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머리 소련 빨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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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라니
작품등록일 :
2024.08.27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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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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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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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천도와 조선의 맛

DUMMY

러시아 제국이 혁명으로 흔들리자 러시아 제국의 지배 아래 있던 여러 민족들은 이를 독립의 기회로 판단했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가장 먼저 행동에 나선 민족은 러시아 제국 제2의 민족 우크라이나인이었다.


러시아 제국 당시 우크라이나인은 약 2200만 명으로 러시아 제국 인구의 18%를 차지했다.

러시아인이 5500만 명으로 러시아 제국 인구의 44%에 불과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우크라이나 민족은 단일 민족국가를 세울 충분한 역량을 가지고 있었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독일 제국의 지원을 받아 우크라이나 인민 공화국을 선포했다.


“친애하는 우크라이나인이여! 러시아 제국이 무너지고 임시정부가 들어서더니 이제는 근본 없는 사회주의자들이 노동자의 나라를 건설하겠다고 날뛰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운명을 어찌 저런 근본 없는 놈들에게 맡길 수 있겠습니까? 우크라이나의 운명은 우크라이나인이 정합시다!”


“러시아 제국이 무너지고 러시아가 혼란한 지금이야말로 우크라이나가 독립할 기회입니다! 우크라이나 인민 공화국 만세!”


“우크라이나의 운명은 우크라이나인의 손으로! 우크라이나 인민 공화국 만세!”


우크라이나 인민 공화국은 우크라이나 역사상 최초의 우크라이나 민족국가였다.

우크라이나 인민 공화국은 볼셰비키 혁명정부의 지방 행정력 공백을 파고들어 순식간에 우크라이나 전역을 석권했다.

그러나 러시아 소비에트 공화국을 선포한 볼셰비키가 독일과 브레스트-리토프스크 조약을 체결하자 우크라이나 인민 공화국은 독립과 동시에 위기에 빠졌다.


브레스트-리토프스크 조약은 폴란드와 리투아니아의 독립만 인정했을 뿐, 우크라이나의 독립에 관한 조항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는 국제적으로 여전히 러시아의 영토로 간주되었다.


볼셰비키는 우크라이나의 친 볼셰비키 세력을 앞세워 우크라이나 소비에트 공화국을 선포했다.

이에 친 볼셰비키 우크라이나 소비에트 공화국과 반 볼셰비키 우크라이나 인민 공화국 사이에 내전이 발발했다.

조금 더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자면 혁명군과 독립군 간의 내전이었다.

우크라이나의 독립을 지원했던 독일은 서부전선 공세 준비에 바빠 우크라이나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고, 우크라이나 독립주의 세력은 스스로의 힘으로 독립을 수호해야 했다.


벨라루스도 우크라이나와 같은 길을 걸었다.

러시아 제국 당시 약 600만으로 러시아 제국 인구의 5%를 차지했던 벨라루스는 우크라이나의 독립 선포에 힘입어 벨라루스 인민 공화국을 선포했다.

물론 이 또한 독일 제국의 지원을 받아 이루어진 역사임은 자명했다.


그러나 브레스트-리토프스크 조약 체결 이후, 볼셰비키는 벨라루스 소비에트 공화국을 선포했다.

벨라루스 소비에트 공화국과 벨라루스 인민 공화국 사이의 내전이 발발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크라이나, 벨라루스를 따라 발트해 연안의 에스토니아, 라트비아도 독립을 선포했다.

볼셰비키는 마찬가지로 에스토니아 소비에트 공화국과 라트비아 소비에트 공화국을 선포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이와 같은 볼셰비키의 대응은 러시아 내 모든 민족은 평등하며, 스스로 정치적 운명을 결정할 권리를 가진다던 ‘러시아 내 모든 민족의 권리 선언’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대응이었다.

모든 민족은 자치정부를 구성하며, 원한다면 독립까지도 보장한다던 볼셰비키의 외침은 어디로 갔는지 도무지 찾아볼 수 없었다.

결국 이는 혁명을 받아들인 민족에게만 적용되는 권리라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


볼셰비키 혁명정부는 페트로그라드에서 모스크바로 수도를 옮겼다.

아무래도 에스토니아가 독립을 외치며 페트로그라드가 후방이 아니게 된 점도 있었고, 바다를 통한 외세의 침략도 우려되었기 때문이다.


수도가 옮겨짐에 따라 나도 페트로그라드의 저택을 국가에 반납하고 모스크바의 저택을 새롭게 불하받았다.

모스크바에도 귀족과 자본가에게 압류한 저택이 많기도 했고.

나도 이제 볼셰비키 혁명정부 비공식서열 10위권 안에 충분히 들어가는 권력자가 아닌가.


모스크바에 새 저택을 불하받는 과정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나는 이렇게 불하받은 새 저택에 볼셰비키의 지도자 블라디미르 레닌을 초대했다.


