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백면서생, 중원을 제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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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큐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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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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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2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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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의 보물을 훔쳐라 (2)

DUMMY

피곤했는지 금방 잠에 들어 귀엽게 코까지 고는 시하와 달리 태현은 이런저런 걱정으로 쉽사리 잠에 들지 못했다. 

두 사람을 맞았던 태도로 미루어 볼 때 김시눌은 쉽사리 옥대를 보여주거나 행방을 알려줄 것 같지 않으며, 반가사유상을 찾기 위해 무도한 일이라도 서슴지 않을 듯 하였다.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새벽이 되어서야 까무룩 잠이 들었다.

태현은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더 자고 싶은 마음이 굴뚝인데 시하가 그런 태현을 급히 깨웠다.

비몽사몽인 태현이 시하에게 무슨 일인지를 묻자 시하가 다급한 목소리로 답했다. 


“빨리 일어나시오.

객잔에서 인시(오전 일곱시)까지만 조반을 준다하였는데 벌써 날이 환하오.

잘못하면 아침을 먹을 수 없게 되니 얼른 조반을 먹으러 갑시다.“


아침을 먹고, 방으로 돌아와 반가사유상을 이리 저리 살펴 보며 감탄을 했다.

시하가 심심해 하여 시장으로 산책을 나가 구경을 하다가 주전부리를 했다.

아이들의 뛰노는 모습을 보다가, 시하와 경공 시합도 하였다.

나무 그늘 아래서 잠시 낮잠도 잤다. 

결국 저녁까지 먹었지만 김시눌에게서는 아무 연락도 오지 않았다. 

왜 그리 걱정이 많냐며 여유로운 시하에게 태현이 투덜거렸다. 

“내일도 오지 않으면 같이 김시눌의 집을 찾아 갑시다.

가서 턱을 손으로 괴고 집사와 이야기 하겠소.

그쯤되면 반가사유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줄 눈치챌 것이오.

그냥 이렇게 기다리자니 답답하여 못살겠소.“


“공자는 걱정을 사서 하시는 구려.

어련히 알아서 김시눌이 찾아올텐데 뭘 그리 조급해 하시오?

내일 오지 않으면 모레 올 것이고, 모레 오지 못하면 그 다음날은 올 것이오.

그냥 방에 앉아 기다립시다.

정히 심심하면 나를 위해 버들 강아지를 꺾어 와 이리 저리 움직이며 돌리거나, 끈에 쥐처럼 생긴 물건을 묶은 후 이리저리 옮겨 다녀 주시오.

나는 빠르게 움직이는 물건을 보면 참으로 재미있고 좋소.

아니면 나와 쥐라도 쫓으려오?“


쥐라도 쫓으며 놀자던 시하는 금세 잠에 빠져들었고, 그런 시하를 혀를 차며 보던 태현도 잠이 들었다.

깊은 밤 누군가 발소리를 죽이고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더니 곧 이어 쿵하며 바닥에 나동그라지는 소리가 따랐다.

태현이 눈을 뜨니 검은 옷을 입은 괴한 하나가 방에 쓰러져 있었고, 또다른 괴한 하나가 시하와 대치하고 있었다. 

태현이 빠르게 일어나 괴한의 허리를 가격하여 제압하였다.

“너는 누구냐?

누군데 우리를 급습한 것이냐?

무얼 찾고 있었던 것인가?“


연이은 질문에도 방안에 꿇어 앉은 두 괴한은 입을 열지 않았다. 

괴한들이 비명을 지르지 못하도록 점혈한 후 시하가 손톱을 세워 오른쪽 괴한의 눈을 푸욱 찔렀다.

괴한이 고통으로 방바닥을 데굴데굴 소리없이 굴렀다. 

피로 붉게 물든 시하의 손톱이 왼쪽 괴한의 눈을 향하자 괴한이 아동바동대며 무언가를 말하려 했다.

말을 할 수 있도록 혈도를 풀어주자 괴한이 주저없이 털어 놓기 시작했다.

“저희는 판관 어르신 댁에서 기거하는 무인들입니다. 

두분께 판관 어르신의 물건이 있다하여 저희가 찾으러 온 것입니다.

판관께서는 두분이 도둑이니 해하여도 상관없다고 하셨습니다. 

