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머리 소련 빨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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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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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7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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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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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군과 몽골 혁명

DUMMY

평양 조약이 체결되고 나는 가장 먼저 스탈린을 찾았다.

스탈린은 평양 강화회의 내내 볼셰비키 중앙위원회의 외압을 막아주며 나를 지지해주었다.

나는 이런 스탈린의 지지가 있었기에 평안도 조선인 이주계획을 실행하고 간도를 뜯어내는 등의 협상을 주도할 수 있었다.


“스탈린 동지. 이번 강화회의에서 신세 많이 졌습니다. 조선인들을 위해 힘써주신 점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내 어찌 혁명을 소망하는 민족을 모른 척 할 수 있겠소. 모스크바의 레닌 동지도 같은 생각이었을 거요. 비록 제국주의 국가들의 중재에 따라 평안도와 황해도는 일본에 돌려주게 되었지만, 극동으로 이주한 조선인들은 장차 조선 혁명의 기초가 될 거요.”


“저 또한 그리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만약 모스크바에서 온 협상단 대표가 스탈린이 아니라 트로츠키였다면?

평양 강화회의는 트로츠키의 독단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었으리라.

아, 생각만 해도 끔찍해라.


내전이 마무리되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소비에트 연방을 설립할 차례다.

이미 모스크바에선 소비에트 연방 설립에 대하여 한창 논의되고 있지 않을까?

이런 시기에 평양 강화회의를 위해 동방에 머문다는 것은 큰 정치적 손실을 각오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스탈린 형, 진짜 고마워!


“스탈린 동지, 염치없지만 하나만 더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조선인의 소비에트 공화국 건설 말이오?”


“어찌 아셨습니까?”


“동지의 수족들이 평안도 전역에 그리 광고하고 다니는데 내가 모르리라 생각했소? 걱정 붙들어 매시오. 각 민족의 독립된 소비에트 공화국 건설은 볼셰비키의 혁명 노선이니까.”


“제가 어찌 볼셰비키의 혁명 노선을 의심하겠습니까. 단지 일본 식민지 출신의 소수민족이라는 선입견과 편견을 가지고 조선인을 배척하려는 움직임이 있지 않을까 걱정이 될 뿐입니다.”


“내 어찌 페치카 동지의 마음을 모르겠소. 나 또한 캅카스의 소수민족 출신이란 사실을 잊었소? 내 최선을 다해 조선인의 소비에트 공화국 건설을 도와주겠소.”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장차 제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제게 이야기해 주십시오. 무슨 일이든 제가 도울 수 있는 한 반드시 돕겠습니다.”


스탈린도 오직 호의 하나로 정치적 손실을 감수하며 나를 도와준 것은 아니다.

원래 모든 일이 기브 앤 테이크 아니겠나.

특히 정치는 더욱더 그렇고.


스탈린이 내게 바라는 도움은 명확하지.

레닌 사후 빨갱이들의 대장을 뽑는 싸움에서 자신을 지지해주길 바라는 거다.


앞으로 레닌이 얼마 살지 못할 것은 볼셰비키 지도자들 모두가 예상하는 바였다.

레닌의 건강이 좀 많이 안 좋거든.


빨갱이라고 하면 당장 연상되는 단어가 뭐가 있나?

독재, 테러, 암살 등 온갖 부정적인 단어 아니겠나.

당장 눈앞에 있는 스탈린만 하더라도 범죄경력이 화려하지 않던가.

심지어 레닌의 집안도 러시아 황제 암살 모의와 연루된 집안이다.


이런 나라에서 볼셰비키 혁명으로 정권을 잡은 블라디미르 레닌을 향한 테러와 암살 시도가 없을 리가 없다.

실제로 레닌을 비롯한 볼셰비키 지도자들을 향한 암살 시도는 빈번했고, 볼셰비키 적군은 이들을 호위하는 부대를 따로 운영할 정도였다.

