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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옐로야
작품등록일 :
2023.08.14 05:00
최근연재일 :
2023.10.19 21:20
연재수 :
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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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180
추천수 :
2,249
글자수 :
284,096

작성
23.08.14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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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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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글자
10쪽

1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것은 허구입니다.




DUMMY

1.




“예, 예 죄송합니다. 다 제 불찰입니다.”

“그러니까 우리 애 괴롭힘 당하고 있는데 어떻게 할 거냐고! 자살하면 당신이 책임질 거야?”


저녁 11시.

퇴근 후 받은 학부모의 항의 전화에 영수는 정신이 혼미해졌다.

지치지도 않나?

그러나 전화를 끊을 수 없다.

먼저 전화를 끊으면 저 클레임이 더 심해지기 때문이다.


수다맨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쏟아지는 말에 정신이 나가버릴 것만 같았다.

4시간째 이어진 전화 통화에 저녁은 당연히 먹지도 못했다.


“얘가 지금 당신 때문에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있어! 얘 아빠가 화나서 학교로 찾아간다는 걸 내가 겨우 말렸어! 알아?”


엄마가 되어서 밥은 안 하고 이렇게 전화하고 있으니 당연히 못 얻어먹겠지.


힘들게 일하고 집에 왔는데 밥은 안 하고 핸드폰만 붙들고 있으니, 남편도 당연히 화가 났을 것이고.


도대체 어떻게 된 사람인지 면상 한번 보고 싶은 쪽은 오히려 영수였다.


군대도 다녀오고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야구부였던 그는 합숙 생활까지 견뎠지만, 저 클레임은 견디기 힘이 들었다.


가끔 뉴스에 자살하는 교사나 직장인들의 심정이 이해가 갔다.

본인 또한 돌아버릴 지경이었으므로.


게다가 화가 나면 또 어쩔 건가.


때리기라도 할 것처럼 말하는데 군대와 야구부에 있을 때 지겹게 맞아서 웬만한 강도가 아니면 간지러울 정도로 단련되어 있다.


차라리 부모에게 몇 대 맞고, 그걸 핑계 삼아 병원에 입원해서 쉬고 싶은 심정이었다.


지긋지긋한 저 전화는 벌써 한 달째 이어지고 있었다.


도저히 견디지 못한 그는 학교에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남교사가 부족하다는 말이 안 되는 이유로 수리가 거부되고 있었다.


이대로면 없던 공황장애와 적응장애가 생길 것 같다.


하지만 영수는 공손한 말투로 대답했다.

그는 교사고 상대는 학부모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듣고 싶은 말만 듣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괜히 감정을 자극했다가는 일이 더 커진다.


“호진이가 청소 시간에 어디로 안 사라지고 다른 학생들과 같이 청소하고, 주번이 되었을 때 칠판을 지우면 조금은 괴롭힘을 덜 당할 것 같습니다.”


사실 교사인 그가 봐도 호진이는 학생들한테 괴롭힘을 당할 만했다.

사실 괴롭힘도 아니다.


할 일을 안 하니 누군가가 대신 해야 하고, 열 받은 아이들이 호진이를 투명 인간 취급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착해서 이 정도인 거다.


교사의 권위는 땅바닥에 떨어진 것을 넘어 관에 들어간 지 오래.


특히 호진이는 엄마를 닮았는지 말을 더럽게 안 들어 먹어서 방법이 없다.


“그걸 우리 애가 왜 하냐고! 가뜩이나 공부하느라 힘들어하는 애를! 아니, 잠깐! 지금 우리 애가 잘못했다는 거야? 당신 미쳤어!”


학부모가 소리친다.


그러면 청소 시간에 청소하는 다른 학생들은 뭐란 말인가?

다 같이해서 오래 걸리지도, 힘이 들지도 않는다.

미친 건 아이를 그렇게 키운 부모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제 말은.”


결국 영수도 흥분한다.

목소리에 힘이 들어간다.


“됐고! 당신 때문에 목이 아파서 내가 말이 안 나와! 카톡 보낼게!”


