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머리 소련 빨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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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라니
작품등록일 :
2024.08.27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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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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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에트 연방 설립

DUMMY

나는 레닌의 경고에 바짝 엎드리며 레닌의 기분을 살폈다.

이러한 내 대처에 레닌의 의심이 조금은 가신 걸까?

레닌은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농담일세. 농담. 그래도 혁명의 영웅이 날 그리 생각해준다니 고맙기 그지없군. 정말 트로츠키 동지가 페치카 동지의 겸손함을 반의반이라도 좀 배웠으면 아무 걱정거리가 없을 것 같은데 말이야. 그러고 보니 요즘 페치카 동지와 트로츠키 동지는 사이가 예전 같진 않지?”


“그렇게 되었습니다. 최근 들어 서방 전선에서도 동방 전선에서도 여러모로 충돌이 많았잖습니까. 그래도 이제 저도 다시 모스크바에 돌아왔으니 천천히 관계를 회복해 볼 생각입니다.”


레닌은 내심 후계자로 내정한 트로츠키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트로츠키는 특유의 오만한 성정으로 볼셰비키 서열 2위의 막강한 권력에도 불구하고 여러 볼셰비키 지도자들과 불화를 겪고 있는 상태다.

이는 나와의 관계도 마찬가지로, 친근했던 혁명 초기와는 달리 트로츠키는 거리낌 없이 나를 민족주의자라 비난하고 다녔다.


뭐, 내 행보를 보자면 민족주의자란 말이 틀린 말은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저렇게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다니면 친하게 지내고 싶어도 방법이 없잖아.


이러니까 내가 장차 레닌의 후계자로 스탈린을 지지하지 않고 배기냐고.

물론 스탈린이 역사상 승리자라는 점이 더 큰 이유이긴 하지만.


“페치카 동지, 동지가 세운 공훈에 대한 보상으로 따로 원하는 것은 없나? 볼셰비키 혁명 노선에 어긋나지만 않는다면 뭐든 하나 동지가 원하는 바를 들어주고 싶은데 말이야.”


“적기훈장만으로도 이미 넘친 보상을 받았습니다만, 그래도 혹시 하나 더 기회가 된다면 조선인의 소비에트 공화국 건설에 도움을 받고 싶습니다.”


“조선인의 소비에트 공화국? 그러고 보니 페치카 동지가 고향땅에서 이를 외치고 다녔단 보고를 들은 기억이 나는군.”


응? 보고를 들어? 누구로부터?

스탈린이 보고했나?

그럴 수도 있긴 한데...


하지만 오늘 말하는 낌새로 보아하니 그렇게 좋은 의미의 보고는 아닌 것 같다.

아무래도 체카로부터 보고를 들은 것 같은데?


그럼 체카는 왜 나에 대한 보고를 레닌에게 올리는 거야?

나는 항상 언행을 조심해왔고, 레닌은 이런 나의 모습을 굉장히 좋아했었다.

볼셰비키 혁명 당시에도, 적위대장의 직무를 수행할 당시에도, 국방차관으로서 전쟁터를 전전할 당시에도 나는 레닌에게 의심을 받을 행동은 일절 하지 않았다.


딱 하나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면... 내 임의로 진행한 조선 진군?

그래도 이 또한 무리하게 진군하지 않으려고 얼마나 노력했는데?

마음 같아서는 서울까지 진군해서 조선 전체를 독립시키고 싶었다고.


내 나름은 처신을 잘한다고 했으나 어찌 되었든 내 임의로 군사를 진군시킨 점이 레닌의 의심을 불러일으킨 것 같다.

아까부터 혁명의 영웅이라고 하는 점도 그렇고, 아무래도 레닌은 내가 군사쿠데타를 일으킬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 분명하다.

이게 이렇게 스노우볼이 굴러온다고?


아니, 전쟁하다 보면 현장 지휘관이 융통성을 좀 발휘할 수도 있지!

내가 볼셰비키 혁명 노선에 반하는 행동을 한 것도 아니잖아?

전 세계로 혁명을 전파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 아니었냐고.

조선에도 혁명 좀 배달할 수 있는 것 아냐?


그래도 체카의 조사 결과 아직은 혐의점이 없다고 결론이 난 걸까?

레닌은 내가 요청한 조선인의 소비에트 공화국 건설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해주었다.


“그러고 보니 인민위원회에서 스탈린 동지가 조선인의 소비에트 공화국 건설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던 것 같기도 하군. 페치카 동지랑 스탈린 동지 둘이 친하긴 한가봐?”


“레닌 동지께서 친히 소개해주신 인연이 아닙니까? 그 후에 서로 왕래하며 친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평양 협상에서 스탈린 동지께서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그렇구만. 혁명의 동지끼리 친하게 지내면 좋은 일이지. 모스크바에 돌아온 김에 스탈린 동지랑 함께 페치카 동지의 자택에 한 번 더 초대해주게. 오랜만에 조선의 음식도 맛보고 싶구만.”


