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머리 소련 빨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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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라니
작품등록일 :
2024.08.27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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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8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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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닌의 러닝메이트

DUMMY

며칠 후, 나의 볼셰비키 입당 소식과 함께 트로츠키에게 열심히 아부를 떤 보상이 주어졌다.

나는 트로츠키의 소개로 무려 볼셰비키의 최고 지도자 블라디미르 레닌과 만날 수 있었다.


“동지가 바로 이번에 볼셰비키에 입당했다는 표트르 페트로비치 최 동지인가?”


“맞습니다! 레닌 동지를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집필하신 ‘제국주의, 자본주의의 최고 단계’를 비롯한 여러 저서를 읽고 또 읽었습니다. 동지의 저서는 제가 지금까지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충격적이고 통찰력 있는 분석이었습니다.”


“오, 그렇다면 어떤 부분이 가장 충격적이었나? 그 책을 통해 동지가 얻은 깨달음은 무엇인가?”


“저는 레닌 동지의 저서를 통해 자본주의가 제국주의로 전환되는 과정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전 세계의 노동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깨달았습니다. 제국주의가 단순히 경제적 현상을 넘어 국제 정치와 전쟁, 그리고 그에 따른 노동 계급의 연대와 사회주의 혁명에 깊은 영향을 끼친다는 통찰력은 그야말로 혁명적이라 생각합니다.”


“보는 눈이 깐깐한 트로츠키 동지가 나에게 소개해 줄만 하구만. 그러나 단지 이를 이해한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네. 단순히 제국주의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혁명을 실현하는 것이 더 중요하네. 물론 동지도 그걸 바라니 볼셰비키에 입당한 거겠지?”


“물론입니다! 동지의 저서에 감명받아 반드시 혁명에 동참하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볼셰비키에 입당까지 하니 그저 꿈만 같습니다!”


“혁명에 동참하고자 하는 동지는 언제나 환영하네. 혁명을 위해 체포되는 일이 빈번하여 당내에서는 대부분 가명으로 부른다네. 혹시 따로 불리고 싶은 가명이 있는가?”


“제 아버지께서 오랜 기간 불우한 동포들을 도운 결과 동포들 사이에서 페치카(난로)라 불립니다. 저 또한 혁명을 완수하여 모든 러시아 인민들을 따뜻하게 데울 페치카(난로)가 되고 싶습니다.”


레닌, 트로츠키, 스탈린 등.

우리가 알고 있는 소련 지도자들의 이름은 대부분 가명이다.


처음에는 추적을 피하고자 사용하던 가명이지만 시간이 흐르자 이는 하나의 관습이 되었다.

마치 작가들이 필명을 사용하는 것처럼 빨갱이들은 혁명을 위한 가명이 있는 것이다.


나는 레닌과의 대화를 통해 앞으로 내가 사용할 가명을 결정했다.

이 몸의 아버지이자 독립운동가인 최재형의 별명, 페치카.

연해주의 조선인들 사이에서 불리는 그 별명을 내가 물려받자.


서양에서는 본래 아버지의 이름이나 별명을 그대로 물려받는 경우가 많았다.

그것이 곧 그 영향력에 대한 계승이니까.


내가 페치카라는 가명을 사용하는 이유도 이와 같다.

훗날 조선인들이 나를 바라보며 독립운동가 최재형을 떠올릴 수 있도록.

즉, 조선인 사회에서 최재형의 영향력을 그대로 물려받겠다는 거다.


“모든 인민을 따뜻하게 데워 줄 난로가 되고 싶다라... 페치카 동지, 좋은 결심이네. 이번 쿠데타 진압에 큰 공을 세웠다고 들었어. 앞으로도 혁명 완수를 위해 힘써주길 바라네.”


“물론입니다! 레닌 동지의 지도에 따라 헌신적으로 혁명에 동참하겠습니다!”


*


며칠 후.

스몰니 학원 대강당.


내가 볼셰비키에 입당하고 맞이한 첫 전당대회가 개최되었다.

정식 명칭은 제6차 볼셰비키 전당대회.


이번 전당대회는 코르닐로프의 쿠데타 진압 이후 처음으로 개최된 전당대회로 레닌, 트로츠키, 스탈린 등 볼셰비키의 주요 지도자들이 전부 참여해 더욱 의미가 있었다.

나는 이 자리에서 누구보다 먼저 연설대에 올랐다.


“동지 여러분, 오늘 저는 여러분 앞에 서서 또 한 번의 혁명, 즉 무장봉기의 필요성에 대해 설파하고자 합니다. 저희는 노동자와 농민의 권리를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저희는 평등과 정의를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희의 이러한 목표를 위협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바로 자본주의와 제국주의의 잔인한 탐욕입니다. 그들은 저희의 땅을 빼앗고, 저희의 노동을 착취하며, 저희의 권리를 박탈하고 있습니다.


