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각성자로 회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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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띠
작품등록일 :
2024.08.05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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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5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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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2

DUMMY

오랜만에 길드로 출근했다.

커피향을 느끼며 여유로움을 만끽했다.


‘죽을 뻔했다.’


천검 도장에서의 수련이 떠올랐다.

밥, 훈련, 잠, 밥, 훈련, 잠, 밥, 훈련, 잠, 밥, 훈련, 잠.

척하진은 진짜 수련에 미친 사람이었다.


‘국가대표팀도 이렇게는 안 할 거다.’


시간과 정신의 방에 갇힌 것만 같았다.

하루만 더 있었다면 시간 개념도 잊었을 것이다.


‘마수 웨이브 덕분이다.’


마수 웨이브 덕분에 정신줄을 잡을 수 있었다.

척하진의 선량한 웃음이 떠올랐다.

식은땀이 흐르고 소름이 끼쳤다.


“아저씨!”


척서율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상념에서 벗어나 현실로 돌아왔다.


“진정해.”

“하지만!”


잔뜩 흥분해 있는 척서율을 진정시켰다.


“왜? 무슨 일이야?”


박진우가 강현우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강현우는 창문 너머로 광화문 방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뭐야 저게? 이상한 게 보이는 거 같은데?”


박진우가 강현우의 시선을 따라가며 인상을 찌푸렸다.

붉은빛을 뿜어내는 무언가가 흐릿하게 보였다.


‘오리진 게이트···’


마수 웨이브가 발생하였다.


* * *


광화문 광장 게이트.


콰광! 쾅!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리케이드가 부서져 날아갔다.


“지원 요청! 지원 요청!”


다급한 목소리의 지원 요청이 들려왔다.


푸확!


웨어 울프의 손톱이 게이트 경비 인력을 가르고 지나갔다.


“크르릉—”


마수의 뒤쪽으로 거대하게 변해버린 게이트가 우뚝 서 있었다.

불길한 붉은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게이트에서 마수가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작게는 성인 남성 크기의 마수부터 10층 높이의 거대 마수에 이르기까지.

상상할 수 있는 온갖 종류의 마수를 토해내고 있었다.


“마수 출현! 지원 바람! 숫자를 셀 수 없다! 씨발!”


게이트 경비 인력이 무전기를 내팽개치며 내달렸다.

쉴 틈 없이 쏟아져 나오는 마수.

불과 몇 분 만에 백 단위는 이미 훌쩍 넘어간 듯했다.


삐익 삐익—


여기저기서 핸드폰의 알림 소리가 들렸다.

재난 문자 알림이었다.


“마수 출현?”

“어디? 어디?”


지나던 사람들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꺄아악!”

“으아아악!”

“마수다!”


광화문 광장 게이트 주변에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게 시작이었다.

엄청난 수의 마수와 그것들이 뿜어내는 원초적인 살기.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공포에 사로잡힌 사람들.

오래지 않아 광화문 일대는 아비규환이 되었다.


저벅— 쿵—


그에 비해 마수들은 서두르지 않았다.

게이트를 빠져나온 마수들은 아무렇게나 퍼져 나갔다.

그 길에 미쳐 피하지 못한 사람들은 희생양이 되었다.

마수에게서 여유가 느껴졌다.

마치 이 상황을 즐기는 듯한 모습이었다.


“조준! 발사!”


콰앙! 쾅! 콰광!


장갑차에서 발사한 미사일이 마수를 직격했다.

게이트 인근에 주둔 시켜둔 장갑차 소대였다.


“마수 따위가 뭐라고.”


지휘관이 피어오르는 연기를 보며 웃고 있었다.

가소롭다는 표정이었다.


쾅! 콰앙! 쾅!


멀지 않은 곳에서 포격 소리가 들려왔다.

장갑차 2개 소대라니.

지금까지 보여준 정부의 대비 치고는 상당히 괜찮았다.


“장전!”


다시금 지휘관이 발사 명령을 내리려는 그때.


크르륵— 크앙!


연기를 가르며 마수들이 달려들었다.

마수도 분명 타격을 입었다.

마수 여러 마리가 포격으로 쓰러졌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장갑차 소대가 전멸하는데 긴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지원 요청! 지원 요청! 알파 소대 전멸! 브라보 소대 전멸 직전이다!”


퍽!


마수의 후려치는 손에 군인의 머리가 허공을 날았다.

브라보 소대 전멸.


* * *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엄청난데···’


마수 웨이브를 직접 느낀 솔직한 느낌이었다.

막는다고? 개뿔··· 디질라고.

잠시간 오리진 게이트를 쳐다보다 자리에서 일어섰다.


