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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토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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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토닉
작품등록일 :
2024.07.19 09:25
최근연재일 :
2024.09.1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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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4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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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퇴사

DUMMY

경건해진 테이블에는 침묵이 놓여있었다.

아무도 맥주를 마시지 않고 있었다.

다들 샤워하러 가야 했지만, 그냥 자리에 앉아 데이비드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퇴사라······”

해수가 침묵 속에 말을 꺼냈다.


“왜? 이유가 뭐지?”

“다들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라구.

전부터 위원회 자리에 신청한 게 있었는데 며칠 전에 연락이 와서 말이지.”

“위원회? 우주 자원국에서?”


“응! 다들 알잖아?

전부터 위원회에 들어가고 싶은 게 내 꿈이라는 거.”

“이제 정치를 해보겠다?”


“아니! 아니!

정치는 아니고 이런 현장 일보다는 관리직을 하는 게 맞는 거 같아서.”

“어허! 위원회에 들어간다는 말은 그냥 관리직은 아니잖아?”

“뭐. 그렇기는 하지만···.”

“야망 있는 남자군.”


“어쨌든 축하해요.

꿈을 이룬 거.”

“하하하. 이제 시작인데 뭐.

그리워서 다시 올지도 몰라.”


하지만 누구도 데이비드가 다시 돌아오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아쉽네.” 해수가 손깍지를 끼며 말했다.

“네! 아쉽네요.

이제는 더 이상 보기 힘든 사람이 되었네요.”

“뭐. 그렇게까지 말할 건 없잖아.

기껏해야 위원회 말단인데.”


하지만 우주 자원국 위원회에 들어간다는 것은, 델릭스 행정국에서 가장 막강한 권력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했다.

델릭스 행성으로 보면, 엘리트 중의 엘리트가 되는 코스였으니까 말이다.


“어떻게 위원회로 간 거야? 빽이라도 있어?”

“아니야! 내가 무슨 빽이 있겠어. 다 로건 덕이지.”

“로건이?”

“응! 실은 전에 로건에게 말했거든.

더 이상 여기에 있을 이유를 모르겠다고.

그러니까 로건이 뭘 하고 싶은지 묻더군.

그래서 예전부터 꿈꾸어 오던 걸 말했는데 로건이 힘을 써준 모양이야.”


“잘됐네요.”

연서는 다시 맥주를 따르며 말했다.

“잘 됐어.”

마후도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뭐 다들 분위기가 싸해질까봐 말할지 말지 고민하고 있었지.”

“그런 일은 말해야죠. 아무튼 잘된 일이잖아요.”

“그렇기는 하지만···.

막상 결정되니 아쉽기도 하니 말이야.”


“그건 다들 마찬가지일 거야.

나는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해.”

해수가 데이비드를 보며 말했다.


“그럼, 이제 우주 자원국 델릭스 지부장이 되는 건가?”

“말도 안 되는 소리. 아직 앤더슨 대령이 살아있는데 말야.”


앤더슨 대령.

지구의 통합정부 우주 자원국에서 탐사를 보낸 시절.

델릭스 행성을 찾아내 정착한 1세대였다.


모든 델릭스 행성의 기반을 닦은 그였다.

겸손한 그는 아직도 대령이라고 불리고 있었지만, 급으로는 델릭스 황제와 같았다.

하지만 이제는 너무 많은 나이였다.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델릭스 행성 사람들은 그를 영원한 최고 수장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이와 세월은 어쩔 수 없는 법.


앤더슨 대령은 모든 권력에서 떠나, 소소하게 행성에서 농사를 지으며 말년을 보내기를 원했다.

그러나 아직도 행성에는 해야 할 일이 많았기 때문에 은퇴할 수가 없었다.

델릭스 행성에서는 그가 후계자를 찾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너무 늦게 후계자를 찾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돌았지만.

대다수 델릭스 행성 사람들은 앤더슨 대령을 존경했기 때문에, 그가 어떤 결정을 해도 믿고 따랐다.


하지만 연서는 알고 있었다.

후계자 찾기가 늦어진 이유.

그것은 예전부터 앤더슨 대령이 로건을 후계자로 생각했기 때문이라는 걸.

만약 로건이 죽지 않았다면, 그는 델릭스 행성 2대 황제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로건은 어린 연서에게 그런 이야기를 해주면서, 자신은 절대 델릭스 행성의 황제 따위는 되지 않겠다고 단호히 말했다.


