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머리 소련 빨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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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라니
작품등록일 :
2024.08.27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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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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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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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병식과 적기훈장 수훈

DUMMY

1919년 10월 1일.

러시아 소비에트 공화국 모스크바, 붉은 광장.


땡~ 땡~ 땡~


이반 3세가 몽골의 지배에서 벗어난 것을 기념하여 세운 스파스카야 탑에서 승전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수많은 모스크바 시민들이 참관하는 가운데 붉은 광장에서 전승 기념 열병식이 거행되었다.


가장 먼저 군악대가 장엄한 행진곡을 연주하며 열병식의 시작을 알렸다.

이어서 옛 적위대 출신으로 구성된 의장대가 낫과 망치가 그려진 볼셰비키의 깃발을 들고 붉은 광장을 가로질러 멋지게 행진했다.

그리고 자타공인 러시아 내전 최고의 전쟁영웅인 내가 자동차를 타고 의장대의 뒤를 따르며 붉은 광장을 가득 메운 병사들을 사열했다.


“인민위원장 동지를 향하여 받들어 총!”

“충성!”


나는 볼셰비키 적군을 대표하여 레닌에게 경례하는 영예를 누렸다.

나의 경례에 이어 붉은 광장을 가득 메운 병사들이 일제히 경례했고, 그 소리는 붉은 광장 넘어 모스크바 전역까지 퍼져나갔다.


다음 순서로는 군악대의 연주에 맞춰 볼셰비키 적군의 군가 ‘붉은 군대는 가장 강력하다!’를 제창했다.


- 붉은 군대는 가장 강력하다!


백군과 검은 남작이

차르의 옥좌를 다시 준비하려 한다.

그러나 타이가에서 영국의 바다까지

붉은 군대는 가장 강력하다!


바로 그렇게 붉은 군대여,

당신의 억센 손으로 총검을 힘차게 쥐어라.

그리고 우리 모두는 멈추지 않고

마지막 죽음의 결전으로 나아가야 한다!


볼셰비키 적군의 군가 ‘붉은 군대는 가장 강력하다!’는 적백내전 중에 작곡된 곡으로, 군가를 조금만 분석하자면 검은 남작은 남러시아 백군의 수장 표트르 브란겔 남작을 가리키는 별명이다.

타이가에서 영국의 바다까지는 한국으로 치면 대충 백두에서 한라까지 정도로 받아들이면 되고, 후렴구의 억센 손은 노동자들의 억센 손을 묘사하는 표현이다.

이처럼 ‘붉은 군대는 가장 강력하다!’는 볼셰비키 적군의 굳은 의지와 강력함을 강조하는 곡이다.


군가는 1절부터 4절까지 이어서 제창되었고,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1절을 제창하며 마무리되었다.

군가 제창이 끝난 후, 이어서 훈장 수여식이 거행되었다.


훈장이란 본디 황제의 칙령에 따라 수여되는 것으로 수훈 대상은 보통 근세 모든 유럽국가가 그러하듯 장교로 한정되었다.

훈장이 수여되면 작위도 함께 수여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므로, 혁명에 성공한 볼셰비키 정권은 이를 귀족적이고 권위적인 상징물로 판단하여 훈장 제도를 전면 폐기하였다.

그러나 러시아 내전에 승리한 볼셰비키 정권은 혁명을 위해 헌신한 군인들을 수훈할 훈장의 필요성을 느꼈고, 이에 따라 ‘적기훈장’이 새롭게 제정되었다.


“페치카 동지는 뛰어난 사명감으로 맡은 바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타인의 모범이 되며 볼셰비키 혁명 완수에 이바지한 바가 지대하므로 그 공적을 기념하여 적기훈장을 수훈한다. 1919년 10월 1일. 인민위원장 블라디미르 레닌.”


나를 포함하여 스탈린, 보로실로프, 부됸니, 블류헤르 등 러시아 내전에서 뛰어난 공훈을 기록한 11명의 정치장교 또는 군장교에게 적기훈장이 수훈되었다.

이는 사실상 소련 최초의 훈장이었다.


훈장 수여식 후, 열병식의 마지막 순서로 레닌의 연설이 이어졌다.

레닌은 열병식에 참석한 장병들과 모스크바 시민들에게 볼셰비키 혁명의 정당성을 역설하며,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선포했다.


“동지 여러분, 오늘은 혁명의 승리를 기념하는 뜻깊은 날입니다. 우리는 노동자, 농민, 병사, 인민의 단결된 힘으로 자본가와 지주, 그리고 그들의 앞잡이들을 물리치고, 러시아를 노동자와 농민의 나라로 만들었습니다.