그러나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암살을 완벽히 막아내기란 쉽지 않았고, 암살을 막아내는 과정에서 레닌은 총상을 입고 말았다.


레닌의 몸상태는 피습 이후로 점차 악화되고 있었다.

총상을 입은 레닌은 치료에 집중해도 모자를 몸을 이끌고 볼셰비키 혁명 완수를 위해 쉬지 않고 일하고 있었다.

총상의 후유증과 누적된 과로까지 더해지니 레닌의 건강은 말이 아닌 상태였다.

이에 스탈린은 가장 유력한 후계자 후보인 트로츠키를 견제하는 동시에 자신의 지지자를 모으고 있었으니, 볼셰비키 적군에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나는 섭외 1순위였다.


결국 무슨 일이든 돕겠다는 내 발언은 곧 스탈린을 향한 간접적인 지지를 드러낸 것이다.

사실 트로츠키와 껄끄러운 사이가 된 이상 다른 대안도 없고 말이야.


“페치카 동지의 도움이라니 든든하기 짝이 없구려. 그럼 내 먼저 모스크바에 가서 기다리고 있겠소.”


“모스크바에 도착하는 대로 막걸리 한 사발을 시원하게 대접하겠습니다.”


“하하. 막걸리 한 사발이라니, 오랜만에 침이 고이는군. 그럼 기대하고 있겠소.”


나는 스탈린이 탑승한 열차가 출발하는 것까지 지켜보고 군사령부로 돌아왔다.

군사령부에 돌아온 후, 나는 평양 조약에 따라 철군을 시작했다.

볼셰비키 적군은 질서 있게 철군했고, 아직 평안도를 떠나지 못한 조선인들은 이를 불안한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장군님! 고조 저희도 데려가 주시라요! 저희가 장군님 말만 믿고 시방 평양까지 왔지 않습네까.”


“늦지 않게 잘 오셨습니다. 가족분들과 함께 어서 열차에 오르시지요.”


나는 마지막 부대가 철군하는 순간까지도 평양으로 오는 이주자를 맞아들였다.

이들은 결국 나의 가장 탄탄한 콘크리트 지지층이 될 귀하신 분들이니까.

나는 볼셰비키 적군 철수 소식을 듣고 뒤늦게 합류한 이주자들까지 전부 열차에 탑승시키고 나서야 마지막으로 열차에 올랐다.


일본군의 철군은 볼셰비키 적군의 철군보다 훨씬 신속했다.

철도를 따라 육로로 진군한 볼셰비키 적군과 달리 일본군은 해로로 블라디보스토크에 상륙했다.

당연히 철군도 해로로 행해졌고, 일본의 대규모 함대가 블라디보스토크에 정박해 일본군을 실어 갔다.

일본군이 빠져나간 블라디보스토크와 사할린은 내 휘하의 정치장교 바실리 블류헤르에 의해 해방되었다.


“페치카 동지의 전언이오. 아무르강의 지류이자 백두산에서 발원하는 송화강 유역을 장악하라는 지시요. 평양 조약에 따라 송화강 동쪽의 영토 즉, 간도가 극동 소비에트 공화국에 편입되었음을 선포하오.”


나는 블류헤르에게 간도 장악을 명령했다.

사실 이미 내가 조선으로 진군하며 송화강 유역의 최대도시 하얼빈까지 점령해놓은 상태라 치안을 유지할 군대만 투입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실상 이는 간도 지역의 마적들을 때려잡으라는 명령이었다.


아, 물론 이 명령은 중국과의 어떠한 협의도 없이 진행되었다.

거기는 협상국이 알아서 처리하겠지.


훗날, 이러한 내 명령은 협상국과 약간의 충돌을 불러일으키는데 이는 간도에 대한 인식 차이에서 기인했다.

일본을 비롯한 협상국은 간도를 현대의 연변 조선족 자치주 정도로 여겼다.

이는 대략 함경도보다 조금 작은 정도로, 평안도와 황해도를 반환하는 대가로 충분히 허락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나는 송화강 동쪽의 영토를 모두 간도라 주장하며 협상국이 예상했던 영토의 7배가 넘는 지역을 합병해버렸다.