아마 앤더슨 대령도 그것을 알고 있었지만, 자신이 죽으면 로건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리라 믿었다.

그렇게 앤더슨 대령의 신임을 받던 로건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앤더슨 대령은 정말 슬프게 눈물을 흘렸다.


“아! 델릭스 행성의 미래가 저버렸구나!”라고 애통해할 만큼.


만약 앤더슨 대령이 죽는다면, 델릭스 행성은 엄청난 파고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


“자! 다들 맥주 내뿜지 말고 건배하자구!”

해수는 잔을 들고 일어서며 말했다.


“앉아서 해!”

데이비드는 쑥스러운 듯이 말했다.

“미래의 황제가 될지도 모르는데 말야 어떻게 앉아서 건배할 수 있겠어?”

해수는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좋아! 좋아!”

마후도 거침없이 일어서며 말했다.

“좋아요!”

연서도 일어섰다.


“이거 쑥스러운데.”

데이비드도 분위기에 휩싸여 어설프게 일어서며 말했다.


“그동안 고생했고 앞으로 찬란한 미래가 있기를!”

“있기를!”


다들 잔을 부딪치고 벌컥벌컥 맥주를 마셨다.


“그럼, 언제 떠나요?”

“이번 주까지만 일하고···.”

“좀 쉬어. 나머지는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


“그럴 수야 있나? 끝까지 할 일은 해야지.”

“아니면 내일부터는 혼자 가든지 말이야.”

“그건 아니지 않아? 하하하”

“하하하”


누구도 데이비드 후임으로 누가 올지 묻지는 않았다.

그건 본부에서 결정할 일이니까.


잘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모두가 아쉬운 마음은 똑같았다.

그리고 다음에 어떻게 만날지 아무도 모른 채···


해수는 로건의 일기를 통해 알고 있었다.

데이비드가 보통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데이비드의 아버지 라울 데이비드 경.

앤더슨 대령을 도와 델릭스 행성을 일으킨 창립자 중에 한 사람.


다만 불운하게도 데이비드가 어렸을 때, 델릭스 행성의 원인 모를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격리되어 앓다가 죽었다는 것을.


그 사실은 데이비드 역시 모를 것이다.

왜냐하면 그의 죽음은 초창기 정착 당시의 일이기 때문에, 원인을 규명하지 못했다.

다만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법률가로서 자원 탐사에 합류한 데이비드 경.

그는 델릭스 행성 법률의 초안을 만들고 죽었다.

앤더슨 대령은 그의 죽음에 진심으로 애도했다.


이곳 델릭스 행성으로 오는 도중에 도착하기 바로 직전.

데이비드의 어머니도 탐사 비행선에서 데이비드를 낳고 죽었기 때문이다.

앤더슨 대령은 그런 데이비드가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지시했다.

그리고 그 사실들을 데이비드는 절대 모르도록 했다.


그런 이유로 델릭스 행성에서 데이비드는 고아로 자랐지만, 부족함 없이 지낼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눈에 띄게 특별 대우를 받은 것도 아니었다.


자신은 평범하게 자랐다고 생각했지만, 고아로써 하층민의 삶도 아니었다.


데이비드의 야망.

어쩌면 그것은 기억나지 않는 아버지의 야망이었는지도 모른다.


***


그렇게 일주일이 시간이 지났다.

이제 해수도 일상이란 것에 의미를 두지 않을 정도로 적응되었다.

매일매일 위기의 순간이 있었지만, 어떻게 잘 넘기며 지냈다.


다들 데이비드가 떠날 줄 알았기 때문에, 위험한 일에는 참여시키지 않았다. 데이비드 역시, 퇴근 후에는 여러 가지 것을 준비하느라 바빴다.


그리고 시간은 금세 지나가고, 떠나는 날이 되었다.


“또 보자!”

델릭스 도시 행성으로 떠나는 비행선 앞에서, 데이비드는 해수에게 말했다.


“당연한 소리!”

해수는 데이비드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연서는 서운함에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네가 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데이비드는 비행선에 오르려는 순간, 뒤돌아서며 해수에게 말했다.


“나도 너를 만나서 많은 것을 배웠다.

시간이 짧아서 아쉽지만, 다시 볼 수 있겠지.”

“꼭 그러길 바랄게.

마후와 연서를 잘 부탁한다.”

“그런 걱정은 접어두고, 네 꿈을 이루기를···.”

“너두!”


둘은 자신도 모르게, 서로의 손을 잡았다.


