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머리 소련 빨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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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라니
작품등록일 :
2024.08.27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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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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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전투

DUMMY

1919년 4월 1일.

한반도 전역에서는 여전히 독립 만세 시위가 한창일 무렵.

볼셰비키 적군이 압록강을 넘어 신의주에 진입했다.


신의주는 평안북도 서북쪽 압록강 하류의 도시로 일본이 러일전쟁을 위해 경의선을 급조하며 세운 도시다.

‘새로운 의주’라는 뜻의 신의주는 원래 갈대밭에 불과했던 땅이었다.

그러나 일본이 대륙 침략 기지로 이 지역을 개발하면서, 신의주는 만주와 한반도를 잇는 중요한 교통의 요충지로 자리 잡았다.

서울에서 출발한 경의선이 신의주를 종착역으로 했고, 이후 신의주로부터 북쪽으로 이어지는 철도는 남만주철도와 연결되었다.


내가 신의주를 조선 진군의 시작점으로 선택한 이유도 바로 이 철도에 있었다.

러시아로부터 보급품을 신속히 운송하기 위해서는 철도가 필수적이었다.

경의선은 놀랍게도 모스크바에서 시작되는 유라시아 대륙 횡단 철도와 연결되어 있었다.

이는 군사적으로나 물자 보급 측면에서 절대적으로 중요한 연결고리였다.

이 철도를 이용하면 한반도 내에서의 군사 이동뿐 아니라, 러시아와의 긴밀한 연결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현대의 한국인들에게는 신기할 수도 있겠는데 사실 20세기 초반엔 서울에서 파리까지 가는 기차표도 판매했었다.

냉전과 분단을 겪으면서 역사 속의 일이 되었을 뿐이다.


“평안도를 점령하고 조선인 혁명군에게 총을 나눠줘라!”


볼셰비키 적군의 병력은 어느새 50만까지 줄어들어 있었다.

만주 지역의 철도 방위와 보급로 안정을 위해 다수의 부대를 배치한 결과였다.


하지만 조선 땅에 발을 들이자마자 상황은 달라졌다.

볼셰비키 적군은 도리어 규모를 확대해 나갔다.


나는 러시아에서 가져온 총기를 조선인들에게 아낌없이 뿌렸다.

처음부터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가능한 한 많은 총기를 확보해 왔거든.

이로 인해 수많은 조선인들이 자발적으로 볼셰비키 적군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한인사회당은 지방으로 흩어져 혁명을 독려해주십시오. 조선인도 공을 세우면 볼셰비키에서 발언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와 동유럽의 경우를 보면 조선도 충분히 독립 소비에트 공화국을 세울 수 있습니다.”


내 최종 목표는 조선 소비에트 공화국의 설립이었다.

물론 볼셰비키의 힘으로 이루는 독립이 완전한 독립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비록 비완전한 독립일지라도 일본의 식민지보단 훨씬 낫지 않겠는가?


한인사회당은 내 계획에 적극 동조했다.

이동휘를 비롯한 당원들이 평안도 곳곳으로 흩어졌다.


“홍범도 장군님. 볼셰비키 적군의 사단장을 맡아 조선 독립에 이바지해주십시오.”


연해주에서 독립군을 모으고 있던 홍범도는 볼셰비키 적군의 조선 진군 소식에 급히 귀국했다.

나는 홍범도에게 조선인으로 구성된 사단을 맡겼다.

평양 출신의 저명한 독립운동가인 홍범도는 내가 이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인물이었다.


***


조선총독부.


조선총독부는 예상치 못한 사태에 직면했다.

일본은 러시아가 압록강을 넘어 조선으로 진군할 가능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었다.

그들은 러시아군이 블라디보스토크를 목표로 삼을 것이라 믿었고, 따라서 모든 군사력을 그 지역에 집중시켜 두었다.

그러나 상황은 그들의 예상을 크게 빗나갔다.

갑작스럽게 압록강을 넘어 조선으로 진격하는 볼셰비키 적군의 소식은 조선총독부에겐 그야말로 재앙이었다.


“총독 각하. 러시아군이 남하하고 있습니다. 1차 목표는 평양으로 예상됩니다.”


“젠장! 빌어먹을 대본영 놈들! 시베리아 따위에서 뭘 주워 먹겠다고 출병해서 이 꼴을 만든 거야! 출병했으면 승리라도 하던가!”


조선총독부 회의실은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분위기는 그야말로 살벌했다.

