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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M
작품등록일 :
2013.02.05 00:08
최근연재일 :
2013.08.14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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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857

작성
13.02.08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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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글자
10쪽

1장 - 초인의 목을 벨 상인

DUMMY

제 1장, 9화 - 안배는 여러 가지였다


“모래밖에 없는 이 사막 위에 불화살을 쏘아봤자…… 음?”

이해하기 어려운 아델 성의 작전 변경에 아연해하던 아이벤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바짝 말라있어야 할 붉은 모래가 미끌미끌한 액체에 젖어 반짝이고 있었던 것이다.

“어, 언제…….”

해답을 얻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단기 대결을 한답시고 나왔던 벤이었다. 그가 나온 이유는 단지 아이벤을 방심시키고 그의 이목을 다른 곳에 돌리기 위해서만이 아니었다. 벤은 대결을 방자해 그의 주위를 빙빙 돌며 모래 위에 진액과 기름을 뿌려놓았다.

“아, 안 돼!”

아이벤이 미처 뭔가 해보기도 전에 화살들이 모래 위에 처박혔다. 날아온 화살이 수백 개인데 그 중에 명중한 화살이 하나도 없을 리가 없다. 모래 위에 뿌려져 있던 기름과 진액에 불이 붙기 시작하면서 아이벤은 몇 겹의 화염에 포위가 되고 말았다.

독이 몸에 잠습을 하자마자 배출을 시작했더라면 화염쯤이야 손쉽게 뚫고 빠져나올 수 있다. 그러나 독이 호흡을 하면서와 동시에 피부를 통해서 스며들고 있다. 마나연공을 할 기회는 이미 놓쳤고 몸을 둘러싼 독액 때문에 하더라도 소용이 없는 상황이다.


“적측이 당황하기는 당황한 모양이군요. 이제야 지원군을 보내는 꼴을 보아하니…….”

칸이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블랙 스콜피언 길드 측의 진영을 가리켰다. 그의 말대로 진영의 일부가 허물어지면서 길드대원들이 아이벤을 구출하기 위해 전장 한가운데로 달려오고 있다.

“초인이 이토록 허무하게 당할 수 있다니… 믿기지 않는군.”

베니스 남작이 감탄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그러나 실상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칸에게도 있어 이번 전술은 도박이었다. 모든 병력이 활을 들고 있는 상황 아닌가! 만약 적들이 단기 대결을 하지 않고 대공세로 들이닥친다면 전면전에 대비를 할 수 없게 된다.

무엇보다도 초인의 기준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 큰 장점이 되었다. 초인이 되는 기준과 그 능력이 명확하지 않다 보니 무협 게임의 절정고수와 버금간다고 비교가 되고 있지만, 중세 판타지를 배경으로 삼은 하퍼 온라인에는 무공도 경공도 심법도 없다.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이 전술에는 허점이 많습니다. 오직 단 한 번만 시도가 가능한 일회성 전술이죠.”

칸은 냉정하게 자신의 전술을 평가하면서도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반드시 성공할 거라는 자신이 없던 전술이 성공을 하고 있으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다. 어디까지나 아이벤이 방심을 해서 원하는 대로 움직여준 덕분이지만 그래도 성공은 성공이다.

“이제 다음 차례로군요.”

예상과 추측이 맞아떨어진 덕분에 전술이 성공을 거두었지만, 그래도 아이벤이 완전히 제압된 것은 아니다. 단기 대결에 나간 초인이 공격을 받게 된다면 블랙 스콜피언 길드 측에서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적측의 지원군을 고려한 칸은 세 번째 안배도 계획했다.


“이, 이 개자식들!”

“야! 다 나가! 얼른 아이벤님을 구출해야 한다고!”

단기 대결 도중에 대표자가 이런 대규모 공격을 받았다는 사례는 과거에도 없었고 미래에도 없으리라 여겨졌다. 모든 사람들이, NPC들이 그렇게 사고하고 세계관이 그렇게 잡혀 있다 보니 유저들 역시 대중 심리에 따라 그 법칙을 따르고 있었다.