그럼 저희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요? 단 한 가지 방법뿐입니다. 그것은 바로 무장봉기, 노동자와 농민의 직접적인 혁명입니다.


군사쿠데타를 진압할 힘조차 없어 소비에트에 도움을 요청한 저 무능한 임시정부를 보십시오! 혁명을 완수할 기회는 오직 지금뿐입니다! 우리가 지금 혁명을 완수하지 않는다면 역사가 우리를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동지 여러분, 저희의 마땅한 권리를 되찾기 위해, 그리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나아가 싸웁시다! 이것이 바로 저희가 마땅히 걸어야 할 혁명의 길입니다!”


내 주장은 혁명적이었다.

노동자와 농민의 권리를 위해 목숨을 버리고 투쟁하는 것.

그것이 바로 공산주의니까.


혁명 과정에서 흘리게 될 피?

원래 사회 발전에는 피가 흐르기 마련이지.


그러나 이런 나의 연설을 들은 볼셰비키 당원들의 표정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혁명으로 임시정부가 들어선 것이 겨우 7개월.

또 한 번의 혁명은 너무 이르다는 것이 볼셰비키 당원들의 중론이었다.


“쯧쯧. 군 장교 출신이라더니 생각하는 것도 무식하군. 진정으로 혁명 완수를 원한다면 모든 것을 폭력으로 해결하려는 그 생각부터 버리시오!”


“나는 군 장교 출신이 이 자리에 있는 것조차 거북하오. 군부의 스파이는 아닌지 의심해봐야 하는 거 아니오?”


“나도 같은 생각이오. 무장봉기에 찬성했다가 내일 아침은 시베리아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눈을 뜨진 않을까 두렵군.”


“저 노랭이는 공산주의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이 자리에 있는 거요?”


대부분의 볼셰비키 당원들은 내 연설을 핍박하고 무시하는 것에 그 어떠한 양심적인 가책을 느끼지 못했다.

그들의 생각 속에 나는 장교 출신의 유색인종 당원에 불과했으니까.

그들에게 내가 쿠데타 진압에서 세운 공은 전혀 고려대상이 되지 못했다.


쯧쯧. 너희야말로 공산주의가 어떤 이념인지 제대로 알고 있는 것 맞냐?

공산주의는 분명 백인우월주의를 거부하는 이념이 아니냐?


뭐, 딱히 상관없다.

응, 어차피 너희 들으라고 한 연설 아니야~


나 최운학이 누군가?

바로 미래에서 온 빨갱이다!


어차피 내가 이 연설을 들려주고 싶은 대상은 딱 한 명이거든.

바로 볼셰비키의 최고 지도자 블라디미르 레닌.

그가 바로 내가 이 연설을 하게 만든 유일한 청자다.


이 무지몽매한 것들아.

너희가 과연 레닌의 내심이 바로 또 한 번의 혁명, 곧 무장봉기란 사실을 알았으면 그따위로 지껄일 수 있었을까?

또 한 번의 혁명이야말로 레닌의 신뢰를 얻을 치트키라고!


“누가 감히 페치카 동지에게 노랭이라고 했소? 스파이니 무식하다니 노랭이니 하는 원색적인 비난은 삼가시오. 그는 이번 쿠데타 진압에 큰 공을 세운 동지요. 다들 볼셰비키 당원으로서의 품위를 지키시오.”


“레닌 동지. 아무리 그래도 페치카 동지의 주장은 너무 과격하지 않습니까? 우리는 이미 혁명을 통해 제정을 무너뜨렸습니다!”


“맞습니다! 임시정부가 여러 실책을 거듭하고 있다 한들 혁명을 통해 세워진 정부입니다. 임시정부도 이제 우리 소비에트를 존중하고 있지 않습니까?”


“다들 진정 그리 생각하시오? 나 레닌의 생각은 조금 다르오. 임시정부가 소비에트를 존중하는 모양새를 취하는 것도 전부 코르닐로프의 쿠데타를 막기 위함이 아니었소? 이제 쿠데타는 진압되었으니 그들이 언제 또 우리를 탄압하려 들지 모르오. 그렇기에 나 레닌은 페치카 동지의 주장이 매우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오.”


제6차 볼셰비키 전당대회는 볼셰비키가 무장봉기를 결정한 전당대회로 유명하다.

그러나 이러한 결정은 오직 레닌의 권위로 강제된 결정이었다.

당시 볼셰비키 지도자들 대부분이 이런 무장봉기 계획을 반대했으니까.


심지어 일부 볼셰비키 지도자들은 무장봉기 계획을 아예 당 밖으로 폭로해버리는 만행까지 저질렀다.

참으로 생각 없는 잡놈들이 아닌가?


이런 분위기 속에서 볼셰비키 지도자 중 레닌의 무장봉기 계획에 주도적으로 동참한 이는 트로츠키가 유일했다.

