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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M
작품등록일 :
2013.02.05 00:08
최근연재일 :
2013.08.14 20:32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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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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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4.29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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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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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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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2장 - 임계점을 돌파하라

DUMMY

제 2장, 2화 – 이럴 줄 알았다


“허허…….”

칸은 있지도 않은 수염을 쓰다듬듯 턱을 어루만졌다. 베니스 남작이 이런 식으로 접근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어떤 전술을 구사하는 것이 최선일지에 대해 우유부단하게 고민하던 처음의 모습이 많이 사라졌다. 전투를 통해 어느 정도 성장했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느끼기는 했지만, 몸소 체감하니 또 다르다.

“앞으로 하퍼 대륙 전체가 시끄러워질 것입니다. 초인이 무너진 이상 가장 거대한 전쟁 억지력이 사라졌고… 인간들이 만약 전쟁을 시작한다면 자연스레 다른 종족들도 눈치를 보다가 편을 들 수밖에 없죠. 상황이 더 심각한다면 약간의 소모전으로 끝나겠지만, 그래도 대비를 해둬야 합니다. 남작님 스스로의 안전도 챙기셔야 하고요.”

“아마 그럴 테지. 하지만 아델 성은 여전히 자원도, 지리적 이점도 없는 외딴 요새에 불과하네. 전쟁의 여파가 이곳까지 미칠 가능성은 없을 듯한데?”

“소모전은 원래 만만한 곳을 먼저 공격하기 마련입니다. 더구나 아델 성은 왕국의 경계선에 위치해있지요. 그리고 전쟁이 아니라 해도, 아이벤이나 샤를을 비롯해 이번 전투에 원한이 있는 자들이 남작님을 노릴 위험도 있습니다.”

사실 칸이 가장 불안하게 여기는 점 역시 여기에 있다. 아이벤과 샤를, 둘 다 아델 성 전투가 끝난 직후 행방이 묘연하다. 한 명이라면 적당히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지만, 두 명 모두 그런 상황이라면 불안할 수밖에 없다. 정보의 부재는 정보상인에게 있어 심각한 문제를 유발한다.

‘성격으로 봤을 때 이것들이 그냥 집에서 울면서 아이스크림 먹고 있지는 않을 거라고. 분명 날 노리든 울분을 참고 있든 뭔가를 할 텐데… 불안해서 원.’

하늘을 찌를 듯 치밀어 오르는 편집증적인 과대망상 역시 어쩔 수 없는 증상 중 하나다.

다른 사람들이라면 몰라도 베니스 남작, 하인리히 기사단장, 베인 이 세 명은 칸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칸으로서는 ‘왕실의 추천을 받고 왔다더라.’는 사소한 정보조차도 새어나가기를 바라지 않는다.

“조심하도록 하지. 다행히 전투 이후로 받아달라는 용병들이 많아서 당분간은 걱정이 없을 듯싶지만 말이야. 그 외에 다른 말을 하고 싶은 건 없나? 내가 전쟁의 보상으로 무엇을 원하느냐 물었을 때 빚을 진 셈 쳐달라고 했지. 궁금하더군.”

“전 편한 생활을 좋아합니다. 만약 대륙 곳곳에서 전쟁이 터지기 시작한다면 지붕은 많을수록 좋은 법입지요.”

“허허! 틀린 말이 아니군.”

“뭐, 이야기가 나온 김에 더 말이나 해보죠.”

조금 더 이야기를 한 뒤, 칸은 인사를 마치고 영주 본관을 나왔다. 미국에 다녀온 덕분에 시간이 상당히 많이 지체되었다. 베니스 남작과의 볼일이 끝났으니 바로 출발할 계획이다.

칸은 밖으로 나오면서 좋게 말하면 베니스 남작의 극진한 대우, 그냥 말하면 여행하면서 까까 사먹으라고 받은 공돈 40골드를 받았다. 마차는 처음에 왔을 때처럼 여관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 당장 출발하면 곧 수도로 도착할 수 있다.

“아, 칸님. 잠시 기다려주십시오!”

여관으로 가기 위해 골목길로 들어선 순간,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칸이 떠난다는 소식을 방금 전에야 들은 모양인지 베인이 허겁지겁 달려왔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느껴졌다.

