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머리 소련 빨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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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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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7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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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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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소비에트 공화국

DUMMY

혁명은 성공했지만 막 권력을 잡은 볼셰비키의 세력 기반은 취약했다.

그도 그럴 것이 볼셰비키가 직접 장악한 도시는 페트로그라드와 모스크바가 전부였다.

러시아의 각 지역에서 노동자와 병사가 권력을 장악했다는 전보가 속속 날아들었지만, 그들이 전부 볼셰비키를 따르는 세력은 아니었다.

농촌에서는 농민 대다수가 여전히 사회혁명당을 따르고 있었고, 도시에서도 적지 않은 민중이 노동자들의 조직인 소비에트가 정부의 역할까지 맡는다는 것에 생소함을 느끼고 있었다.


“충성스러운 카자크인이여! 황제 폐하를 억압하는 반란 세력을 몰아내고 위대한 러시아 제국을 재건하자!”


“합법적인 민주주의 정부를 전복시키고 망언을 일삼는 볼셰비키를 강력히 규탄한다! 불법 군사쿠데타 세력을 몰아내고 러시아 민주주의 정부를 재건하자!”


반 볼셰비키 세력도 즉시 반격을 개시했다.

밖에서는 반혁명파 카자크 부대가 페트로그라드로 진격했고, 안에서는 멘셰비키가 사관생도들을 선동하여 반란을 일으켰다.


“혁명 정신에 반하는 반동분자들을 척살하라! 절대 물러서지 말고 대열을 지켜! 일제 사격!”


탕! 탕! 탕!


반 볼셰비키 세력으로부터 혁명을 수호하는 것.

그것이 적위대장으로서 내가 해야 할 일이 아니겠는가.

나는 적위대를 이끌고 페트로그라드를 방위하며 내부 반란 세력을 분쇄했다.


볼셰비키 입장에서 군대는 언제 배신해도 이상하지 않은 세력이었다.

임시정부가 군대를 믿지 못했듯 볼셰비키도 군대를 믿을 수 없었다.


이러한 혼란이 계속될수록 혁명을 수호하는 유일한 무력인 적위대가 빛날 거다.

그런즉, 한동안 나의 비공식 당서열은 걱정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볼셰비키는 인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 ‘러시아 내 모든 민족의 권리 선언’, ‘피착취 근로 인민의 권리 선언’ 등의 선언을 이어갔다.


-러시아 내 모든 민족의 권리 선언

“러시아 내 모든 민족은 평등하며, 스스로 정치적 운명을 결정할 권리를 가진다. 러시아 소비에트 공화국은 러시아 내 모든 민족의 자유로운 연합의 토대 위에 세워질 것이다. 모든 민족은 자치정부를 구성하며, 원한다면 독립까지도 보장한다!”


-피착취 근로 인민의 권리 선언

“러시아는 노동자, 병사, 농민의 소비에트 공화국이다. 소비에트 국가의 기본과제는 인간에 의한 착취 폐지와 사회주의 혁명이다. 노동과 평화와 토지에 관한 대중들의 열망을 즉시 실현할 것이다!”


볼셰비키는 이어서 임시정부가 예전에 약속한 제헌의회 설립도 예정대로 이행했다.

20세 이상 모든 남녀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보통선거, 평등선거, 비밀선거, 직접선거의 원칙에 따라 제헌의회 선거에 참여했다.


반 볼셰비키 세력은 제헌의회를 통해 다시 한번 설욕전을 준비했다.

제헌의회 선거에서 볼셰비키는 대도시, 공업 중심지, 군 주둔지에서 높은 득표율을 기록하였고, 사회혁명당은 농촌에서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그 결과, 사회혁명당이 40%로 제1당, 볼셰비키가 24%로 제2당, 나머지 표는 기타 정당이 나누어 가졌다.

제헌의회가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면 볼셰비키는 물러나야 할 판이었다.


“소비에트에 의회해산권을 도입한다! 제헌의회는 소비에트의 권력을 인정하라!”


볼셰비키는 소비에트에 의회해산권을 도입하고, 제헌의회에 소비에트의 권력을 인정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그러나 제헌의회의 제1당인 사회혁명당은 볼셰비키의 최후통첩을 단호히 거부했다.


“모든 권력은 제헌의회로! 소비에트는 정부가 아니다!”


이에 맞서 소비에트는 러시아 공화국의 선거 방식이 인민의 의지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공화국의 선거 방식은 인구 비례를 무시하고 각 지역구당 1명의 의원을 선출하는 방식이었다.

이에 따라 인구 100만의 도시와 인구 1만의 농촌에서 동등하게 1명의 의원이 선출되었다.

이는 애당초 노동자 중심의 볼셰비키가 너무나 불리한 선거 구조였다.