가끔 인생의 인연은, 어찌 될지 알 길이 없다.

다만 추억은 추억으로 쌓일 뿐이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

같은 일을 겪으며 헤쳐 나갔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을 뿐이다.


하지만 인간의 인연은 덩굴과 같아서, 때로는 얽히고 때로는 끊어진다.

그리고 얽혀있는 인연의 이유는 알 수가 없다.


덩굴이 얽힌 것은 서로를 의지하며 뻗어나가는 것일까?

아니면 서로를 죽이기 위해 얽혀있는 것일까?

그것은 덩굴이 다 자란 후에 알 수 있을 것이다.


마후와 연서에게 가벼운 포옹을 하고, 데이비드는 비행선에 올랐다.

뜨거운 화염을 내뿜으며, 비행선은 천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이제 같은 공간에 있지 않는 것을 의미했다.

작아지는 점처럼 멀어지는 비행선.

한동안 해수와 연서, 그리고 마후는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사람이 떠난 자리에는, 온기의 그림자가 남아있었다.

잔상처럼, 한동안 데이비드의 자리가 느껴졌다.


“새로운 친구는 언제 와?”

해수가 연서에게 물었다.


“오늘이 토요일이니까 월요일에 도착할 거야.”

“그럼, 월요일에는 마후와 나만 출근하면 되지 않을까?”

“아니!

어차피 새로운 친구가 온다고 해도 시스템에서 다 알아서 도와줄 거야.

혼자 남아있고 싶지는 않아.”


연서의 아쉬움 가득한 눈을 보았다.

연서가 로건을 잃었을 때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아쉬워했을지 느껴졌다.


“자! 데이비드는 떠났으니 우울해하지 말자구.

새 친구가 올 거니까.

내일은 내가 요리 좀 해볼게.”


“난 후추 빼고 요리해야 해.”

마후가 코를 훌쩍이며 말했다.


“뭐야? 우는 거야?”

“아니! 축농증이 있어서 가끔 코가 간지러워.

콧물도 나고 말야.”


마후는 도대체 꿈이 뭐길래 치료받을 코인도 아끼는 걸까?

“치료를 받는 건 어때?”

“괜찮아. 수술 같은 건 겁나서 말이지.

연서가 주는 약이면 충분해.”

“헬멧을 쓰면 숨쉬기가 곤란하지 않아?”


“이제는 익숙해져서 말이지.

그리고 그게 좋은 점이 가끔 역겨운 외계 생명체 냄새도 못 맡으니까.”

“하하! 알았어.”


그건 맞는 말이었다.

해수도 처음에 역시 가끔 역한 냄새를 맡기도 해서 이해가 됐다.


토요일 저녁의 식사는 해수가 만들었다.

우주선에서 교육했던 요리 지식으로 만들어 보았다.


전의 전투에서 잘라 온, 워든워커의 육질을 이용한 파스타였다.

워든워커의 육질은 조금 질겨서 육수와 소스를 만드는 것에만 이용했다.

그리고 스팅테일리언의 육질을 갈아, 둥근 완자로 만들어 풍미를 더했다.


“자! 이거 한번 맛보라구!”

다들 처음 보는 면 요리에 신기해했다.


“이 기다란 줄은 뭐로 만든 거지?”

연서는 길게 늘어진 면을 보고 신기해했다.


“워든워커의 육수와 영양 가루로 반죽을 좀 해봤지.”

“참 신기한 요리네.”

“먹어봐.”


마후와 연서는 면을 한 가닥씩 집어 입에 넣기 시작했다.

“와! 이거 엄청 맛있다!”

연서는 미간을 움직이며 말했다.

“소스도 기가 막히는데?”

평소에 반응이 미지근했던 마후도 만족했다.


“데이비드의 요리에 비해 섬세하네.”

다들 만족해하는 모습을 보고 해수는 빙그레 웃었다.


“앞으로 해줄 요리는 많아.”

“정말 기대돼. 왜 이런 요리 솜씨를 안 보여 주고 있었던 거야?”

“하하하. 그동안은 데이비드가 요리하는 걸 좋아했으니까.”


“띵~!!”

그때, 해수는 자신의 시계에 울리는 메시지를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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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복귀 24.09.07 30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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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재건_1 24.09.02 42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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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스콜 24.08.28 4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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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추격 24.08.26 34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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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관계의 복잡성 24.08.19 50 1 12쪽
31 어려운 사명 24.08.18 5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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