하지만 기가 막힌 타이밍에 전화를 끝내는 바람에 열을 스스로 삭힐 수밖에 없다.


오히려 잘 됐다.

전화는 녹음이 되고 있을 것이다.

화를 내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참아야 한다.

더럽고 힘들지만 어쩔 수 없다.


영수는 저녁으로 먹으려고 했던 라면을 바라봤다.

조리한 지 4시간이나 지나서 팅팅 불어 터졌고, 국물은 차갑게 식어 빠진 라면.


식욕이 사라진다.

입맛이 없다.


사람의 자존심을 밑바닥까지 끌어내리고, 얼굴을 붉히게 만든다. 라면도 못 먹게 만드는 저 인간은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일까?


카톡, 카톡.


지금도 카톡은 불이 난 듯 울린다.


[당신 내 카톡 안 봐?]

[뭐해!]

[야! 죽고 싶어?]

[교사가 학부모 연락을 안 받게 되어있어? 네가 그러고도 교사야!]


카톡을 읽던 그는 결국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극심한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과 영양 부족으로 몸이 견디지 못한 것이다.




***




처음 보는 사내가 앞에 서 있다.


‘강도!’


눈을 뜬 영수는 무기가 될 만한 것을 찾았다.


쥐꼬리만 한 교사 월급이라 집에는 돈이 될 만한 것이 없다.

도둑이 들어도 뒤지다가 불쌍하다며 그냥 나가버릴 그런 집이다.


그러나 강도가 눈 앞에 있는데 그냥 둘 수는 없다.


그때였다.

사내가 입을 연 것은.


“재미있구나. 내가 비록 잊힌 신이지만, 인간에게 맞고 다닐 정도로 약하진 않다.”


영수는 자신이 헛것을 보고 환청이 들리는 것은 아닌가 잠시 생각해 보았다.

순간이지만 생전 처음 느껴보는 위압감을 느낀다.


저건 사람이다. 하지만 상대를 잘못 골랐다. 영수는 자기 몸을 믿었다.


부상으로 박살이 났던 어깨지만, 일반인 하나는 제압할 자신이 있다. 야구는 접었지만, 운동을 손에 놓은 것은 아니었다.


뭣보다 맷집 하나만큼은 누구보다 강하다고 생각한다.


“하압!”


영수가 기함을 지르며 달려든다.

일단 사내를 넘어트릴 생각이다. 격투를 전문적으로 배운 사람이라면 모를까 일반인끼리의 싸움에서 넘어트리고 위에 올라탄 순간 게임은 끝이다.


드웨인 존슨 같은 체격이면 모를까 마른 멸치 같은 사내 정도는 가볍게 제압할 수 있다.


몸이 부딪히기 직전 남자가 손을 뻗는다.

그 손을 피해 자세를 낮춘다.

이대로 달려들면 된다.

그때였다.


퍽!


보이지 않는 벽이라도 있는지 몸이 멈춰졌다. 아니, 염동력이 몸을 옥죄는 듯한 느낌이다.


자신을 신이라 말한 사내가 미간을 찌푸린다.

영수는 놀라서 물러나려 하지만,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다.


“워워. 진정하라고 친구.”


놀란 눈으로 남자를 바라본다.

그러나 남자는 여유롭다.


“누구냐 넌.”

“말했잖아. 신이라고.”

“여긴 정신병원이 아니야.”

“···요즘 하는 농담인가? 더럽게 재미없군.”

“···”


영수는 순간 몸에 강한 힘을 주었다.

하지만 1mm도 움직여지지 않는다.

남자는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뭐 너랑 농담이나 따먹으려고 온 것은 아니니까 괜한 힘 빼지 말고 잘 들어.”


듣고 싶지 않아도 몸이 움직여지지 않으니 들을 수밖에 없다.


“난 신이다.”


영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미친놈이군.’


혹은 자신이 미쳤거나.

안 그래도 스트레스 때문에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는데 조현병에 걸린 것 같다.