이 승리는 결코 쉬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내전의 참화를 겪어야 했고, 수많은 동지들을 잃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혁명의 당위성을 믿었고, 그 신념을 바탕으로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그렇다면 볼셰비키 혁명의 당위성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억압에 대한 노동자와 농민의 저항입니다. 러시아 제국은 노동자와 농민을 착취하고 억압하는 체제였습니다.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 조건 속에서 고통받았고, 농민들은 빈곤과 기근에 시달렸습니다. 우리는 노동자와 농민의 권리를 위해 싸웠고, 결국 승리했습니다.

볼셰비키 혁명의 당위성은 또한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의지입니다. 우리는 낡은 자본주의 사회를 타파하고, 새로운 사회주의 사회를 건설했습니다. 우리는 노동자와 농민이 평등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싸웠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혁명을 승리로 이끌었지만, 아직 갈 길은 멉니다. 우리는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는 노동자와 농민의 권리를 지키고, 평등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힘써야 합니다.

동지 여러분, 우리 모두 함께 새로운 사회를 건설합시다. 노동자와 농민의 단결된 힘으로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갑시다. 우리가 바로 새 시대의 주인입니다!”


역시 레닌이다.

볼셰비키의 지도자 자리는 포커를 쳐서 딴 자리가 아니구나.

레닌의 연설은 열정적이었고, 그의 말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레닌의 연설을 들은 모스크바 시민들은 열렬한 박수를 보냈다.

그들은 레닌의 연설을 통해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실감했고, 새로운 사회에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었다.


나 또한 레닌의 열정적인 연설을 듣고 있자니 가슴이 뜨거워졌다.

나도 이제 정말 빨갱이가 다 됐구나.

나는 연설을 마치고 숨을 고르고 있는 레닌을 향해 힘차게 외쳤다.


“혁명을 위해! 노동자와 농민의 나라를 위해! 전진하라! 우라!!!”

“우라! 우라! 우라!!!”


펑~ 펑~


장병들의 우라 삼창에 이어 예포가 터지며 이날의 전승 기념 열병식은 마무리되었다.


“각 부대 위치로 이동!”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부대 행진!”


열병식 맨 앞에 선 나의 구령에 따라 부대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정렬했다.

그러고는 곧 부대 행진이 시작되었다.

드럼을 연주하는 군악대와 열병식을 시작할 때 붉을 광장을 가로질렀던 의장대를 선두로 하여 러시아 내전에서 전공을 세운 부대들이 뒤따랐다.

폴란드 전선과 시베리아 전선에서 내가 직접 지휘했던 부대가 여럿 포함되어 있었고, 평양 전투에서 큰 전공을 세운 홍범도의 한인 부대도 포함되어 있었다.


보병 부대의 행진이 끝나자 기병부대가 그 뒤를 따라 행진했다.

기병 부대 행진의 주인공은 제1기병군 사령관 세묜 부됸니였다.

세묜 부됸니는 폴란드 전선과 남러시아 전선에서 활약한 전공을 바탕으로 볼셰비키 최고의 기병 사령관으로 떠올랐다.


기병에 이어 포병, 공병 등 다양한 병과가 행진을 펼쳤다.

장병들은 모두 붉은 군복을 입고, 늠름한 모습으로 행진했다.


마지막으로 기갑 부대의 행진이 이어졌다.

러시아 내전 동안 노획한 전차들이 주를 이뤘고, 머리 위로는 전투기도 날아다녔다.

그렇게 볼셰비키 적군은 모스크바 시내를 한 바퀴 행진하며 러시아 내전에서 승리한 강력한 군사력을 뽐냈다.


물론, 아직도 곳곳에서 국지적인 전투는 벌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더이상 볼셰비키 정권을 위협할 세력은 없었다.

러시아 내전에 개입했던 제국주의 열강도 모두 물러났다.


이러한 결과를 맞이하기까지 최고 공훈자는?

누가 뭐래도 나 최운학이야!

부정할 수 있는 사람 있어? 없지?

이는 볼셰비키 인민위원장도, 영구혁명론의 귀신도, 미래의 숙청왕도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그렇다.

나 최운학은 이제 전 세계가 주목하는 빨갱이, 아니 공산주의 혁명가가 되었다!

이것이 바로 내가 러시아 제국군 대위 최운학으로 눈뜬지 2년 만에 이룬 성과다.


*


그날 저녁, 열병식이 마쳐지고 전승 기념파티가 이어졌다.

러시아 제국 시절 귀족들의 파티처럼 화려한 파티는 아니었지만, 적기훈장 수훈자와 볼셰비키 고위 관료들을 위한 파티장이 마련되어 있었다.


