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는 코너 - 하퍼 온라인의 신화
불멸하는 신이 존재했다.
불멸하는 신은 외로웠다.
불멸하는 신은 외롭지 않기 위해 다른 신을 창조하였다.
불멸하는 신은 창조의 힘을 지녔으나 더 이상 창조하지 않았다. 반면 불멸하는 신에 의해 탄생한 신은 창조에 의해, 창조를 위해 탄생하였으니 그녀는 곧 창조주다.
창조주는 스스로의 이름을 엘린실이라 칭하였으며 자신을 조력할 일곱 아이들을 창조하였다. 이들을 누렐이라 한다.
엘린실은 대륙을 만들었으며 그 위에 자신들의 아이를 내려 보냈다. 그녀는 누렐들로 하여금 자신이 원하는 바를 마음껏 만들고 꾸밀 수 있는 힘을 주었다.
첫째 누렐 힐로드는 대륙을 주무르고 밟아 산과 협곡을 만들었다. 또한 그는 대륙의 표면을 잘게 부숴 흙과 돌을 만들었다.
둘째 누렐 밀로른은 자신의 손톱과 발톱을 잘게 갈아 대륙 위에 흩뿌렸다. 대륙 곳곳에 퍼진 가루는 흙을 파고들고 뿌리를 내렸으며 곧 나무가 되었다.
셋째 누렐 나실나르는 자신의 하품과 한숨을 손에 담아 하늘 저 높이 띄웠다. 그녀의 하품과 한숨은 어둠이 되어 밤에게 평온을 가져다주었다.
넷째 누렐 발로르는 대륙의 중심에 들어가 거센 고함을 내질렀다. 고함은 대륙의 중심 속에서 나가기 위해 뜨겁게 끓어올라 용암과 화염이 되었다.
다섯째 누렐 일리나르는 춤과 노래를 불러 대륙의 공허한 허공을 메웠다. 춤은 바람이 되었으며 노래는 바람의 춤사위에 흔들리는 공기가 되었다.
여섯째 누렐 할랴나르는 아무것도 없는 대륙을 보며 눈물을 흘려 대륙의 가장 깊은 심연에 부었다. 그녀의 짜고 맑은 눈물은 불어나고 불어나 물과 바다가 되었다.
일곱째 누렐 빌락은 껄껄 웃은 뒤 자신의 웃음을 두드리고 제련했다. 그는 자신의 웃음을 대륙 곳곳의 바위와 흙 속에 깊숙이 감추었고 이들은 곧 보석이 되었다.
넷째 누렐 발로르는 자신의 창조한 용암이 대륙을 뒤덮기를 바랐다. 그는 자신의 힘이 다른 누렐들보다 월등함을 증명하고 싶어 하였으며 그의 용암이 언제나 힐로드의 흙과 바위를 모조리 뚫고 녹일 수 없다는 데에 강한 질시와 분노를 품었다.
그는 더 강력한 불을 만들기 위해 그가 창조한 용암화 화염 중 가장 뜨거운 화염들을 선별해 그들에게 생명을 불어넣었다. 그는 이 화염들에게 마라하르불, 즉 생명의 화염이라는 이름을 부여하였다.
이로도 충분하다 여기지 못한 발로르는 힐로드의 흙과 바위를 훔쳐 자신의 용암에 녹인 뒤 직접 주물렀다. 이들은 곧 오크가 되었으며 지휘관 마라하르불을 따르는 군대가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을 때, 발로르는 대륙의 모든 화산을 일깨웠다.
모든 누렐들은 당황하고 혼란에 빠져들었다. 오직 일곱째 누렐 빌락만이 혼란에 빠지는 대신 분노하였다. 그는 자신이 만든 가장 거대한 보석을 잘게 부숴 그들에게 생명을 부여하였다. 그들에게 자신의 망치와 도끼를 나눠주었으며 발로르의 군대를 향해 진격하도록 했다. 이들이 곧 난쟁이다.
대륙의 가장 뜨거운 최남단에서 발로르의 오크 군대와 빌락의 난쟁이 부대가 격돌하였다. 빌락은 누렐들 중 가장 힘이 강하였으며 발로르의 검은 빌락의 망치의 힘을 버티지 못했다. 그러나 전쟁을 준비한 마라하르불, 오크들과 달리 난쟁이들은 이제 막 깨어난 생명이었다. 결국 빌락은 오랜 전투 끝에 발로르의 속임수에 빠져 목숨을 잃고 말았다.
빌락이 죽자 난쟁이 생존자들은 대륙의 중부로 후퇴해 힐로드와 밀로른에게 도움을 요청하였다. 이에 힐로드는 자신의 흙을 주물러 인간들을 만들고 밀로른은 자신의 나무들을 잉태시켜 요정들을 낳았다. 발로르가 빌락과의 전쟁으로 인해 재정비를 하는 사이 힐로드와 밀로른은 전쟁의 준비를 마쳤으며 인간과 요정의 연합군은 제각기 창과 활을 들었다.