찾고 있는 물건은 금불상이라 들었습니다.“


“우리에게는 금불상이 있을 수도 없고, 없을 수도 없네. 

하지만 궁금한 것은 있지.

신라의 반가사유상은 국가의 보물이라 국가에서 관리해야 하거늘, 어찌 김시눌이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단 말인가?

대답에 따라서 성한 눈을 몇개 가지고 갈 수 있는지가 정해지는걸세.“


“저희같은 청부 무사 나부랭이가 그런 걸 어찌 알겠습니까?

다만, 판관 어르신은 관리들과도 친분이 두텁고, 도굴꾼들이나 건달들과도 친교가 있으니 가능하지 않을까도 싶습니다만, 자세히는 알지 못합니다.

정말입니다. 살려 주십시오.“


“가서 김시눌 판관에게 전하라. 

나는 옥대를 가지러 온 것이 아니라, 옥대에 새겨진 정단주의 유지를 확인하러 온 것이라고 분명히 말하게.

정단주는 자신의 뜻을 딸에게 전하기 위해 둘만 아는 암호를 옥대에 새겨넣었다네. 

또한, 우리가 그 유지를 확인해야먼 사라졌다는 금불상의 행방을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전하게.“


두 괴한이 사라지고 태현이 시하를 칭찬했다.

“아니 아까만해도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깊이 잠들어 있더니만, 자객들의 발소리는 어찌 듣고 깨었소?

공자가 아니었다면 자다가 비명횡사할 뻔 했소.“

태현은 한 시진 넘게 고양이의 우월성에 대한 강독을 듣고 나서야 앞으로 시하에게는 칭찬을 조심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다음날 일찍 뾰족 수염 집사가 객잔을 방문해 두사람을 찾았다.

“판관 어르신께서 한시라도 빨리 두분을 만나 뵙자고 하십니다.

얼른 채비를 하시지요.“

시하가 단장을 한다고 꾸물거리더니 한참이 지나서 남장을 하고 나타났다. 


김시눌은 표정이 사납고, 뱀같은 눈을 가진 사내였다. 

김시눌이 애써 화를 참고 있는지, 이빨을 앙다물고 말했다. 

“그래. 네 아비 이야기는 들었다.

그건 그렇고 본론으로 들어가자꾸나. 

나의 반가사유상이 지금 어디에 있느냐? 

네가 가지고 있더냐?“


시하가 반말을 하여 김시눌의 화를 더 돋굴까 걱정되어 태현이 얼른 대신 대답했다. 

“찾으시는 물건이 반가사유상이었군요.

어제 자객들이 금불상 금불상하길래 무엇인지 궁금했었습니다.

물론 반가사유상은 저희에게는 없습니다. 

다만, 우리 선묘단의 신통한 정보력을 통해 불상의 행방을 알아볼 수는 있지요. 

그러나 그 전에 우선 옥대를 보아야겠습니다.“


“옥대는 진즉에 누구에게 팔았네. 

내 얼마에 누구에게 팔았는지는 기억하지 못하고, 다만 팔았다는 사실만 확실히 기억하네.

그러니 옥대는 포기하고 반가사유상을 내어놓게.“


태현이 생각에 잠겨 있는 시하를 툭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면 우리도 가보세.

우리의 정보력을 옥대 찾는데 집중해야겠네.“

김시눌이 인상을 찌푸리고는 태현의 옷깃을 잡아 다시 앉혔다.

“젊은 사람이 왜 그리 급한가?

나를 보려 삼일을 기다린 것이 아닌가?

잠시 다과를 들며 옥대와 반가사유상에 대해 이야기를 더 하세.“


그 때 마침 집사의 은밀한 목소리가 들렸다.

“판관 어르신, 쇤네입니다.

잠시 드릴 말씀이 있으니 나와 보시겠습니까?“


김시눌이 밖으로 나가 문을 닫고는 집사와 귓속말을 주고 받았다. 

잠시 후 돌아온 김시눌이 체념한 듯 말했다. 

“이곳에 너희를 잡아둔 후 너희가 기거했던 방을 싹싹 뒤졌다. 

허나 어디에도 반가사유상을 찾을 수 없었어. 

객잔의 종업원들과 주인을 치도곤했는데도 아무도 알지 못했다. 