“영광입니다! 언제든 방문해주십시오. 말씀만 주시면 동지를 맞을 준비를 해놓겠습니다.”


스탈린은 레닌이 직접 소수민족 출신끼리 친하게 좀 지내보라고 소개해 준 인연이다.

그때만 하더라도 나나 스탈린이나 볼셰비키 내에서 은근 배척받는 분위기였지.

물론 레닌의 신뢰 아래 우리 둘 모두 권력의 중추에 오르긴 했지만.


나보다 일찍 귀국한 스탈린이 이미 조선 소비에트 공화국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나 보다.

은근 힘 좀 써주고 있었나 보네?

고마워 형, 나도 형의 다음 대권을 위해 힘써 줄게.


그나저나 레닌도 스탈린이 다음 정권을 노린다는 사실을 모를 리는 없을 텐데.

거기에 대한 견제는 별로 없는 모양이다.

그건 뭐 원역사에서도 비슷하긴 했지?


“말이 좀 샜군. 이번에 페치카 동지가 일본으로부터 할양받은 땅을 극동 소비에트 공화국에 합병하면서 조선인의 인구가 많이 늘긴 했지?”


“그렇습니다. 평양 조약으로 300만에 가까운 조선인이 극동 소비에트 공화국으로 이주하거나 편입되었습니다. 거기에 더불어 기존에 극동 지방에 살고 있던 조선인도 50만에 가깝습니다.”


“그러면 대략 350만의 조선인이 우리 러시아 땅에 살고 있다는 이야긴데. 이 정도의 인구수면 조선인은 이미 러시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민족이군.”


“그렇습니다. 극동 소비에트 공화국의 인구만 생각하면 이미 조선인의 인구는 과반수를 넘었습니다.”


“좋아. 이 정도로 많은 조선인이 우리 혁명을 받아들였다면 형평성을 고려해서라도 독립 소비에트 공화국이 건설되는 것이 맞긴 하겠어. 내 최대한 긍정적으로 고려하여 보겠네.”


레닌의 긍정적 고려?

이러면 이미 이 문제는 끝났네.


이미 스탈린의 지지를 받아 놓은 상태에서 플러스 레닌의 긍정적 고려라면 누가 이걸 반대하겠어?

뭐, 남의 눈치 따위 보지 않는 트로츠키가 반대할 수도 있기야 하겠지만 혼자서 대세를 뒤집진 못할걸?


이렇게 되면 조선인의 독립 소비에트 공화국 건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내 손으로 이룬 것이나 다름없다.

즉, 나는 조선 소비에트 공화국의 독립 영웅이요, 건국 군주인 셈이다.


*


볼셰비키 인민위원회는 러시아 내전의 승리가 확실시되는 순간부터 러시아의 정치 체제를 어떻게 재편해야 할지에 대한 격렬한 논의를 벌이고 있었다.

그중 가장 중요한 논쟁은 바로 소비에트 연방 설립 문제였다.


러시아는 다양한 민족과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공존하는 다민족국가다.

특히 혁명 이후 민족주의 세력들의 독립 시도가 만연했던 만큼 그들을 달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거기에 볼셰비키는 혁명 당시에 ‘러시아 내 모든 민족의 권리 선언’을 외치며 각 민족의 자치정부 구성을 약속한 바가 있었다.

비록 원한다면 독립까지도 보장한다던 약속은 한낱 공염불에 불과한 외침이 되어버렸지만, 자치정부를 구성하겠다던 약속까지 저버리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컸다.

이에 각 민족의 자치권을 보장하면서도 하나의 체제로 통합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된 것이 바로 소비에트 연방 설립이었다.


“사회주의 체제의 유지를 위해서는 러시아 내 모든 민족의 자유로운 연합의 토대 위에 소비에트 연방이 설립되어야 하오!”


“러시아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러시아 민족의 주도권을 인정하면서도 다른 민족들을 억압하지 않는 방식으로 연방을 구성해야 합니다! 각 민족에게 일정 정도의 자치권을 부여하여 러시아 내 모든 민족은 평등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러시아의 여러 민족은 문화와 경제적 발전 수준이 다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각 민족의 자치권을 존중하여 러시아의 모든 민족이 자체적인 발전을 추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러시아의 모든 민족을 하나로 통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입니다! 우리는 현실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최선의 정책을 펼쳐야 합니다!”


“각 민족의 자치권을 보장함으로써 우리는 각 민족의 민족주의 세력을 억압하고 혁명에 대한 지지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는 소비에트 정권의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이 분명합니다!”


사회주의 연방 설립에 찬성하는 측으로는 레닌과 스탈린이 있었다.

레닌과 스탈린은 각 민족의 소비에트 공화국을 인정하는 가운데 그들을 하나로 묶어 소비에트 연방을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소수민족 출신의 혁명가들이 이 주장을 적극 지지했다.


