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머리 소련 빨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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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라니
작품등록일 :
2024.08.27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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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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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1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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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 출병

DUMMY

내가 스탈린과 친분을 다지며 볼셰비키 정치판에 기웃거리는 동안 서부전선에서는 하루에 수만 명의 사상자가 나오는 격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루덴도르프 참모차장. 전쟁을 마무리할 최후의 공세는 어찌 되어가고 있소?”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번에야말로 프랑스는 감히 독일 제국에 전쟁을 선포한 대가를 치를 것입니다.”


“명심하시오. 이번이 마지막 기회요. 미국이 직접적으로 군대를 보내기 시작하면 우리 독일 제국의 승리는 더욱 요원해질 것이오. 이번 기회에 반드시 프랑스의 항복을 받아내야 하오. 파리의 프랑스인들에게 보불전쟁의 악몽을 되새겨주시오.”


“동부전선이 정리된 이상 프랑스는 저희 독일의 상대가 되지 못합니다. 파리를 정복하고 프랑스의 항복을 받아내기까지 단 2주면 충분합니다. 프랑스만 항복하면 바다 건너 영국과 미국이 무슨 수가 있겠습니까?”


내 개입이 없었다면 러시아로부터 폴란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핀란드, 벨라루스,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캅카스 지역에 이르는 엄청난 대영토를 뜯어냈을 독일이었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독일의 승리에 악영향을 끼쳤다.


먼저 러시아로부터 뜯어낸 막대한 과실을 대부분 독일이 독점하며 동맹국 사이에 균열을 발생시켰다.

또한 광대한 신규영토의 치안유지를 위해 약 100만에 달하는 독일군이 발이 묶였다.

이는 동부전선을 정리하고 서부전선에 모든 전력을 투입하겠다는 독일의 대전략을 흐트러뜨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반면 지금은?

독일이 러시아로부터 뜯어낸 영토는 폴란드와 리투아니아가 전부였다.

이 지역은 독일이 1차대전 초기에 점령하여 실효 지배한 세월이 3년에 이른 땅이라 치안유지 부담이 그다지 크지 않았다.

다른 동맹국들도 폴란드와 리투아니아는 어차피 탐낼 수도 없는 과실이라 불만도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러시아로부터 뜯어온 영토가 적어진 것이 독일의 대전략에 큰 이득으로 작용한 것이다.


“포병대는 포탄을 아끼지 말고 퍼부어라! 화포가 뜨거워서 도저히 포격하기 힘들 때까지 퍼부어!”


“돌격대는 아군의 포격이 끝나는 즉시 돌격하라! 연합군에게 대응할 시간을 주지 마! 취약점을 찾아 침투하여 혼란을 유발하라!”


이번 공세가 사실상 독일이 승리를 노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으므로, 독일은 가용 가능한 모든 병력을 동원하였다.

독일은 물경 150만에 달하는 병력을 동원하였고, 1만에 달하는 화포도 동원하여 강력한 포격을 퍼부었다.

여기에 동부전선에서 충분한 전투를 경험한 베테랑들로 구성된 돌격대도 운영하였다.


독일군은 파죽지세로 연합군을 몰아쳤다.

이에 병력의 열세를 깨달은 연합군은 몇몇 주요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을 포기하다시피 방치했다.

덕분에 독일군은 1914년 1차대전 초기 이후 처음으로 파리 근교까지 다다르게 되었다.


“드디어 파리다! 파리를 점령하고 프랑스를 항복시키자!”


“베르사유 궁전에서 다시 한번 독일의 승전을 선포하자!”


독일군은 작전대로 영국군을 북해 해안으로 밀어붙이는 동시에 파리로 진격했다.

연합군도 이제는 물러설 수 없었다.

프랑스의 수도 파리에서 대대적인 시가전이 벌어졌다.


“파리의 시민이여! 일어나 파리를 수호하자!”


“또 한 번 파리를 독일의 손에 넘겨줄 순 없다!”


물론 이처럼 파죽지세로 몰아치는 독일군에게도 난관은 존재했다.

독일군의 진격 속도를 포병대가 따라오지 못하며 독일군은 맨몸으로 참호를 뚫어내야 했다.

이뿐만 아니라 보급라인도 뒤처져 독일군은 뒤가 없는 소모전을 강요당했다.


“희생을 두려워하지 마라! 승리의 고지가 눈앞이다!”


“전쟁을 끝내고 고향으로 돌아가자! 돌격하라!”


실상 1차대전 서부전선은 시작부터 끝까지 소모전의 연속이었다.

