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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옐로야
작품등록일 :
2023.08.14 05:00
최근연재일 :
2023.10.19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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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28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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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것은 허구입니다.




DUMMY

4회 초. 타자들이 한 바퀴 돌고, 두 번째 대결을 펼칠 차례.


“아웃!”


심경보는 여전히 타이밍을 공략하지 못하고 타석에서 내려와야 했다.


“아웃!”


다른 타자들도 마찬가지. 모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세 타자 모두 삼자범퇴로 처리한 권영수.


그럼에도 돌핀이 희망을 잃지 않은 이유는 구정록 덕분이었다.


데뷔 이후 최고의 피칭을 하고 있다. 마크 소우주가 감탄할 정도다. 그는 슬라이더로 드림팀 타자들을 간단하게 요리했다.


돌핀 팬들은 권영수를 보며 생각했다.


‘9회 내내 던지진 않겠지.’

‘그게 가능하면 인간이냐. 로봇이지.’


권영수는 위기 상황에선 160킬로미터가 넘는 강속구를 뿌렸으나 중간중간 완급조절을 위해서인지 140킬로미터 포심도 던졌다.


물론 140도 빨라서 타자들이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거기에 스위퍼와 슬라이더까지 섞어서 던지니 더욱 까다롭다.


권영수가 곧 내려올 거라는 희망. 드림의 볼펜은 약하다. 그리고 내려오지 않더라도 9이닝 내내 무시무시한 공을 던지진 못하리란 생각 덕분이었다.


6회 말.


따악!


[유격수가 따라가서 잡아냅니다!]

[구정록 선수도 유격수에게 고개 숙여 고마움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훈훈하네요. 보기 좋습니다.]


끝내주는 슬라이더를 던지던 구정록도 지쳤는지 안타를 맞는 횟수가 늘었다. 예리한 각으로 던지던 슬라이더도 밋밋해져 간다.


보기 좋은 장면에도 돌핀 팬들은 마냥 웃지 못했다. 눈에 띄게 구위가 떨어지는 구정록에 비해 권영수는 처음 던지는 것처럼 쌩쌩했기 때문이다.


“무뇌영수.”

“···”

“음? 우리 선발 투수 어디 갔나?”


능청스러운 차영호의 말에 권영수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뭐냐.”

“오늘 전투력 좋은데?”

“난 항상 좋았어.”

“얼씨구.”

“절씨구. 네가 정상적으로 내 이름을 부르면 더 좋아질 거야.”

“아니야. 내가 지금까지 널 봐온 결과. 넌 화가 나면 더 잘하는 타입이야.”

“···내가 그랬나?”

“어. 아니라곤 너도 못 할 걸?”

“개수작 부리지 마!.”


그럴듯한 말이나 그냥 개소리로 들린다. 그저 조금이라도 놀려먹으려고 하는 말이다.


“아니야. 내가 널 분석했는데 정상적으로 네 이름을 불렀을 때 하고, 적당히 놀렸을 때 하고 성적이 다르다니까? 특히 최고는 라이언 존슨이 이근혁한테 달려들었을 때지.”

“음.”


기억난다. 첫 선발등판이라 그런지 제구가 잘 안되던 날이었다. 이근혁도 자꾸 시비를 걸어서 집중이 안 됐다.


그런데 라이언 존슨이 이근혁에게 달려들며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났고, 자신 때문에 벌어진 생각에 화가 났었다. 이후 집중력을 되찾아 잘 던졌었다.


“다 널 위해서 하는 거야. 오케이? 무뇌영수?”

“XX.”


그렇다고 무뇌란 소리를 듣고 싶진 않다.


“커헉. 내 영혼의 배터리에 저런 잔인한 말을 들어야 한다니!”


차영호는 상처받은 표정을 지었지만, 오히려 명치를 세게 때리고 싶어졌다. 영수는 속으로 참을 인을 새겼다.


‘참자. 나는 지성인이니까. 체육 선생님이었는데 폭력을 저지를 순 없지.’


영수가 묵묵히 화를 식히고 있자 마크 소우주 감독이 말을 걸어왔다.


“켱수.”


마크 소우주는 외국인이다. 당연히 한국인 이름을 부르는 것은 힘들다. 그런데 최근엔 일부로 이름을 틀리게 부르는 느낌이 든다.

아니겠지. 아닐 거다. 기분 탓일 거다.


“···예. 감독님.”

“7회에도 나갈 수 있겠나? 힘들면 쉬어도 괜찮네.”

“나가겠습니다.”

