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각성자로 회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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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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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5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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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

DUMMY

이른 아침의 거실.

강현우가 코어의 마력을 흡수하고 있다.


“후우우—”


어깨와 정수리 위로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이게 여덟 개째 코어였던가?”


어느새 흡수한 코어가 여덟 개였다.

처음과 비교해 보면 몸속에서 느껴지는 마력량의 차이가 확연했다.

이런 추세로만 마력이 늘어난다면 랭크 A급 마수에 대적하는 날도 머지않을 듯했다.


“하지만 그럴 리가 없지.”


안타까운 점은 마력 흡수의 효과 역시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는 것이었다.

세상일 내 맘대로 되는 것은 하나도 없드라.


“조금 있으면 랭크 E급 마수 코어로는 안되겠다.”


E급 마수가 제일 낮은 등급이기 때문에 사실 큰 문제는 아니었다.

마수 웨이브 이후에는 C급, D급 마수는 쉽게 찾을 수 있을 테니까.


“그것보다 어제 그 기자···”


광화문 광장 게이트 주변에 숨어있던 기자가 떠올랐다.

기자라는 것이 신경 쓰이지는 않았다.

말과 행동이 힘 좀 있는 사람들을 알고 있는 듯하지만.

그래봐야 기레기.

권력에 빌붙어 사는 부류일 뿐이었다.

그리고 미래의 권력은 각성자였다.


“게이트 근처에 민간인이라···”


회귀 전에는 게이트 근처에 민간인이 접근하지 않았었다.

그때도 당국의 대응은 안일했기 때문에 민간인이 게이트에 접근하지 않은 것은 순수하게 자발적인 것이었다.

왜 게이트 근처에 접근하지 않았을까?


“인명 피해.”


회귀 전에는 게이트 주변에서 인명 피해가 종종 발생했었다.

마수가 출현하면 각성자가 뒤따르는 순이기 때문에 피해가 발생할 여지는 언제나 있었다.

하지만 회귀 후에는 강현우가 마수를 미리 기다리고 있었다.

게다가 최초 각성자와 함께였다.


“피해가 생기는 게 더 이상하지.”


해외 게이트의 경우에는 인명 피해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보고 듣는 것과 체감하는 것은 달랐다.

서울은 오히려 마수의 위험성을 과소평가하고 있었다.


“음··· 잘하고 있는 건가?”


마수를 열심히 때려잡았더니 안전 불감증이 생겨 버렸다.

이러다 마수 웨이브 때 더 큰 피해를 입는 건 아닐까?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에이, 에이. 누굴 걱정하냐. 니 앞가림이나 잘 해라. 할 일이 태산이다.”


잡생각을 털어버리고 게이트 관련 기사를 살펴봤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여섯 번째 게이트 나타났다는 기사가 떴다.

미래가 크게 바뀐 것은 없었다.


“이제 남극에 마지막 게이트가 생기고.”


보름 후에 마수 웨이브가 발생한다.


* * *


“좋은 아침입니다.”


오늘은 길드에 처음으로 출근하는 날이었다.

길드는 공덕역 인근에 자리 잡고 있었다.


“왔냐.”


박진우가 이미 사무실에 와 있었다.

역시 성실의 아이콘.

사무실은 책상만 네 개 놓여 있을 뿐 아직 아무것도 없었다.


“현우야. 나 궁금한 게 하나 있다.”

“넵. 대표님. 말씀하십시오."

“씁— 이 자식··· 나중에 꼭 후회하게 해줄 테다.”


강현우가 방긋 웃었다.

꼭 그렇게 해주세요.


“왜 길드 위치를 여기로 하자고 한 거야? 강남도 있고 종로도 있고 용산도 있고 많은데?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다.”


길드 창설 관련해서 강현우가 딱 한 가지 부탁한 것이 있었다.

위치는 공덕으로 해달라고.


“그냥 이 동네가 좋아서요.”

“... 구라쟁이 새끼.”


박진우는 강현우의 대답이 맘에 들지는 않았지만 더 이상 캐묻지는 않았다.

숨기는 이유가 있겠지.


‘마수 웨이브 때 광화문에서 서울역까지 싹 밀린다고 말할 수는 없잖아.’


마수 웨이브로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되는 광화문 일대를 떠올렸다.

그 때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왔다.


“실례함다.”


예의가 있는 듯 없는 듯 애매한 인사와 함께.

검은색 트레이닝복 차림의 소년이 길드를 찾아왔다.

넌 옷이 그거밖에 없냐?


“왔네? 들어와라.”


소년은 평소답지 않게 약간 긴장한 표정이었다.


“왜 왔어?”


강현우가 소년에게 물었다.


“오라고 했잖아요.”


