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각성자로 회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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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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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5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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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

DUMMY

“마수다!”


스트리머 중 하나가 소리쳤다.

게이트 앞에는 숨통이 끊긴 마수 시체 여덟 구가 있었다.

강현우는 턱주가리에 피칠갑을 하고 있었고.

척서율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야! 튀어!”


강현우와 척서율이 어둠 속으로 몸을 날렸다.

두 사람은 스트리머들이 어찌할 틈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각성자! 가지 마요!”

“한 마디만 하고 가요!”

“거기 서!”


애절한 외침을 등 뒤로하고 길드로 향했다.

길드에 도착하고 강현우가 품에서 코어를 꺼냈다.


“이거 하나 받아라. 사람들 때문에 별로 못 챙겼네. 아까워라.”


척서율이 코어를 받는 대신 자신의 품에서 코어를 하나 꺼내 보였다.


“오— 손 빠른데? 그럼 너 두 개 먹어.”


척서율에게 억지로 코어를 쥐여주고 바닥에 주저앉아 가부좌를 틀었다.

척서율도 한쪽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마력 흡수해 봤지?”

“네.”

“시작하자.”


우선은 코어와 마력의 흐름을 관조했다.

코어는 뜨거웠고 마력은 불안정했다.


‘아까는 깜짝 놀랐다.’


조금 전 게이트에서의 상황을 떠올렸다.


* * *


마수가 게이트를 빠져나오는 것을 보면서.


‘최대한 빠르게! 속전속결! 원샷원킬!’


강현우의 머릿속은 오로지 이 생각뿐이었다.

코어의 마력을 한 번에 끌어올렸다.


쾅! 쾅! 쾅!


마력이 미친듯한 속도로 몸속을 순환하면서 충돌을 일으켰다.

과속 차량이 가드레일을 들이받으며 달리는 것과 같았다.

시야의 주변부가 흐려지더니 이내 검게 변했다.

좁아진 시야로 마수만 보며 내달렸다.


‘하나! 둘!’


시간이 정지된 듯한 느낌이었고.

그 속에서 자신의 소도만 움직이고 있었다.


‘셋! 넷!’


소도를 휘두를 때마다 정신줄이 끊어질 것 같았지만 이를 악물고 버텼다.


‘다섯! 여섯!’


심장이 뛰는 소리만이 귀를 울렸다.

한 번 더 휘둘렀다면 아마도 혼절했을 거다.


“후우우—”


움직임을 멈추고 시야가 회복되기를 기다렸다.

머리가 쪼개지는 것 같았고.

두 눈은 타는 듯했으며.

온몸의 근육이 뒤틀리고 꿈틀거렸다.


“우에엑—”


피를 한 움큼 토해냈다.


“어우씨. 무리했나 보네.”


* * *


흔히 말하는 마력 폭주 현상이었다.

보통의 경우라면 심각한 손상을 입었겠지만.

초재생의 능력 덕분에 몸 구석구석이 실시간으로 복구되고 있었다.


‘코어가 커졌다.’


마력을 흡수할 때마다 미세하게 변화하기는 했지만 이번에는 확연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변화는 코어뿐만이 아니었다.

이전 보다 더 빠르게 더 많은 마력을 순환할 수 있게 되었다.

마력의 통로 같은 것이 넓어진 것 같았다.


‘기사회생? 전화위복? 아니지. 겁대가리를 상실한 거지.’


결과적으로는 좋았지만.

초재생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모른다.

그리고.


‘다음에도 버틴다는 보장도 없고.’


눈을 떠보니 척서율도 이제 막 마력 흡수를 끝낸 듯했다.


“수고했다. 내일 보자.”

“네.”


왠지 모르게 척서율이 조금 고분 고분 해진 것 같았다.


* * *


이른 아침.

가부좌를 틀고 앉아 마력을 순환시켰다.

전신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마력을 한층 더 빠르게 순환시켰다.

아지랑이가 소용돌이를 쳤다.

입가로 피가 한 줄기 흘러나왔다.


“후우우— 이 정도인가?”


사실 미친 짓이었다.

자발적으로 마력 폭주를 일으키고 있었으니까.

자살하겠다는 거지.


“될 것 같으니까.”


어제는 위험하다고 생각했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자신만이 가능한 독보적인 방법이라고 생각되었다.

게다가 초재생 능력도 사용할수록 강화될 테니.

일석이조. 금상첨화. 개이득이지.


“그래도 욕심은 부리지 말자. 까딱하면 죽는다.”


너튜브에 조회 수가 급상승 중인 영상이 하나 보였다.

각성자 관련 영상이었다.