반면, 소비에트 연방 설립은 반대하는 측으로는 트로츠키와 부하린이 있었다.


“우리는 러시아 혁명을 서곡 삼아 세계 혁명을 완수해야 하오! 소비에트 연방 설립은 볼셰비키 혁명의 동력을 약화시키고, 세계 혁명을 지연시킬 것이오! 지금 여기서 안주해서는 아니 되오!”


“소비에트 연방 설립이 오히려 민족 간의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습니다! 소비에트 연방 설립 문제를 논의하기에 앞서 러시아 내의 민족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집중해야 합니다!”


“러시아가 광대한 영토와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된 국가라는 점을 고려할 때, 중앙 정부가 각 지역을 통제하고 일관된 사회주의 정책을 추진해야 합니다!”


“러시아 제국도 강력한 중앙집권체제를 오랫동안 유지했습니다! 러시아 제국도 한 일을 우리가 하지 못할 것이 뭡니까?”


“소비에트 연방은 여전히 외세의 침략으로 위협받고 있습니다! 강력한 중앙 정부를 유지하는 것이 사회주의 체제를 지키는 데 유리합니다!”


트로츠키와 부하린이 소비에트 연방 설립을 반대하는 이유는 서로 달랐다.


트로츠키는 소비에트 연방을 설립하기에는 아직 너무 이르다는 관점이었다.

이제 겨우 세계 혁명의 첫걸음을 내딛었는데 무슨 벌써 혁명의 완수를 이야기하느냐?

소비에트 연방 설립을 논의하는 것은 혁명에 대한 배반이다!

늘 듣던 그런 주장이었다.


반면, 부하린은 소비에트 연방 설립이 민족 간의 불평등 문제를 해결에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것을 염려했다.

각 민족의 자치권을 인정하면 그들은 서로 다른 법과 정책을 제정할 것이고, 이는 민족 간의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라 주장했다.


볼셰비키 인민위원회는 소비에트 연방 설립 문제를 두고 중앙집권과 지방자치, 효율성과 다양성, 통합과 분리 등 사회주의 국가 운영에 대한 근본적인 안건에 대해 격렬히 논쟁했다.

이러한 찬반 논쟁 끝에 볼셰비키 인민위원회는 끝내 소비에트 연방 설립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먼저 각 민족의 소비에트 공화국이 설립되었고, 이어서 그들을 하나로 묶을 소비에트 연방이 창설되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중앙 정부가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각 민족에 일관적인 사회주의 정책을 추진하자는 주장을 수용했다.

이에 따라 외교, 국방, 입법 등은 모두 소비에트 연방에 위임하고, 각 민족의 소비에트 공화국은 오로지 내정에 관해서만 자치권이 인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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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조선 소비에트 공화국 +2 24.09.13 671 27 12쪽
34 외무장관 페치카 +6 24.09.12 687 28 12쪽
» 소비에트 연방 설립 +2 24.09.11 738 23 11쪽
32 열병식과 적기훈장 수훈 +1 24.09.10 763 24 11쪽
31 철군과 몽골 혁명 +4 24.09.09 812 22 11쪽
30 조선인 이주계획 +4 24.09.08 807 19 11쪽
29 평양 강화 회의 +3 24.09.07 824 23 12쪽
28 한반도 해방 작전 +6 24.09.06 840 14 11쪽
27 개성 방어선 +6 24.09.05 805 23 11쪽
26 평양 전투 +3 24.09.04 818 19 10쪽
25 조선 진군 +4 24.09.03 861 23 12쪽
24 1919년 3월 1일 +3 24.09.02 851 19 11쪽
23 극동 소비에트 공화국 +1 24.09.02 811 18 11쪽
22 시베리아 임시정부 +2 24.09.01 809 15 11쪽
21 남러시아 백군 +1 24.09.01 778 15 11쪽
20 볼셰비키-폴란드 전쟁 +2 24.09.01 783 17 11쪽
19 볼셰비키 적군 +2 24.09.01 767 18 11쪽
18 독일 혁명 +1 24.08.31 785 16 12쪽
17 러시아 내전 +3 24.08.31 820 17 11쪽
16 시베리아 출병 +1 24.08.31 810 16 11쪽
15 스탈린과 친구들 24.08.30 854 16 11쪽
14 모스크바 천도와 조선의 맛 +2 24.08.30 855 19 12쪽
13 체코슬로바키아 군단 +1 24.08.30 831 1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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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레닌의 초대 +1 24.08.29 822 17 12쪽
8 러시아 소비에트 공화국 +1 24.08.29 831 19 12쪽
7 볼셰비키 혁명 +2 24.08.29 853 26 11쪽
6 적위대장 페치카 +1 24.08.29 869 21 11쪽
5 레닌의 러닝메이트 +3 24.08.28 917 20 11쪽
4 볼셰비키 입당과 트로츠키 +3 24.08.28 948 1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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