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를 결제하시겠습니까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게임, 판타지

H.S.M
작품등록일 :
2013.02.05 00:08
최근연재일 :
2013.08.14 20:32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115,484
추천수 :
1,043
글자수 :
207,857

작성
13.05.04 08:17
조회
1,326
추천
17
글자
11쪽

2장 - 임계점을 돌파하라

DUMMY

제 2장, 5화 – 케인즈는 NPC다?


케인즈가 바라인 성과 몬스터 군단 사이의 전투 소식을 접한 때는 다음 날 아침이 지난 뒤였다.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가벼운 마음으로 엔조이 사이트를 방문한 그는 몇몇 정보상인들이 게시한 바라인 성 전투에 관한 게시물을 접했다.

{내가 미국에 있을 때 의뢰한 일인데… 참 빨리도 갔다?}

{네가 가능한 빨리 하라며. 빨리 시작해서 불만이디?}

블랙본의 천연덕스러운 말대꾸에 케인즈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빠를수록 좋다고 한 말은 사실이다. 하지만 충분한 병력과 물자를 준비하려면 시간이 어느 정도 걸리리라 여겼다. 만약 케인즈가 블랙본의 입장이었다면 분명 그랬다.

‘하여튼 이 미치광이는 내 생각대로 움직여주지를 않는다니까. 뭐, 빨리 움직일수록 좋은 거니까 상관은 없겠지.’

지금처럼 불안한 시기에 국가 간의 전쟁을 내걸 수는 없다. 그러다가는 주변 국가가 모두 하나가 되어 그런 짓을 한 세력 먼저 없애버리려 들 터다. 하지만 용병들을 이용한 소모전이라면 국가와 국가 사이의 전쟁으로 번지지 않는다. 평소였다면 몰라도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아니다.

{그래서 언제쯤 끝날 것 같은데?}

{바라인 성의 병력과 사기는 나날이 줄고 있고 아군은 나날이 늘고 있어. 최소한 이틀 이내에 점령을 마칠 거야. 함락을 마치는 즉시 가장 방어가 취약한 주변 도시를 치면 된다고 했지?}

{두 번째부터는 조금 더 신중해지라고. 직접적인 공격을 받은 이상 하르메스 왕국도 경계할 테니까. 그리고 네 스크린샷이랑 플레이 영상 파일 메일로 압축해서 보내라.}

블랙본과 귓속말을 마친 케인즈가 나지막이 생각했다.

‘블랙본이 시작을 끊었으니 주변의 다른 국가도 간을 보기 시작하겠지. 영토를 원하는 길드들도 하르메스 왕국의 외곽 영지를 노려볼 테고. 그러다 보면 왕국 내에서조차 길드 내전이 일어나고… 누군가가 나서서 통제를 한다면 모를까, 그 전까지는 꽤나 난장판이 될 거야.’

그렇게 일어나는 모든 행동 하나하나는 제국의 전쟁 선포를 유발하는 임계점에 다가가게 해준다. 케인즈는 그저 마무리만 찍을 뿐이다. 그 모든 일을 직접 나서서 할 정도로 케인즈가 부지런하지는 못하다.

“제국의 검문입니다. 마차를 세우겠습니다.”

천장 너머로 마부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마차가 정지했다. 그러자 케인즈는 목에 사례라도 걸린 마냥 컥컥거리며 목을 가다듬었다. 그러기를 몇 분, 마차의 문이 열렸다. 바깥에서 병사 두 명이 마차 안을 두리번거리더니 케인즈와 눈을 마주쳤다.

“신분증과 입국 목적을 말하여라.”

“크흠! 신분증은 여기에 있네. 더 필요한 사항은 없으리라 믿네만.”

케인즈는 병사들을 향해 신분증을 슬쩍 내민 뒤 그들의 반응을 기다렸다. 병사들은 신분증을 찬찬히 읽어본 뒤 고개를 끄덕이며 신분증을 돌려주었다.