[독점! 최초! 각성자의 정체! 오빠! 얼굴이 각성했네!]


“뭐야 이건.”


썸네일에 강현우의 얼굴이 찍혀 있었다.


“아··· 맞다. 깜빡했다.”


마수를 기다리는 중 스트리머 하나가 인터뷰를 시도했던 게 생각났다.

인명 피해에 관해서 고민하고 있던 때라 뭐라고 답했는지도 기억이 없었지만.


“그냥 인상만 쓰고 있었구나.”


영상 속의 강현우는 스트리머의 질문을 듣지 못한 듯했다.

게이트만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아저씨 아파서 그래요.]

[어머! 어디가 아파요? 이렇게 잘 생긴 분이?]

[정신이 아파요. 귀찮게 하지 말고 저리 가요.]


척서율이 대신 몇 마디 답을 해줬다.

싸가지없는 새끼.


“됐다. 됐어. 어차피 어제로 끝인데 뭘.”


어제가 마수 웨이브가 발생하기 전 마지막 마수 출현이었다.

남극 게이트는 발생했을 것이다.

거기에 사람이 없어서 늦게 알려질 뿐이지.


“앞으로 2주.”


2주 후에 마수 웨이브가 발생한다.


* * *


“대표님.”

“왜?”


길드에 출근하자마자 박진우를 찾았다.


“저희 워크샵을 가는 게 어떨까요?”

“워크샵? 싫어.”

“단칼에 거절하십니까? 저 상처 입었습니다.”

“저도 가고 싶습니다.”


엘리나가 강현우를 거들었다.


“그럼 저도 가고 싶어요!”


척서율이 손을 들었다.


“손은 내리고 그냥 말해. 근데 넌 학교 안 가냐?”

“... 방학이에요.”

“지금이 4월인데··· 아니다. 방학이라고 하자.”


척서율의 부모도 그냥 놔두는데 참견할 건 아니지.


“아무튼 워크샵은 안가.”

“왜요! 가시죠! 워크샵!”

“싫어. 워크샵 안가. 그냥 놀러 갈 거야.”

“놀러 가는 거면 지연이도 같이 가도 돼요?”

“안돼! 누군 여자 친구 없어서 안 데리구 가냐? 없어서 안 데리구 가지! 나쁜 새끼야!”


박진우의 사소한 반대가 있었지만.

사소하니까 무시했다.


* * *


제법 깊어 보이는 계곡을 옆에 끼고 있는 아담한 펜션.

지넬 길드가 워크샵 장소에 도착했다.


“쉴 사람은 쉬고 놀 사람은 놀고. 저녁은 5시.”


박진우가 전달 사항을 남기고는 맥주를 들고 계곡으로 향했다.


“우리는 산책 갔다 오자.”


강현우와 서지연은 펜션 인근의 둘레길을 따라 걸었다.

한적하고 조용한 산 길이었다.


“조용하고 좋다.”

“응. 좋네.”

“오빠, 근데 엘리나 얘기는 왜 안 했어?”


한 시간쯤 걸었을 때 서지연이 물었다.

감각이 서늘해졌고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어··· 지연아. 엘리나는 말이지···”

“엄청 이쁘던데? 막 후광이 비치는 줄?”

“이쁘기는··· 지연이 니가 휠씬 더 이쁘지.”

“키도 크고 바디가 우아— 아주 그냥 정신을 못 차리겠던데?”


코너에 몰려 몰매를 맞고 있던 강현우의 감각에 무언가 느껴졌다.

야생의 살기였다.


‘고맙다. 니가 내 은인이다.’


“크륵—”


서지연 뒤편 수풀에서 멧돼지가 한 마리 나타났다.

덩치가 범상치 않는 놈이었다.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침을 흘리고 있었다.


“눈깔이 왜 저래···”


투두두두두—


멧돼지가 갑자기 돌진해왔다.


“꺅!”


뒤를 돌아본 서지연이 소리를 질렀다.


팟— 쩌억—


강현우도 멧돼지를 향해 달려들었다.

싸대기를 야무지게 후려갈겼다.

멧돼지가 거품을 뿜어내며 쓰러졌고.

소리도 내지 못한 채 한 방에 즉사했다.


“오빠··· 대박! 뭐야? 어떻게 한 거야? 마술이야? 싸대기 마술?”

“내려가서 말해줄게. 돌아가자.”


강현우가 멧돼지를 들쳐맸다.

서지연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 *


비콘의 대표실.

백상무가 윤태호에게 업무 보고를 하고 있었다.


“한 개 입수해서 연구소에 전달했습니다.”

“수고했어. 용케 입수했네? 그게 뭐라고 그랬지?”