참호, 기관총, 철조망의 조합은 방어자에게 엄청난 어드밴티지를 부여했다.

그러나 이번 파리 시가전은 이러한 어드밴티지에도 불구하고 독일의 승리로 마무리되었다.


아미앵과 채널 항구에서 방어태세를 이어가고 있던 영국군도 독일의 파리 점령 소식에 후퇴를 결정했다.

영국군은 영국해협을 건너 영국 땅으로 돌아갔고, 독일은 유럽 대륙 내의 영국군 섬멸이라는 지상과제를 완수했다.


독일의 서부전선 공세는 2주 만에 무려 35만의 사상자를 내었지만, 유럽 대륙 내의 영국군 섬멸과 파리 점령이라는 크나큰 성과를 이루어냈다.

이는 공세 개시 당시 목표했던 대부분을 이룬 것이었다.

그러나 단 한 가지 이루지 못한 목표가 있었으니 독일은 파리를 정복했음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의 항복을 받아내지 못했다.


프랑스는 1917년부터 이미 혹시 모를 위협을 대비하여 파리를 벗어나 보르도에 임시정부를 구성한 상태였다.

보르도 임시정부는 독일의 항복 권유를 거절하고 전쟁을 지속할 것을 선언했다.


파리를 점령한 독일은 프랑스를 항복시키기 위해 보르도 임시정부로 진격했다.

벨기에 해안과 북프랑스 해안을 잃은 협상국에게 보르도는 마지막 남은 상륙거점이었다.

영국과 프랑스는 예비전력까지 모조리 투입해서 보르도 방어에 나섰다.


“독일 놈들의 공세가 너무 거셉니다!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합니다! 보르도만큼은 어떻게든 지켜야지 않겠습니까! 보르도까지 점령당하면 프랑스는 멸망입니다!”


“영국은 지금도 최선을 다해 지원하고 있습니다! 절대 항복하지 말고 버텨야 합니다. 최악의 경우엔 영국에 망명정부라도 차리십시오!”


“미군이 대서양을 건너고 있습니다. 전쟁물자도 가득 실려있으니 조금만 더 버티면 됩니다. 반격의 순간에 프랑스도 함께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사실 파리를 정복하고 파죽지세로 협상국을 밀어붙이고 있는 독일의 상황도 암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미 독일의 경제는 한계에 다다랐고, 어떻게든 프랑스를 항복시키고 강화협상에 임해야 했다.

이에 독일은 뒤를 남겨두지 않고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쥐어짜 보르도를 공격했다.


이러한 위급한 서부전선의 전황은 엉뚱하게도 러시아에 그 불똥이 튀었다.


“러시아의 볼셰비키 혁명정부는 친독 성향의 정부로 의심됩니다. 볼셰비키의 수장 레닌이 독일이 제공하는 열차를 타고 귀국한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러시아와 독일이 맺은 브레스트-리토프스크 조약도 독일에 유리한 조항이 가득합니다. 레닌은 독일의 스파이가 틀림없습니다.”


“러시아의 군사물자가 독일로 유출될 가능성을 차단해야 합니다. 러시아의 공산주의 혁명을 타도하고 독일과 전쟁을 재개할 정권을 다시 세워야 합니다!”


독일의 서부전선 공세로 수도 파리를 잃은 프랑스와 독일군에 밀려 유럽 대륙에서 후퇴해야만 했던 영국은 성난 민심을 달랠 필요가 있었다.

영국과 프랑스는 패전의 원인을 러시아에 전가했다.

러시아만 동부전선을 유지해줬다면 독일은 서부전선에 전력을 퍼부을 수 없었을 것이고, 그러면 영국과 프랑스가 전선에서 밀릴 이유도 없었지 않은가.


독일이 제공하는 열차를 타고 귀국하여 러시아의 민주주의 정부를 무너뜨린 레닌은 독일의 스파이가 틀림없었다.

볼셰비키 혁명정부가 들어서고 독일과 항복에 가까운 강화 조약도 체결했으니 협상국의 의심은 곧 확신으로 변했다.


“이 모든 문제는 러시아에서 혁명이 일어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공산주의 정권이라니, 노동자가 도대체 국가 운영에 대해 무엇을 안단 말입니까? 볼셰비키는 러시아의 영토를 팔아 평화를 구걸한 배신자들의 단체입니다!”


“제정이든 민주정이든 군사정권이든 무슨 상관입니까? 일단 볼셰비키를 몰아내고 독일과 전쟁을 재개할 정권을 재건합시다!”