이 덕분에 트로츠키는 볼셰비키에 입당한 지 1년도 채 안 되어 볼셰비키의 2인자로 떠오르게 되지.


1인자의 권세를 꺾을 수 없다면 그 권세에 기대는 것이 곧 출세의 길이거늘.

이 빨갱이 놈들은 정치를 해 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도무지 자기주장을 꺾는 꼴을 보기가 힘들다.


어찌 되었든 이러한 상황은 곧 내게 둘도 없는 기회였다.

볼셰비키에 입당한 지 얼마 되지 않는 내가 지도자 급으로 떡상할 수 있는 엄청난 기회랄까?


그렇기에 나는 레닌보다 먼저 무장봉기를 주장했고, 레닌은 이런 나의 주장에 크게 감동했다.

레닌은 전당대회 내내 나의 연설을 인용하며 무장봉기를 강조했고, 끝내 자신의 권위로 볼셰비키의 무장봉기를 관철시켰다.


“동지가 이렇게까지 혁명 완수에 진심인 줄 몰랐네! 페치카 동지를 잠시나마 의심한 나를 용서해주게!”


“레닌 동지, 저는 동지의 저서로 사회주의를 배웠습니다. 그렇기에 레닌 동지께서는 저에게 사상적 아버지와도 같으십니다. 어찌 아버지가 아들에게 용서를 구하겠습니까? 전 레닌 동지께서 이렇듯 저를 한 명의 혁명가로 인정해주시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보상을 받았습니다.”


“페치카 동지의 진심을 들으니 참으로 부끄럽기 그지없군! 혁명을 완수하는 그날까지 함께 나아가세! 노동자의 국가를 건설하고 공산주의를 실현하는 그날에 함께 기뻐하세!”


나는 이날부터 레닌의 러닝메이트가 되었다.

내가 일본 식민지 출신의 유색인종이라는 사실은 레닌에게 그 어떠한 장애도 되지 않았다.

그는 민족, 국가, 인종을 뛰어넘은 진정한 빨갱이였으니까!


제6차 볼셰비키 전당대회에서 무장봉기가 결정되었지만, 볼셰비키 지도자들은 여전히 적극적이지 않았다.

단지 레닌의 성화에 못 이겨서 따라오는 이들뿐이었고, 레닌에겐 무장봉기에 적극적으로 나설 인재가 필요했다.

그리고 나는 마침 그 조건에 딱 들어맞았다.


“트로츠키 동지. 적위대를 조직할 총기 수급은 원활하오?”


“걱정은 붙들어 매시오. 총기는 이미 쿠데타 진압 당시 임시정부가 제공한 것을 꽤 많이 빼돌려 놓았고 총알은 공장에서 일하는 동지들을 통해 꾸준히 구하고 있소.”


“그러면 적위대를 조직하고 훈련할 이로 여기 페치카 동지는 어떻소? 페치카 동지는 누구보다 앞서 무장봉기를 주장했으며 무엇보다 실제 전쟁에서 군사를 지휘해본 경험이 있지 않소? 그런 의미에서 나 레닌은 여기 있는 페치카 동지를 적위대장으로 추천하고자 하오.”


“페치카 동지라면 믿을 만하지. 나 토로츠키도 레닌 동지의 의견에 동의하겠소.”


레닌과 트로츠키는 무장혁명을 위해 볼셰비키의 군대 적위대를 조직했고, 레닌은 나를 적위대장 후보로 추천했다.

이미 호감작을 마쳐놓은 트로츠키도 굳이 이에 이의를 달 생각이 없었다.


그렇게 나는 볼셰비키 입당 며칠 만에 적위대장에 취임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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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시베리아 출병 +1 24.08.31 811 1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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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모스크바 천도와 조선의 맛 +2 24.08.30 856 19 12쪽
13 체코슬로바키아 군단 +1 24.08.30 831 17 11쪽
12 독립운동가 최재형 +1 24.08.30 846 19 11쪽
11 브레스트-리토프스크 조약 +3 24.08.30 827 16 11쪽
10 레닌의 초대 (2) 24.08.29 851 18 11쪽
9 레닌의 초대 +1 24.08.29 823 17 12쪽
8 러시아 소비에트 공화국 +1 24.08.29 831 19 12쪽
7 볼셰비키 혁명 +2 24.08.29 853 26 11쪽
6 적위대장 페치카 +1 24.08.29 869 21 11쪽
» 레닌의 러닝메이트 +3 24.08.28 918 20 11쪽
4 볼셰비키 입당과 트로츠키 +3 24.08.28 949 19 11쪽
3 나는 소비에트를 지지한다 +1 24.08.28 993 21 11쪽
2 러시아 제국군 대위 최운학 +3 24.08.28 1,064 2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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