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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게임, 판타지

H.S.M
작품등록일 :
2013.02.05 00:08
최근연재일 :
2013.08.14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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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857

작성
13.07.3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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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장 - 임계점을 돌파하라

DUMMY

제 2장, 17화 - 용언


고압 고원(Goab Plateau). 사라비브 제국에 속한 영토 중 하나로 작물이 전혀 자라지 않는 전형적인 사막 중 한 곳이다. 게다가 주변에 사구와 모래산맥이 많다 보니 교통로로서의 가치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존재하기만 할 땅일 뿐이다.

이 고압 고원을 주로 찾는 이들은 대다수가 전사들이나 사냥꾼들이다. 본디 고원은 한쪽이 급경사면을 이루고 좁은 협곡이 발달한 수평지층인 경우가 보통이지만, 고압 고원에는 흙먼지와 모래가 굳어 형성된 좁고 들쑥날쑥한 절벽이 있다. 전사들과 사냥꾼들이 이 고원을 찾아오는 이유는 바로 그 절벽에 서식하는 옐로우 와이번을 사냥하기 위해서다.

옐로우 와이번은 회갈색에 누런 비늘을 갖추고 있어 사막의 모래와 잘 융화되는 몸을 갖고 있다. 나름 새끼 용이라 불릴 정도로 강력한 몬스터 중 하나인 와이번이 보호색까지 갖추었다? 게다가 다른 와이번 종에 비해 비행 속도와 기동성 역시 날렵하다 보니 상대하기가 여간 까다롭지가 않다. 그렇다고 해서 멍청하기라도 한가, 또 그렇지만도 않다.

“클클… 이거 아무래도 생각 좀 해봐야겠는데? 시키는 대로 계속 따라만 주니까 네 친구가 아니라 네 꼬붕이 된 기분이야.”

“의뢰비를 받았으면 길드답게 시키는 대로나 하십쇼. 내가 너한테 지불하는 돈은 죄다 네페르티 왕국과 사라비브 제국이 대신 지불해주는 돈이라고. 난 돈을 받으면 받는 즉시 소비해주고 있는 판인데 너는 쌓아두고 있잖아? 네가 나보다 부자입니다만?”

케인즈가 투덜거리자 블랙본은 뭔 소리를 하는 건지 전혀 못 알아듣겠다는 양 킬킬 괴소만 흘렸다. 케인즈는 블랙본의 뒤를 따르고 있는 그의 길드대원들을 향해 측은지심이 가득한 표정을 지어주었다. 상사가 골치 아프면 아랫것들도 골치가 아프다고 하는데, 블랙본이 길드장이니 마음이 대체 얼마나 심란할까.

“아무튼… 사라비브 제국과 하르메스 왕국의 전쟁을 유도하는 의뢰는 확실히 재미가 있었어. 용병들도 꽤 많이 붙여주고서는 무방비인 요새를 점령해서 소리만 고래고래 질러주면 되었으니… 낄낄, 정말 재밌었지. 근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번 의뢰는 뭔가 아니잖아?”

사라비브 제국의 군대가 본격적으로 전쟁에 참전하면서 몬스터 군단이 점령했던 요새들에 대한 소유권을 모두 넘겨받았다. 만약 몬스터 군단의 기습만 아니었더라면 하르메스 왕국도 속수무책으로 당하지만은 않았을 터, 당연히 몬스터 군단 길드는 하르메스 왕국에서 척살 대상 1위 길드가 되었다.

케인즈는 블랙본과의 귓속말을 통해 할 일이 끝난 몬스터 군단을 다시 한 번 끌어들였다. 그러나 이번 일은 이전 일처럼 어렵거나 복잡한, 정치적이고 전술적인 일이 아니다. 아델 성이 침공을 받는 사이에 뒤를 기습하는 일도, 전쟁에 대비되지 않은 왕국에 혼란을 가중시키는 일도 아니다.

“몬스터를 생포하는 일은 누가 뭐래도 너희 길드가 제일 잘하는 일이잖아. 명색이 몬스터 상인인데 본업에 충실해야지. 용병처럼 전투만 하고 살면 대체 몬스터는 언제 마주하고 살래?”

“굳이 네가 걱정 안해줘도 우리는 몬스터 사냥 간간이 알아서 해주거든? 요즘 이런저런 전투에 참전하면서 기르고 있던 몬스터들이 몇 마리 죽어서 말이야. 새로운 녀석들을 길들이고 있던 중이었지. 아무튼 와이번을 잡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지만. 얘들은 길들여지지가 않는다고.”