결론은 두가지가 아니겠는가?

내가 찾기 어려운 곳에 미리 숨겨 놓았거나, 아니면 자네들에게 없거나. 

자네들을 한번 믿어 보겠네.

내가 먼저 옥대를 보여줄 터이니, 반가사유상이 있는 곳을 말하게.

만약 나를 속였다가는 치도곤을 면치 못할게야. “


김시눌이 방문을 세게 여닫고는 밖으로 나가 일각이 다 되어서야 상자 하나를 들고 돌아왔다.

김시눌이 밖으로 나가있는 동안 시하는 눈을 감고 무언가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상자들 열자 금과 옥으로 치장한 옥대가 나타났다. 

“내 신라의 삼대보물이라는 천사옥대는 본적이 없으나, 이 옥대 또한 정말 보물이구려.

공자가 자세히 살펴 보시오. 

아버님의 어떤 유지가 새겨져 있는지.“


시하가 옥대를 들고 이리저리 살폈지만, 예전 환두대도를 살필 때와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담시 옥대를 살펴 본 시하가 옥대를 상자에 다시 넣었다.

“정 단주의 유지는 적혀 있지 않소. 

그만 일어 납시다.

반가사유상의 위치는 오늘까지 정보를 수집한 후 내일 다시 와서 알려준다 하시오.“


태현은 이상하다 생각하였지만 시하에게 무언가 계획이 있다 생각되어 군말없이 따랐다.

“오늘 선묘단의 정보원들을 동원하여 반가사유상의 향방을 알아보겠습니다.

그리하여 내일 다시 찾아올 터이니, 내일까지 기다려 주십시오.“

일어서 밖으로 나가는 두 사람의 뒤에서 김시눌이 분을 삭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대문을 나서자 마자 태현이 시하에게 물었다.

“반가사유상은 어찌된 것이오?

음식을 쌌던 보따리에 넣어 방의 다락에 숨기지 않았소?

그랬다면 그 자들이 못찾을리 없을텐데. 

어찌된 것인 줄 아오?“


“아침부터 집사가 서둘러 우리를 찾기에 우리가 방을 비운 사이 짐을 뒤질 것이라 예상했소.

하여 나만이 아는 장소에 숨겨 놓았지. 하하.

어떻소? 고양이의 우월성에 대해 이제는 인정하시겠소?“ 


“오호. 역시 대단하구려. 

그래서 나만이 아는 장소는 대체 어디요?“

“객잔 뒷산에 올라가 땅을 파고 숨길까 하던 차에 다람쥐 한마리가 보이더이다. 

놈을 쫓으니 한 나무의 구멍 속으로 몸을 숨기었소. 

밖에서 봐서는 작은 구멍 같았으나 다람쥐가 나무를 파 먹이를 저장하는 곳인지 꽤 깊은 구멍 속에 도토리가 가득하였소.

거기에 숨겼다오.“


“그렇구료.

그럼 아까 김시눌의 집에서 한 행동은 무엇이오?

옥대를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았잖소?

혹시 그 옥대가 가짜였소?

하지만 가짜라고 하기에는 옥대의 아름다움이 신비로웠소.“

“옥대는 진품이오.

그저 김시눌이라는 간악한 자 앞에서 옥대를 열어 보이기 싫었을 뿐이오.

그리고 그 자가 옥대를 가져온 곳은 광에 붙어있는 별실이 아니었소.

분명 아까 우리와 이야기를 나누던 방 근처에서 가져온 듯 하였소.

내 그 방의 위치를 가늠하려 했소만 쉽지 않았소 “


깊은 밤이 되자 시하가 검은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가더니 반가사유상 하나를 들고 왔다.

“나는 이제 김시눌의 집으로 가서 옥대를 보관하는 장소를 찾아볼 것이오.

일이 어찌 될지 예측하기 어렵소.

하지만 내가 그 장소를 찾는다면 나는 오늘 꽤나 늦을 지도 모르오.

만약 아침이 되어도 내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이 반가사유상을 들고 김시눌의 집으로 오시오. 

거기서 나를 찾으시오.“ 

대답할 사이도 없이 시하가 가버렸다. 

태현은 거의 뜬눈으로 밤을 새다시피 시하를 기다렸으나 시하는 아침까지 돌아오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시하가 일러준대로 반가사유상을 들고 김시눌의 집으로 향했다.