“소비에트가 제헌의회보다 백배 천배 더 민주적인 제도다!”


인구 비례를 무시하는 제헌의회보다 인구 비례에 따라 각 사업체에서 의원을 선출하는 소비에트가 훨씬 더 민주적인 제도가 아니겠는가.

볼셰비키는 제헌의회의 폭주에 맞서 소비에트의 이름으로 제헌의회 해산을 명령했다.

이렇게 제헌의회는 고작 설립 2개월 만에 해산당했다.


제헌의회를 강제로 해산한 볼셰비키는 스스로 혁명정부를 조직하고 러시아 소비에트 공화국을 수립했다.

볼셰비키 혁명정부는 인민위원회를 창설하여 그들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각종 개혁을 밀어붙였다.


가장 먼저 그들은 러시아에 남아있던 봉건제의 유물을 모두 일소하였다.

지주 소유의 토지가 사라졌으며, 신분제가 폐지되었다.


볼셰비키 혁명정부는 나름대로 인민의 생활 여건 개선에 힘을 쏟았다.

노동자들에게 식량을 우선 공급하였고, 그들을 지하실과 가건물에서 부르주아와 지주 소유였던 좋은 집으로 이주시켰다.

황제의 궁전과 부호의 대저택은 인민의 집회장, 요양소, 박물관이 되었다.


이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법령도 제정하였다.

8시간 노동제를 확립시켰고, 산업재해와 실업에 대한 보험법도 발표하였다.

의료서비스와 학교 교육도 모두 무료로 제공되었다.


‘하루 8시간 노동, 산업재해보험, 실업보험, 의료보험, 무상교육까지. 현대에서는 당연한 것들이 이 시대엔 혁명으로 취급받는구나.’


내가 빨갱이가 되는 것에 거리낌이 없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애당초 이 시대의 제도는 너무 불합리했다.

그 어떤 혁명적인 주장도 사실 현대인의 눈으로 바라보면 그저 그럴 때가 많았다.


물론, 모든 개혁이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었다.

이런 미친 주장을 누가 하나 싶을 정도로 어이없는 주장도 많았으니까.

대표적으로 이런 것들이 있다.


“공산주의 혁명을 완수하기 위해선 먼저 자본주의 체제를 붕괴시켜야 한다! 그렇다면 자본주의 체제를 붕괴시키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바로 돈을 무력화시켜야 한다. 그렇다면 돈은 어디서 찍어내는가? 바로 은행이다. 자본가들은 여태껏 은행을 통해 화폐 가치를 조절하며 그들의 자산을 증식시키고 노동자를 지배해왔다!”


레닌은 인플레이션을 일으켜 화폐 가치를 하락시키면 자본가를 몰락시키고 그들의 재산을 몰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 생각을 현실에 적용하기 위해 먼저 은행을 접수하고 지폐를 마구 찍어내기 시작했다.


“공장의 모든 물품은 노동자에 의해 생산되는데 어찌하여 일을 하지 않는 자본가가 모든 이익을 독점하는가? 이것이 자본주의 체제를 붕괴시키고 공산주의 혁명이 일어나야 할 근본 원인이다!”


볼셰비키는 자본가의 자산을 몰수하는 것에 집중했다.

대기업부터 차례로 국유화에 들어가 최종적으로는 1인 기업까지 모두 국유화에 착수했다.


“민간에서 일어나는 상업 거래는 자본가 계급을 탄생시키는 사회의 악이다. 자본가 계급은 상업 거래를 통해 이윤을 창출하고 이를 반복하여 자산을 증식한다!”


상업적 이윤을 추구하는 거래가 금지되었다.

소비에트 사회는 물물교환의 시대로 되돌아갔다.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다! 종교를 폐지하는 것은 인민의 진정한 행복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학교는 교회에서 분리하여 국가에서 운영할 것이며, 교회는 앞으로 어떠한 정치적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다. 종교는 지배계급의 도구가 아니다!”


종교 탄압도 시작했다.

볼셰비키는 종교의 자리를 공산주의 사상으로 대체했다.


앞으로 나라 꼴이 어떻게 될지 뻔히 보이는구나.

인플레이션 유발, 상업 거래 금지, 모든 기업 국유화, 종교 탄압까지.

당장 내일 나라가 망해도 이상하지 않겠는걸?


이걸 모르고 혁명에 동참한 건 아니지만 나라 돌아가는 꼴을 보니 답답해 뒈지겠네.

이딴 나라가 어떻게 러시아 내전에서 승리하고 훗날 천조국을 위협하는 냉전 시대 제2의 종주국이 되는 거지?


혁명정부에서 한 자리 차지 안 한 게 진심으로 다행이다.

