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머리 소련 빨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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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라니
작품등록일 :
2024.08.27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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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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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8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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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비에트를 지지한다

DUMMY

검은 머리 빨갱이가 되어 혁명의 주역이 되리라 다짐했건만.

지금 당장 소비에트와 접촉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소비에트는 각 도시에 존재하는 노동자들의 단체였고.

나는 현재 전장에서 뒹굴고 있는 러시아군 장교이지 않은가.


소비에트에서 나를 환영하지도 않을뿐더러.

전장에서 도시에 있을 소비에트에 접촉할 방법도 없었다.


그렇다고 1차대전이 끝날 때까지 가만히 기다린다?

그럴 순 없지.


인생은 타이밍이다.

공산주의 혁명이 본격적으로 일어나기 전에 소비에트에 가입하는 것과 공산주의 혁명이 성공하여 소련이 설립된 이후에 소비에트에 가입하는 것.

어느 쪽이 더 출세에 유리하겠나?

당연히 전자이지 않겠는가.


그러니 절대 가만히 앉아서 기다릴 순 없다.

그렇다면 여기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은?

내가 나서서 접촉할 방법이 없으니 반대로 저쪽에서 접촉해오도록 만들면 되지 않을까?

그것이 바로 내가 소비에트를 지지한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떠들어야 할 이유다.


“저는 소비에트를 지지합니다. 지금의 임시정부보다는 인민의 지지를 받는 소비에트가 더 정통성이 있지 않겠습니까?”


“자네, 그렇게 공개적으로 소비에트를 지지하다가는 진급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 거야. 안 그래도 이미 위에서 최 대위에 대한 말이 종종 나오는 것 같던데 말조심 좀 하는 게 어때?”


“저는 어차피 전쟁만 끝나면 전역할 예정이니 상관없습니다. 전쟁이 끝나면 소비에트부터 가입하려 하는데 대대장님도 함께 하실 생각 없으십니까?”


“야, 이 사람아. 내 출셋길을 막으려고 작정했나? 소비에트인지 뭔지는 최 대위 혼자 하라고. 난 당장 이 전쟁에서 승리하고 진급하는 것이 더 중요한 사람이야.”


위에서 내 이야기가 종종 나온다고?

오히려 좋아.

그만큼 더 많은 사람들이 내가 소비에트를 지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거잖아?

어서 널리널리 퍼져서 소비에트의 귀에도 이 소식이 들어가길.


진급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 거라고?

이 어리석은 대대장아.

안타깝지만 곧 소비에트를 지지하는 것이 진급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 시대가 도래한단다.


난 분명 먼저 권유했어?

나중에 가서 왜 그때 자기를 안 데리고 갔냐는 둥 그러면 정말 섭섭하다?


이렇듯 내가 소비에트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떠들고 다니기 시작한 지 3개월.

러시아 공화국 육군참모총장 코르닐로프가 쿠데타를 일으켰다.


***


“혁명이라는 이름으로 황제 폐하를 쫓아내더니 나라를 팔아먹을 궁리만 하고 있구나! 저 매국노들을 처단하고 황제 폐하를 구출하자! 대러시아 제국이여, 영원하라!”


쿠데타의 구호는 구질서의 회복이었다.

쿠데타의 배후엔 러시아의 단독 강화를 경계한 영국의 개입이 있었다.


“대영제국은 코르닐로프 장군의 군사정권을 지지합니다. 혁명 세력을 몰아내고 협상국의 일원으로서 독일을 처단하는 데에 힘을 보태주십시오.”


“걱정은 붙들어 매시오. 황제 폐하께서 복위하시면 당연히 독일과의 전쟁을 이어나갈 것이오.”


영국 주재무관이 코르닐로프의 쿠데타 세력과 동행했으며, 러시아 군복으로 갈아입은 영국군이 쿠데타군에 합류했다.

이러한 코르닐로프의 쿠데타로 러시아 공화국 임시정부에 비상이 걸렸다.


“총리 각하, 육군참모총장 코르닐로프가 쿠데타를 일으켰습니다! 우리도 군대를 모아 쿠데타에 대비해야 합니다!”


“육군 참모총장이 쿠데타를 일으켰는데 군대를 뭘 믿고 모으나? 그들이 도시 내부에서 총이라도 거꾸로 쥐면 어쩌려고? 군대를 제외하고 우리가 동원할 수 있는 병력 자원이 있는가?”


