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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토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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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토닉
작품등록일 :
2024.07.19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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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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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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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호출의 이유

DUMMY

지하 주차장.

생각보다 엄청나게 화려했다.

끝없이 줄지어 주차된 차들.

차에 문외한이더라도, 모두 고가의 차량뿐이었다.


광택이 번쩍번쩍하다.

날렵한 모양과 중후한 모양의 차량까지···.

마치 차량 전시장이라고 해도 될 정도였다.


“여기로 오시죠.”

조심스럽게 연서와 해수를 인도하는 하시모토.

여전히 정중한 태도로 앞장섰다.

몇 걸음 걷자,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했다.


문이 열렸다.

하시모토는 연서와 해수에게 타라는 손짓을 하고, 고개를 숙였다.

연서와 해수가 올라타자, 하시모토는 여전히 서서 고개를 숙인 채로 말했다.


“올라갑니다!”

“잠깐만요. 같이 타는 거 아닌가요?”


“저의 안내는 여기까지입니다.

위로 올라가시면 기다리고 계실 겁니다.”

“누···가···?”


해수가 말하기 전에, 엘리베이터의 문은 닫혔다.

엘리베이터는 빠른 속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내 참! 여기는 뭐 이래? 이상한데?”

해수가 연서를 보며 말했다.

“그러게. 나도 이런 상황은 처음이라.”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긴 복도에 수많은 문이 나타났다.

앞에는 한 여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잘 오셨군요.

여기부터는 모두 비밀구역입니다.

연서 씨는 저를 따라오세요.

해수 씨는 저 통로의 끝방으로 이동하시면 됩니다.”


여자는 큰 키에, 다부진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하시모토와 달리, 자신의 소개도 하지 않았다.

그저 가야 할 곳만 일러줄 뿐이었다.


연서는 당황했지만, 여자의 안내에 따라 복도로 이동했다.

해수는 혼자 남겨져 통로의 끝방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참 희한한 곳이야.

원래 우주 자원국은 이런 곳인가?”

해수는 걸어가며 말했다.


문들은 모두 엔틱한 느낌이 들었지만, 화려하지는 않았다.

간혹 칠이 벗겨진 곳도 있는 것으로 보아, 오래된 건물 같아 보였다.


복도의 끝방.

해수는 멍하니 서있다가, 아무도 없는 것을 알고 노크했다.

뒤를 돌아보자, 연서 역시 자신을 바라본다.

그리고 이내, 여자와 반대편 복도의 어느 방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위험하진 않겠지?”


인기척이 없어서, 다시 한번 노크를 했다.

그러자 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


방안은 상당히 넓었고, 채광이 잘 스며들었다.

하지만 너무 넓은 곳이라, 채광이 드는 곳 외에는 어둡게 느껴지는 방이었다.


마치 도서관처럼.

한쪽 벽면에는 엄청난 양의 책들이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다.

그리고 다른 한편에는 사람들의 초상화가 줄지어 걸려있었다.


“또각...또각”

방안에서도 한참을 걸어갔다.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사람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누구 계신가요?”

해수는 큰 소리로 외쳐보았다.


“누구 없어요?”

다시 한번 더 크게 외쳤을 때, 구석의 어둠 속에서 누군가 움직였다.


천천히 전동휠체어에 탄 노인의 모습이 나타났다.

“쿨럭! 쿨럭!”

노인은 대답 대신 기침을 했다.


“잘 왔군.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되더라도 양해해 주게.

콜록 콜록!”

노인은 매우 아픈지, 거친 숨소리에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뉘신지···.”

해수는 노인을 보며 조심스레 물었다.


“흐흐흐. 자네는 나를 모르겠구만.

일단 여기로 와서 앉게나.”

노인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중앙에 놓인 소파를 향해 손짓했다.


노인이 휠체어의 버튼을 누르자, 모든 창문에 커튼이 드리워졌다.

그리고 방안에는 서서히 조명이 켜졌다.


“내가 이제 햇빛을 보기가 힘들어서 말이야.

좀 어둡더라도 이해하게.”

노인은 천천히 해수를 보며 다가왔다.


얼굴에는 주름이 가득했지만, 눈빛만은 빛나는 노인이었다.

소파에 앉자, 노인은 해수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초면에 실례 같지만, 많이 닮았군. 흐흐흐”

시원스레 웃지 못하고, 바람 빠지는 웃음소리로 노인은 말했다.


“....”

“자네가 알지 모르지만 내 소개를 하지.

나는 앤더슨 대령이네. “

“네? 앤더슨 대령님?”

해수는 눈이 커지며 말했다.


“놀라는 걸 보니 내 이름은 알고 있는 모양이군. 잘됐네.”