“대표님하고 엘리나는 길드 사무실에서 대기해 주시고요.”

“응. 알겠어.”


박진우가 대답했다.


“서율이 너는 서울역에서 막아. 더 들어가지 말고 오는 것만 처리해.”

“아저씨! 서울역이라뇨!”

“어딘지 모르는 건 아니지?”

“그게 아니고요! 지금 광화문으로 가야 되잖아요!”


척이 서율이 목에 핏대를 세우고 지랄 발광을 했다.

싸가지 없는 새끼가···


“척서율, 정신 차려. 너 거기 가면 죽어.”


점잖게 타일렀다.


“죽기는 누가 죽어요! 저 각성자예요!"

“지랄. 각성자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지금까지의 마수하고는 차원이 달라. 너도 느껴지잖아? ”


척서율의 손을 슬쩍 바라보았다.

가볍게 떨리고 있었다.


“서울역도 쉽지 않아. 무리하지 말고 코어만 잘 챙겨.”

“그래도···”

“시끄러.”

“현우, 너는 어떻게 하려고?”


박진우가 물었다.


“상황만 좀 보고 올게요.”

“나는 못 가게 하고! 내로남불 꼰대!”

“꽉! 씨! 광화문까지 안 갈 거야. 적당히만 보고 올게요.”


* * *


슈아아아—


머리 위로 전투기 편대가 지나갔다.

광화문 방향이었다.


“생각보다 대응이 빠르네. 적절하기도 하고.”


하지만 결과에 영향을 주지는 못 할 것이다.

현대 무기로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핵이라도 쓰면 조금 다르겠지만.

인간이 먼저 다 죽겠지.


“설마 이 새끼, 광화문으로 가지는 않겠지?”


바락바락 대들던 척서율을 떠올랐다.

과거 서울의 최초 각성자는 마수 웨이브 이후 종적을 감췄다.


“아마도 그때 죽었던 거겠지.”


마수 웨이브를 직접 느껴보고.

조금 전 척서율의 반응을 생각해 보니 분명해졌다.

살려준 감사는 바라지도 않을 테니까.

싸가지만이라도 좀 어떻게 해봐라.

써글넘의 새끼야.


“이 근처 일 텐데.”


척서율을 씹어대며 도착한 곳은 시청역 인근이었다.


* * *


천검 도장으로 잠시 돌아가서.

수련하는 중에도 틈틈이 각성자 영입에 대해 고민했다.


“원거리 공격형 각성자면 좋을 것 같은데··· 활이나 총 같은 종류로.”


강현우와 척서율을 지원할 수 있는 각성자가 필요했다.

그러던 중 한 사람이 떠올랐다.


정수진.

활을 사용하는 각성자.

원거리 공격으로는 아시아에서 손에 꼽히는 각성자였다.


물론 영입하고 싶다고 다 잘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공략할 만한 포인트가 있어야 했다.

정수진을 고른 이유가 그것이었다.


[마수 웨이브 당시에 저를 구해주신 분이 있었어요.]


과거의 정수진은 미디어에 출연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 이야기를 했었다.

당시 기절한 탓에 얼굴을 기억은 하지 못하지만.

어떤 사람인지 꼭 찾고 싶다는 얘기도 항상 함께였다.


“이제부터는 내가 그 사람이 되는 거다.”


최적의 영입 대상을 찾아내었다.


* * *


“저기 있네.”


아비규환의 한복판에서 사람들이 대피하는 것을 돕고 있는 여자가 보였다.


“정의감이 넘쳐흐르는 사람이었지.”


강현우가 고개를 저었다.

자신과는 결이 좀 다른 사람이기는 하지만.

이것저것 따져봐도 저만한 각성자가 없었다.


“꺄아악!”


대피가 한창 중인 상황에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저 멀리서 마수가 슬금 슬금 다가오고 있었다.

거대한 뱀의 형상을 한 마수였다.


“저쪽으로 움직이세요! 저쪽!”


정수진이 마수와 다른 방향으로 사람들을 유도했다.

그리고 마수를 막아섰다.


“어이쿠, 아가씨야.”


지켜보던 강현우가 이마를 짚었다.

저러니까 목숨이 왔다 갔다 하지···

강현우가 마수에 대해 떠올려 본다.


바실리스크

길이 6미터 ~ 10미터

몸통이 매우 단단함

치명적인 독이 있음

지능적이고 교활한 마수

랭크 D


정수진은 아마도 각성한 상태일 것이다.

그러니까 무모하게 튀어 나갔겠지.

하지만 상대가 좋지 않았다.


“아직 D급은 무리지. 무리야.”


사실 E급도 무리다.

능력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한 법이니까.

물론 예외는 있겠지.

