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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게임, 판타지

H.S.M
작품등록일 :
2013.02.05 00:08
최근연재일 :
2013.08.14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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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5.10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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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 임계점을 돌파하라

DUMMY

제 2장, 7화 – 골든 아켄의 붉은 매


다음 날 케인즈는 적당히 여유를 부리다 한낮이 지나고 나서야 게임에 접속했다. 골든 아켄까지 갈 시간을 고려해서 일부러 그런 것이지만, 눈을 뜬 순간 케인즈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라고는 눈가리개에 의한 애매한 어둠뿐이다.

‘아직도 도착을 못한 건가?’

좌석에 손을 대고 진동에 집중하자 제국 관도에 벗어났다는 감각이 느껴졌다. 제국 관도는 놀라울 정도로 반듯하게 만들어진 도로지만, 양옆이 사막이다 보니 필연적으로 길이 울퉁불퉁하다. 지금 마차로부터 느껴지는 반동은 제국 관도를 지날 때에 비해 더 부드럽고 안정적이다.

‘밖에서 사람들 소리도 들리는 것 같은데 확실하지가 않네. 골든 아켄 안으로 들어와서 그런 건가?’

만약 골든 아켄 안이라면 소리가 번잡하게 들려야 한다. 명색이 제국의 수도인데 사람들이 길거리에 돌아다니고 있지 않을 리가 없다. 케인즈가 애매하게 여기는 순간, 마차가 정지했다.

‘아하. 목적지에 거의 다 도착해서 사람들이 없었던 거구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 뒤 병사들이 케인즈의 팔과 어깨를 붙잡고 강제로 마차에서 내리도록 했다. 케인즈는 묵묵히 병사들이 시키는 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킬머도 없는 지금의 상황에서 병사들을 상대로 싸우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싸우고 싶은 마음조차 없다

어지간한 천으로는 시야를 완벽히 가릴 수 없다. 병사들이 씌운 눈가리개는 앞은 확실히 못 보게 만들었지만 빛조차 완전히 차단하지는 못했다. 케인즈는 굳이 눈을 뜨지 않고도 눈꺼풀 위로 빛과 어둠의 여러 교차를 느꼈다.

‘건물 안이라는 뜻이겠지. 창문을 지나갈 때마다 빛이 들어오는 거야.’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갑자기 앞으로 가라, 옆으로 가라 하던 병사들의 목소리가 사라졌다. 케인즈는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굳이 움직이려 하지는 않았다. 그에게 레벨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누가 죽인다고 해봐야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의 살결이 머리카락을 스쳐 지나가면서, 부드러운 촉감과 함께 눈가리개가 벗겨졌다. 오랫동안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한 나머지 일시적으로 눈이 먼 케인즈는 눈을 느릿하게 끔벅거렸다. 마음 같아서는 손으로 주무르고 싶었지만 눈가리개를 벗겨준 의문의 인물이 양손을 포박하고 있는 수갑까지 풀어주지는 않았다.

“아아… 아이고 눈이야.”

아직 시야가 돌아오는 중인지라 앞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았다. 눈앞에 서있는 흐릿한 인영은 묵묵히 케인즈를 바라보는가 싶더니, 느닷없이 성큼성큼 다가와 그의 수염을 잡아 뜯었다.

“역시 내가 누구인지 알고 계시는 모양이구먼요.”

“정보상인 칸. 아델 성의 승리를 이끌어낸 주도자이자 최초로 초인을 제압한 위인… 설마 가짜 수염을 붙이고 제국 안의 주점에서 술을 축내고 있으리라고 그 누가 생각해냈을까.”

대화를 나누는 짧은 시간 동안 시야가 한결 더 확보되었다. 여전히 선명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조금 전보다는 나았다. 하양에 가까운 금발, 어깨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칼, 훤칠한 체구에 붉은 비단옷까지. 거기에 목소리까지 들었으니 굳이 얼굴을 보지 않아도 누구인지 예측이 간다.

“일주일이 넘도록 그 짓을 하고 앉으면서 누가 먼저 알아차리나 했더니… 골든 아켄의 붉은 매, 칼빈 후작이셨구먼. 사라비브 제국에서는 인재를 썩혀두고 있었던 모양이군요. 정보상인을 색출해내는 재능을 지닌 자를 한낱 국경수비 재무담당관 자리에 앉혀두고 있다니.”