하다 하다 이젠 환청이 들리고 헛것이 보이다니.


“우선 넌 정신에 문제가 있어.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았는데? 미쳐서 자살하거나 누군가를 죽이기 직전이야. 이대로 두면 위험하니 내가 서비스로 치료해 주지.”


남자는 핑거 스냅(엄지와 중지를 부딪쳐 소리를 냄.)을 했다.


딱 소리와 함께 영수는 머리가 맑아지는 것이 느껴졌다.

사내가 미소를 짓는다.


“난 너와 거래하러 왔다.”


이로써 확실해졌다.

지금, 이 상황은 꿈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악몽을 꾸는 것이리라.

영수는 눈을 감고 다시 잠을 자려 했다.


“네 어깨를 고쳐주지.”


그 말에 영수의 눈썹이 꿈틀댔다.

왼팔은 어깨 위로 들어 올리지도 못하고 일자로 펴지지도 않는다.

의사가 수술해도 답이 없다고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했다.

조금만 무리하면 불에 댄 듯이 아프다.

그런데 무슨 수로 고친단 말인가?


“대신 조건이 있다.”


영수는 귀가 솔깃했다.

나이 서른하나.

왼손을 고치면 다시 정식으로 야구를 시작할 수 없겠지만, 동호회에서 뛸 수 있는 정도는 될까?


“드림에서 뛸 것.”

“···미친 놈이군.”


쌍욕이 절로 나온다.

드림은 한국 프로야구 10개의 구단 중 하나.


만년 꼴찌에 선수들은 자신의 소속 구단을 부끄러워한다.

팬들은 차라리 이렇게 야구할 거면 구단을 해체하라고 난리다.

그러나.

드림은 엄연히 프로 구단이다.

말처럼 간단하게 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엔 야구를 손에 놓았다.

그런데 드림에서 야구하라고? 미친 것이 틀림없다.


“꺼져. 안 그래도 기분 좆같으니까.”


자칭 신이란 사내가 핑거 스냅을 했다.


딱.


그 순간 영수는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고통이 느껴졌다. 마치 온몸을 개미가 갉아 먹는 느낌이었다.


“아아아아악!”


딱.


사내가 다시 한번 핑거 스냅을 하자 고통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다.


“허억. 헉.”

“나 신이라니까? 잊히긴 했지만 조금은 존중해 줬으면 좋겠군.”

“원하는 것이 뭐··· 뭡니까?”


영수는 말투를 바꿔 공손히 물었다.

그 고통을 다시 느끼지 않으려면 사내가 원하는 대로 해줘야 한다.


“드림에서 뛰라고.”

“그게 말처럼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저는 나이도 들고, 어깨도 망가져서 불가능합니다.”

“후. 같은 말 반복하는 거 진짜 싫어하는데. 귓구멍 열고 잘 들어. 한 번만 더 되물으면 내가 주먹으로 뚫어줄 테니까. 내가 너 어깨 고쳐준다고! 그러니까 드림가서 뛰라고!”


신이 소리를 지른다.

그리고 아까처럼 핑거스냅을 한다.


딱.


“헉!”


본능적으로 움찔한 영수는 왼쪽 어깨와 팔꿈치에서 엄청난 고통이 느껴졌다.


뜨거운 용암에 담긴 듯한 느낌이었다.

너무 아파서 비명조차 나오지 않는다.

고통에 익숙한 영수였지만, 견딜 수 없다.


“잘 들어. 넌 드림에서 뛰어야 해. 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팀을 우승시켜. 안 그러면 난 다시 찾아올 거야.”


고통에 몸부림치던 영수는 그대로 기절했다.

제정신으로는 견딜 수 없는 고통이었다.


신 에투피스는 정신을 잃은 영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부상만 아니었어도 골든글러브를 받고도 남을 녀석이 고등학교 체육 선생님이라니. 쯧쯧. 불쌍해서 내가 서비스 한 번 더 준다.”


딱.


일순간 영수의 몸에 빛이 생겼다가 빠르게 사라졌다.




선작과 추천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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