길드에서 가장 중요한 인재인 아이벤이 위험에 처하자, 블랙 스콜피언 길드의 대다수 대원들이 모두 혼란에 빠졌다. 심지어는 냉정과 침착함을 유지해야 할 지휘관들마저 고래고래 고함을 내지르며 길드대원들을 밖으로 내몰았으니 잘 짜인 진형이 무너지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이벤과 달리 전장 한가운데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던 그들은 어째서 아이벤이 빠져나오지 못하는지, 풀밭도 아니고 모래사막 위에서 발생한 화염이 이리도 쉽사리 꺼지지 않는지 제대로 파악을 하지 못했다. 그저 아이벤을 구출해야 하니 황급히 나섰을 뿐이다.

“제, 제길! 다들 돌아와!”

“함정이라고! 하늘을 보란 말이다!”

그나마 이성을 유지하고 있던 지휘관들이 앞으로 뛰쳐나가는 길드대원들을 향해 소리를 쳤다. 그러나 수많은 병사들이 한꺼번에 뛰쳐나가고 있던 터라 그런 지휘관들의 고함은 더 큰 소리에 파묻히고 말았다.

병사들이 모두 당황에서 전장으로 뛰어들고 있는 가운데, 하늘에서 화살보다 훨씬 더 거대한 무언가가 날아오기 시작했다. 아델 성 측에서 지니고 있던 모든 투석기를 발사한 것이다.

제아무리 벤이 기름과 진액을 발라놓았다 하지만 화공을 펼치기에는 무리가 많다. 기름으로 불길을 이끌고 진액이 화염을 잡아놓는다 해도 화염을 번지게 하거나 유지시킬 만한 가연성 물질이 없기 때문이다. 사방이 모래인 사막인 이상, 기름과 진액이 모두 타고 나면 불이 사그라질 수밖에 없다.

“크, 크악!”

“퇴각하라!”

투석기에서 날아온 것은 돌덩어리가 아니었다. 짚더미, 마른 나뭇가지묶음, 고무 진액을 비롯한 온갖 가연성 물질이 발사된 것이다. 덕분에 아이벤의 주위에서만 일어나고 있던 화염이 사막 전체에 번지기 시작했고 섣불리 전장에 투입되었던 길드대원들은 더 큰 화염에 포위되고 말았다.

투석기의 명중률은 극히 낮다. 전투를 거칠 일이 없어 공성무기에 투자를 하지 않은 아델 성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러했다. 그런 투석기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방법은 단 하나, 미리 발사할 위치를 조준해놓는 것이었다.

아이벤은 자신도 모르게 투석기가 조준된 위치로 이동하게 되었다. 벤이 아이벤의 주위를 빙빙 돌며 은근슬쩍 그를 의도된 방향으로 몰아넣었기 때문이다. 아이벤이 달려들려 할 때 벤이 공격을 감행한 이유 역시 아이벤을 그 자리에 묶어두기 위해서였다. 열여섯 대의 투석기가 조준된 바로 그 한가운데에!

“제길, 불을 끄고 후퇴한다!”

“헉… 그런데 이거는 또 뭐야?”

블랙 스콜피언 길드의 정예대원들은 분명 아델 성의 병력보다 레벨이 높고 훈련이 잘 되어있다. 그러나 고질적인 단점이 있다면 이들은 유저라는 것이다. 실제 목숨도 아닌 게임 목숨이면서 남 목숨보다 자신의 목숨을 더 챙기며 경험치 하락이라고는 죽어라 싫어한다.

어떻게든 아이벤을 구할 기세로 달려들었던 길드대원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몸을 돌려 후퇴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일 뿐, 그들 모두 거칠게 기침을 내뱉으며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허, 허공에… 가루가 있어.”

“젠장, 독이잖아!”