“신분증은 진짜군. 그런데 용병 실적서를 보아하니 최근에 아델 성을 방문한 듯하던데… 네페르티 왕국에 머무르고 있던 여유와 본국으로 들어오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난 용병일세. 간단한 배달 임무를 하기 위해 네페르티티로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아델 성에서 쉬려고 했지. 미처 나갈 기회도 없이 아델 성 전투가 발발했고… 만약 죽는다면 돈이나 벌자는 생각에 베니스 남작과 계약을 맺어 자유용병으로 참전했었네.”

아델 성 전투에 참전했다는 말에 병사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케인즈는 그 모습을 보며 흡족하게 미소를 지었다. 지금과 같이 사라비브 제국이 검문과 보안을 강화하는 이유는 분명 아델 성 전투로 인해 변화하고 있는 근래의 변화를 경계하기 위해서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당연히 아델 성 전투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전투에 참전했다고 보기에는… 뭐랄까, 너무 약해 보이는데? 심지어는 A급 용병이라면서 무기조차 소지하지 않고 있군.”

“나는 전략가일세. 한때는 무기를 들기도 했지만… 사실 몇 년 전에 다리에 부상을 입었지. 마차를 탄 이유도 그 때문이고. 아무튼 다행히 전투가 끝날 때까지 살아남았으니… 그런 전투를 또 겪고 싶지는 않네. 아무래도 왕국은 너무 불안해보여서 제국 내에서 휴식을 취하고 싶을 뿐이었네.”

병사들은 서로 마주보고 약간 중얼거리는가 싶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마차의 문을 닫았다. 옆에서 병사들이 마차의 벽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마차가 다시 앞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런 나 같은 사람이 게임이나 하고 앉았으니… 이 정도 연기력이면 어지간한 배우는 뺨치는데 정말.”

케인즈는 활짝 웃으며 창 바깥을 내다보았다. 사라비브 제국에서는 암석나 목재를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에 마른 진흙이나 모래를 재료로 삼은 건물이 매우 많다. 케인즈는 샛노란 배경의 도시를 바라보며 턱을 쓰다듬었다. 평소였다면 만져지지 않았을 수염이 어째서인지 지금은 만져졌다.

‘가짜인데도 촉감이 상당히 괜찮단 말이지. 좀 가렵긴 하지만 말이야.’

방송에 여러 번 나온 이후, 케인즈의 얼굴은 더 이상 익명성을 보장할 수 없게 되었다. 처음 보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케인즈가 누구인지 알아볼 위험이 생겼다는 뜻이다. 결국 케인즈는 가짜 수염을 붙이고 머리를 염색하는 등 변장을 해야만 했다. 지금의 그는 20대 중반이 아닌 30대 중후반이다.

“아무래도 슬슬 내려야겠군. 이름이 없는 용병은 절대 이런 마차를 장기적으로 대여하지 못하거든. 특정 지점에 가서 대기하고 있으면 내가 찾아가겠네.”

그렇잖아도 지나치게 늙은 어감이 없잖아 있던 케인즈의 말투가 더 늙어졌다. 게임 안이니 이런 말투가 가능하지 만약 현실에서였다면 이상한 놈으로 취급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케인즈의 말투는 나이를 연기하는 정도를 넘어서서 시대를 넘어선 사극을 찍고 있다.

“그러고 보니 이렇게 무방비, 무일푼으로 돌아다녀보기도 오랜만이군. 뭐, 인벤토리에 숨겨둔 돈이 있으니 무일푼이라 하기는 어렵지만 말이야, 껄껄.”

아델 성에서는 네페르티 왕국의 지원과 킬머를 비롯해 든든하게 뒤를 받쳐주는 조건이 많았다. 하지만 사라비브 제국에서는 그럴 수가 없다. 심지어 호위무사마저 안 데리고 왔으니 지금의 케인즈는 말 그대로 무방비 상태다.

“그럼… 슬슬 시작해볼까?”

케인즈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길을 걷다 적당히 가장 먼저 보이는 주점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케인즈는 생소하기 짝이 없는 주점 안의 광경에 나지막이 휘파람을 불었다. 미리 사라비브 제국의 문화에 대해 조사를 해두기는 했지만 직접 볼 때와는 또 다르다.