이를 뒤늦게 눈치챈 협상국은 이러한 행보에 깜짝 놀라지만.

극동의 일로 러시아와 또 한 번의 충돌을 일으킬 생각이 없던 협상국은 간단한 유감 표시만 한 채 유야무야 사건을 덮어 버린다.


이로써 이제는 정말로 러시아 내전은 끝났다.

분명 그렇게 생각했는데.


“국방차관 동지. 스스로 몽골 인민당 의용군 총사령관이라고 자처하는 자가 동지를 뵙길 청하고 있습니다. 어찌 조치할까요?”


“몽골 인민당? 혹시 그자의 이름이 수흐바타르라고 하던가?”


“맞습니다. 국방차관 동지와 친분이 있는 분이십니까?”


“친분이 있지는 않지만, 누군지는 알고 있지. 이리로 모셔오도록 하게.”


담딘 수흐바타르.

그는 몽골의 독립 영웅이자 공산주의 혁명가로, 중국으로부터 무장독립운동을 벌여 몽골의 독립시킨 인물이다.


수흐바타르는 현대 몽골에서 국부로 추앙받고 있다.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가 그를 기리기 위해 지은 이름이며, 울란바토르 중심에 있는 광장은 수흐바타르 광장으로 이름이 붙여져 있다.


이러한 몽골의 독립 영웅이 나를 찾아왔다고?

이유는 대충 예상이 갔다.

아마 살길을 찾아 몽골로 기어들어간 백군의 패잔병들 때문일 거다.


일명 미친 남작 로만 폰 운게른슈테른베르크.

그는 세묘노프 휘하에서 아시아 기마사단을 이끌던 군벌로, 치타에서 세묘노프가 패배하자 아시아 기마사단을 이끌고 외몽골을 공격해 들어갔다.

이때 외몽골은 중국의 군벌 쉬수정이 주도한 외몽골 출병으로 자치를 취소당하고 중화민국의 직접적인 지배를 받는 상황이었는데, 운게른슈베른베르크는 외몽골의 복드 칸을 구출하고 외몽골의 수도 우르가에 주둔한 중국군을 몰아냈다.


그러나 중국 군벌이나 러시아 백군이나 몽골 독립엔 관심이 없는 것은 똑같다고 생각한 수흐바타르는 운게른슈베른베르크를 축출하기 위해 몽골 인민의용군을 결성했다.

그리하여 몽골 독립을 위해 볼셰비키 적군의 지원을 받고자 이렇게 찾아온 것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몽골 인민당의 당수이자 인민군 총사령관 담딘 수흐바타르라고 합니다. 먼저 이리 만남을 허락하여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반갑소, 수흐바타르 동지. 러시아 소비에트 공화국의 국방차관이자 시베리아 방면 최고 정치장교 페치카라 하오. 그래, 무슨 용무로 날 만나고자 하였소?”


“단도직입적으로 용무부터 말하자면 몽골을 점령하고 있는 러시아 백군에 맞서 몽골의 혁명을 완수하기 위해 볼셰비키 적군의 지원을 요청하고자 합니다.”


수흐바타르는 현재 몽골이 처한 상황에 대해 자세히 풀어놓았다.

요약하자면 러시아 백군의 잔당이 외몽골을 점령하고 있는 만큼 볼셰비키 적군이 외몽골의 독립을 지원해줬으면 한다는 내용이었다.


원래 역사에서 수흐바타르는 볼셰비키 적군의 지원을 받아 운게른슈베른베르크를 몰아내는 데에 성공한다.

그리하여 몽골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공산주의 국가가 건설된다.


내가 굳이 이 역사를 개변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볼셰비키 국방차관의 입장에서 몽골의 공산화는 환영해야 할 일이지 방해할 일은 아니지 않나?