긴장한 거 아닌가?

여전히 싸가지가 없는 거 보니 착각한 것 같다.


“그러니까 왜 왔냐고.”

“아저씨도 각성자 맞죠?”

“잉?”


박진우가 무슨 소리를 하냐는 표정을 지었다.

아저씨? 도? 각성자?


“알면서 뭘 물어봐. 그러니까 왜 왔냐고.”

“이잉?”


박진우의 고개가 조금 기울어졌다.

뭘 알아? 인정?


“여기, 길드면 가입할 수 있는 거예요?"

“응. 할 수 있어. 길드잖아.”

“저 가입할래요.”

“가입해.”

“이이잉?”


박진우의 고개가 반대로 기울어졌다.

여기 그런 길드였어? 각성자 길드?


“좋은 아침입니다.”


엘리나가 들어왔다.


“실장님, 때마침 잘 오셨어요. 여기 신규 길드원 좀 챙겨주세요.”

“반가워요.”


엘리나가 소년에게 웃으며 인사했다.

후광이 비치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박진우가 따라 웃고 있었다.

넋이 나갔구만.


“네! 반갑습니다!”


소년이 허리를 반으로 접으며 인사했다.

머리가 무릎에 닿을 듯했다.


“제 이름은 척서율이고 열여섯 살입니다.”


그리고 자기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너, 엄청 예의 바른 녀석이었구나.


“그렇군요.”

“무기는 장검이고 비연검법을 사용합니다!”

“그리고 각성 능력은···”

“그만. 그건 너만 알고 있으면 된다.”


강현우가 척서율의 말을 끊었다.

각성자 능력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 게 좋으니까.

알고 싶지도 않다.

싸가지 없는 새끼.


* * *


척서율은 엘리나에게 맡기고 나온 강현우는 비콘으로 향했다.


“투자자이신데 인사는 해야지.”


대표실로 가는 길에 기획 2팀을 슬쩍 봤다.

김부장은 아직 대기 발령인지 자리가 비어 있었다.

팀원들의 표정이 밝았다.

아주 밝았다.


‘과장님을 괜히 데려왔나··· 행복해 보이는데?’


똑똑—


“강현우 씨 도착했습니다.”

“들어오게.”

“오랜만에 뵙습니다.”


윤태호에게 인사하며 자리에 앉았다.


“어쩐 일인가?”


강현우가 윤태호에게 명함을 건넸다.


“지넬 길드?”

“투자해 주신 자금으로 길드를 하나 창설했습니다.”

“길드? 길드가 뭔가? 스마트 스토어 같은 건가?”

“...”


강현우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설명하기 곤란한 건가?”

“아직 좀 그렇습니다. 곧 알게 되실 겁니다.”

“허허. 어찌 이리도 건방진 것인지.”


윤태호가 핀잔을 주었다.

하지만 말만 그렇게 할 뿐 얼굴에는 기대감이 가득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곧 알게 되신다는 것은 약속드릴 수 있습니다.”

“알겠네.”

“그 대신이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한 가지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무엇을 말인가?”


강현우가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가능하시다면 보름 이내에 회사를 종로에서 다른 곳으로 이전하십시오."

“이유는?”


갑자기 회사 이전이라니···

구멍가게도 보름 만에 이전은 못할 터였다.

터무니없는 소리임에도 윤태호는 이유를 물었다.


“투자자 보호라고만 말씀드리겠습니다.”


납득할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설명은 아니었지만.

강현우의 눈은 진지했다.


“거 참··· 사람하고는. 그럼 어디로 가야 되겠나?”

“마포 또는 용산이 좋을 듯합니다.”

“알겠네. 고려해 보겠네.”


강현우가 대표실을 빠져나갔다.


‘이러지 않아도 잘 되는 회사지만.’


회귀 전 비콘은 코어와 마수 부산물의 가공 및 유통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크게 성장하게 된다.

10년 만에 재계 1위를 다투는 위치까지 초고속 성장을 하게 된다.


“그러니까 이렇게 숟가락을 얹는 거지.”


윤태호가 회사 이전을 하지 않더라도 강현우는 어쨌든 도움을 준 것이니까.


* * *


“아직 안 갔냐?”


길드로 돌아온 강현우가 척서율을 보며 말했다.

할 일도 없는 녀석이 자리를 꾸역 꾸역 지키고 있었다.

그것도 정자세로.


“저도 이제 길드원이거든요!”

“아··· 예··· 그러시든가요.”


눈깔이 맘에 안 든다.

싸가지 없는 길드원 새끼.


“서율씨. 오늘은 들어가 보셔도 돼요.”


