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머리 소련 빨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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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라니
작품등록일 :
2024.08.27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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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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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스트-리토프스크 조약

DUMMY

1918년 1월 7일.

독일 제국.


“폐하, 명심하십시오. 우리 독일은 승전했고, 러시아는 마땅한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우리 군부는 우리가 제시한 영토에서 단 한 뼘이라도 양보할 생각이 없습니다. 만약 폐하께서 협상에 관여하셨다가 조금이라도 잘못되었다가는 폐하의 자리를 걱정하셔야 할 겁니다.”


“힌덴부르크 참모총장. 감히 짐의 황위를 가지고 협박하지 않아도 짐은 군부의 행사를 방해할 생각이 없다네. 그것보다 그대는 어서 서부전선이나 마무리 지을 계획이나 세워 오게. 그대도 알고 있지 않나? 우리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이야. 미국의 본격적인 참전 이전에 반드시 전쟁을 마쳐야 하네.”


“걱정 붙들어 매십시오, 폐하. 러시아와의 전쟁만 마무리된다면 독일은 개전 이후 처음으로 전력을 서부전선에 집중시킬 수 있습니다. 미국이 대서양을 건너오기 전에 반드시 파리를 함락할 겁니다. 파리를 점령하고 프랑스의 항복을 받아내기까지 단 6주면 충분합니다. 미국은 참전을 준비하다가 전쟁이 끝났다는 소식을 듣고 군대를 해산해야만 할 겁니다.”


현재 독일은 4년간의 세계대전으로 누적된 병력 손실로 인해 동원 가능한 인력이 거의 소진된 상황이었다.

더불어 전시 통제 체제와 영국의 해상봉쇄가 맞물려 독일인들은 순무로 연명하다 약 70만 명이 아사하는 지경이 이르렀다.


이렇듯 독일인들은 오랜 전쟁으로 점점 지쳐만 갔고, 카이저와 군부에 대한 반감과 분노는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만약 전쟁에서 패배하기라도 한다면 그에 대한 반발로 제국이 붕괴할 것은 명확했다.


이에 독일의 카이저 빌헬름 2세는 감히 황위를 가지고 협박하는 군부의 실세를 어찌할 수 없었고.

독일의 두 전쟁영웅 파울 폰 힌덴부르크와 에리히 루덴도르프는 러시아와의 강화를 전제로 서부전선에서의 마지막 공세를 계획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독일의 입장에서 러시아와의 강화 조약 체결은 러시아만큼 아니, 러시아보다 더 중요했다.


***


1918년 1월 9일.

폴란드 섭정 왕국의 도시 브레스트-리토프스크.


러시아 소비에트 공화국과 독일 제국의 강화회담이 재개되었다.


러시아에서는 볼셰비키의 2인자 트로츠키 외무인민위원장이 협상단을 이끌었고.

독일에서는 독일 군부의 2인자 루덴도르프 참모차장이 협상단을 이끌었다.


각국의 2인자가 직접 협상단을 이끄는 것은 그만큼 두 국가 모두 강화회담에 진심이라는 증거였다.


“전투를 중단하고 의견 차이로 휴회한 지 딱 3주 만이군요. 어떻게 그간 독일의 입장은 어떻게 좀 바뀌셨습니까?”


“안타깝지만 우리의 요구 조건은 여전합니다. 러시아는 어떻습니까? 설마 아직도 무병합·무배상을 부르짖으려는 것은 아니겠지요?”


“뭐, 우리 러시아는 독일이 억지만 부리지 않는다면 어느 정도는 양보할 생각이 있습니다. 우리 레닌 의장께서 강화에 워낙 적극적이셔서 말이죠.”


레닌이 강화에 적극적이다.

이는 루덴도르프 참모차장에게는 희소식이었다.

물론, 강화회담을 최대한 질질 끌겠다는 트로츠키의 속마음을 알게 되면 질겁하겠지만.


“저도 개인적으로는 독일과 러시아의 강화 조약이 하루라도 빨리 체결되길 희망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국가 체제 정비도 시급하시지 않습니까?”


“우리만 아무리 시급해도 순무로 연명하는 독일만큼 급하겠습니까?”


루덴도르프와 트로츠키의 신경전.

먼저 요구 조건을 말하는 쪽이 지는 거다.


무슨 이런 유치한 신경전인가 싶지만.