사라비브 제국은 용병과 흡연자들의 천국이라 불리는데, 그 이유는 바로 특유의 물담배에 있다. 좋게 말하면 현실이나 다른 국가에서는 맛볼 수 없는 사라비브 제국만 문화인 셈이고, 나쁘게 말하면 담배를 끊을 생각은 없지만 폐암이 걸리기는 싫은 사람들을 위한 하퍼 온라인의 성인용 콘텐츠 중 하나다.

사라비브 제국의 특정 광물과 암반에서 채광되는 암염에는 특이한 향이 나는데, 사라비브 제국에서는 물담배를 피울 때 일반 물을 사용하는 대신 그 암염으로부터 추출한 소금물을 사용한다. 물론 게임 안에서나 적용되는 이야기지만, 담뱃재가 아닌 허브를 태우기 때문에 몸에 좋은 버프 효과를 받는다고까지 한다.

‘확실히 향은 좋네.’

케인즈는 위를 올려다보며 코를 킁킁거렸다. 사라비브 제국의 주점 대부분은 물담배의 연기를 환기할 수 있도록 천장이 개방되어있다. 어차피 비가 잘 오는 국가도 아니다 보니 천장이 그리 필요하지도 않다. 어쩌다 한 번 비가 와서 천장이 필요할 때가 있으면 방수용 천으로 임시 천장을 만들어버린다고 한다.

딱히 현실에서나 게임 안에서나 담배를 피우지 않는 케인즈는 가급적 물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없는 구석진 자리로 가 방석 위에 앉았다. 그래도 담배라는 막연한 생각 때문에 자칭 ‘금연석’에 앉기는 했지만, 역시 게임이어서 그런지 물담배와 연기로부터 뿜어지는 향기가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양고기 스튜와 맥주 한 잔 주게.”

케인즈는 손을 들어 주문을 한 뒤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아직 저녁이 되지는 않았지만, 물담배 때문인지 아니면 사라비브 제국의 주점이 음식점의 역할도 같이 해서인지 사람들은 꽤나 많은 편이다.

‘사람들이 많으면 난 좋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보상인에 대해서는 잘 모를지 몰라도 용병들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돈을 위해 움직이는 다크게이머들의 천직이자 의뢰를 받고 싸우는 고용무사들! 호탕하고 거친 성정에 피와 난전을 사랑하는 무리들, 그런 사람들이 바로 용병들이다.

사람들이 용병들에 대해 알아야 할 사실이 한 가지 더 있다. 그들은 술을 좋아한다. 이 사실은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여기서 파생되는 또 한 가지의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전쟁에 참전했던 재향군인이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나오듯, 전쟁을 겪은 이들에게는 언제나 이야기가 있기 마련이고 이야기가 있는 이들은 언제나 말이 많기 마련이다.

용병들은 그런 족속이다. 위장에 술이 들어간 뒤에는 더더욱 그렇다.


“아무튼 장난이 아니었단 말이지. 생각해보게나들, 가뜩이나 초인은 인질로 잡혔지, 아군의 숫자가 압도적인데도 적을 한 명 제대로 죽여보지도 못하고 다들 추풍낙엽처럼 죽어나가고 있지,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뒤에서 몬스터들이 덮쳐! 정말 장관이란 말이야.”

케인즈의 맛깔스러운 이야기는 처음에는 한두 명의 청취자들을 불러오는가 싶더니, 해가 질 때쯤에는 어느덧 주점 안의 모든 사람들이 케인즈의 말에 집중하게 되었다. 인터넷이 없는 NPC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유저들마저 그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바로 케인즈의 말투 덕분이었다.

사극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늙은 말투와 태엽장치처럼 반복되는 아델 성 전투 이야기! 케인즈를 본 유저들은 생각했다.

‘퀘스트를 주는 NPC다!’