시베리아 출병의 실패가 조선으로까지 이어질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으나, 이제는 그 결과를 감당해야 할 상황이 되었다.


“총독 각하. 이대로 평양을 넘겨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평양이 점령되면 경성까지도 그리 멀지 않습니다!”


“일단 함흥에 주둔하고 있는 조선주차군을 평양에 배치해! 나는 평양이 점령될 것을 대비해 대본영에 증원을 요청하겠네. 최악의 경우라도 경성은 지켜야지!”


조선주차군은 조선에 상설 주둔하던 두 개의 사단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경성과 함흥에 각각 주둔하던 이 두 사단은 그 임무가 확연히 달랐다.


경성에 주둔하는 사단은 조선 전역의 치안을 유지하는 것이 주된 임무였다.

이들은 대대별로 흩어져 민심을 다스리며, 반란의 조짐을 사전에 차단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반면 함흥에 주둔한 사단은 전혀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북방에서의 위협, 특히 러시아군의 남하를 견제하기 위한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었다.


조선총독부는 함흥에 주둔한 조선주차군을 서둘러 평양으로 이동시키기로 결정했다.

이 부대는 러시아군의 남하를 막아내기 위한 최후의 방어선이었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평양이 함락될 경우의 불안이 엄습해왔다.


이에 조선총독부는 대본영에 추가 병력 지원을 요청하는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이제 일본은 일본의 가장 소중한 식민지를 지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할 처지였다.


***


신의주에서 경의선을 따라 남하하던 볼셰비키 적군은 평양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첫 저항을 마주했다.

함흥에서 급히 평양으로 이동해 온 조선주차군이 그들의 진격을 가로막았다.


“평양 전투는 지금까지의 전투와는 다를 것이다! 이들은 일본의 정예 사단으로, 원래부터 우리 러시아와의 전투를 대비해 양성된 부대다! 모든 지휘관은 방심하지 말고 만반의 준비를 갖춰 전투에 임하라!”


볼셰비키 적군의 평양 공세가 시작되었다.

볼셰비키 적군은 평양을 완전히 포위하고, 여러 방향에서 동시에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이에 맞서 조선주차군은 시내 곳곳에 기관총을 배치하고, 철저한 방어진지를 구축했다.

시내 곳곳에 펼쳐진 바리게이트는 평양 시민의 목숨을 인질로 잡아서라도 볼셰비키 적군의 공세를 막아내겠다는 조선주차군의 각오를 보여주는 듯했다.


“홍범도 장군. 장군의 활약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볼셰비키 적군이 일본군과 대치하는 동안 장군께서는 은밀히 내부로 잠입해 후방에서 일본군을 허를 찔러 주십시오.”


기관총 진지를 무력화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포격 후 돌격이었다.

그러나 평양 시내를 향해 포격 명령을 내리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약 십만에 달하는 평양 시민들이 제대로 대피도 하지 못한 채 집 안에서 공포에 떨고 있었기 때문이다.

망할 조선주차군 놈들은 정말로 평양 시민들의 목숨을 볼모로 삼아 볼셰비키 적군을 막아서고 있었다.


이러한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나는 홍범도의 조선인 사단에게 은밀한 잠입을 명령했다.

바리게이트의 허점을 파고들기 위한 계획이었다.


“실례하겠소. 일본군의 사격이 있을 수도 있으니 절대 집 밖으로 나오지 마시고, 집 안에서도 항상 엎드려 계시오. 평양이 해방되면 태극기를 흔들 준비도 하시고 말이오.”


홍범도의 조선인 사단은 통행로를 차단하고 바리게이트를 구축한 조선주차군의 감시를 피하며 주거지를 통해 도시 내부로 잠입했다.

집과 집 사이의 담장을 넘으며 신속하게 이동한 홍범도는 바리게이트를 수비하고 있던 조선주차군의 뒤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탕, 탕, 탕!


“뒤다! 조센징 놈들이 내부에서 공격한다! 불령선인을 주의하라!”


“망할 조센징 놈들! 빨갱이들이 평양을 점령하면 너희들은 안전할 것 같냐? 우리가 누굴 위해 지금 여길 지키고 있는데!”


“기관총 부대는 전방을 주시하고, 소총 부대는 주거지 쪽을 경계하라! 집 밖으로 나오는 조센징은 전부 적으로 간주하고 모조리 쏴 죽여라!”