“알겠네. 조금만 힘들어 보이거나 위기 상황이 되면 바로 교체할 거니까 그런 줄로 알고 있게.”

“예.”


6회 말이 순식간에 끝났고, 영수는 7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첫 번째 타자를 간단하게 삼진으로 제압했다.


[순식간에 k 하나를 추가하는 권! 영! 수!]

[피칭이 시원시원하네요. 저 선수는 지치지도 않나요?]

[어깨가 뼈와 살이 아닌, 무쇠로 만들어졌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벌써 2바퀴가 다 돌고, 타석엔 3번째 상대하는 심경보. 그것도 1번 타자. 영수로서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심경보는 출루율이 0.343으로 팀 내에서 3위일 정도로 준수한 선수다. 하지만 오늘 경기에선 2타수 2삼진을 기록했다.


‘이번엔 반드시 친다!’


3번째 타석. 슬슬 타이밍이 눈에 익을 때가 됐다. 심경보는 자신 있게 타석에 서서 권영수를 노려봤다.


초구 157킬로미터 빠른 공 스트라이크.

처음에 비해 구속이 조금 떨어진 느낌이다. 이 정도면 버겁지만, 맞출 수 있을 것 같다.


‘한번만 더 지켜보자.’


심경보는 신중했다. 그렇게 날아온 제 이 구.


퍼억!

155킬로미터 포심 패스트볼. 구위는 살짝 줄었지만, 여전히 공은 매섭다. 이제 슬슬 감이 잡힌다.


어느 타이밍에 배트를 휘둘러야 할지 알 것 같은 느낌이다.


[순식간에 유리한 볼 카운트를 잡아내는 권영수입니다.]

[방심하면 안 됩니다. 심경보 선수는 0볼 2스트라이크에서도 안타 생산 능력이 좋거든요?]


제 삼 구.

키깅 후 권영수의 손이 채찍처럼 휘둘러졌고, 심경보는 몸쪽 하이패스트볼을 예상하며 배트를 내밀었다.


순간 심경보의 눈이 커졌다. 패스트볼을 생각했는데 공이 휘기 시작한 것이다.


‘당했다!’


뒤늦게 배트를 아래로 내리며 스윙 스피드를 줄였지만.


[낮은 공에 심경보를 잡아냅니다!]

[역시 권영수에요.]


포심 패스트볼 두 번 보여주고, 세 번째 공은 스위퍼였다.


‘이걸 어떻게 치라는 거야.’


심경보는 아쉬운 마음에 권영수를 슬쩍 노려본 뒤 더그아웃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투구 자세로도 분간이 안 되니 답이 없다.

그리고 올라온 2번 타자 정해수. 권영수가 1회에 살짝 힘을 빼고 던졌다가 출루에 성공했었다.


“정해수! 또 한 번 쳐라!”

“정해수! 정해수!”


한번 안타를 쳤기 때문일까? 관중들이 정해수의 이름을 연호했다.


[정해수를 부르는 함성이 여기까지 들리는데요?]

[응원전이 뜨겁습니다.]

[선수들이 잘하려면 이런 열성적인 응원이 필요한 법이죠.]

[초구 던집니다! 파울! 바깥쪽 높은 포심 패스트 볼을 관중석으로 보내버리는 정해수!]


역시 쉽지 않다. 야구 명문 구단 돌핀. 그리고 한때 꼴찌를 도맡아 했지만, 위로 성장하고 있는 드림.


하지만 모두 프로다. 절대 방심할 수 없다. 정해수는 영리한 선수다. 권영수를 두 번 상대하면서 한 가지를 깨달았다.


‘포심을 공략하면 안 된다.’


첫 번째는 운이 따라줘서 출루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공에 당긴 힘이 얼마나 강한지 공이 잘 뻗어나가지 않았다.


수비가 조금만 빠르게 송구했으면 아웃이 됐을 상황이었다.


‘슬라이더를 노린다.’


정해수는 좌타자. 공략하긴 어려운 포심보다는 스위퍼나 슬라이더가 더 쉽다. 슬라이더나 스위퍼는 다른 손을 상대할 때 위력이 배가 되는 구종이다.


나름 철저한 분석과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초구는 포심인 경우가 높다.’


일단 지켜본다. 공이 날아오고 생각대로 포심 패스트볼. 알고 있어도 공 끝이 살아있는 것처럼 들어와서 치기 어렵다.


포심은 깔끔하게 포기하자.


“스트라이크!”


슬쩍 전광판을 바라보자 157킬로미터가 찍혔다. 여전히 무시무시한 구속이다.


그리고 제 이 구. 정해수는 짧게 심호흡 후 권영수를 노려봤다.