“코어라고 하던데요.”

“그래, 코어.”


강현우가 광화문 광장에서 미쳐 회수하지 못한 코어에 대한 이야기였다.

사실 입수하는 게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정부는 아직 코어의 존재 자체도 모르고 있었으니까.

물론 강현우가 다 주워간 탓이기도 했다.

비콘 역시 이집트 지사에서 우연히 코어에 대한 정보를 입수한 것이었다.


“연구소에 뭔가 알아내면 바로 알려주고.”

“네.”

“회사 이전은 가능하겠어?”

“당연히 어렵죠. 그래도 여기 종로 본사 매각까지는 가능할 거 같습니다.”

“대강 가격 맞으면 그냥 넘겨버려.”

“네.”


자리에서 일어난 백상무가 대표실을 나가려다 돌아서 물었다.


“대표님. 요즘 즐거우신 것 같습니다.”

“맞아, 백상무. 나 신나—”


백상무가 피식 웃으면 대표실을 나갔다.


* * *


멧돼지는 펜션 주인에게 넘겼다.

대신으로 씨알 굵은 더덕으로 담근 술을 한 병 받았다.

저녁으로 준비한 삼겹살 바베큐에 더덕주를 곁들였다.


“건배!”

“캬아— 향이 어마 어마하네!”


박진우가 더덕주에 감탄했다.

잘 익은 삼겹살에 더덕주를 몇 잔 마셨을 때쯤.


“저와 서율이는 각성자입니다.”


강현우가 갑자기 훅 들어왔다.


“알아. 저번에 말했잖아.”


하지만 놀라는 사람은 없었다.

서지연조차 그다지 놀라는 기색은 없었다.

혹시나 그렇지 않을까 생각해 보기도 했었고.

오후에 겪은 일이 결정적인 단서가 되었다.


“앞으로 게이트는 더 늘어날 거고 마수도 많아질 겁니다. 그리고 각성자도 역시 늘어날 거구요. 어떻게 아는지 설명드리기 어렵지만 그냥 알 수 있습니다.”


척서율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히 어디에 게이트가 발생하고 얼마나 많은 마수가 출현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게이트와 마수가 잠시 스쳐 지나가는 현상은 아니라는 것은 척서율도 알 수 있었다.

아니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길드를 창설한 겁니다. 지넬 길드는 마수를 퇴치합니다.”

“그리고? 그게 끝이야?”


박진우가 인상을 썼다.

나한테 약속한 거랑 다르잖아?

분명히 성공을 보장한다고 했다고!


“그리고 떼돈을 벌 겁니다.”

“그렇지! 그거지! 건배!”


박진우가 건배를 외쳤다.

어떻게 돈을 벌지는 말도 안 했는데 그저 좋단다.


‘그건 현우가 알아서 하겠지?’


강현우과 엘리나의 눈이 마주쳤다.

마수 웨이브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어차피 막을 수 없는 일이다.

웨이브 발생 이후에 어떻게 할 것이냐를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이었다.

굳이 몰라도 되는 것을 알고서 죄책감을 안고 갈 필요는 없었다.


“어허!”


탁!


강현우가 척서율의 손을 쳐내며 더덕주를 품에 감쌌다.


“니가 아무리 각성자라고 해도 음주는 아직이지!”

“치··· 꼰대···”


지금도 얼마 없는 거 나눠 먹느라 힘든데!


“꼰대라니! 으른이 말씀 하시는데! 느그 아부지 뭐 하시노!”

“도장이요.”

“응? 도장? 도장 파신다고?”


박진우가 쓸데없는 소리를 했다.


“아··· 진짜. 검도장하신다고요.”

“오— 척씨 성에 검도장이라! 막 척준경 후손이고 그런 거 아냐? 고려의 무신! 척준경!”

“네.”


정적이 흘렀다.


“맞다구요. 척준경 후손.”

“서율아, 나 너네 도장 가봐도 되냐?”


강현우가 다정스러운 톤으로 물었다.

아주 갑작스러웠고 어색했다.


“왜요?”

“너도 봤지만, 내가 칼을 써본 적이 없어서 영 어설프잖아. 앞으로 마수랑 싸우려면 뭐라도 배워야 하지 않을까?”

“... 오려면 오시든가요. 우리 집 꼰대가 잘 가르쳐 줄지는 모르겠지만.”

“열심히 하면 조금은 되지 않을까?”

“이 아저씨가 재능 좀 있다고 검술을 우습게 보시네···”

“나 재능 있냐?”

“재능은 무슨! 말이 잘못 나온 거고요! 암튼 와보면 알아요!”


척서율이 갑자기 삼겹살을 입에 욱여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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