초재생 처럼 익숙해질 필요가 없거나.

척서율처럼 원래 한가락 하는 놈이던가.


“게다가 본인이 원거리형인지 알잖아.”


그런데 맨몸으로 정면 승부라니.

머리가 아파왔다.


슈욱—


그러는 사이 마수가 정수진에게 꼬리를 휘둘렀다.

정수진이 뒤로 도약하며 간신히 피했다.


슈욱— 슈욱—


마수의 공격이 점점 빠르고 날카로워졌다.

정수진이 어느새 구석에 몰렸다.

더 이상 피할 곳이 없었다.


“기절시키면 안 된다! 이 마수 새끼야!”


팡— 팡—


마력을 끓어 올리고 빠르게 뛰어나갔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렸다.


슈욱— 까강!


정수진을 향해 휘둘러지는 마수의 꼬리를 소도로 막아냈다.

피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나 보다.

정수진이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


“누구··· 세요?”


슬그머니 눈을 뜬 정수진이 물었다.


“인사는 나중에 하시죠.”


슈아아악—


마수가 꼬리를 다시금 휘둘렀다.


까강!


꼬리를 막아내고는 소도를 비스듬히 기울였다.


카가가가가—


그리고 꼬리를 타고 마수를 향해 달려 나갔다.


“쉬익!”


달려오는 강현우를 향해 마수가 입을 벌렸다.

거대한 송곳니가 푸르스름한 독액으로 번들거렸다.


쉭!


독을 잔뜩 품은 송곳니가 강현우를 덮쳤다.

이전이라면 일단 몸으로 막았을 거였다.

하지만.


“2주 동안 처맞기만 한 게 아니야!”


탓—


마력을 한층 더 끓어 올리며 가속했다.

순간 강현우의 모습이 쭉 늘어났다.


휘리리리릭—


소도를 휘두르며 마수를 휘감듯이 지나쳐갔다.


촤아아악— 쿠웅—


검은 피가 솟구쳤다.

마수가 머리에서 여러 갈래로 길게 갈라지며 쓰러졌다.


“괜찮아요? 많이 놀랐죠?"


정수진에게 다가가 물었다.

정수진의 표정이 그리 썩 좋지는 않았다.

연기가 어색했나?


짝— 짝— 짝—


뜬금없는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대단해! 쿨!”


긴 머리를 대강 묶은 외국인 남자가 서 있었다.

붉은 머리에 붉은 눈이 인상적이었다.


‘저 인간이었어? 정수진을 구해준 사람이?’


강현우는 상대가 누구인지 금세 알 수 있었다.


알렉산드르 아리만

붉은 머리에 붉은 눈

화염 마법의 천재 각성자

국경 없는 또라이 불꽃


전 세계에서 가장 특이한 각성자를 꼽으라면 모두가 주저 없이 알렉산드르를 얘기하곤 했다.

소속 길드도 없이 온갖 사고를 치고 다닌 탓이었다.


크르르— 쉬익— 쉬익—


강현우 주변으로 마수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일단 피하시죠. 사람들도 다 대피했는데.”


정수진을 보며 말했다.


“그래. 피하자.”


알렉산드르가 대답했다.

너 말고 새끼야···

너랑은 안 친해지고 싶다고.

피곤할 거 같어.


“나 별로 안 좋아하는 거 같은데?”

“... 아닙니다. 같이 가시죠?”

“아니야. 아니야. 당신 나 안 좋아해. 근데 나 당신한테 호감 받고 싶어. 음···”


알렉산드르가 턱을 괴고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빨리 움직이시죠. 여유로운 상황이 아닙니다.”


알렉산드르를 재촉했다.


“그래! 선물이다. 받아라.”


딱!


알렉산드르가 마수를 향해 손을 뻗고는 손가락을 튕겼다.


퍼엉! 화르르륵—


화염이 일어나며 모여들던 마수들을 모조리 태워버렸다.


‘능력 쩌내!’


“나 이제 호감이냐?”

“가시죠! 길드로 가서 얘기하시죠!”


강현우가 알렉산드르를 모시고 길드로 향했다.


* * *


“피해 상황은 어떤가?”


얼굴에 근심이 가득한 남자가 물었다.


“장갑차 2개 대대 전멸입니다.”

“음··· 마수 쪽 피해는 없는 것인가?”

“전투기까지 동원하였지만···”

“알겠네.”


한동안 고민하던 남자가 머리를 쓸어올리며 고개를 들었다.


“광화문은··· 포기하지.”

“각하!”

“군 병력은 용산에 저지선을 갖추도록 하고.”

“각하!”

“대통령실은 대전으로 이전하게.”


굳게 다문 입에서 비통함이 배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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