발로르의 오크와 힐로드, 밀로른의 인간과 요정의 연합군은 대륙의 중부에서 대륙의 남부와 나머지 대륙을 두고 전쟁을 벌였다. 수적으로는 인간과 요정이 우세하였으나 힐로드와 밀로른은 이미 빌락을 죽이고 그의 힘을 취한 발로르의 힘을 이기지 못했다.
밀로른이 발로르의 검에 의해 목숨을 잃고 힐로드가 당하려던 찰나 셋째 누렐인 나실나르가 나타났다. 그녀는 하늘 높이 띄운 어둠을 불러 전장을 암흑에 가두었으며 부상당한 힐로드를 이끌고 전장의 뒤로 이탈하였다.
인간과 요정 연합군이 나실나르의 어둠에 의지해 후퇴하는 사이 일리나르는 자신의 머리칼과 눈썹을 뽑아 다양한 생명의 형체로 꼬았다. 이들은 사자, 늑대, 사슴, 말 등의 짐승이 되었는데, 일리나르가 땅 위에 머리칼과 눈썹을 내려놓고 생명을 꼬는 동안 일리나르의 손에 힐로드의 흙이 묻어 몇몇 짐승들이 인간의 형상을 취하게 되었다. 이들이 수인족이다.
수인족들의 지휘 하에 짐승들은 인간과 요정 연합군을 뒤쫓는 오크들을 사냥하였다. 이에 분노한 발로르는 야심한 밤에 어둠이 내려앉은 틈을 타 일리나르를 암살하였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나실나르는 발로르가 자신의 어둠을 이용했다는 사실을 알고 오열하였다.
오랜 준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기나긴 전쟁에 지친 발로르는 군대를 더 늘려야 할 필요를 느꼈다. 그는 인간과 요정, 난쟁이와 짐승들의 시체를 모아다 그들에게 힘과 생명을 부여하였다. 이들은 몬스터가 되었으며 발로르의 명령 이외에는 그 어떤 생명체도 따르지 않는 흉폭한 괴수들이 되었다.
힐로드와 나실나르는 인간, 요정, 난쟁이, 수인족이라는 남은 자유종족들을 모아 마지막 결전을 준비하였다. 힐로드는 여섯째 누렐인 할라냐르에게 자신들을 도와달라고 요청하였지만 거절당했다. 힐로드가 실망하고 떠난 뒤 할라냐르는 발로르를 찾아갔다.
할라냐르는 발로르에게 야욕을 멈추고 과거의 사이좋은 남매로 돌아가자고 간청하였다. 발로르는 아무런 무장을 하지 않고 찾아온 할라냐르를 비웃으며 그녀의 목숨을 취하였다. 할라냐르는 눈물을 흘리며 생명을 잃었으며 그 눈물은 강과 물줄기를 타고 바다로 흘러갔다. 할라냐르가 죽으면서 그녀의 눈물은 마지막 생명력을 발휘하였다. 눈물이 닿은 바닷물은 단단하게 응고되고 결속해 바다의 종족 인어가 되었다.
할라냐르의 죽음을 알게 된 힐로드는 분노하였다. 그는 마지막 자유 종족들을 이끌고 마지막 결전을 위해 돌진하였다. 마라하르불과 오크, 몬스터들로 이루어진 발로르의 군대에 맞선 마지막 전쟁에서 발로르는 가장 뛰어난 부관, 가장 강력한 마라하르불의 배신으로 인해 죽음을 맞이하였다.
전쟁은 끝났으나 대륙은 황폐해졌으며 힐로드는 모든 힘을 잃고 말았다. 남매들의 죽음에 좌절한 그는 나실나르와 함께 창조주 엘린실에게 돌아가자 하였다. 나실나르는 힐로드의 요청을 받아들였으나 아직까지 어둠 이외에는 아무것도 창조하지 않은 그녀에게는 많은 힘이 남아있었다.
나실나르는 자신의 힘으로 살아남은 자유종족에게 지금까지의 전쟁에 대한용서와 그 이후의 희망을 선물하였다.
- 작가의말
말씀드린 대로 1장이 끝난 관계로 세계관 설정에 들어갑니다.
처음에는 초인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려고 했는데 초인이 인간만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아무래도 하퍼 대륙의 종족에 대해 먼저 설명하는 편이 낫겠다 여겼습니다.
종족에 대해 설명하자니 그들의 창조 배경을 살펴봐야 되고 그러자니 또 신화를 봐야 하고.. 결국 신화로 시작을 했군요.
외장하드가 도착해서 오늘 바쁘게 노트북 안의 자료들을 정리하는 중입니다.
그동안은 연재 비축분을 쓰기가 어려워서 각 장마다 1편으로 예정했던 쉬어가는 코너를 3편 정도로 늘릴까 합니다.
표지/삽화는 굳이 보지 않아도 상관이 없어서 공지로 올렸지만 신화나 앞으로 쓰게 될 각종 세계관 설정은 스토리와 밀접한 관게가 있어 공지로 올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공지가 너무 많으면 소설을 읽기가 어려울 것 같기도 했고요.
만약 공지로 올려야 한다고 생각하신다면 수정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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