독일의 공세에 밀려 고전하던 영국과 프랑스는 독일의 눈을 다시 동부로 돌리기 위해 러시아에 대한 간섭전쟁을 강력히 주장했다.

협상국은 영국과 프랑스의 요구를 받아들여 시베리아 출병을 결정했다.


“영국과 프랑스는 시베리아에 파병할만한 군사적 여유가 없습니다. 미국과 일본이 시베리아 출병의 주력이 되어 주십시오.”


“미국은 러시아의 민주주의 정권 수립을 위해 정예병 1만2천을 파병하겠습니다. 일본도 미국과 같은 숫자의 정예병을 파병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미국의 의견을 존중해 일본도 정예병 1만2천을 파병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도 소수나마 파병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당연하지만 영국과 프랑스는 시베리아로 파병할만한 병력의 여유가 없었다.

이 때문에 필연적으로 지리가 가깝고 1차 대전에 육군 주력을 파병하지 않았던 미국과 일본이 시베리아 출병의 주력이 되었다.


“대일본제국의 영토를 확장할 기회입니다! 대규모의 출병을 단행하여 연해주를 비롯한 동시베리아를 정복합시다!”


“미국이나 영국은 러시아에 민주주의 정권을 세울 생각입니다. 대일본제국의 영토 확장을 그들이 쉽사리 용인할 리 없습니다. 일단 대미협정에 근거하여 1만 2천을 파병합시다.”


아무래도 본토가 시베리아에서 가장 가까운 일본이 시베리아 출병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일본은 러시아에서 혁명이 일어나자마자 재러일본인 보호를 명분으로 블라디보스토크에 순양함을 배치하며 출병 각을 재고 있는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 영국과 프랑스가 시베리아 출병을 요구해왔으니 일본이 망설일 리가 있겠는가.


협상국의 시베리아 출병이 결정되고 일본에서는 적극적인 출병론과 소극적인 출병론이 대립했다.

적극적인 출병론자들은 영국이나 미국의 의견과 상관없이 일본이 주체가 되어 대규모의 출병을 단행해 연해주를 비롯한 동시베리아를 정복해 영토를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소극적인 출병론자들은 영국이나 미국이 그런 막무가내 영토 확장을 인정해줄 리 없지 않냐며 반박하며 먼저 미국과 영국과 논의를 거쳐 영토 할양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후에 신중하게 출병해도 늦지 않다고 주장했다.


일본 정부는 신영토 획득의 야심을 품고 적극적인 출병론자들의 손을 들어 주었다.

일본은 연해주를 비롯한 동시베리아 신영토 획득, 산동반도와 만주의 영유권 인정, 천황제를 반대하는 공산주의 준동 저지 등을 목적으로 무려 7만3천의 정예부대 파병을 결정했다.


“블라디보스토크에 상륙하라! 블라디보스토크 소비에트의 공산주의자들을 모조리 체포하라!”


“우수리스크를 점령하라! 대일본제국 만세! 천황 폐하 만세!”


볼셰비키는 동방 땅끝 극동지방을 지킬 병력이 없었다.

연해주는 순식간에 일본군에게 점령되었다.

일본군은 연해주 점령에 만족하지 못하고 시베리아횡단철도를 따라 진군해 들어갔다.


“연해주에 사는 불령선인들을 체포해라.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모조리 잡아들여라!”


일본군의 위협은 곧 독립운동가 최재형에게도 향했다.

역사에서 최재형은 가족을 염려해 일본군에게 순순히 체포된다.


그러나 지금은 장남 최운학의 권유로 가족들이 모두 모스크바로 이주했기에.

최재형은 가족을 걱정하지 않고 일본군을 피해 몸을 숨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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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볼셰비키-폴란드 전쟁 +2 24.09.01 784 17 11쪽
19 볼셰비키 적군 +2 24.09.01 768 18 11쪽
18 독일 혁명 +1 24.08.31 786 16 12쪽
17 러시아 내전 +3 24.08.31 820 17 11쪽
» 시베리아 출병 +1 24.08.31 811 16 11쪽
15 스탈린과 친구들 24.08.30 854 16 11쪽
14 모스크바 천도와 조선의 맛 +2 24.08.30 856 19 12쪽
13 체코슬로바키아 군단 +1 24.08.30 831 17 11쪽
12 독립운동가 최재형 +1 24.08.30 846 19 11쪽
11 브레스트-리토프스크 조약 +3 24.08.30 827 1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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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레닌의 러닝메이트 +3 24.08.28 917 20 11쪽
4 볼셰비키 입당과 트로츠키 +3 24.08.28 949 1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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