“러시아 백군 잔당이 몽골을 어지럽히고 있다니 어찌 동지의 지원 요청을 모르는 척 할 수 있겠소? 몽골의 혁명을 위해 어떤 종류의 지원이 필요하오?”


“몽골 인민군을 무장할 총기가 필요합니다. 가능하다면 볼셰비키 적군의 전차부대도 파견해 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1개 사단을 무장할 총기와 탄약, 그리고 전차부대 파견을 수락하겠소. 같은 동양인으로서 진심으로 몽골의 혁명을 응원하오. 혁명을 완수하고 모스크바에서 만나길 기원하겠소.”


“페치카 동지의 배려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별말씀을. 아, 결핵 조심하시오.”


나는 적당한 지원을 약속하고 몽골 독립 영웅과의 만남을 끝맺었다.

1개 사단을 무장할 보급품 지원과 전차부대 파견.

이 정도는 내 직권으로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사안이다.


그와 동시에 운게른슈베른베르크를 몰아내기엔 충분히 차고 넘치는 지원이었다.

운게른슈베른베르크가 이끄는 아시아 기마사단이라고 해봐야 겨우 1500명 안팎의 패잔병들이거든.


아, 참고로 마지막 한 마디는 수흐바타르가 결핵으로 젊은 나이에 요절한다는 사실이 갑자기 떠올라 한 마디 덧붙인 말이다.


이렇게 마지막으로 남은 백군 잔당까지 토벌을 예약해 놓았으니.

이제 정말 혁명의 수도 모스크바를 향해 힘찬 발걸음을 옮겨 볼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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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외무장관 페치카 +6 24.09.12 686 28 12쪽
33 소비에트 연방 설립 +2 24.09.11 738 23 11쪽
32 열병식과 적기훈장 수훈 +1 24.09.10 763 24 11쪽
» 철군과 몽골 혁명 +4 24.09.09 811 22 11쪽
30 조선인 이주계획 +4 24.09.08 807 19 11쪽
29 평양 강화 회의 +3 24.09.07 824 23 12쪽
28 한반도 해방 작전 +6 24.09.06 840 14 11쪽
27 개성 방어선 +6 24.09.05 805 23 11쪽
26 평양 전투 +3 24.09.04 818 19 10쪽
25 조선 진군 +4 24.09.03 861 23 12쪽
24 1919년 3월 1일 +3 24.09.02 851 19 11쪽
23 극동 소비에트 공화국 +1 24.09.02 810 18 11쪽
22 시베리아 임시정부 +2 24.09.01 808 15 11쪽
21 남러시아 백군 +1 24.09.01 778 15 11쪽
20 볼셰비키-폴란드 전쟁 +2 24.09.01 783 17 11쪽
19 볼셰비키 적군 +2 24.09.01 766 18 11쪽
18 독일 혁명 +1 24.08.31 784 16 12쪽
17 러시아 내전 +3 24.08.31 820 17 11쪽
16 시베리아 출병 +1 24.08.31 810 16 11쪽
15 스탈린과 친구들 24.08.30 854 16 11쪽
14 모스크바 천도와 조선의 맛 +2 24.08.30 855 19 12쪽
13 체코슬로바키아 군단 +1 24.08.30 831 17 11쪽
12 독립운동가 최재형 +1 24.08.30 846 19 11쪽
11 브레스트-리토프스크 조약 +3 24.08.30 827 1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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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레닌의 초대 +1 24.08.29 821 17 12쪽
8 러시아 소비에트 공화국 +1 24.08.29 830 19 12쪽
7 볼셰비키 혁명 +2 24.08.29 852 26 11쪽
6 적위대장 페치카 +1 24.08.29 868 21 11쪽
5 레닌의 러닝메이트 +3 24.08.28 917 20 11쪽
4 볼셰비키 입당과 트로츠키 +3 24.08.28 948 19 11쪽
3 나는 소비에트를 지지한다 +1 24.08.28 992 21 11쪽
2 러시아 제국군 대위 최운학 +3 24.08.28 1,063 2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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