리카드 칼빈 후작, 사라비브 제국의 황제와 두 공작 그 누구의 편도 들지 않고 있는 대표적인 중립파 귀족 중 한 명이다. 붉은 비단옷을 즐겨 입고 활의 명수라 해서 붉은 매라는 별칭을 얻었지만, 황제와 공작들 양측에서 미움을 받다 보니 실질적인 영향력은 그리 크지 않은 자다.

‘칼빈 후작이라… 치밀하지만 과감한 자로군. 실질적인 영향력이 없다 보니 주목되는 관심도 적어서 알아낼 수 있는 정보가 그리 많지는 않았는데 말이야. 일단 가진 권력이나 위치로 봤을 때는 내 계획에 부합되는 인물이긴 한데.’

칼빈 후작의 역할은 제국 국경의 외곽에 위치한 요새와 성에 군량, 병장기를 비롯한 군수물자를 보급하는 일이다. 활의 명수라기보다는 재무와 회계에 뛰어난 문관이 해야 할 법한 일이다. 편을 택하지 않고 중립을 택한 대가라 볼 수 있다. 만약 외모와 복장이 특이하지 않았더라면 칼빈 후작이라는 사실을 알아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마치 발각되기를 바라고 있었다는 말 같군. 이미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자에게는 별로 권장할 일이 아닌데 말이야.”

“그건 가만히 있을 때의 사정입니다. 저는 지금껏 열심히 일했으니까 이야기가 달라지죠. 지금 칼빈 후작님께서 절 고문하거나 협박하지 않는 이유 역시 그 때문 아닙니까. 절 살려두고 있는 것 역시 같은 이유에서지요.”

케인즈의 능청스러운 대답에도 불구하고 칼빈 후작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케인즈는 머리를 잠시 긁적인 뒤 곧바로 말을 이었다. 인터넷에서 찾은 정보들을 종합해볼 때, 어차피 칼빈 후작은 그리 말이 많거나 입이 가벼운 성품이 아니다. 협상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케인즈가 직접 입을 열어야만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가 하는 일을 단순히 돈 벌기 쉬운 수단쯤으로 여깁니다. 하지만 멀리서 바라본다면 그보다 더 큰 가치를 지니고 있죠. 저는 하르메스 왕국에 대한 국제적 전황을 실시간에 가깝게 갱신하고 있습니다.”

전쟁에서 정보란 실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정보에 따라 공격하고 기습할 장소를 정하기도 하며, 보급로를 차단하거나 역이용하기도 한다. 전술을 조금이라도 배운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정보의 실용성을 잘 알고 있다. 무관 출신인 칼빈 후작 역시 그 중 한 명이다.

“아델 성 전투 이후 초인의 제압을 겪고 실감한 이들은 왕국을 점령하고 싶어 합니다. 특히 오늘날의 굳어진 세력 구도에 지친 귀족들이나 새로운 영토나 작위를 받고자 하는 귀족, 기사들이 그렇겠지요. 황제와 공작을 비롯한 핵심 인물들은 이를 어찌해야 할까 고민 중입니다. 그러던 차에 하르메스 왕국이 공격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 계속 들려오고…….”

신명나게 떠들던 케인즈가 입을 꾹 다물었다. 지금껏 묵묵히 듣고만 있던 칼빈 후작이 옆에 놓인 장궁에 화살을 올린 뒤 그를 향해 시위를 겨누었다. 케인즈는 무기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화살이 어디로 겨누어졌는지 못 알아볼 정도로 모르지는 않는다.

“자네의 말대로 다수의 자작과 남작, 기사들이 피와 전쟁을 원하고 있다. 정치와 전쟁이 섣불러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잘 아는 황제와 두 공작이 그들의 들끓는 혈기를 통제하고 있지. 그리고 이 모든 일의 원흉이 나의 눈앞에 있구나. 이를 어찌해야 할까.”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칼빈 후작이 화살을 붙들고 있는 손가락을 놓았다. 화살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공한 속도로 케인즈의 옆을 지나갔다. 공기가 변화하는 찰나의 시간만이 화살이 어디로 지나갔는지 가르쳐주는 단서가 되었다.