“네! 알고 있습니다.”


“내가 몸이 좋지 않아서 많은 말은 할 수가 없어.

솔직히 말하면, 오늘내일하는 노인네이지.”

앤더슨 대령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자네가 여기로 왔다는 소식은 들었네.

하지만 바빠서 통 볼 수 있는 기회가 없더군.

이제서야 자네를 부를 건 미안한 일이긴 해.

좀 더 성한 모습일 때 봤어야 했는데 말야.”


“아닙니다. 불러 주셔서 영광입니다.”

“콜록 콜록!”

앤더슨 대령은 정말 몸이 좋지 않은지, 대답 대신 기침을 연거푸 했다.


“각설하고 본론부터 말하지.

내가 자네를 부른 이유는 부탁이 있어서야.”


“.....”

“자네는 자네의 아버지를 못 봤을 테지만, 나는 로건을 잘 알지.

어쩌면 이 나라를 이끌어간 인재였는데, 갑작스레 죽음을 맞이해서 나도 슬펐다네.”

“네···.”


“자네 아버지가 자네를 매우 보고 싶어 했네.

무리해서라도 자네를 이곳으로 부른 건데···.

콜록! 콜록! “


“.......”

“아쉽게도 자네의 얼굴을 보지 못해서 매우 유감이야.”


앤더슨 대령은 생각에 잠긴 듯, 눈물을 글썽이며 깜빡거렸다.

그의 몸짓에서 진실한 마음이 느껴졌다.


“그는···. 내가 생각한 델릭스 행성의 유일한 후계자였지.

애석하게도 나는 자녀가 없네.

결혼조차 내게는 사치였거든.

어떻게든 마지막 남은 인류를 번성시켜야 했지.

그게 평생 나의 사명이었네.”

“.......”


“이 델릭스 도시를 건설해서 인류를 살아남도록 평생을 바쳤네.

그러다 보니 바보같이 내 앞가림도 할 시간이 없었지.

지금 생각하면 멍청한 짓이었지만···.

그게 내 운명이었던 걸 어떻게 하겠나.”

이해를 구하는 듯한 눈빛으로 해수를 쳐다보았다.


“나는 곧 죽을 걸세.

이제는 더 이상 가망이 없지.

하지만 내 마음은 누구보다 평화롭네.

인제야 운명의 굴레를 벗어난 느낌이야.

하지만···.”


앤더슨 대령은 결론을 말하고자 애쓰는 느낌이었다.

혼신을 다해 말하고 있는 것이 느껴져서 해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내가 죽으면 이 델릭스 행성이 어찌 될지 걱정스럽네.

많은 인재가 있지만···.

델릭스 도시는 아직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린애와 같은 세상이거든.

후계자들은 모두 권력에 욕심이 가득할 뿐이라는 걸 알았지.

로건만 살아있었다면 편히 눈을 감았을 텐데···.”

“....”


“그래서 내 부탁은···.

자네가 권력자들을 감시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걸세.”

“제가요?”

해수는 깜짝 놀라 말했다.


“델릭스 886행성에서 있었던 모든 일은 보고 받았네.

자네가 어떻게 지내왔는지도 말야.

자네에게 군주의 일을 하라고 할 수는 없네.

그건 자네에게는 너무 버거운 일일 테지.”

“...”


“하지만 내가 죽은 후에···.

포악한 군주가 등장하는 것은 막아야만 해.

자네를 도와줄 비밀 조직은 이미 활동 중일세.

누군가 이 델릭스 도시 행성을 망치려는 자가 있다면.

...자네가 반드시 막아야 하네.”


“그···. 그건···.”

“자네를 도울 사람들이 있을 거야.

하지만 어쨌든 그건 자네의 힘으로 해야 할 거야.

혼자라고 생각하지 말게.

때가 되면 내가 준비해 둔 게, 무엇인지 알게 될 테니까 말야.

자세히 설명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니까 말일세···.

콜록 콜록”


“예! 명심하겠습니다.”

“좋아. 꼭 명심하게.

어쩌면 자네에게 인류의 존속이 달린 일이니까 말야.

만약 델릭스 도시가 평화롭게 번성한다면 자네가 할 일은 없을 거야.

하지만 그렇지 못할 거라는 게, 내 생각이야.”

“.....”


“한 가지 더.

이게 가장 중요한 일일세.”

앤더슨 대령은 천천히 눈을 감고 말했다.


“이건 아무에게도 말해서는 안 되네.

나와 로건만이 알고 있는 비밀이었어.”

“.....”


“언젠가 엄청난 지적 외계 생명체가 쳐들어올 거야.”

“네?”

해수는 놀랐다.


“로건이 나의 후계자 자리를 거절하고, 886행성으로 간 이유가 그것이었네.