엘리나가 척서율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후광이 비치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아닙니다! 실장님! 혹시 도울 일이 있다면 말씀만 주십쇼! 청소를 할까요? 책상에 먼지가 보입니다!”


태도가 너무 다르잖아 새끼야···

강현우는 속으로 욕을 하고 있었고.

박진우의 눈에서는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다.


“서율이라고? 무슨 서율?”

“... 척서율이요.”

“이따가 자정에 광화문 광장으로 나와라.”


강현우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 광화문이요? 자정에?”

“그래.”

“... 왜요?”

“몰라서 묻는 거냐?”


강현우가 인상을 찌푸렸다.

알만한 새끼가 또 삐딱선이야.


“전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너도 집에 가서 쉬어. 또 늦지 말고.”

“... 네.”


대답이 한 박자씩 늦네.

묘하게 열받는데.


* * *


자정이 넘은 시간.

광화문 광장 게이트 앞.

벤치에 강현우와 척서율이 샌드위치와 커피를 들고 앉아 있었다.


“카라멜 라떼만 마시는데···”


척서율이 아메리카노를 홀짝이며 말했다.


“그럼 내 놔. 버릴라니까.”

“아메리카노를 마셔보고 싶었다는 말이죠.”

“콱! 씨···”


척서율을 노려보던 강현우가 고개를 돌렸다.


“저거는 어떡하냐···"

“그러니까요.”


강현우의 이마에 주름이 생겼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지금 여기는 광화문 광장입니다.”

“자정이 지났으니까 이틀째 맞죠?”


게이트 주변 곳곳에 스트리머들이 촬영을 하고 있었다.

그 기레기 새끼가 게이트 관련 기사를 내보내고 이 모양이 된 거라고 했다.


[충격! 탐사 취재로 밝혀진 각성자의 정체, 그는 왜 떳떳하지 못한가?]


내용을 개뿔 아무것도 없는 기사였지만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게이트, 마수, 각성자를 직접 보고 돌아왔다.

그것도 심지어 무사히!

안 그래도 마수의 위험성을 체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잘못된 계기가 심어져 버린 꼴이었다.


“쓰글 기자 새끼··· 그냥 베어버리고 묻을 걸 그랬나···”

“게이트에 버리면 되잖아요?”

“안돼. 사람은 안 들어가져.”

“아··· 그렇구나. 그나저나 저 사람들은 어떡하죠?”

“아··· 급피곤하다.”


성인 군자는 아니었지만 눈 앞에서 사람이 죽는 걸 보고 싶지는 않았다.

이런 저런 고민을 하는 중에 결국 게이트가 붉은색으로 변했다.


“제기랄! 마수 나온다!”


강현우가 벤치에서 일어났다.


“그냥 최대한 빨리 썰어! 알겠지?”

“네!”


크르릉— 저벅— 저벅—


게이트에서 마수가 나타났다.

웨어 울프 여덟 마리였다.


“지랄! 많이도 기어 나오네!”


원래는 다섯 마리가 나오는 건데.

하필 이럴 때 결과가 틀어지냐.


“조져!”


팟—


강현우가 외침과 동시에 두 사람이 마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다리에 마력을 집중하고 땅을 박찼다.

강현우의 몸이 길게 늘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빨라! 더 빨라졌어!’


강현우의 움직임에 척서율의 눈이 크게 떠졌다.


휙— 휙— 휙— 휙— 휙— 휙—


순식간에 마수에 다가선 강현우가 소도를 휘둘렀고.

한 걸음에 칼질 한 번, 그렇게 여섯 걸음을 걸었다.


쉬익— 쉭—


강현우에 뒤이어 척서율의 검이 마수 두 마리를 갈랐다.


촤아아악—


마수가 검은 피를 뿜어내며.


쿵— 쿠쿵—


줄 끊어진 인형처럼 하나 둘 쓰러져 내렸다.

여덟 마리 모두의 숨통이 끊어졌다.


“후우우—”


강현우가 숨을 길게 내쉬었다.


‘네 번째부터는 안 보였어.’


척서율이 방금 전 강현우의 움직임을 떠올렸다.

정식으로 배운 검로가 아니었다.

그야말로 칼질이었다.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칼질.

그런 칼질을 자신이 놓칠 리가 없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 아무리 각성자라고 해도···’


“우에엑—”


강현우가 피를 한 움큼 토해냈다.


“어우씨. 무리했나 보네.”


‘아··· 무리하면 되는거구나.’


척서율은 어이가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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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49 홍뱀
    작성일
    24.09.02 18:17
    No. 1

    게이트 마수.. 예방접종을 맞아야 나라가 정신을 차릴텐데... 회귀했다고 예방접종을 안 맞게 다 막아 버리면 웨이브때 피해가 더 생기겠지? 머저리..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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