저딴 정책 결정하는 자리에 함께 있었으면 벌써 화병 나서 쓰러졌을지도 모르니까.


그냥 묵묵히 적위대나 지휘하면서 혁명을 수호하는 포지션을 가지자.

이게 자기들 나름대로는 고심의 결과인데 내가 뭐 어쩌겠냐?

어차피 러시아 내전의 승리자가 볼셰비키라는 사실은 역사가 증명한다.

나는 지금 승자의 편에 서 있는 거야.


이렇게 내부적으로 각종 개혁을 밀어붙인 볼셰비키 혁명정부는 평화에 대한 대중들의 열망을 실현하고자 독일과의 강화 협상에도 착수했다.


“우리 러시아는 무병합·무배상을 조건으로 강화를 요청합니다. 러시아와 독일 모두 군대를 물리고 전쟁 전으로 돌아갑시다.”


“이미 우리 독일 제국은 적지 않은 러시아 서방 영토를 점령하고 있습니다. 무병합·무배상은 있을 수 없습니다. 러시아는 마땅히 패전을 인정하고 독일 제국에 합당한 배상을 해야 합니다.”


러시아 혁명정부의 주장은 간단했다.

깔끔하게 무병합·무배상으로 전쟁 전으로 돌아가자!

이 얼마나 평등한 조건이냐?


그러나 이는 독일 제국의 입장에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었다.

동부전선만 놓고 보면 독일이 러시아를 상대로 상당한 우위를 지니고 있었으니 독일의 주장이 딱히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었다.


“우리 러시아와 정전을 하면 당장 독일은 동부전선을 정리하고 서부전선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이를 생각하면 무병합·무배상 강화가 결코 독일에 불리한 조건이 아닙니다. 러시아가 독일과 강화 협상을 진행하는 것 자체가 영국과 프랑스에 대한 배신이라는 사실도 고려해 주십시오. 러시아는 이미 외교적인 고립을 감수하고 이 협상에 임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무병합·무배상은 너무 무리한 조건입니다. 현재 점령지를 기준으로 보자면 폴란드, 리투아니아, 벨라루스 서부를 우리 독일 제국이 점령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러시아가 강화에 적극적으로 임해준다면 이 중에서 벨라루스 서부는 러시아에 돌려드리겠습니다. 대신 폴란드, 리투아니아의 독립을 인정하고, 벨라루스 서부를 돌려드리는 것에 대한 적절한 배상금을 지불하여 주십시오.”


무병합·무배상 강화를 주장하는 러시아.

점령지 독립과 배상금을 요구하는 독일.

각각의 입장을 바라보면 이해할 수 없는 조건은 아니다.


일단 러시아 입장.

엄청난 돈을 투자한 전쟁에서 얻은 게 없는 것도 억울한데 영토까지 내놓으라고?

볼셰비키 혁명정부가 곧바로 매국노 정부로 전락할걸?

우리가 망하면 너희도 좋을 게 없을 텐데?

안 그래도 영국이랑 프랑스가 너희랑 협상한다고 난리거든?

당장 군부의 반발은 또 어쩔 거야?

이런 식이면 강화와 동시에 군사쿠데타 각이야.

러시아에 군사정권 들어서면 너희랑 절대 강화 안 해.


이번엔 독일 입장.

우리가 요구하는 폴란드, 리투아니아 영토는 이미 전쟁 초기부터 정복한 영토거든?

이미 우리가 실효 지배한 지가 3년이야.

거기에다가 우리가 뭐 폴란드랑 리투아니아를 독일 제국에 합병시키겠다고 했냐?

독립시킨다고, 독립.

폴란드 섭정 왕국 세우고, 리투아니아 공국 세우고.

민족자결주의라고 못 들어봤어?

들어보니까 너희도 러시아 내 모든 민족의 자결권을 인정한다며.

근데 왜 타민족 영토를 못 돌려받아서 안달이야.

너희가 이 정도도 양보를 안 한다?

우리도 군부 설득 못 해.


서로의 입장이 이러하니 강화 협상은 자연히 평행선을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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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볼셰비키 적군 +2 24.09.01 766 1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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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러시아 내전 +3 24.08.31 820 17 11쪽
16 시베리아 출병 +1 24.08.31 810 16 11쪽
15 스탈린과 친구들 24.08.30 854 1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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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레닌의 초대 +1 24.08.29 822 17 12쪽
» 러시아 소비에트 공화국 +1 24.08.29 831 19 12쪽
7 볼셰비키 혁명 +2 24.08.29 852 26 11쪽
6 적위대장 페치카 +1 24.08.29 868 21 11쪽
5 레닌의 러닝메이트 +3 24.08.28 917 20 11쪽
4 볼셰비키 입당과 트로츠키 +3 24.08.28 948 1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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