우리는 이곳을 탐사하면서부터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

원래 이 행성의 주인이 따로 있었다는 것을 말이야.

그들이 다시 돌아올 거야.”


“어떻게 그런 일이···.”

“이건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지만···.

이제 더 이상 비밀로 할 수가 없네.

오래전부터 나와 로건은···.

그 외계 생명체가 다시 돌아올 것을 알고 준비하고 있었네.

새로운 무기를 만들고 외계 생명체를 연구했지.

그들은 반드시 이곳으로 돌아올 거야.

그들을 막아야 하네.

지금까지는 사람들이 동요할까 봐 알리지 못했지만···.”


앤더슨 대령은 침을 삼키며, 온 힘을 다해 말을 이어나갔다.

“지금 내가 생각하는 인류 멸망의 시나리오는 단 두 가지.

가장 확률이 높은 가정일세.

외계 생명체가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 멸망하든가···.

아니면 인류의 내분으로 인해 멸망하든가.

이 두 가지를 피해야만 인류가 계속 여기서 살아남을 수 있을 거야.

미안하네.

어떻게든 그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 보려 했지만.

...이제 나는 여기서 멈출 수밖에···.”


“아! 제가 할 수 있을까요?”

“밖에서 만나 에리카가 자네를 도울 거야.

걱정하지는 말게.

나 역시 꽤 많은 준비를 해두었으니, 말이야.

하지만 내가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자네에게 넘기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하네.”


앤더슨 대령은 해수에게 오라고 손짓했다.

그러고는 두 손으로 해수의 손을 꼭 잡았다.


“원래 이건 나와 로건이 짊어질 짐이었는데 어쩔 수 없네.

자네가 해낼 거라고 말해주게.”


앤더슨 대령은 간절한 눈빛으로 해수의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인류를 위한 절실한 눈빛이었다.

해수는 많은 생각이 오갔지만, 자신도 모르게 대답하고 말았다.


“알겠습니다. 제가 해내겠습니다!”


앤더슨 대령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마지막 남은 인류는 여기 델릭스 행성뿐이네.”

“네?”


앤더슨 대령은 더는 말하지 않았다.

그는 기력이 다한듯했다.

눈은 깜빡이고 있었지만, 온몸에 힘이 빠진 듯했다.


앤더슨 대령이 휠체어의 버튼을 누르자, 문이 열렸다.

아까 그 여자···. 에리카가 들어왔다.

“대령님!”

그녀는 다급하게 부르며, 앤더슨 대령의 몸 상태를 체크하기 시작했다.


“생명에 지장은 없지만 쇼크가 왔어요.

하루에도 몇 번씩 그러니 너무 걱정은 말아요.”

그녀는 걱정스러운 눈빛의 해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그만 나가야 해요.

나머지는 대기 중인 의료진이 돌봐줄 거예요.”

해수는 에리카의 손에 이끌려 문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뒤에서 희미하면서도 단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잊지 말게! 반드시!”


문은 닫히고 해수는 멍한 표정으로 아까 엘리베이터로 돌아왔다.

거기에는 연서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서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어? 표정이 왜 그래?”

정신이 든 해수가 말했다.

“아···. 아냐.

아무 일도 아니었어.”


“지금의 모든 일은 비밀이에요!”

에리카는 매서운 말투로 말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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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선물 24.09.10 24 1 11쪽
53 비밀 기지 24.09.09 26 1 12쪽
52 반란 24.09.08 30 1 11쪽
51 복귀 24.09.07 31 1 11쪽
50 재건_5 24.09.06 30 1 12쪽
49 재건_4 24.09.05 32 1 11쪽
48 재건_3 24.09.04 30 1 12쪽
47 재건_2 24.09.03 33 2 12쪽
46 재건_1 24.09.02 42 1 11쪽
45 남은 자들_3 24.09.01 38 1 11쪽
44 남은 자들_2 24.08.31 37 1 11쪽
43 남은 자들_1 24.08.30 37 2 12쪽
42 기계실 안의 생명체는? 24.08.29 52 1 12쪽
41 스콜 24.08.28 42 1 11쪽
40 착륙 24.08.27 37 1 11쪽
39 추격 24.08.26 35 1 11쪽
38 출발 24.08.25 39 2 12쪽
37 변화 24.08.24 40 1 11쪽
36 두번째 전투_2 24.08.23 40 1 11쪽
35 두번째 전투_1 24.08.22 43 1 11쪽
34 첫 전투 24.08.21 47 1 11쪽
33 새로운 팀원 24.08.20 51 1 12쪽
32 관계의 복잡성 24.08.19 50 1 12쪽
31 어려운 사명 24.08.18 5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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