뾰족 수염 집사가 대문을 열었다.

“약조한 대로 반가사유상을 찾아 왔으니 판관 어르신께 안내해 주시오.”

​시하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미륵보살 반가사유상을 흡족한 표정으로 이리저리 살피던 김시눌이 고개를 들었다.

“그래, 약속을 반은 지켰군. 

나는 이 반가사유상을 자네들이 보관하고 있었다 확신하고 있지. 

그러니 큰 일을 당하고 싶지 않다면 다른 하나의 사유상도 어서 가져오는 것이 좋을 걸세.”


“우리 선묘단의 정보력으로도 하루 밤에 하나를 찾기 힘겨웠습니다.

다른 하나의 소재는 오늘 밤에 또 찾아뵈야 겠지요.

아무래도 이 반가사유상을 보관하고 있는 이는 사람이 아닌 듯 신출귀몰합니다.

훗날에는 반가사유상 같은 귀한 보물을 잃어버릴 경우를 대비하여 내공이 높은 자들이 찾을 수 있도록 스스로 작은 신호를 발산하는 장치를 만들어 부착하면 좋을 듯 합니다. 

그럼 귀한 보물을 잃어버리더라도 쉽게 찾지 않겠습니까? 

아무튼 정보력을 총 동원하여 내일도 열심히 찾아볼 터이니 너무 걱정말고 기다려 주십시오.“


김시눌의 눈꼬리가 올라가며 화를 내는가 했으나, 딱히 방도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쩝소리를 내며 분을 삼켰다.

그 때 마당에서 사람들의 급박한 외침이 들려 왔다.

“불이야.

연기가 올라온다. 불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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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욕망을 감추면 선이고, 표현하면 악이 되는가 2 24.09.12 28 0 11쪽
43 욕망을 감추면 선이고, 표현하면 악이 되는가 1 24.09.11 30 1 12쪽
42 취향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지 2 24.09.10 32 1 12쪽
41 취향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지 1 24.09.09 38 1 12쪽
40 무당은 언제든 소협의 편에 설 것이오 2 24.09.06 42 1 11쪽
39 무당은 언제든 소협의 편에 설 것이오 1  24.09.05 41 1 11쪽
38 나는 뱀들의 제왕이다 24.09.04 40 1 12쪽
37 고려인을 괴롭혔으니 죽을 자리를 고려하라 24.09.03 48 1 12쪽
36 나는 거식좌가 아닌 미식좌라네 24.09.02 36 1 12쪽
35 내기는 제대로 걸어야 맛있는 법이지 2 24.08.30 46 1 12쪽
34 내기는 제대로 걸어야 맛있는 법이지 1 24.08.29 42 1 12쪽
33 억지로 무릎꿇린 자는 반드시 일어서는 법이오 24.08.28 42 1 12쪽
32 중원아 기다려라. 통째로 씹어 먹어주마. 24.08.27 44 1 13쪽
31 선묘고를 열었으니 우리 이야기도 끝나나보오  24.08.26 51 1 12쪽
30 여인들이 꼬리 친다면 꼬리를 잘라내지요  2 24.08.23 56 1 12쪽
29 여인들이 꼬리 친다면 꼬리를 잘라내지요 1 24.08.22 51 1 11쪽
28 두 마음이 만나는 길은 언제나 하나 2 24.08.21 45 1 12쪽
27 두 마음이 만나는 길은 언제나 하나 1 24.08.20 50 1 12쪽
26 돈 놓고 돈 먹기가 나의 특기요 (2) 24.08.19 47 1 11쪽
25 돈 놓고 돈 먹기가 나의 특기요 (1) 24.08.18 48 1 12쪽
24 나에게도 목표라는 것이 생긴 듯 하오 24.08.16 59 1 11쪽
23 내가 절망하지 않으면 이자도 죽지 않는다 24.08.15 55 1 12쪽
22 악의 나무가 자라기 전에 뽑아내는 것이 정의  24.08.14 58 1 12쪽
21 과거지사로 눈물을 허비하지 말게 (2) 24.08.13 56 1 12쪽
20 과거지사로 눈물을 허비하지 말게 (1) 24.08.12 5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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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살려는 드리리다 1 24.08.09 6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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