사막에 불을 지르기 위해 투입된 투석기는 조립식 12대뿐이었다. 기존에 아델 성이 보유하고 있던 4대의 투석기는 다른 역할을 맡았다. 성벽 위의 발사대에 있는 병사들은 일꾼들이 죽어라 빻아놓은 가루들이 담긴 포대를 투석기 위에 실어 날려 보냈다.

일꾼들이 빻았던 물건들은 각종의 잡템이었다. 곳곳에서 구할 수 있는 독초와 체내에 독이 든 몬스터로부터 드랍된 뼈와 이빨 등 근처의 상단들이 구해올 수 있는 모든 독을 구해와 하나로 합쳐놓은 것이다.

“쿠욱!”

꿋꿋하게 버티고 있던 아이벤이 결국 참지 못하고 입가에서 피를 토해냈다. 전장을 떠다니는 독 가루는 단지 길드대원들에게만 영향을 주지 않았다. 아이벤 역시 그 영향권 안에 있다.

화살에 실어 날릴 수 있는 독에는 한계가 있다. 양이 적을 뿐만 아니라 바람에 흩날리면 금세 사라지고 만다. 하지만 투석기가 사방에 독 가루를 뿌림으로써 상황이 원상태로 복귀되었다. 허공에 떠다니는 독 가루는 아이벤으로 하여금 호흡을 하지 못하게 만들었고 바닥에 가라앉은 독 가루는 화염에 불타 새로운 독 연기를 방출했다.

“물을 부어서 불을 꺼라! 아이벤을 반드시 구해야만 한다!”

아직까지 진영을 이탈하지 않았던 지휘관들이 다급하게 명령을 내리자 병사들이 동요했다. 모래밖에 없는 이 사막에 물이 어디 있단 말인가! 당연히 그들이 전쟁을 위해 가지고 온 식수 물자일 수밖에 없다. 불길을 제압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물을 쏟아 부어야 할 터, 그 물을 다 써버린다면 장기전에서 버틸 수 없게 된다.

“초인이 죽는다면 이번 공성전이고 뭐고 길드의 미래 자체가 불투명해진단 말이다! 당장 물을 부어라!”

강압적인 상관의 명령에 병사들은 어쩔 수 없이 쌓여있던 물자를 풀었다. 길드대원들은 물론 용병들까지 동원되어 바가지와 물통에 물을 담았다.

“반드시 아이벤을 구해내라!”

초인의 전쟁억지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블랙 스콜피언 길드가 무리하게 세력을 확장시킨 것은 어디까지나 든든한 배경이 되어주는 아이벤 덕분이었다. 그가 죽는다는 것은 블랙 스콜피언 길드의 전력이 반절 이하로 줄어드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전군 진격!”

물통과 바가지에 물을 잔뜩 담은 대원들이 불길을 잡기 위해 전장으로 달려갔다. 개중에는 방패를 믿고 불길 너머로 뛰어드는 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아델 성 측에서 가만히 볼 리가 없잖은가! 적군 진영이 화공(火攻)에 당황한 잠깐 사이, 짧게나마 휴식을 취한 병사들이 재차 화살을 날렸다.


“이거 사람들이 내가 예상한 대로 움직여주니 고맙다고 해야 할 지 멍청하다고 해야 할 지……. 아무튼 여기부터가 난관이려나.”

아무리 봐도 상황이 낙관적이지만, 칸은 절대 방심하지 않았다. 만약 그가 방심을 쉽사리 하는 성격이었다면 네 번째 안배 따위는 준비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작가의말

드디어 10편이 완료되었군요.

서장을 제외한다면 9편이지만... 앞으로 더욱 분발하겠습니다!

그리고 지금껏 쓴 10편 중 한두 편을 제외하고는 모두 오타 지적을 받은지라... 오타가 가능한 나오지 않게 하려고 그렇게 각색하고 수정했는데도 계속 나오니 참 죄송스럽더군요. 비축분이 동나서 미수정본이 연재되기 시작하면 어떤 참극이 초래될지... 더 열심히 쓰겠습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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