“군대를 믿을 수 없다면 우리가 동원할 수 있는 자들은 도시의 노동자들뿐입니다!”


“노동자를 동원하려면 소비에트의 협조가 필수적이겠군. 지금 당장 소비에트의 지도자들을 불러오게.”


혁명으로 집권한 러시아 공화국 임시정부는 육군참모총장 코르닐로프의 쿠데타를 막아낼 힘이 없었다.

수도 방위군조차 믿을 수 없었던 임시정부는 노동자의 단체 소비에트에 손을 내밀었다.


“소비에트의 도움을 받고 싶으면 국내에 수감된 소비에트 지도자들을 석방하시오. 그리고 레닌 동지를 비롯한 해외에 망명간 소비에트 지도자에 대한 수배령도 철회하시오.”


“소비에트의 모든 조건을 수용하겠소. 대신 쿠데타군에 맞서 결코 물러서는 일이 없어야 하오. 노동자들을 잘 이끌어 페트로그라드를 수호해주시오.”


“쿠데타군이 소비에트의 해산을 원하는 이상 우리의 투쟁이 멈출 일은 없소. 우리가 전멸하는 한이 있더라도 혁명은 반드시 수호할 것이오.”


임시정부는 소비에트의 요구에 따라 수감되어 있던 소비에트 지도자들을 석방하고 해외로 도피한 소비에트 지도자들에 대한 수배령도 철회했다.

이에 소비에트는 임시정부가 제공한 무기로 노동자들을 무장시켜 러시아의 수도 페트로그라드를 지키고자 나섰다.


***


솔직히 나로서는 코르닐로프의 쿠데타가 성공하여 군부 정권이 들어서는 것도 나쁠 건 없었다.

군부 정권이 들어서면 자연스럽게 군인의 신분은 향상되기 마련이잖냐?

나는 군부 정권에서도 충분히 성공할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코르닐로프의 쿠데타는 역사상 실패한 쿠데타인걸.

이걸 굳이 내가 개입해서 성공으로 바꿀 필요가 있을까?

그래봤자 그걸 누가 알아준다고?


“이것이 제가 파악한 군사기밀입니다. 코르닐로프는 이번 쿠데타에 대규모의 군대를 동원할 생각이 없습니다. 코르닐로프의 직속 부대와 각 부대에서 각출한 소수의 최정예부대만으로 수도 페트로그라드를 점령할 생각입니다. 그러니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각 부대에서 각출한 쿠데타군의 집결만 막을 수 있다면 손쉽게 쿠데타를 진압할 수 있을 겁니다.”


“과연 확실히 귀중한 정보군요. 쿠데타군의 집결을 막을 방법은 무엇이 있겠습니까?”


“방법이야 많지 않겠습니까. 전신국을 장악하여 거짓 정보를 흘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요, 기관장을 포섭해 열차의 운행을 방해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되겠지요.”


“이 정보의 신뢰성은 믿어도 되겠습니까?”


“저는 벌써 3개월 전부터 공개적으로 소비에트를 지지해왔습니다. 당신도 그것을 알기에 저와 접촉한 것 아닙니까? 제가 이 군사기밀을 공유하는 대가로 원하는 것은 단 두 가지입니다. 전역과 소비에트 가입. 잘 좀 전달해주십시오. 부탁드리겠습니다.”


“만약 정보가 확실하다면 대위님께서는 정말 큰 공을 세우시는 겁니다. 그러면 소비에트는 결코 대위님을 외면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오히려 제가 잘 부탁드려야겠군요.”


소비에트의 정보원이 비밀리에 나를 접선해왔다.

이게 바로 3개월 동안 열심히 소비에트 지지선언을 한 결과겠지.


코르닐로프가 대규모의 군대를 동원하지 않을 것이란 것은 확실하다.

솔직히 대규모로 동원하면 실패할 수가 없는 것이 이 시대의 군부 쿠데타거든.


정규군과 노동자가 총 들고 싸우면 누가 이기겠나?

당연히 정규군이 이기지 않겠는가?


근데 코르닐로프의 쿠데타는 실패했잖아.

그러니까 이건 코르닐로프의 실책이 크게 작용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나는 이러한 배경지식을 기반으로 대규모의 군대가 동원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추론해냈다.


또한 내가 이야기한 쿠데타군의 집결을 막을 방법은 본래 역사에서 소비에트가 다 했던 짓이다.