조선주차군의 바리게이트는 도시 외부에서 내부로 진입하는 것을 상대하기 위해 설치되어 있었으므로 내부에서 치고 나오는 적에게는 매우 취약했다.

조선주차군은 기관총을 쏘며 외부에서 진입하는 볼셰비키 적군을 상대하는 동시에 어떤 집에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홍범도의 사단을 경계해야 했다.

이는 조선주차군에게 온 사방이 적군으로 둘러싸인 듯한 기분을 느끼도록 만들었고, 이에 일부 조선주차군은 미쳐서 조선인 주거지를 향해 기관총을 갈겨버리는 일까지 발생했다.


“으아아! 조센징 놈들! 다 죽어라!”


“저 미친놈을 멈춰라! 도시 내의 조센징을 모조리 쏴 죽일 셈이냐! 기관총은 전방으로 고정하라! 소총병들도 집 밖으로 나오는 조센징만 신중하게 사격하라!”


“경고한다! 조선인들은 절대 집 밖으로 나오지 마라!”


평양 전투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볼셰비키 적군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었다.

홍범도가 이끄는 조선인 사단의 활약으로 볼셰비키 적군은 주거지에 펼쳐진 바리게이트를 뚫는 데 성공했다.

이제 조선주차군은 밀리고 밀려 평양부 청사를 중심으로 마지막 바리게이트를 친 상태였다.


“국방차관 동지. 야포 준비 완료되었습니다. 포격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모든 포대는 전방에 보이는 바리게이트를 향하여 각 18발씩 포격하라!”


나는 평양 전투에서 처음으로 포격 명령을 내렸다.

주거지를 벗어난 이상, 무고한 조선인이 포격에 휘말릴 위험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에 평양부 청사에서 일하고 있는 조선인이라면 무고하다고 보긴 힘들지 않을까?


무자비한 포격이 일본군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참호를 파고 들어간 것도 아니고, 바리게이트만으로 포격을 피하긴 무리였다.

오폭으로 평양부 청사도 불타올랐다.


“돌격하라! 저항하는 이는 자비 없이 사살하고, 항복하는 이는 무기를 빼앗고 포박하라!”


나는 평양 전투를 종결짓기 위해 볼셰비키 적군을 돌격시켰다.

그간 바리게이트를 뚫느라 온갖 고난을 겪었던 볼셰비키 적군은 함성을 지르며 달려갔다.


불타오르는 청사 안에서 몇몇 일본군이 마지막까지 저항했지만, 살아남은 조선주차군은 대부분 순순히 항복했다.

나는 항복한 조선주차군을 포로로 삼아 시베리아의 굴라크로 수송시키고 평양 전투를 마무리했다.

그렇게 평양 전투는 마침내 볼셰비키 적군의 승리로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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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한반도 해방 작전 +6 24.09.06 841 14 11쪽
27 개성 방어선 +6 24.09.05 805 23 11쪽
» 평양 전투 +3 24.09.04 819 19 10쪽
25 조선 진군 +4 24.09.03 862 23 12쪽
24 1919년 3월 1일 +3 24.09.02 851 19 11쪽
23 극동 소비에트 공화국 +1 24.09.02 811 18 11쪽
22 시베리아 임시정부 +2 24.09.01 809 15 11쪽
21 남러시아 백군 +1 24.09.01 778 15 11쪽
20 볼셰비키-폴란드 전쟁 +2 24.09.01 783 17 11쪽
19 볼셰비키 적군 +2 24.09.01 767 18 11쪽
18 독일 혁명 +1 24.08.31 785 16 12쪽
17 러시아 내전 +3 24.08.31 820 17 11쪽
16 시베리아 출병 +1 24.08.31 810 16 11쪽
15 스탈린과 친구들 24.08.30 854 16 11쪽
14 모스크바 천도와 조선의 맛 +2 24.08.30 855 19 12쪽
13 체코슬로바키아 군단 +1 24.08.30 831 17 11쪽
12 독립운동가 최재형 +1 24.08.30 846 1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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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적위대장 페치카 +1 24.08.29 869 21 11쪽
5 레닌의 러닝메이트 +3 24.08.28 917 20 11쪽
4 볼셰비키 입당과 트로츠키 +3 24.08.28 948 19 11쪽
3 나는 소비에트를 지지한다 +1 24.08.28 993 21 11쪽
2 러시아 제국군 대위 최운학 +3 24.08.28 1,064 2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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