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머리 소련 빨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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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라니
작품등록일 :
2024.08.27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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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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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스탈린과 친구들

DUMMY

스탈린의 조만간 다시 놀러 오겠다는 인사는 빈말이 아니었다.


“페치카 동지. 저번에 마셨던 수정과라는 음료가 생각나서 찾아왔소. 한 잔 주실 수 있으시오?”


“들어오시지요, 스탈린 동지. 오신 김에 수정과를 마시며 서재에서 이야기라도 나누시지요.”


안 그래도 스탈린과 어떻게 다시 접촉할지 고민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스스로 찾아오니 어찌 반갑지 않으랴.

나는 스탈린을 반갑게 맞이하며 서재로 안내했다.


아내가 수정과를 내어왔다.

나는 스탈린은 커피 대신 수정과를 마시며 볼셰비키 혁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페치카 동지가 걸어온 혁명의 길이 궁금하오. 자세히 들려주실 수 있으시오?”


“저도 스탈린 동지께서 걸어오신 혁명의 길이 궁금합니다.”


“그럼 우리 둘 다 이야기를 풀어놓으면 되겠구려.”


나는 먼저 러시아 혁명에 동참하기 위해 군사정보를 넘긴 일부터 시작하여 사회민주노동당에 가입하자마자 무장봉기를 주장한 일, 10월 혁명 당시에 페트로그라드로 진격한 일에 대해 풀어놓았다.

내 이야기가 끝나자 이번엔 스탈린의 혁명 스토리가 시작되었다.


“나는 트발리시 신학교에서 처음으로 공산주의를 접했소. 트발리시 신학교는 조지아 문화 대신 러시아 문화를 강요하는 억압적인 학교였지. 여기서 처음으로 나는 혁명과 독립을 꿈꿨소. 시인으로도 활동했지. 데뷔작은 ‘달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작품으로 조지아에 대한 애국심을 강조하는 시였소.”


트로츠키는 스탈린을 가리켜 볼셰비키 혁명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은 무임승차자라고 비난했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10월 혁명 당시 스탈린이 뛰어난 활약을 보이지 못했던 것은 맞지만, 스탈린은 그보다 훨씬 일찍 볼셰비키의 일원으로서 활동했던 혁명가였다.


“나는 마지막 학기에 신학교를 자퇴했소. 그리고는 볼셰비키에 입당했지. 나는 프라우다의 편집장이 되어 러시아 인민에게 공산주의 혁명이 무엇인지를 알리는 역할을 맡았었소. 더불어 혁명자금 조달에도 앞장섰지. 지금 이야기하자면 부끄러운 과거요.”


스탈린은 러시아 사회민주노동당의 일간지 프라우다의 초대 편집장으로서 대중에게 혁명의 기치를 알렸다.

이때 많은 이들이 프라우다를 통해 공산주의에 대해 접하였고, 이러한 활동으로 스탈린은 러시아를 대표하는 혁명가로 떠오른다.


스탈린은 혁명 자금조달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여기서 혁명 자금조달이란 은행 강도질과 현금 수송차를 약탈하는 등의 범죄를 가리켰다.

당시의 인식으로 부르주아를 터는 것이 의적이라 여겨졌기에 스탈린은 스스로 의적이라 생각하며 자금조달에 임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활약으로 스탈린은 볼셰비키 중앙위원에 선출될 정도로 두각을 보였다.

그러나 스탈린의 혁명가 이력은 연이은 범죄로 7번이나 시베리아에 유배되며 반쯤 초기화된다.


“시베리아로의 연이은 유배는 나를 지치게 했소. 그러나 나는 혁명을 포기할 수 없었소. 그때마다 시베리아를 탈주해 다시 돌아왔지. 그러나 나를 쫓는 러시아군을 피해 혁명을 지속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소. 나는 코르닐로프가 쿠데타를 일으키고 나서야 사면령을 받고 페트로그라드에 돌아올 수 있었소.”


10월 형명 당시 명색의 전직 중앙위원이었음에도 혁명가들은 스탈린을 알아보지 못했고, 이를 보다 못한 레닌이 스탈린의 신원을 보증해주었을 정도였다.

이러한 산전수전을 다 겪은 스탈린은 10월 혁명 이후 개최된 인민위원회에서 최고위원으로 선출되며 볼셰비키 공식서열 3위의 권력자가 되었다.

볼셰비키 혁명가들에겐 스탈린이야말로 인생 승리의 표본이 아닐까?