“레닌 동지. 시간이 괜찮으시다면 저희 집에 한 번 방문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동지께 제 아이들도 소개하고 고향의 만찬도 대접하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다가오는 일요일 저녁 시간이 어떻나?”


“좋습니다. 제 아이들이 드디어 레닌 동지를 뵐 수 있어 무척이나 기뻐하겠습니다.”


“듣는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페치카 동지의 말솜씨는 여전하군. 아, 혹시 인민위원회 정치국의 최고위원 한 명을 데려가도 괜찮겠나?”


“얼마든지 데려오십시오. 그러면 두 분을 모실 최고의 만찬을 준비해놓겠습니다.”


볼셰비키에는 현재 단 4명의 최고위원이 존재했다.

레닌, 트로츠키, 스탈린, 스베르들로프.

나는 이때 레닌이 데려오겠다던 최고위원이 당연히 트로츠키라 생각했다.


일요일 저녁.

약속대로 레닌이 우리집에 방문했다.


“볼셰비키 인민위원회 의장 동지를 환영합니다. 얘들아, 인사드려야지?”


“““안녕하세요!”””


나는 가족들과 함께 현관에서 레닌을 맞았다.

내 아이들과 동생들이 모두 모여 레닌에게 예의를 차려 인사했다.

레닌은 그런 아이들의 모습이 귀여운 듯 웃으며 다가왔다.


“페치카 동지. 초대해줘서 고맙네. 너희들도 반갑구나.”


“들어오십시오. 식당에 만찬을 차려놓았습니다.”


“그전에 함께 온 동지부터 소개하겠네. 서로 인사하게. 여기는 적위대 대장 페치카 동지고, 여기는 인민위원회 정치국 최고위원 스탈린 동지네.”


이오시프 스탈린.

별명은 강철의 대원수 혹은 조지아의 인간 백정.


나는 그제야 레닌이 데리고 오겠다던 최고위원이 트로츠키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니까 훗날 마오쩌둥, 히틀러랑 더불어 인류 최악의 독재자라고 불릴 그 스탈린이 지금 내 눈앞에 있는 거야?


“안녕하시오. 적위대장 동지. 초대해주어서 고맙소. 혁명 당시의 활약상은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소.”


“안녕하십니까. 최고위원 동지. 이렇게 모실 수 있어 영광입니다. 동지께서 볼셰비키의 기관지 프라우다에 기재하셨던 기사를 여러 번 읽어보았습니다.”


후... 일단 진정하자 진정해.

대숙청을 벌이며 소련 전체를 공포에 몰아넣을 그 독재자는 미래의 일이라고.

아직은 스탈린도 한 명의 볼셰비키 지도자일 뿐이다.


나는 간신히 마음을 진정시키고 레닌과 스탈린을 식당으로 안내했다.

식당에는 내 아내가 직접 요리한 12첩 반상이 차려져 있었다.

레닌은 생전 처음 보는 동양의 음식들을 신기한 눈치로 둘러보았다.


“페치카 동지. 처음 보는 음식들이 정말 많구려. 동지가 동방 땅끝의 작은 나라 출신이라는 것이 이제야 실감이 나는구려.”


“자리에 편히 앉으시지요. 제 고향의 음식들을 하나하나 소개하겠습니다. 먼저 이 음식은 동양의 주식인 밥에 여러 나물을 비벼 먹는 비빔밥이라는 음식으로...”


나는 레닌에게 조선의 음식을 차근차근 소개했다.

레닌과 스탈린은 나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며 머나먼 동방의 미각을 하나씩 감미했다.


식사가 끝나고, 나는 레닌과 스탈린을 서재로 안내했다.

귀족 가문의 서재를 개조하여 현대적인 감각을 더한 서재는 고풍스러운 분위기와 세련된 느낌이 공존했다.


“레닌 동지, 최고위원 동지. 음식은 대체로 어떠셨습니까? 입맛에 맞았는지요?”


“매우 맛있었네, 페치카 동지. 모든 음식이 새롭고 맛있었지만 나는 비빔밥이라는 요리와 된장국이라는 스프가 매우 마음에 들었네. 특히 비빔밥이란 음식은 여러 식재료가 섞여 매우 조화로운 맛이 느껴지더군. 스탈린 동지는 어땠는가?”


“저는 김치라는 음식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김치? 조금 맵지 않았나?”


“조금 매운 맛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게 또 이 음식의 매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선의 맛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하는 레닌과 스탈린이라니.

오늘 이 순간을 한류의 시작으로 역사책에 기록해야 될지도!?


곧 내 아내가 식혜와 수정과를 내왔다.

나는 레닌과 스탈린에게 후식을 권하며 말했다.