작가의말

배가 고프군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정보를 결제하시겠습니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공지사항입니다. +6 13.04.25 1,209 0 -
공지 정보를 결제하시겠습니까 삽화 참고자료 +6 13.02.12 4,294 0 -
46 2장 - 임계점을 돌파하라 +7 13.08.14 976 20 11쪽
45 2장 - 임계점을 돌파하라 +3 13.07.31 1,182 27 11쪽
44 2장 - 임계점을 돌파하라 +8 13.07.25 1,033 26 11쪽
43 2장 - 임계점을 돌파하라 +7 13.07.13 1,102 33 11쪽
42 2장 - 임계점을 돌파하라 +5 13.07.03 985 21 10쪽
41 2장 - 임계점을 돌파하라 +2 13.06.20 1,104 19 10쪽
40 2장 - 임계점을 돌파하라 +3 13.06.15 1,266 22 11쪽
39 2장 - 임계점을 돌파하라 +3 13.06.06 1,026 23 11쪽
38 2장 - 임계점을 돌파하라 +4 13.05.29 1,098 17 12쪽
37 2장 - 임계점을 돌파하라 +2 13.05.29 998 17 11쪽
36 2장 - 임계점을 돌파하라 +5 13.05.19 1,188 22 11쪽
35 2장 - 임계점을 돌파하라 +3 13.05.10 1,292 17 11쪽
34 2장 - 임계점을 돌파하라 +3 13.05.06 1,275 17 11쪽
» 2장 - 임계점을 돌파하라 +3 13.05.04 1,327 17 11쪽
32 2장 - 임계점을 돌파하라 +3 13.05.02 1,427 17 11쪽
31 2장 - 임계점을 돌파하라 +4 13.04.30 1,534 18 9쪽
30 2장 - 임계점을 돌파하라 +3 13.04.29 1,465 21 10쪽
29 2장 - 임계점을 돌파하라 +4 13.04.29 1,751 18 10쪽
28 쉬어가는 코너 - 하퍼 온라인의 ORPG 캐릭터 +6 13.03.01 2,034 12 7쪽
27 쉬어가는 코너 - 하퍼 온라인의 각종 게임 시스템 +7 13.02.28 1,624 14 7쪽
26 쉬어가는 코너 - 하퍼 온라인의 세계 구성 시스템 +3 13.02.27 1,675 12 4쪽
25 쉬어가는 코너 - 하퍼 온라인의 초인 +6 13.02.16 2,208 15 5쪽
24 쉬어가는 코너 - 하퍼 온라인의 종족관 +6 13.02.15 2,560 12 9쪽
23 쉬어가는 코너 - 하퍼 온라인의 신화 +4 13.02.14 2,669 17 7쪽
22 1장 - 초인의 목을 벨 상인 +17 13.02.14 2,919 30 11쪽
21 1장 - 초인의 목을 벨 상인 +7 13.02.13 2,696 29 12쪽
20 1장 - 초인의 목을 벨 상인 +15 13.02.13 2,944 27 11쪽
19 1장 - 초인의 목을 벨 상인 +9 13.02.12 2,761 31 9쪽
18 1장 - 초인의 목을 벨 상인 +17 13.02.12 2,828 27 11쪽
17 1장 - 초인의 목을 벨 상인 +13 13.02.11 2,726 26 11쪽
16 1장 - 초인의 목을 벨 상인 +8 13.02.11 2,796 25 12쪽
15 1장 - 초인의 목을 벨 상인 +6 13.02.10 2,940 29 11쪽
14 1장 - 초인의 목을 벨 상인 +9 13.02.10 3,021 26 11쪽
13 1장 - 초인의 목을 벨 상인 +7 13.02.09 3,088 21 11쪽
12 1장 - 초인의 목을 벨 상인 +9 13.02.09 3,077 22 10쪽
11 1장 - 초인의 목을 벨 상인 +7 13.02.08 3,170 19 10쪽
10 1장 - 초인의 목을 벨 상인 +7 13.02.08 3,192 26 10쪽
9 1장 - 초인의 목을 벨 상인 +5 13.02.07 3,501 23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