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머리 소련 빨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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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라니
작품등록일 :
2024.08.27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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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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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슬로바키아 군단

DUMMY

강화 협상에 대한 논의 이후, 레닌은 정말로 종종 나를 초대했다.


“페치카 동지. 우수리스크는 잘 다녀왔는가?”


“레닌 동지께서 배려해주셔서 편히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레닌 동지를 초대해 고향의 음식도 대접하고 제 가족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페치카 동지의 초대라면 꼭 시간을 내어보도록 노력해보지.”


레닌은 나를 초대하여 볼셰비키 혁명정부에서 시행하는 주요 정책에 대해 내 의견을 물어왔고, 이에 나는 성심성의껏 답했다.

레닌은 그저 내 의견을 참고하는 정도였으나 이는 내게 큰 이득을 가져다줬다.


먼저 나는 이를 통해 볼셰비키 혁명정부의 주요 정책에 간접적으로나마 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

그리고 사실 이보다 더 큰 이득은 내가 볼셰비키 혁명 이후에도 종종 레닌과 함께 시간을 가진다는 사실이 소문났다는 것이다.


덕분에 볼셰비키 내에서 대놓고 나를 적대하는 인물이 사라졌다.

오히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친한 척하는 이들이 너무 많아져서 곤란할 정도랄까?

아무튼 이는 볼셰비키 내에서 나의 영향력을 크게 높여 주었다.


“현재 체코슬로바키아 군단의 처우 문제로 인민위원회가 시끄럽네.”


내가 우수리스크에서 돌아오길 기다렸다는 듯 레닌은 오늘도 또 하나의 난제를 들고 왔다.


체코슬로바키아 군단.

러시아군의 포로로 잡힌 체코인, 슬로바키아인으로 구성된 군단급 부대로 약 5만 명의 최정예군단이다.

이들은 1차 대전에서 러시아 제국군 소속으로 체코슬로바키아의 독립을 위해 독일과 오스트리아와 맞서 싸우며 수많은 공을 세운 장본인들이다.

그런데 어라? 러시아에서 혁명이 일어나더니 자기 혼자 1차 대전에서 쏙 빠져버렸네?

러시아가 동맹국과 단독강화를 맺고 적대행위를 중단하자 러시아 제국군 소속인 체코슬로바키아 군단은 그 위치가 붕 뜨게 되어버렸다.


“체코슬로바키아 군단은 이제 프랑스 외인부대에 가담하여 서부전선에서 독일과 맞서길 원하네. 그들의 독립을 향한 열망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니 우리도 이를 흔쾌히 수락했지. 그러나 문제는 이들을 어떤 경로로 프랑스에 보내냐는 것이냐는 것이네. 프랑스는 우리와 육로로 연결되어있지 않아 해로로 보내야 하는데, 현재 프랑스로 향하는 해로가 모두 동맹국에 의해 막혀 있잖은가.”


러시아에서 프랑스로 향하는 해로는 크게 3가지가 있다.

발트해를 통과하는 해로, 흑해와 지중해를 통과하는 해로, 북극해를 통과하는 해로.

이 중에서 발트해의 경우 독일의 내해나 다름없는 지역을 통과해야 했고, 흑해도 오스만 제국의 수도 이스탄불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보스포루스 해협을 통과해야만 했다.

마지막으로 남은 해로는 북극해뿐인데 북러시아 지역은 썩 좋은 항구도 없었고, 하필 러시아 제국의 동군연합이었던 핀란드 대공국이 러시아 제국의 붕괴로 함께 무너지면서 신생 핀란드의 국가주도권을 두고 내전이 벌어진 상태였다.


“그리하여 현재 인민위원회에서는 체코슬로바키아 군단을 시베리아횡단철도를 통해 블라디보스토크로 보내버리는 것이 어떻냐는 의견이 나왔네. 태평양을 건너 미국으로 보내겠다는 거지.”


이 의견대로라면 체코슬로바키아 군단은 프랑스에 도착하기까지 거의 지구를 한 바퀴 돌아야 한다.

시베리아를 횡단하고, 태평양을 건너, 아메리카 대륙을 횡단하고, 대서양까지 건너야 비로소 프랑스에 도착할 수 있다.

뭐, 누가 들어도 미친 일정이지만 체코슬로바키아 군단의 어려움이야 딱히 내 알 바 아니니 넘어가고.


문제는 체코슬로바키아 군단이 현재 러시아 내에서 가장 잘 단련되고 잘 조직된 무장 세력이라는 점이었다.