“페치카 동지. 지주, 부르주아, 제국주의자 등 혁명을 무너뜨리려는 반혁명 세력에 맞서 볼셰비키 혁명을 수호하느라 수고했네. 동지가 있었기에 저들의 반혁명 시도를 모두 물리치고 지금의 볼셰비키 정권이 있을 수 있었네. 과연 페치카 동지야말로 혁명의 영웅이라 불릴 자격이 있지 않겠나?”


“과분한 말씀이십니다. 저는 그저 혁명의 거대한 물결 속에서 흔들리는 작은 나뭇가지에 불과합니다. 볼셰비키 혁명에 저란 존재는 누구든 대체할 수 있는 하나의 부속품에 불과함에도 이처럼 큰 명예를 허락하여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하하. 페치카 동지 특유의 겸손함은 항상 들어도 적응이 되지 않아. 혁명의 영웅이라 불리는 페치카 동지가 하나의 부속품에 불과하면 나 레닌도 하나의 부속품에 지나지 않겠군?”


레닌은 수훈자들과 함께 하는 자리에서 직접 내 어깨를 두드리며 나의 공적을 치하했다.

그러나 나는 레닌의 농담에 등골이 오싹해질 뿐이었다.


나를 가리켜 혁명의 영웅이라고?

프랑스 혁명의 영웅 나폴레옹이 연상되는 게 나만의 착각은 아니겠지?

거기에 뭐 레닌 자신도 하나의 부속품에 지나지 않겠냐고?

이건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말에 뼈가 있다.


“존경하는 레닌 동지께 제가 어찌 그리 무례한 언사를 내뱉겠습니까? 레닌 동지께서는 소비에트 국가와 볼셰비키 혁명의 기틀을 마련하신 위대한 혁명의 선구자이십니다. 동지의 탁월한 리더십과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노동자 계급이 억압과 착취로부터 해방되었고, 마침내 새로운 시대가 열렸습니다. 저는 동지의 가르침과 숭고한 이상을 깊이 존경하고 있습니다.”


레닌은 결코 인자한 지도자가 아니다.

레닌은 볼셰비키 혁명 직후 정치경찰 체카를 수립했다.

체카는 이른바 적색 테러라고 알려진 반혁명 정치인 암살, 즉결 재판과 총살 등 무자비하고 잔인한 처형으로 반혁명 세력을 단속하여 러시아 내전 승리에 크게 공헌했다.


이런 점을 통해 바라보면 레닌은 볼셰비키 혁명 완수를 위해 그 어떤 희생도 감수할 수 있는 혁명가였다.

그 어떤 희생에 나는 예외일 것이란 생각 자체가 오만이지.

아무래도 당분간은 사릴 필요가 있겠다.

내 목숨은 2개가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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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소비에트 연방 설립 +2 24.09.11 739 23 11쪽
» 열병식과 적기훈장 수훈 +1 24.09.10 764 24 11쪽
31 철군과 몽골 혁명 +4 24.09.09 812 22 11쪽
30 조선인 이주계획 +4 24.09.08 807 19 11쪽
29 평양 강화 회의 +3 24.09.07 824 2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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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개성 방어선 +6 24.09.05 805 23 11쪽
26 평양 전투 +3 24.09.04 819 19 10쪽
25 조선 진군 +4 24.09.03 862 23 12쪽
24 1919년 3월 1일 +3 24.09.02 852 19 11쪽
23 극동 소비에트 공화국 +1 24.09.02 811 18 11쪽
22 시베리아 임시정부 +2 24.09.01 809 15 11쪽
21 남러시아 백군 +1 24.09.01 778 1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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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독일 혁명 +1 24.08.31 785 16 12쪽
17 러시아 내전 +3 24.08.31 820 17 11쪽
16 시베리아 출병 +1 24.08.31 810 16 11쪽
15 스탈린과 친구들 24.08.30 854 16 11쪽
14 모스크바 천도와 조선의 맛 +2 24.08.30 855 19 12쪽
13 체코슬로바키아 군단 +1 24.08.30 831 17 11쪽
12 독립운동가 최재형 +1 24.08.30 846 19 11쪽
11 브레스트-리토프스크 조약 +3 24.08.30 827 16 11쪽
10 레닌의 초대 (2) 24.08.29 851 18 11쪽
9 레닌의 초대 +1 24.08.29 822 17 12쪽
8 러시아 소비에트 공화국 +1 24.08.29 831 19 12쪽
7 볼셰비키 혁명 +2 24.08.29 853 26 11쪽
6 적위대장 페치카 +1 24.08.29 869 21 11쪽
5 레닌의 러닝메이트 +3 24.08.28 917 20 11쪽
4 볼셰비키 입당과 트로츠키 +3 24.08.28 948 19 11쪽
3 나는 소비에트를 지지한다 +1 24.08.28 993 21 11쪽
2 러시아 제국군 대위 최운학 +3 24.08.28 1,064 2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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