현재 볼셰비키에서 언제든 레닌을 독대할 수 있는 사람이 딱 2명이 있었는데, 이들은 바로 트로츠키와 스탈린이었다.

이처럼 트로츠키와 스탈린은 이때부터 이미 다음 대권을 놓고 경쟁하는 사이였다.


갑작스러운 방문에도 불구하고 반갑게 맞이해주는 나를 자신의 세력으로 끌어들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을까?

며칠 후, 스탈린은 이번엔 러시아의 술 보드카를 들고 내 저택에 방문했다.


“페치카 동지. 오늘은 내가 보드카를 가져왔소. 함께 한 잔 어떠시오?”


“스탈린 동지와 함께라면 얼마든지 환영입니다. 저번에 말씀드렸던 조선의 술 막걸리도 준비하겠습니다. 함께 취해보시지요.”


“좋소. 마침 막걸리란 조선의 술도 궁금했소.”


서재엔 송이찜, 부추전, 도토리묵 등이 올라간 조선식 술상이 차려졌다.

막걸리도 한 주전자 가득 담겨 나왔다.

스탈린은 하나씩 차려지는 조선식 술상을 보더니 가져온 보드카를 구석에 숨겼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스탈린에게 막걸리 한 사발을 가득 따라주었다.


술이 있으니 역시 분위기가 달랐다.

서로가 걸어온 혁명의 길에 관해 진지하게 이야기하던 저번과 달리 이번엔 편하게 자신의 견해를 늘어놓았다.

술이 들어가고 취기가 올라오니 맨정신에는 하지 못했던 내용까지 이야기가 흘러갔다.


“페치카 동지, 들어보시오. 내가 이리 답답한데 어디 가서 하소연할 곳이 없소. 동지도 알다시피 나는 조지아인이오. 근데 내가 어찌 조지아의 독립을 바라지 않겠소? 그러나 지금 조지아가 독립해봐야 이 제국주의 시대에 무슨 방도로 살아남겠소? 저 제국주의 열강들의 식민지나 되지 않으면 다행이겠지.”


“스탈린 동지의 말이 옳습니다. 브레스트-리토프스크 조약으로 독립한 폴란드와 리투아니아도 현재 독일의 반식민지 상태이지 않습니까? 솔직히 유럽에서 러시아만큼 소수민족 핍박이 적은 나라도 없지요. 제국 시절에도 소수민족 출신의 관료가 꽤 많지 않았습니까?”


스탈린은 러시아 혁명이 터지자 이때다 싶어 줄줄이 독립을 선포하는 러시아의 소수민족들이 답답했다.

이는 러시아의 내부역량만 깎아 먹는 어리석은 짓이 분명했다.

조지아에서는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스탈린을 가리켜 변절자라 욕하는 이들도 있을 정도였다.


사실 조지아 출신의 혁명가 스탈린은 볼셰비키에서 민족문제에 가장 정통한 혁명가였다.

스탈린은 러시아 내 모든 민족이 자발적으로 혁명을 받아들이길 원했고, 그런 환경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었다.

수많은 소수민족 출신 혁명가들이 스탈린을 따른 것은 이러한 노력에 힘입은 것이었다.

볼셰비키가 독립을 원하는 민족들을 막무가내로 짓밟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소비에트 공화국을 건국하여 외양적으로나마 독립국의 모양을 갖추게 해준 것도 스탈린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결과였다.


“내 말이 그 말이오. 결국 저들은 독립해서 러시아 제국 시절보다 못한 삶을 살고 있지 않소. 저런 독립이 무슨 의미가 있소?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러시아 내 모든 민족이 연합할 때, 비로소 우리 소비에트 공화국이 저 제국주의 열강들을 몰아낼 수 있는 것을. 어찌 저들은 스스로 제국주의의 종이 되기를 자처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되오. 지금은 혁명의 기치 아래 모두 모여야 할 때인데 저 어리석은 놈들은 그것을 모르오.”


“그것은 저들이 귀족, 부르주아, 지주들이기 때문이지 않겠습니까. 단지 반혁명 분자들이 민족의 독립을 명분 삼았을 뿐입니다. 인민들은 반드시 혁명을 지지할 겁니다.”


스탈린은 일국사회주의를 주장한 혁명가다.

일국사회주의란 트로츠키의 영구혁명론과 대치하는 주장으로 세계적인 공산주의 혁명 없이도 사회주의 국가건설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일국사회주의라는 단어 자체는 훗날 트로츠키와의 권력투쟁에서 승리하여 스탈린이 소련 최고 권력자가 되었을 때부터 사용하지만 스탈린은 이때부터 이미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서양의 대중적인 이론인 민족자결주의와도 대치되었다.

