왕실의 보물이라도 있나보오.“ 

 “눈치가 늘었소.

우리가 찾는 보물은 신라의 2대왕인 남해차차웅의 옥대요.

금과 옥으로 장식되어 말 그대로 왕의 권위와 위엄을 상징하던 이 옥대는 이십여년전 어느 도굴꾼에 의해 발견되었으며 이를 전임 단주가 사방팔방으로 뛰어 다녀 간신히 구했다오. 

육년 전 정단주가 김시형이라는 동경의 사록참군사에게 임대했다 하오. 

김시형은 박제상이라는 신라 충신의 후대로서 사록참군사에 올랐지만, 삼년 전 후사도 없이 병으로 죽었고 그의 동생인 김시눌이 그의 관직과 재산을 물려받았소.

김시눌은 타고난 야망과 처세로 승진을 거듭하여 지금은 동경의 최고 권력자를 보좌하는 판관 자리에 올랐다하오.

우리는 김시눌을 찾아가야 하오.“


“남해차차웅이라면 신라 태조 박혁거세의 장자이자 신라의 2대왕이 아니오?

그런 분의 옥대라면 얼마나 선묘할지 내 벌써 궁금하여 마음이 들썩들썩하오.

그런데 김시형과 김시눌은 충신 박제상의 후대라면서 어찌 성씨가 다르오? “

“박제상에게는 딸만 있었소. 

딸의 후대이니 박제상의 후대가 아니겠소? 

김시눌 또한 조상이 박제상임을 자랑으로 여겨 늘 먼저 이야기한다 하오.”

 

“그렇게 된거였구려.

아무튼 여기서부터라면 저 번화가까지 네시진이면 도착할 터 오늘은 산 아래의 주막에서  숙박하고, 내일 일찌기 김시눌에게 가 봅시다. 

“좋소.

동래현에서 받아온 고기와 생선이 떨어진지 오래라 그간 쥐만도 못한 형편없는 음식으로 내 미각을 상실했으니 오늘은 좀 맛있는 음식을 사시게.“ 


동경 판관 김시눌을 만나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부산을 떨었다.

유수는 동경의 군사, 행정은 물론 사법까지 책임지는 최고 책임자이며, 그 유수를 도와 행정을 책임지는 자가 판관이었다.

그런 높은 관리를 만나는 것인만큼 시화는 남장을 풀고 여인의 복색으로 화장을 했으며, 태현 또한 가지고 온 옷 중에서 가장 좋은 옷을 골라 입었다. 


김시눌의 집이 좋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그 규모나 꾸밈이 생각보다 훨씬 화려하였다. 

대문을 두드려 김시눌을 찾았다.

“선묘단의 정열안 단주의 여식 시하가 김시눌 판관을 뵙고자 하니 말씀을 전해 주시오.” 


수염이 뾰족하고 눈이 세모인 집사가 둘을 아래 위로 훑어 보았다.

“판관 어르신은 관청에 들어 오후 늦게나 오실터이니 저녁 때 다시 오시오.”


저녁까지 할 일이 없어 시간을 때우자는 심산으로 시장을 구경하였다. 

오래된 고도답게 시장은 사람들과 진귀한 물건들로 가득하였으나 시장 특유의 활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태현이 저고리에 다는 옥 장신구를 발견하고는 그것이 여인의 복색을 한 시하에게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에 값을 물었다. 

“이보시게, 저 옥으로 된 장신구는 얼마나 하오?”

“가격은 해동통보 닷냥이며 세금이 열냥이므로 열 닷냥이요.”


“아니, 어찌 물건 가격에 세금을 따로 매긴다는 말이오?

물건을 팔고, 이후에 이득 중 일부를 세금으로 납부하는 것이 아니오?

그리고 어찌 물건 가격보다 세금이 더 비싸단 말이오?“

“동경에 처음 오셨나보오.

그런 소리를 하시다니.

예전에는 당연히 이곳도 그랬소. 

물건을 팔고 이문을 남기면 그 이문의 일부를 세금으로 내었다오.