“레닌 동지, 최고위원 동지. 오늘의 만찬을 마무리하는 디저트로 저희 집에서 직접 만든 식혜와 수정과를 준비했습니다. 식혜는 엿기름으로 삭힌 밥과 물을 섞어 만든 달콤한 음료이고, 수정과는 생강과 계피로 달여 만든 약간 새콤한 음료입니다. 두 음료 모두 소화에 도움이 되니 편안히 드셔보시지요.”


레닌과 스탈린은 처음 보는 음료에 살짝 망설였다.

스프도 아닌데 밥알이 둥둥 떠다니는 음료라니?

낯선 음식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약간의 거부감도 느껴졌다.


그러나 집주인이 이토록 친절히 권하는 음료를 어찌 거절하랴.

레닌과 스탈린은 이내 마음을 다잡고 음료를 마셨다.


“음, 이 식혜란 음료는 참으로 달달하군. 밥알이 씹히는 식감도 새로워.”


“이 수정과란 음료는 신맛이 강하긴 하지만, 특유의 향이 은은하게 나서 괜찮네요. 동방의 음료는 참으로 신기하고도 오묘한 맛이군요.”


둘 다 처음에는 손이 가지 않아 망설이던 것과는 다르게 음료의 맛을 보니 마음에 든 듯했다.

레닌은 달달한 식혜의 맛에, 스탈린은 약간 신맛이 나는 수정과의 맛에 흠뻑 빠져들었다.


“적위대장 동지, 오늘 저택에 초대해주어 고맙소. 동지 덕분에 조선의 음식에 대해 알게 되어 식견이 매우 넓어진 기분이오. 요리하느라 고생하신 부인께도 감사 인사를 대신 전해주시오.”


“제가 저택에 방문해주신 최고위원 동지께 더 감사하지요. 제 고향 음식을 이토록 맛있게 드셔주시니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동지께서 주신 말씀을 제 아내에게 꼭 전해주겠습니다. 제 아내가 매우 기뻐하겠군요.”


스탈린은 내게 초대에 대한 감사의 뜻을 표했고, 나는 그에 대한 보답으로 방문에 대한 감사를 전했다.

레닌은 그런 우리를 흐뭇한 미소로 바라보았다.


“그나저나 둘은 언제까지 서로를 공식적인 호칭으로만 부를 건가? 둘의 나이 차이도 얼마 나지 않는 것 같은데 말이야.”


오늘만큼은 우리 둘 사이의 가교역할을 맡은 레닌이었다.

레닌은 조지아 출신의 스탈린과 조선 출신의 내가 소수민족 출신이라는 동질감을 가지고 좋은 친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스탈린과 나는 둘 다 레닌의 그림자라 불릴 정도로 레닌을 따르는 혁명가였기에 이는 레닌의 세력을 강화하는 일이기도 하였다.


“그러면 페치카 동지라 불러도 괜찮겠소?”


“물론입니다. 그럼 저도 스탈린 동지라 불러도 되겠습니까?”


“당연하지요. 그리고 그만큼 극존칭을 쓰지 않아도 되오. 나는 페치카 동지와 좋은 친우가 되고 싶으니까 말이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탈린 동지.”


미래에 소련의 지도자가 될 사람과 친교를 맺는 일을 내가 마다할 이유는 없지.

훗날 그가 독재자가 되든 학살자가 되든 그건 그때 일이고 말이야.


스탈린 역시 볼셰비키의 유일한 군사 조직을 지휘하는 나와 친교를 다지길 원하는 듯했다.

레닌의 배려 덕분에 나는 스탈린과 적지 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레닌 동지, 스탈린 동지. 다음에 오시면 조선의 술인 막걸리를 대접해 드리겠습니다. 다시 한 번 방문해 주십시오.”


“동방의 술이라. 어떤 맛일지 궁금하긴 하군. 다음에 또 시간을 내보도록 하겠네.”


“페치카 동지. 조만간 다시 놀러 오겠소. 그땐 조금 더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바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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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시베리아 출병 +1 24.08.31 810 16 11쪽
15 스탈린과 친구들 24.08.30 854 16 11쪽
» 모스크바 천도와 조선의 맛 +2 24.08.30 856 19 12쪽
13 체코슬로바키아 군단 +1 24.08.30 831 17 11쪽
12 독립운동가 최재형 +1 24.08.30 846 19 11쪽
11 브레스트-리토프스크 조약 +3 24.08.30 827 1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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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러시아 소비에트 공화국 +1 24.08.29 831 19 12쪽
7 볼셰비키 혁명 +2 24.08.29 853 26 11쪽
6 적위대장 페치카 +1 24.08.29 869 21 11쪽
5 레닌의 러닝메이트 +3 24.08.28 917 20 11쪽
4 볼셰비키 입당과 트로츠키 +3 24.08.28 948 1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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