스탈린은 민족의 자결보다 볼셰비키 중심의 혁명이 우선이었고, 이는 훗날 조지아인 스탈린이 누구보다 조지아의 독립을 짓밟는 이유였다.


대화는 대부분 스탈린이 이야기하고 내가 맞장구쳐주는 식으로 흘러갔다.

스탈린은 자신의 혁명이론을 이야기하며 내 반응을 떠보았고, 나는 마치 카멜레온처럼 스탈린의 혁명이론에 맞춰 그에 동조했다.

마치 트로츠키의 영구혁명론에 동조해주었던 그때처럼.


어쩌면 스탈린보다 스탈린을 더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바로 내가 아닐까?

스탈린은 나와 이야기를 나눌수록 나에게 호감을 보였다.


막걸리를 마시며 나눈 이야기가 너무 만족스러웠던 것일까?

스탈린은 이제 시도 때도 없이 내 저택을 방문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나의 가장 절친한 친우를 소개해주려고 데려왔소. 서로 인사하시오. 여기는 자타공인 러시아 최고의 경제학자 니콜라이 부하린 동지고, 여기는 최전선에서 혁명을 수호하고 있는 적위대장 표트르 페치카 동지요. 둘 다 나의 절친한 친우이니 괜히 거리 두지 말고 편하게 인사하시오.”


“러시아 최고의 대학 모스크바 대학을 졸업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부하린 동지를 이렇게 뵙게 되어 기쁩니다. 저는 페치카라고 합니다.”


“안녕하십니까. 니콜라이 부하린이라고 합니다. 페치카 동지에 대해서는 이미 코바에게 많이 들었습니다.”


니콜라이 부하린.

‘신경제정책’으로 오랜 전쟁과 볼셰비키의 삽질로 엉망이 된 러시아 경제를 정상으로 만드는 혁명가.


“오늘은 또 다른 동지를 소개해주겠소. 이 친구는 우크라이나인으로 페치카 동지처럼 러시아 제국군에서 복무했던 친구요. 나와는 스톡홀름에서 열렸던 제4차 볼셰비키 대회에서 같은 방은 쓰며 인연이 닿았지. 보로실로프 동지요.”


“만나 뵈어 반갑습니다. 적위대장 표트르 페치카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소이다. 클리멘트 보르실로프라 하오. 현재는 우크라이나 소비에트 공화국에서 임시정부 수반을 맡고 있소이다.”


클리멘트 보로실로프.

소련 적군의 최초 5원수 중 하나이자 스탈린의 대숙청 이후 붉은 군대의 넘버원이 되는 자.


“여기 이 친구는 나도 사귄 지 얼마 되지 않은 친구요. 기마 민족 카자크 출신의 부됸니 동지요. 이 친구는 카자크인으로 구성된 용기병 연대에서 14년을 구른 친구요. 병사들 사이에 신망이 얼마나 높았던지 지휘관을 선임하는 투표에서 거의 만장일치에 가까운 표결을 얻었다고 자랑하더군.”


“안녕하십니까. 적위대장 표트르 페치카라고 합니다. 카자크 용기병의 용맹함은 군 장교 시절 익히 들은 바 있습니다.”


“안녕하시오. 세묜 부됸니라고 하오. 혁명에 긍정적인 카자크인들을 이끌고 있소.”


세묜 부됸니.

소련 적군의 최초 5원수 중 하나이자 소련 최고의 기병 사령관.


스탈린은 나에게 자신의 친우를 한 명씩 소개해주었다.

이들은 모두 나도 잘 알고 있는 미래의 거물이었다.

이는 분명 나도 스탈린의 친우 중 하나가 되어달라는 구애가 틀림없었다.


스탈린의 구애는 매우 효과적이었다.

특히 소련의 미래를 알고 있는 나에게는 더더욱 말이다.


난 역사책에 이름을 남긴 거물들을 소개받으며 결심했다.

나도 저들 중 하나가 되겠다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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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러시아 내전 +3 24.08.31 819 17 11쪽
16 시베리아 출병 +1 24.08.31 810 16 11쪽
» 스탈린과 친구들 24.08.30 854 16 11쪽
14 모스크바 천도와 조선의 맛 +2 24.08.30 855 19 12쪽
13 체코슬로바키아 군단 +1 24.08.30 831 1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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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적위대장 페치카 +1 24.08.29 868 21 11쪽
5 레닌의 러닝메이트 +3 24.08.28 917 2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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