그러니까 나는 내가 알고 있는 역사적 지식을 군사기밀이라며 떠든 것에 불과하다.


사실 중대장이 알아낼 수 있는 군사기밀이라고 해봐야 뭐 얼마나 되겠나?

오히려 이렇게 역사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 추론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아무튼 내게 이러한 정보를 얻은 소비에트는 즉시 행동에 나섰다.


***


소비에트는 먼저 전신국부터 장악했다.


“코르닐로프가 제3 기마군단에 보낸 전신이 도착했습니다. 황제 폐하를 구출하기 위해 페트로그라드로 전진하라는 내용입니다.”


“황제 폐하 구출? 웃기고 있군. 코르닐로프의 이름으로 독일의 진격에 대비해 해당 지역을 방위하라고 보내.”


“코르닐로프가 답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적당히 답해줘. 명령에 따르겠다고 보내면 되겠네.”


“카자크 기병대들이 코르닐로프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고 합니다. 어떻게 대응할까요?”


“이미 쿠데타에 가담한 부대들인가? 그렇다면 각자 다른 장소로 집결하라고 보내.”


코르닐로프가 보낸 전신은 전신국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적극적인 방해로 해당 부대에 전달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대부분은 정확한 쿠데타 시일조차 듣지 못했고, 쿠데타에 가담하기로 한 부대들도 서로 다른 장소를 집결지로 알고 뿔뿔이 흩어졌다.


소비에트는 뒤이어 철도국도 장악했다.


“이봐. 기관장. 왜 열차가 멈춘 거지? 지금 한시가 급하다고 말하지 않았나?”


“동력기관에 이상이 있어 열차가 잠시 정차하였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면 빠르게 조치하겠습니다.”


“기관장. 이 길은 페트로그라드로 가는 길이 아니지 않나?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는 건가?”


“페트로그라드로 향하는 철로에서 한 열차가 탈선하여 철로가 막혔다고 합니다. 어쩔 수 없이 다른 도시를 경유해서 페트로그라드로 향하고 있으니 답답해도 조금만 참고 기다려 주십시오.”


“기관장. 페트로그라드에 내린다고 하지 않았나? 어째서 열차가 페트로그라드역에서 정차하지 않는 거지?”


“현재 페트로그라드역에 너무 많은 인파가 몰려 역이 마비되었다고 합니다. 어쩔 수 없이 페트로그라드역을 지나 달리고 있습니다.”


“그게 무슨 소린가! 그러면 여기서라도 내릴 것이니 지금 당장 열차를 멈추게!”


“현재 우리 바로 뒤에 쫓아오는 열차가 있어 긴급 정차가 불가능합니다. 뒤따라오는 열차와 부딪치지 않으려면 멈추지 않고 계속 달려야 합니다!”


병사들을 태운 열차는 시도 때도 없이 문제가 생겼고, 열차에 대한 지식이 없는 장군들은 기관장을 닦달하는 것 말고는 딱히 이렇다 할 방도가 없었다.

이로 인해 제대로 된 집결지를 알고 있는 코르닐로프의 직속 부대도 누구 하나 제시간에 집결지에 도착할 수 없었다.


이처럼 기관장들이 목숨을 걸고 군대의 집결을 막는 사이 소비에트는 전신국을 통해 알게 된 집결지에 동원 가능한 모든 병력을 매복시켰다.

얼마 지나지 않아 코르닐로프는 겨우 몇백도 되지 않는 직속 호위 부대만 이끌고 집결지에 도착했고, 그렇게 코르닐로프는 도착과 동시에 매복하고 있던 소비에트의 노동자들에게 포위되었다.


“코르닐로프! 당신은 포위되었다! 쓸데없는 희생자를 내지 말고 순순히 항복하라!”


“이미 모든 반란군은 각개격파되었다! 네놈이 마지막이다, 코르닐로프!”


약속한 집결지에 도착해보니 도착한 부대는 본인의 호위 부대뿐이요, 그마저도 이미 포위되었네?

사실 따지고 보면 쿠데타군은 소비에트의 계략으로 각지로 흩어졌을지언정 여전히 건재했지만, 코르닐로프가 이러한 사정을 눈치챌 방도는 없었다.


결국 쿠데타가 실패했다고 여긴 코르닐로프가 별다른 저항 없이 항복하였고.

이렇게 코르닐로프의 쿠데타는 제대로 된 전투 한 차례 없이 허무하게 진압되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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