그것도 군단급 세력이었기에 이들이 러시아 내에 방치되다가 또는 이동하다가 반 볼셰비키 백군에 가담하면 내전의 판세가 뒤집힐 수 있었다.

특히 볼셰비키 내에서는 협상국이 체코슬로바키아 군단의 보호를 명목으로 내전에 개입해 혁명을 무너뜨릴 수도 있을 것이라는 의심이 팽배했다.

볼셰비키는 이러한 이유로 체코슬로바키아 군단을 상당히 두려워하고 있었다.


“페치카 동지는 최근에 시베리아횡단철도를 타고 우수리스크까지 다녀왔지 않은가. 어떻게 하면 체코슬로바키아 군단을 아무런 사건 사고 없이 무사히 블라디보스토크로 이송할 수 있겠는가?”


레닌이 가져온 난제에 나는 고민에 빠졌다.

내가 아는 역사대로라면 체코슬로바키아 군단의 블라디보스토크 이송은 최악의 결과를 가져온다.


역사에서 체코슬로바키아 군단은 레닌이 주선한 경로에 따라 시베리아횡단철도를 통해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한다.

체코슬로바키아 군단을 두려워한 볼셰비키는 그들을 무장해제하고 철저한 감시 아래 이송시켰다.

그러나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하던 체코슬로바키아 군단과 독일의 포로 송환 요청에 따라 본국으로 송환되던 헝가리인 포로들이 첼랴빈스크에서 맞닥뜨리며 사건이 발생했다.


상식적으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지배 민족인 헝가리인 포로들, 그리고 그들의 피지배 민족인 체코슬로바키아 군단이 사이가 좋을 리 만무했다.

이는 마치 일본 제국군과 조선 독립군이 맞닥뜨린 것과 같은 상황이었다.

분위기는 곧바로 험악해지고, 양측의 물리적인 충돌이 발생했다.


여기서 사태를 중재하기 위해 개입한 볼셰비키가 실수 아닌 실수를 하는데, 이미 강화 조약을 맺고 포로 송환 중인 헝가리인 포로들은 어찌하지 못하고 문제를 일으킨 체코슬로바키아 군단의 병사만을 체포해 총살해버렸다.

체코슬로바키아 군단은 이런 볼셰비키의 행태에 폭발하여 시베리아횡단철도를 장악하고 반 볼셰비키 백군 편에 서서 러시아 내전에 가담해 버린다.


이로써 체코슬로바키아 군단은 블라디보스토크까지 늘어선 철도와 보급선을 지키면서 시베리아 지역 백군의 가장 강력한 군사 집단이 된다.

그리고 볼셰비키의 걱정처럼 체코슬로바키아 군단의 보호를 명분으로 7만의 일본군, 1만 5천의 미국군, 6천의 캐나다군, 8백의 영국군, 1천4백의 이탈리아군, 그리고 1백의 프랑스군이 차례로 블라디보스토크에 입항해 협상국의 간섭전쟁이 시작된다.


이런 최악의 사태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레닌 동지. 제 의견을 물어보신다면 저는 체코슬로바키아 군단을 블라디보스토크로 이송하는 것 자체를 반대합니다. 시베리아횡단철도는 너무 길어 모든 부분을 일일이 통제하기가 매우 힘들며, 이송하던 중에 어떤 사건 사고가 발생하면 대처할 수 있는 방도도 마땅치 않습니다.”


“그러나 시베리아횡단철도가 아니면 다른 방법이 없잖은가? 페치카 동지에겐 체코슬로바키아 군단을 프랑스에 합류시킬 다른 방안이라도 있나?”


나는 애당초 체코슬로바키아 군단을 블라디보스토크로 보내는 계획부터 문제가 많았다고 생각한다.

페트로그라드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이르는 기나긴 노선을 아무 사건 사고 없이 통제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오만이 아닐까?


그러면 체코슬로바키아 군단이 프랑스로 향하는 다른 길은 없을까?

해로는 다 막혔으니까 육로를 찾아봐야 하는데.

독일을 거칠 수도 없고, 오스만을 거칠 수도 없고.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가 자리한 스칸디나비아반도는 어떨까?


“체코슬로바키아 군단을 육로로 노르웨이의 항구도시 스타방에르로 향하게 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거기서 영국이 제공하는 함선을 타고 프랑스로 향하면 금방이지 않습니까.”


“핀란드와 스웨덴을 거쳐서 말인가? 하지만 스웨덴과 노르웨이는 중립국이지 않나? 그들이 길을 빌려주겠나?”