그러나 하루 이틀 세금이 오르더니 이제는 물건 값을 훌쩍 넘어 그 두배에 이르게 되었소. 

그렇다고 물건의 값을 세배로 올리면 손님들이 장사치인 나를 욕할 것이 아니오.

그래서 물건 값을 따로, 세금의 액수를 따로 말하게 되었소.

그러니 물건이 비싸다 나를 욕하지 마시고, 세금을 징수하는 사록참군사에게 말하시오.“


“사록참군사라면 판관을 도와 세금과 행정을 관장하는 자가 아니오?

그 자가 그리 악독하오?“

“어찌 사록참군사 혼자서 세금을 올렸겠소?

판관이나 유수의 허락없이 이처럼 높은 세금을 징수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겠소?

높으신 분들이 서로 모의하여 세금을 높이고 그것을 어디 좋은 일에 쓰려나 보오.

아직 재물을 어디에 풀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소만.

그나저나 색시가 정말 미인이구려. 

이 장신구도 잘 어울리겠지만, 머리가 새처럼 조막만하니 이 몽수를 써도 잘 어울리겠소. “


장신구와 몽수를 사주겠다며 시하에게 골라보라 하였지만 시하는 귀찮다며 거절했다. 

특히 머리에 무언가를 쓰고 다니는 고양이를 본적이 있느냐며 몽수를 질색하며 타박했다. 

  

집사가 일러준 대로 오후 느즈막히 다시 김시눌의 집을 찾았다.

예의 뾰족수염 집사가 차갑게 대꾸했다.

“판관 어르신은 이미 처소에 드셨으니, 내일 다시 오시오.”


“오전에 오면 집에 없으니 오후에 오라하고, 오후에 오면 자니 내일 오라하면 대체 언제 만날 수 있단 말인가?”

화를 내는 시하를 진정시키고 태현이 집사의 손에 소은병 한냥을 쥐어주었다.

“그냥 판관 어르신께 말이라도 전해 주시오.

정 단주의 여식이 임대한 물건의 일로 꼭 뵙고 싶어한다고 말이오.“


다음날 다시 김시눌의 집을 방문하자 뾰족수염 집사가 어제 보다 한결 친절하게 그들을 맞았다.

“판관 어르신께 두분의 말씀을 전하였으나, 두분을 만나지 않으시겠다고 합니다.

또한 말씀하신 물건은 이미 다른 이에게 팔아 버렸으니 거듭 만날 이유가 없다 하십니다.

누구에게 팔았는지는 이미 잊어버렸으니 물어도 소용없다 전하라고 하셨습니다.

길을 배웅하지 못해 어르신께서도 서운하나 빨리 개경으로 돌아가시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도 하셨습니다. “


집사의 어투는 친절했으나, 말의 내용은 더할 나위없이 단호하여 더 애걸한들 소용이 없어 보였다. 

결국 물러날 수 밖에 없었고, 시하가 화를 내었다.  

“아무래도 저 집사 놈과 김시눌이 거짓을 말하는 것 같소. 

옥대처럼 귀한 걸 팔았다면 소문이 아니 날 수가 없을테니 말이오. 

오늘 밤 김시눌의 집을 텁시다.“


밤이 되고 달도 흐려 주위는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을만큼 깜깜했지만, 시하에게 어둠은 장애가 아니었다. 

거침없이 길을 잡더니 김시눌의 집 담장에 도착했다.

둘은 한걸음에 담장을 넘었고 본채로 향하다가 본채 앞에 굳게 자물쇠가 걸린 광을 발견하였다. 

“이 광을 이처럼 단단히 사슬로 묶고 두터운 자물쇠로 잠근 것으로 보아 이곳에 무언가 중요한 것이 있나보오.”

태현이 자물쇠를 뚫어지게 바라 보며 열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데. 시하가 그런 태현을 툭쳤다.

“잠시 이곳에 계시오. 

내가 들어가서 살펴보고 오리다.“

말이 끝나자 마자 시하가 우아한 경공으로 지붕에 올랐다. 