외교에서는 이런 사소한 하나하나가 중요하다.


먼저 요구 조건을 말하는 순간 그만큼 우리가 급하다는 티를 내는 거니까.

그리고 당연히 더 급한 쪽은 독일이었다.


“자, 그러면 서로 신경전은 여기까지 하죠. 양국 사이의 평화를 위해 우리가 더욱 힘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먼저 독일 정부의 요구 조건부터 이야기하겠습니다.”


“좋습니다. 한 번 들어나 보죠. 말씀해보시죠.”


“우리 독일은 이미 러시아를 상대로 상당한 우위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를 인정하십니까?”


“인정하지 못한다면 어쩌겠습니까?”


“만약 러시아가 여전히 이를 인정하지 않고 여전히 무병합·무배상만을 부르짖는다면 독일은 더이상 강화회담을 진행할 생각이 없습니다.”


독일의 입장에서 무병합·무배상이라는 러시아의 요구는 너무 터무니없었고.

가장 먼저 이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차라리 지금 당장 전쟁을 재개하는 것이 옳았다.


그러면 러시아는 어떨까?

레닌은 이에 대한 확실한 지침을 주었다.


강화 조약 체결하여 평화를 누릴 수 있다면 무엇이든 양보하라.

대신 최대한 시간을 끌어라.


“그 말씀은 우리 러시아에게 패전을 인정하라는 이야기입니까?”


“직접적으로 패전을 인정하라는 요구까진 하지 않겠습니다. 대신 러시아는 폴란드, 리투아니아 영토에 대한 지배를 완전히 포기하여 주십시오. 패전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민족자결주의에 따른 독립 국가 건설을 승인한다는 명분을 챙길 수 있도록 배려하겠습니다.”


독일의 세부적인 요구 조건에는 변함이 없었다.

독일은 폴란드, 리투아니아 영토를 원했고 이는 양보할 수 없는 조건이었다.

그런즉, 강화회담을 계속 진행하려면 이에 대한 러시아의 양보가 필수적이었다.


“만약 러시아가 무병합·무배상 조건을 포기하고 독일의 요구에 따라 폴란드, 리투아니아의 독립 국가 건설을 승인한다면 독일은 무엇을 양보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러시아가 폴란드, 리투아니아의 독립 국가 건설을 승인한다면 그 대가로 독일은 폴란드, 리투아니아를 제외한 러시아의 영토에 대한 일체의 선전이나 선동을 자제하겠습니다. 물론 러시아도 폴란드, 리투아니아의 독립 정부 또는 공공기관에 대한 일체의 선전이나 선동을 즉각 중단하여야 할 것입니다.”


“좋습니다. 이 문제를 러시아 정부에 보고하고 승인을 받아보겠습니다. 오늘은 여기서 휴회하도록 하죠.”


트로츠키는 영토 문제에 대해서 본국과 상의 없이 홀로 결정할 수 없다며 휴회를 선언했다.

그리고는 약 2주간 이 문제로 시간을 끌었다.


루덴도르프는 매일 같이 트로츠키를 독촉했고.

루덴도르프의 인내심이 한계에 달할 즈음 트로츠키는 영토 문제에 대한 합의를 전격적으로 승인했다.


“러시아는 전쟁포로들을 석방하고 본국으로 안전한 귀환을 보장하여 주십시오. 또한 폴란드, 리투아니아의 독립 국가 건설에 따라 폴란드인, 리투아니아인을 모두 해방하고, 이들의 안전한 귀환도 보장해 주십시오.”


“독일도 전쟁포로들을 석방하고 본국으로 안전한 귀환을 보장하여 주십시오.”


전쟁포로 교환은 아무 조건 없이 원활히 합의가 이루어졌다.

양측은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전쟁포로를 교환하기로 결정했다.


트로츠키도 이 합의에 대해서는 굳이 시간을 끌지 않았는데, 이는 서부전선에 투입할 병력이 필요한 독일 정부와 인민들의 지지가 절실히 필요한 러시아 볼셰비키 정부의 이익이 일치한 결과였다.


“러시아는 평화조약을 체결하는 즉시 폴란드, 리투아니아를 제외한 러시아의 영토에서 독일군이 즉각적으로 철수하길 요구하오.”