“그 문제야 영국에게 알아서 해결하라고 맡기면 되지 않겠습니까? 영국이 그들에게 어떠한 이권을 주고 길을 빌리든, 아니면 군사적으로 압박하여 강제로 길을 열든 솔직히 우리의 알 바 아니지 않겠습니까. 스웨덴과 노르웨이의 길을 빌리지 못해 체코슬로바키아 군단이 프랑스로 갈 수 없다면 우리는 모든 책임을 영국에게 떠넘기면 그만입니다.”


독일 해군은 영국 해군의 해상 봉쇄로 발트해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즉, 발트해만 피해서 돌아가면 체코슬로바키아 군단은 아무 문제 없이 프랑스에 도착할 수 있다는 소리다.

노르웨이의 항구도시 스타방에르에서 출발해 북해를 통과하는 해로가 바로 그런 해로가 아니겠는가.


스웨덴이랑 노르웨이에 좀 미안하지만 어쩌겠나?

원래 세계대전에서 중립이란 게 별로 존중되지 못하는 법이다.

그리고 솔직히 스웨덴이나 노르웨이나 둘 다 친독에 가까운 중립이라 그다지 양심의 가책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체코슬로바키아 군단은 이제 우리 러시아군 소속이 아니라 프랑스 외인부대 소속이지 않은가.

체코슬로바키아 군단이 스칸디나비아반도를 통과하며 일어나는 모든 사건 사고는 우리 러시아와 아무 관계도 없는 일이다.


“그러면 반 볼셰비키 백군이 국토의 80%를 장악하고 있는 핀란드는 어떻게 하나? 독일의 지원을 받는 핀란드 백군이 체코슬로바키아 군단의 통행을 허락할 리가 없잖은가.”


“이는 체코슬로바키아 군단이 자력으로 해결할 문제이지 않겠습니까. 첩보에 따르면, 핀란드 백군의 전체 병력이라고 해 봐야 훈련되지 않은 민병대 8~9만 정도가 전부입니다. 체코슬로바키아 군단의 힘이면 어렵지 않게 뚫고 지나갈 수 있을 겁니다.”


고국으로 돌아가는 최정예 체코슬로바키아 군단을 겨우 민병대 수준인 핀란드 백군이 막아선다?

장담컨대 이는 패망의 지름길이다.

체코슬로바키아 군단도 지구 한 바퀴를 도는 미친 일정보다는 이쪽을 훨씬 반길걸?


“그렇군. 오늘도 고견 고맙네. 많은 도움이 되었어.”


“제 부족한 소견이 레닌 동지께 도움이 되어 다행입니다.”


“다음엔 꼭 페치카 동지의 저택에 초대해주게.”


“언제든 말씀만 주시면 만찬을 준비하고 기다리겠습니다.”


며칠 후.

체코슬로바키아 군단이 노르웨이의 항구도시 스타방에르로 향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로 인해 볼셰비키 혁명정부는 크게 세 가지 이득을 챙겼다.


첫째, 나만 아는 역사지만 체코슬로바키아 군단이 백군에 가담하는 일이 없어졌다.

이것만 해도 열심히 입을 떠든 보람이 있구만!

볼셰비키야 고마운 줄 알아!

너희는 모르겠지만 덕분에 시베리아 전선이 한층 더 수월해졌다고!


둘째, 핀란드의 반 볼셰비키 백군이 체코슬로바키아 군단을 막아서다 쓸려나갔다.

핀란드 백군은 독일의 지원을 받고 있었기에 체코슬로바키아 군단의 통행을 허락할 수 없었고.

체코슬로바키아 군단은 그들의 앞길을 막아선 이들을 공격하는 것에 아무 거리낌이 없었다.

이것이 바로 동양의 전법 이이제이라고 하는 거야!

이로 인해 핀란드 내전에서 친 볼셰비키 적군의 승리가 굳어졌다.


셋째, 협상국의 북러시아 침공이 사라졌다.

체코슬로바키아 군단의 호송이 더 중요한 문제라 여긴 걸까?

본래 이즈음 영국함대가 북러시아 지역을 침공하고 점령해야 하는데 아무 소식이 없다.

북러시아 지역은 영국군이 직접 주둔하던 지역이라 러시아 내전의 막바지가 되어서야 탈환에 성공하는데, 아예 침공이 사라졌으니 이는 볼셰비키에 엄청난 호재라 볼 수 있었다.

아, 물론 이것도 나만 알고 있는 역사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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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시베리아 출병 +1 24.08.31 811 1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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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코슬로바키아 군단 +1 24.08.30 832 1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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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러시아 소비에트 공화국 +1 24.08.29 831 19 12쪽
7 볼셰비키 혁명 +2 24.08.29 853 2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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