“일단 저를 죽이지는 않으셨으니… 제 자신을 변호할 기회는 주시리라 여기고 입을 열어보겠습니다. 전쟁은 언젠가 결국 일어날 일입니다. 황제와 두 공작도, 하르메스와 네페르티의 왕과 여왕도, 후작님 모두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강자의 앞에 있어 전쟁은 정치적 수단에 불과하다. 그러나 강자를 조종해 전쟁을 앞당기려고 하는 행위는 지극히 위험스러운 짓이지.”

칼빈 후작의 손이 느릿하게 다시 화살이 놓인 방향으로 움직였다. 케인즈는 침을 꿀꺽 삼켰다. 제아무리 죽지 않는 유저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고통을 즐긴다는 뜻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그는 자기 자신을 너무 잘 알고 있다. 맷집이나 의지력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사람을 찾으려면 자신의 명함을 꺼내야만 한다.

“전쟁은 어차피 일어날 일, 제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앞당길 일입니다. 이제 칼빈 후작님께는 두 가지 선택권이 있습니다. 첫째는 지금껏 해온 바와 마찬가지로 중립을 지켜 현재의 입지를 유지하는 것이며, 또 한 가지는 전쟁을 주장해 신진 귀족들의 지지를 얻는 것입니다.”

“내가 분명히 이야기를 하지 않은 모양이군. 강자를 조종하는 건 위험하다고 했을 텐데? 조종을 받았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전쟁은 더 이상 강자들만의 정치적 수단이 아니게 되지. 그저 이용을 당한 멍청이가 되는 거야. 제국의 귀족인 나 역시 같은 멍청이가 되겠지.”

“크아악!”

화살을 붙들고 있던 양손가락이 서로 떨어지면서 케인즈의 왼편 어깨에 구멍이 뚫렸다. 가상현실의 통각 구현 단계를 40%(하퍼 온라인은 40%에서 75%까지의 통각 구현을 허용한다.)로 설정했기 때문에 실제로 화살을 맞을 때보다는 덜 아프지만, 그래도 케인즈는 처절한 비명을 내질렀다. 누가 본다면 진짜 죽는 줄 알 정도로 뇌리를 일깨우는 비명이다.

“명성에 비해 참을성은 부족한 모양이군.”

“귀… 족이나 무인의 기준을 상인과 일반인에게 적용시키면 안 됩니다! 화살 맞고 비명을 지르는 것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사람다운…….”

당당하게 자신을 변호하던 케인즈는 조용히 말끝을 흐렸다. 칼빈 후작의 손이 다시 화살로 향했다. 만약 비위를 맞추지 못한다면 오른편의 어깨에도 구멍이 하나 생길지 모른다. 어쩌면 어깨보다 더한 곳이 목표가 될지도 모른다.

“자꾸 조종한다고만 생각하시는데… 살기 위한 약자들의 몸부림이라고 생각해주십시오. 무엇보다도 저는 죽여 봐야 별 소용도 없는 이방인입니다. 반면 제가 죽는다면 칼빈 후작님은 막대한 손해를 보게 되시겠지요. 그러니 칼빈 후작님을 위해 충언하자면… 살려줍쇼.”

케인즈는 땀을 뻘뻘 흘리며 간절히 애걸했다. 칼빈 후작의 외모나 그의 명성에 대한 정보와 달리 그의 성품에 대한 정보는 많이 알아내지를 못했다. 그러기에는 시간도 부족했거니와 무엇보다도 자신을 납치한 칼빈 후작이라고 직접 만나보기 전까지는 확신할 수가 없었다. 황제와 두 공작에게 가려져 주목을 받지 못했을 뿐, 칼빈 후작은 결코 만만하거나 유들유들한 성품이 아니다. 차라리 몰랐으면 싶을 정도로 처절하게 깨닫고 있다.

“꿰에엑!”

화살 하나가 오른편 어깨에 새로운 구멍을 뚫었다. 칼빈 후작은 활을 무릎 위에 올려다 놓으며 고개를 까딱거렸다.