“벨라루스 서부를 비롯한 독일의 점령지를 러시아에 반환하는 것에 대한 적절한 배상금이 필요하오. 러시아가 배상금을 지불하는 즉시 독일군을 서쪽으로 철수하겠소.”


“그게 무슨 말이오? 독일의 점령지를 반환하는 것은 러시아가 폴란드와 리투아니아의 독립을 승인하며 이미 약조한 바가 아닙니까? 독일은 어째서 첫 번째 합의사항을 번복하려 합니까?”


“벨라루스를 러시아의 영토로 인정하는 것과 독일의 점령지를 반환하는 문제는 엄연히 다른 문제가 아닙니까? 당연히 러시아가 배상금을 지불해야 합니다.”


“갑자기 그러시면 참으로 당황스럽습니다. 이렇게 되면 저 또한 정부와 다시 논의해야 합니다. 일단 원점부터 다시 고민해보죠. 폴란드, 리투아니아 독립 국가 건설 승인의 대가로···.”


다시 2주.


“배상금...”

“절대 불가!”


다시 2주.


“배상금 100억...”

“너무 많소!”


다시 2주.


“배상금 60억...”

“지금 당장은 줄 돈이 없소!”


다시 2주.


“그럼 1년의 유예기간을...”

“낙찰!”


***


1918년 4월 10일.


3개월간의 끝내 밀고 당기는 강화 협상 끝에 브레스트-리토프스크에서 러시아 소비에트 공화국과 독일 제국을 필두로 한 동맹국 간의 강화 조약이 체결되었다.


브레스트-리토프스크 조약.

1. 독일 제국,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오스만 제국, 불가리아 왕국 측 진영과 러시아 소비에트 공화국은 이들 사이에 전쟁이 중단되었음을 선언한다.

2. 조약의 당사국들은 서로의 정부와 공공 및 군사 기관에 대한 일체의 선전이나 선동을 자제한다.

3. 러시아는 폴란드, 리투아니아 영토에 대한 지배를 완전히 포기한다. 러시아는 이 영토들의 내부 관계에 대한 일체의 간섭을 삼가며, 독일과 오스트리아-헝가리는 폴란드, 리투아니아의 독립 국가 건설을 보장한다.

4. 평화조약이 체결되는 즉시 독일군은 제3조에서 규정한 경계선의 서쪽으로 철수한다.

5. 러시아는 군부대를 포함한 모든 병력의 완전한 동원 해제를 실시한다.

6. 러시아는 폴란드, 리투아니아의 독립 정부 또는 공공기관에 대한 일체의 선전이나 선동을 중단한다. 러시아는 체포당하거나 추방당한 폴란드인, 리투아니아인을 모두 해방하고, 이들의 안전한 귀환을 보장한다.

7. 양측은 전쟁포로들을 석방하고 본국으로 안전한 귀환을 보장한다.

8. 러시아는 전쟁 비용에 대한 보상, 전쟁 수행에 대한 공공 지출, 전시 손실에 대한 보상, 전쟁 내에서 적국에 대한 징발을 포함해 동맹국과 그 국민에게 초래한 모든 손실에 대한 보상으로 금 60억 마르크를 배상한다. 단, 배상금은 조약 발효 1년 후부터 지불하며, 10년 만기 분할 상환한다.

9. 조약 당사국들의 외교 및 영사 관계는 평화조약의 비준에 따라 즉시 재개된다.

10. 공적이고 사적인 법률관계의 재확립, 전쟁포로의 교환, 억류된 민간인들의 교환, 상대방에게 귀속된 상선의 처리에 관한 문제는 이 조약과 동시에 체결될 별도의 조약으로 규정한다.

11. 이 조약은 독일어, 러시아어, 헝가리어, 불가리아어, 터키어로 기록한다.

12. 1918년 4월 10일에 평화조약을 발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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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레스트-리토프스크 조약 +3 24.08.30 827 1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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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레닌의 초대 +1 24.08.29 821 17 12쪽
8 러시아 소비에트 공화국 +1 24.08.29 830 19 12쪽
7 볼셰비키 혁명 +2 24.08.29 852 26 11쪽
6 적위대장 페치카 +1 24.08.29 868 21 11쪽
5 레닌의 러닝메이트 +3 24.08.28 917 20 11쪽
4 볼셰비키 입당과 트로츠키 +3 24.08.28 948 1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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