지붕에 오른 시하가 고양이로 화한 후 이리저리 살피더니 틈 사이로 사라졌다. 

일각, 이각, 시간이 멈춘 듯 더디 흘렀고 시하는 한참 동안이나 나오지 않았다. 

광의 벽 뒤편에 몸을 숨기고 있던 태현은 시하가 나오지 않아 안절부절하였다.

“무슨 일이 난게야. 이 벽을 부수고라도 들어가야겠다.”

결심을 하고 일어섰다, 앉았다를 반복하고 있는데 지붕 위에서 바스락 소리가 들려왔다.

이어 사스락 사그락 옷 입는 소리가 밤을 적시더니 시하가 조용히 태현 옆에 착지했다.


시하의 양 손에는 무거워 보이는 물건이 들려 있었다.

“이제 나갑시다. 

자세한 설명은 객잔에 가서 하겠소.“

시하가 발소리를 죽여 담을 넘었고, 태현도 뒤를 따랐다. 

객잔의 방으로 돌아오기까지 시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방에 도착하자 시하가 손에 들고 있던 물건을 태현 앞에 놓았다.

순간 태현의 입이 벌어졌다.  

“이것은 반가사유상이 아니오?

색으로 보면 금동으로 만들어진 듯 하고 한 분은 미륵보살, 또한 분은 문수보살로 보이오.

이 인자한 표정이며, 섬세한 문양을 보시오.

이 정도면 신라의 국보라 해도 충분한 듯 하오.

그런데 이것을 어디서 찾았소?“


“광에 들어갔더니 곡식과 비단으로 가득 차 있었소.

물론 곡식도 비단도 귀한 것이긴 하지만 그 정도 물건을 보관하려 저리 커다란 자물쇠를 했다는 것이 미덥지 않았지 뭐요.

그래서 이리 저리 살피고 있는데 나의 등장에 겁을 먹은 쥐들이 날래게 도망가는 것을 보았소. 

쥐들이 무얼하건 개의치 않았는데, 한 녀석이 광의 벽 뒤로 사라졌소. 

분명 도망갈 곳이 없다 싶어 살펴보니 창고의 뒤에 또 하나의 문이 있었다오.

좁은 틈으로 비집고 들어가니 그곳이야 말로 진정한 보물창고였소.

금으로 된 장신구며, 금괴와 은병이 가득했다오. 

내 무엇을 가져올까 살피다가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가장 귀하게 모셔 놓은 이 반가사유상 두점을 가져왔소.

김시눌이 이 반가사유상이 없어진 것을 알게 되면 똥줄이 탈게요. “


태현이 감동한 듯 손뼉을 쳤다. 

“대단하오. 정말 대단하외다. 

그런데, 어찌 이 무거운 것을 고양이의 몸으로 옮기었소? 

이빨로 물어 가져오기에는 너무 무거운 것 같소만.“


“그래서 시간이 오래 걸렸다오.

고양이로 돌아가는 것은 내 자의로 가능하지만, 다시 사람으로 둔갑하는 것은 일정 시간이 경과해야만 하지 않소?

그래서 사람으로 변하기를 기다렸다 물건을 옮기고 다시 고양이로 돌아가 빠져 나오는 것을 반복하다 늦어진 것이라오.

또한 반가사유상이 있던 자리에 옥대라고 써 놓았으니, 우리가 다녀갔다는 것을 금세 알아차릴 것이오.

이제 김시눌이 우리를 찾을 때까지 편안히 기다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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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무당은 언제든 소협의 편에 설 것이오 2 24.09.06 42 1 11쪽
39 무당은 언제든 소협의 편에 설 것이오 1  24.09.05 41 1 11쪽
38 나는 뱀들의 제왕이다 24.09.04 40 1 12쪽
37 고려인을 괴롭혔으니 죽을 자리를 고려하라 24.09.03 4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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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내기는 제대로 걸어야 맛있는 법이지 2 24.08.30 4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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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여인들이 꼬리 친다면 꼬리를 잘라내지요 1 24.08.22 5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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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두 마음이 만나는 길은 언제나 하나 1 24.08.20 4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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