“네가 죽으면 내가 손해를 보는 이유는?”


작가의말

수업시간 사이의 쉬는 시간에 연재를 하는군요...

오늘 또 MT...

리메이크 이후로 댓글도 별로 없고 추천도 없고 선작 감소도 자주 목격이 되어서 나름 슬펐는데.. 여전히 재미있다는 댓글을 받았습니다. 기분이 좋아지더군요.

앞으로도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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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2장 - 임계점을 돌파하라 +7 13.08.14 976 20 11쪽
45 2장 - 임계점을 돌파하라 +3 13.07.31 1,182 27 11쪽
44 2장 - 임계점을 돌파하라 +8 13.07.25 1,033 26 11쪽
43 2장 - 임계점을 돌파하라 +7 13.07.13 1,102 33 11쪽
42 2장 - 임계점을 돌파하라 +5 13.07.03 985 21 10쪽
41 2장 - 임계점을 돌파하라 +2 13.06.20 1,104 19 10쪽
40 2장 - 임계점을 돌파하라 +3 13.06.15 1,266 22 11쪽
39 2장 - 임계점을 돌파하라 +3 13.06.06 1,026 23 11쪽
38 2장 - 임계점을 돌파하라 +4 13.05.29 1,098 17 12쪽
37 2장 - 임계점을 돌파하라 +2 13.05.29 998 17 11쪽
36 2장 - 임계점을 돌파하라 +5 13.05.19 1,187 22 11쪽
» 2장 - 임계점을 돌파하라 +3 13.05.10 1,292 17 11쪽
34 2장 - 임계점을 돌파하라 +3 13.05.06 1,275 17 11쪽
33 2장 - 임계점을 돌파하라 +3 13.05.04 1,326 17 11쪽
32 2장 - 임계점을 돌파하라 +3 13.05.02 1,426 17 11쪽
31 2장 - 임계점을 돌파하라 +4 13.04.30 1,533 18 9쪽
30 2장 - 임계점을 돌파하라 +3 13.04.29 1,465 21 10쪽
29 2장 - 임계점을 돌파하라 +4 13.04.29 1,750 18 10쪽
28 쉬어가는 코너 - 하퍼 온라인의 ORPG 캐릭터 +6 13.03.01 2,034 12 7쪽
27 쉬어가는 코너 - 하퍼 온라인의 각종 게임 시스템 +7 13.02.28 1,623 14 7쪽
26 쉬어가는 코너 - 하퍼 온라인의 세계 구성 시스템 +3 13.02.27 1,675 12 4쪽
25 쉬어가는 코너 - 하퍼 온라인의 초인 +6 13.02.16 2,208 15 5쪽
24 쉬어가는 코너 - 하퍼 온라인의 종족관 +6 13.02.15 2,560 12 9쪽
23 쉬어가는 코너 - 하퍼 온라인의 신화 +4 13.02.14 2,669 17 7쪽
22 1장 - 초인의 목을 벨 상인 +17 13.02.14 2,919 30 11쪽
21 1장 - 초인의 목을 벨 상인 +7 13.02.13 2,696 29 12쪽
20 1장 - 초인의 목을 벨 상인 +15 13.02.13 2,944 27 11쪽
19 1장 - 초인의 목을 벨 상인 +9 13.02.12 2,761 31 9쪽
18 1장 - 초인의 목을 벨 상인 +17 13.02.12 2,828 27 11쪽
17 1장 - 초인의 목을 벨 상인 +13 13.02.11 2,726 26 11쪽
16 1장 - 초인의 목을 벨 상인 +8 13.02.11 2,795 25 12쪽
15 1장 - 초인의 목을 벨 상인 +6 13.02.10 2,940 29 11쪽
14 1장 - 초인의 목을 벨 상인 +9 13.02.10 3,021 26 11쪽
13 1장 - 초인의 목을 벨 상인 +7 13.02.09 3,088 21 11쪽
12 1장 - 초인의 목을 벨 상인 +9 13.02.09 3,077 22 10쪽
11 1장 - 초인의 목을 벨 상인 +7 13.02.08 3,170 1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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