블랙본의 불평에 화답하듯 옐로우 와이번 한 마리가 흉악하게 괴성을 터뜨렸다. 사막의 포식자여야 할 그는 블랙본과 그의 길드대원들의 기습 협공에 당해 제대로 싸워보거나 날아서 멀리 달아나지도 못하고 날개가 찢긴 채 생포되고 말았다. 케인즈가 이들에게 의뢰한 내용 역시 바로 이와 같다. 와이번을 생포해서 대령할 것!

“길들이려는 건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단지 확신이 필요할 뿐이라고.”

케인즈는 그렇게 말한 후 품에서 단도를 뽑아들었다. 밧줄과 사슬에 꽁꽁 묶여 이제는 날아오르지도, 저항할 수도 없는 옐로우 와이번의 비늘에 단도가 푹 박혀들었다. 생명령이 질기고 비늘이 단단한 덕에 옐로우 와이번은 죽지 않았지만 고통에 겨운 괴성을 내뱉었다.

“이 콩국수에 마요네즈를 비벼먹을 자식아! 생포하라며!”

블랙본이 화들짝 놀라며 고함을 내질렀다. 평소라면 전투 스킬이라고는 하나도 없고 힘마저 약한 케인즈의 단도가 와이번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을 리가 없지만, 지금 옐로우 와이번은 몬스터 군단에게 저항하면서 지칠 대로 지치고 부상까지 입은 상태다. 거기다 전투력의 여부를 떠나서 단도를 찔렀으니 옐로우 와이번으로서는 당연히 고통에 몸부림을 칠 수밖에 없다.

“생포를 해달라고 한 이유는 산 채로 해부를 하기 위해서야. 그래야 보다 더 정확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으니까. 내 전문 분야는 몬스터 생체가 아니거든. 그렇다고 해서 몬스터 정보에 해박한 정보상인한테 의뢰를 넣었다가는 보나마나 주목을 받을 테고. 뱅뱅이라는 이름이 너무 유명해졌다 보니 이제는 엔조이 사이트에서도 활동을 제대로 못하겠어.”

케인즈처럼 정치판에 끼어들어서 세계정세와 귀족 생리, 국제적 상황에 대한 정보를 전문으로 다루는 정보상인이 있는가 하면, 몬스터들을 사냥하고 해부해 그들의 살과 가죽, 뼈와 피 등이 어떤 효능과 어떤 실용성을 갖추었는지 등을 연구하는 정보상인들도 있다. 엔조이 사이트에 상당한 인지도가 생긴 케인즈라면 쉽게 그런 사람들로부터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문제는 뱅뱅이라는 이름이 너무 잘 알려져 있다 보니 ‘뱅뱅이=정보상인 칸’이라는 공식이 인터넷상에서 성립된 지 너무 오래되었다는 뜻이다. 마치 너무 유명해져서 행동에 제약이 생긴 거라고나 할까? 케인즈가 자신의 전문 분야도 아닌 일에 직접 나서게 된 이유 역시 그 때문이다.

“와이번 해부는 왜 하는 건데? 그나저나 너 해부학에 대해 제대로 알기는 하는 거냐?”

“하다 보면 알아서 늘겄지. 그러니까 앞으로 매우 많은 와이번들을 생포해주셔야 합니다요.”

그 말에 블랙본은 인상을 팍 일그러트렸다. 몬스터 상인인 그에게 있어 와이번 생포는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엄청 귀찮은 일이라는 점에 있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느리고 약한 몬스터를 생포하는 것도 아니고 하늘도 날아다니고 민첩하기 짝이 없는 와이번을 여러 마리 생포해야 한다? 만약 몬스터 군단이 수백 명으로 이루어진 길드였다면 가능할지 모른다. 하지만 몬스터 군단은 소규모 정예로만 이루어졌다.

“제기랄. 하여튼 내가 이 빌어먹을 놈하고 연을 끊든가 해야지, 끄응…….”

블랙본이 투덜거리면서 새로운 옐로우 와이번을 생포하기 위해 길드대원들을 이끌고 사라졌다. 말로는 항상 불평하지만 그는 차마 케인즈의 요구를 거절할 수가 없었다. 친분 때문이 아니라 계약 때문이다. 을은 언제나 갑을 이길 수 없다.

“이거 정말 블랙본 말대로 이 짓하다가 해부학 기술이라도 배우는 것 아닌가 몰라. 어쩌면 단도 스킬을 획득할 지도?”

케인즈는 피식 웃으면서 품에서 양피지 몇 장을 꺼내들었다. 양피지에는 지금껏 그가 고대 서적들을 읽으면서 용에 대해 파악한 정보들을 요약한 내용이 적혀 있다. 게다가 한 장은 다른 양피지들과 매우 오래되고 낡아 보이는데, 이 한 장은 케인즈가 책에서 직접 뜯어낸 부분이다.