‘전쟁도 끝난 판에 왜 부하들을 끌고 나오는 거야?’

베인의 뒤로 해머 길드의 전사들 10명이 보인다. 이미 전투도 끝난 지금 해머 길드의 대원들이 베인의 뒤를 따라다닐 이유가 없다. 평소대로였다면 전투 이후의 민심을 안정시키고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동원되어야 할 전력이다.

“작별인사라도 하시려는 겁니까?”

칸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베인이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전사답게 체력이 넘쳐나는 베인은 빠른 속도로 달려왔음에도 호흡이 흐트러지지 않은 채 곧바로 말문을 열었다.

“칸. 하퍼 온라인의 베타테스터 중 한 명으로 시작 종족이 인간이 아닐 가능성이 있으시군요. 초보자 시절 네페르티 왕국 수도에서 도서관 사서로 일한 경력이 있고……. 정보상인치고 엔조이 사이트에 올라온 정보가 이론적 접근인 면이 많더군요. 스크린샷을 봤을 때는 상인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학자 같던데?”

베인의 의미심장한 말에 칸은 슬그머니 눈살을 찡그렸다. 그가 베타테스터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최소한 뱅뱅이의 정보를 모두 결제해 처음부터 확인해보지 않는다면 절대 알 수 없는 일이라 해도 무방하다.

“블랙 스콜피언 길드가 칸님의 목숨에 현상금을 걸었다는 사실은 알고 계십니까? 게다가 칸님을 원하는 다른 유저들도 많더군요. 그리고 저는 칸님의 이름과 국적, 레벨과 얼굴을 모두 알고 있으니…….”

베인은 칸의 캐릭터 정보를 확인한 적이 있다. 그는 이름과 레벨뿐만 아니라 칸의 능력와 신체적 특징까지 다 알고 있다. 즉 그는 칸을 협박하고 있다. 그 사실을 칸이 모를 리가 없다. 아는 정도를 넘어서서 이런 상황을 우려하고 있던 참이다.

‘내가 어째 이 놈 이럴 것 같더라니…….’

칸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분명 그는 경쟁이나 목적의식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돈에 딱히 욕심이 있다거나 게임에 몰입을 심하게 하지 않는다. 최소한 스스로는 그렇게 자부하며 살아온다.

그렇다고 앞에서 웬 바보가 혓바닥을 요리조리 내밀고 나불거리고 있는데 봐줄 정도로 자비롭다는 뜻은 아니다.

“킬머야. 내가 가고 나면 쟤 한 번만 죽여줘라. 죽고 부활하면 또 죽이고 부활하면 또 죽여. 그렇게 적당히 한 5번만 죽여. 그럼 한 5일에서 일주일 가겠네.”

칸의 한마디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 베인이 등에서 워 해머를 뽑았다. 사실 그도 고민을 여러 번 했다. 왕실과 연을 두고 초인을 죽인 유저! 아무리 전투 계열이 아닌 정보상인이라지만 협박하기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방심하지 않고 무기를 뽑아든 것은 분명 현명한 행위다. 그러나 골목길 바로 옆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달려드는 검은 그림자는 워 해머가 움직이는 속도보다 몇 배는 족히 더 빨랐다.

“뭐, 뭐야!”

갑자기 나타난 검은 옷을 입은 인영에 당황한 베인이 워 해머를 크게 휘둘렀다. 뒤에 있던 전사들 역시 저마다 망치를 휘두르며 뒤에서 베인의 사각지대를 보조했다. 그러나 검은 인영은 어디가 가장 좋은 경로인지 이미 파악하고 있는지 처음 달려들던 그 속도를 그대로 유지하며 날쌔게 뛰어들었다.

‘지금껏 아델 성에서 날 호위하면서 한 번도 들킨 적이 없는 실력자다. 너희들이 상대할 놈이 아니라고.’

킬머는 아델 성 안에서 단 한 번도 칸의 옆을 떠나지 않고 그의 곁을 지켰다. 그가 칸과 같이 있지 않았을 때는 단 두 번, 칸이 블랙 스콜피언 길드의 진영을 정찰하러 성 바깥으로 나갔을 때뿐이었다.

“크아악!”