‘슬라이더를 던져라!’


타자는 타석에 서면 구종과 코스를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배트를 휘두른다. 정해수는 생각했다.


권영수의 슬라이더와 스위퍼의 각은 굉장하다. 어떻게 공이 날아올지 코스를 생각하며 집중력을 끌어올린다.


권영수가 투구 자세를 취한다. 이제 곧 공이 날아온다.


‘제발 슬라이더여라!’


포심이면 헛스윙. 스위퍼면 빗맞을 확률이 높다.


그때 공을 보던 정해수의 동공이 커졌다. 공이 몸에 맞을 것처럼 날아오고 있다.


하지만 그는 피하지 않는다. 오히려 공의 무브먼트를 생각하며 배트를 휘둘렀다.


‘제발!’


저 공에 맞으면 어떻게 될까. 권영수의 구속을 생각하면 한동안 요양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는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이를 악물고 악착같이 배트를 휘두른다.


그의 얼굴은 잔뜩 찌푸려져 있다. 공은 예상대로 급격하게 휘기 시작했다.


생각대로였다. 그러고는 공이 날아오는 코스에 맞춰 배트를 대었다.


딱!


‘아!’


공에 배트를 맞추는 것까지는 성공했다. 하지만 배트에 정확히 맞추는 것은 실패했다.


[빗맞은 타구. 원 바운드된 공을 권영수가 그대로 잡아서 1루로 송구. 아웃입니다.]

[수비가 깔끔하네요.]

[드림의 알짜배기입니다. 올 시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어요.]


정해수는 허탈하게 웃으며 더그아웃으로 돌아가야 했다.


‘조금 더 자신 있게 배트를 휘둘렀어야 했는데.’



**



“음.”

“이거 8회까지 내보내고 되겠는데요? 공이 끝내줍니다.”


수석 코치의 말에 마크 소우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8회까지야. 9회는 안 돼.”

“예.”


돌핀은 구정록을 내리고, 불펜 투수를 올렸다. 그리고 드림은 기다렸다는 듯이 방망이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딱!


[안타! 드디어 출루에 성공하는 드림입니다!]

[이번 기회를 잘 살려야 할 텐데요.]


구정록이 던지는 공을 봐서일까? 이후 올라온 투수의 변화구는 밋밋한 감이 있었다.


따악!


“아웃!”


선수 한 명이 아웃됐지만, 만루. 절호의 찬스다.


‘대타를···’


마크 소우주는 시선을 옮겼다. 조금 전까지 눈이 초롱초롱하던 선수들이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바닥을 내려다본다.


“아이고, 배가 살살 아프네.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으흠. 오늘 컨디션이 좀.”

“하아.”


작게 한숨을 쉰 마크 소우주는 타석을 바라봤다. 마침 타자는 차영호.


“하아아.”


그는 더 큰 한숨을 내쉬었다. 포수로서는 믿을 수 있는 선수다. 하지만 타격은 좋게 말할 수 없는 수준이다.


[초구 타격! 파울입니다.]


“우오오.”

“와, 2루타 감이었는데.”


[지금까지 차영호 선수 결과는 좋지 않지만, 스윙하는 걸 보면 느낌이 좋거든요?]

[그래서 마크 소우주 감독이 믿고 내보내는 겁니다.]


[자세는 좋아요.]


관중석에선 아까웠다는 반응이 터져 나왔지만, 드림팀 더그아웃은 하나도 아까워하지 않았다..


“선배님. 살살 하십쇼. 그러다 다치십니다.”

“나이가 있잖습니까. 설렁설렁하십시오.”

“그냥 삼진당하시는 것도 좋습니다! 잘못하면 병살당해요!”

“니는 좀 닥치라.”


최근 5타수 무안타. 볼넷 1개를 기록했다. 차영호가 괜히 수비형 포수라고 불리는 게 아니다.


타격도 잘했으면 완성형 포수라고 불리었을 것이다. 아무도 기대하지 않는다.


‘이 자식들이!’


마지막으로 홈런을 쳐본 게 언제였더라. 까마득하다.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차영호는 이를 악물고 배트를 휘둘렀다.


따악!


[오! 걷어냈어요! 타구는 왼쪽! 타구는 왼쪽! 좌익수 뒤로!]

[담장 넘어··· 갔습니다!


“이야!”

“역시 형님!”

“우와아아아아!”

“눈감고 치신 것 같은데요?”

“저 형님은 눈 뜨고 치나 감고 치나 그게 그거다.”

“하하하하.”




선작과 추천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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