‘용이 깨어난 이후 벌이는 행위는 무작위적인 학살이나 다를 바가 없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용을 몬스터로 여기고 있어. 하지만 이 책의 내용대로 정말 용이 인간에 버금가는 지적 존재라면…….’

케인즈가 책의 종이를 뜯어내면서까지 가져와야만 했던 내용에는 용이 어떻게 의사소통을 하는지에 대해 언급되어 있다. 즉 용에게도 언어 수단이 있다는 뜻이다. 심지어는 용이 어떤 식으로 언어를 내뱉고 서로 이해가 가능한지 설명하기 위해 그려진 용의 얼굴과 목 그림도 있다.

처음에는 용의 언어를 배워서 용과 직접적으로 대화를 해볼까 싶었다. 그러나 책의 내용을 세심하게 읽어본 결과 그 방법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인간의 성대와 신체적 구조로는 용과 대화를 하는데 필요한 음성을 낼 수가 없다. 인간의 혀로 만들어낼 수 있는 소리에는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후우. 이럴 줄 알았으면 몬스터 정보상들하고 좀 친하게 지낼 걸. 몬스터는 원체 사냥할 일도 없고 관심 가질 일도 없다 보니 평소에 친해진 사람들이 없다 보니…….’

만약 자신의 신분이 노출될 걱정을 할 필요 없이 믿고 맡길 수 있는 연줄이 있었다면 이렇게 직접 고생을 할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이미 늦은 일이니 아무리 불평하더라도 어쩔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케인즈는 한숨을 푹 내쉬면서 잘 다루지도 못하는 단도를 이리저리 푹푹 내찌르며 옐로우 와이번의 신체적 구조를 유심히 관찰했다. 능숙하지 못한 케인즈의 손길에 옐로우 와이번은 이미 숨결이 끊긴 지 오래다.

옐로우 와이번은 죽었지만 케인즈는 계속해서 조사하고 알아보았다. 애초에 몬스터의 생물학적 구조를 연구하는 데에는 굳이 살아있는 놈이어야만 할 이유가 없다. 단지 아직 살아있는, 혹은 갓 죽은 놈들이 더 싱싱해서 연구가 쉽다 보니 그렇게 하려는 것뿐이다.

‘와이번은 새끼 용이라 불릴 정도로 용과 비슷한 신체 구조를 갖추고 있어. 만약 와이번의 몸으로 용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면… 게다가 와이번은 비행까지 가능하니 용과 대화하는 것도 한결 더 쉬워지겠지.’

책에서는 와이번이 용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지 없는지, 만약 와이번의 신체를 취한다면 용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 묘사하지 않았다. 케인즈야 다른 생명체로 변신이 가능한 웨머하머의 망토를 갖고 있으니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지 솔직히 다른 사람들로서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일이다.

기껏 와이번으로 변신을 했는데 용과 대화를 할 수 없게 된다면 그만큼 큰 낭패는 없다. 물론 와이번 자체도 강력한 몬스터니 나름 유용하게 써먹을 수는 있겠지만, 웨머하머의 망토가 이상의 거울과 달리 활용하기가 많이 불안정하다 보니 케인즈로서는 조심스럽게 쓸 수밖에 없는 처지다.

결국 케인즈의 눈앞에서 죽어간 옐로우 와이번도, 더 많은 와이번들을 잡기 위해 몸으로 고생을 하고 있는 블랙본과 몬스터 군단도 모두 오직 한 가지 목적을 위해 움직이고 죽어나가고 있다.

와이번이 얼마나 말을 잘 하느냐!

판타지 소설이나 영화에서 여러 번 나왔을 법한 용과 대화하는 기술, 용언(龍言)을 이런 식으로 해결하려는 사람이 케인즈 말고 과연 누가 있을까.


작가의말

이번에는 일주일 지나기 전에 연재 성공했어요 엉엉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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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장 - 임계점을 돌파하라 +3 13.07.31 1,182 27 11쪽
44 2장 - 임계점을 돌파하라 +8 13.07.25 1,032 26 11쪽
43 2장 - 임계점을 돌파하라 +7 13.07.13 1,101 3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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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2장 - 임계점을 돌파하라 +4 13.04.30 1,533 18 9쪽
30 2장 - 임계점을 돌파하라 +3 13.04.29 1,465 21 10쪽
29 2장 - 임계점을 돌파하라 +4 13.04.29 1,750 1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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