열한 망치가 만들어낸 무시무시한 합격은 킬머에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았다. 날렵하게 망치들을 피한 킬머는 곡예를 하듯 해머 길드의 전사들 뒤로 넘어가 가장 후방에 있던 대원 둘의 등을 단검으로 빠르게 훑었다.

“젠장!”

설마 칸의 옆에 호위무사가, 그것도 경악할 경지의 암살자가 있으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베인이 워 해머를 강하게 쥐었다. 이미 여러 번의 전투를 겪은 그는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암살자는 해머 길드의 뒤를 친답시고 후방으로 이동해버리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즉 베인과 칸 사이를 막고 있는 사람이 더 이상 아무도 없다는 뜻이다.

“윽?”

워 해머를 휘두르려던 베인이 눈살을 찌푸렸다. 높게 쳐든 워 해머를 앞으로 내리쳐야 눈앞에 보이는 정보상인을 반죽할 수 있을 텐데 어찌된 영문인지 워 해머가 움직이지를 않는다. 오히려 뒤로 당겨지고 있다.

“헉!”

뒤를 돌아본 베인은 검은 의복의 남자가 짧은 칼날과 작은 낫이 박힌 무기 손잡이를 쥐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게다가 칼등의 중간에 추가 달린 쇠사슬이 베인의 워 해머 끝자락을 동여매고 있다. 실로 기형적인 무기가 아닐 수 없다.

“죽여 버려!”

베인은 워 해머를 불끈 휘두르며 외쳤다. 검은 인영의 남자는 한 손으로 워 해머를 붙들고 있다. 그것도 쇠사슬과 낫이 모두 달린 희한한 무기다. 베인은 워 해머를 휘두르는 순간 상대방이 무기를 놓치리라 의심치 않았다.

그의 예상대로 남자는 베인의 힘을 이겨내지 못했다. 그러나 무기를 놓치지는 않았다. 일종의 끈으로 무기를 손목에 고정하고 있는지 오히려 베인의 힘에 이끌려 그의 바로 앞까지 날아왔다. 그로 인해 부하들이 휘두른 망치들이 모두 빗나갔다.

“차앗!”

베인은 뛰어난 실전경험을 바탕으로 날아오는 남자를 향해 팔꿈치를 내찔렀다. 망치를 크게 휘둘러 치명타를 주기 여의치 않은 자세인지라 몸으로 대신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검은 옷의 남자는 허공을 발로 차듯 능숙하게 방향을 미묘하게 바꾼 뒤 허리를 뒤로 꺾어 팔꿈치를 피해냈다.


“흠흠…….”

앞에서 치열한 혈투가 벌어지고 있는 동안, 칸은 주머니에서 양피지 한 장을 꺼내 콧노래를 부르며 글을 적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전투는 점점 킬머의 손을 들어주었다. 킬머는 약간의 타박상을 제외하고는 상처를 입지 않은 반면 베인과 해머 길드의 전사들은 하나같이 대여섯 개 이상의 베인 상처를 입었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심지어 상처의 개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는 중이다. 현재진행형으로.


작가의말

리메이크 내용 변화

1장 21화 - 이안의 대사 및 계획 중인 게임 방송의 스타일 및 방식 수정

2장 1화 - 가상 채팅방에서 지인들과 만나는 에피소드 삭제, 베니스 남작 알현 에피소드 추가

2장 2화 - 베인과의 전투 에피소드 상세화

 

여기까지는 원래의 스토리와 같은 뿌리, 다른 가지입니다.

다음편부터는 다른 뿌리, 다른 가지의 이야기로 시작하게 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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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

  • 작성자
    Lv.51 와따꼴라
    작성일
    13.04.29 23:39
    No. 1

    아..다른가지구나. 왜 내용이 중복되는가 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5 H.S.M
    작성일
    13.04.30 00:06
    No. 2

    지금의 내용도 달라지기는 했습니다.
    타르노스, 리에, 자베르 등을 만나는 에피소드가 제거되고 곧바로 게임 안에서의 이야기가 전개되었습니다. 전투 묘사 역시 달라졌고요.
    물론 본격적인 스토리는 다음편부터 달라지지만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musado01..
    작성일
    13.05.05 11:33
    No. 3

    잘 보고 갑니다.

    건 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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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장 - 임계점을 돌파하라 +4 13.04.29 1,751 1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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