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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옐로야
작품등록일 :
2023.08.14 05:00
최근연재일 :
2023.10.19 21:20
연재수 :
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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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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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4,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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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18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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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6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것은 허구입니다.




DUMMY

6.




“하나! 둘! 하나! 둘!”


영수는 제일 앞에서 달렸다. 야구는 진작 접었어도 운동까지 그만둔 것은 아니었다.

꾸준히 헬스장도 다니며 운동을 해왔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오늘 컨디션이 좋은 건가?’


자기 체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있다. 그런데 20대로 돌아가기라도 한 것처럼 몸에 힘이 넘친다.


몸에 붙은 근육도 더 커진 것 같다. 뒤를 돌아본다.


멀쩡한 야구부원이 없다. 벌써 한계다. 하지만 나이가 어려서 잠깐 쉬면 금방 회복될 것이다. 스포츠에서도 나이는 깡패다.


‘더는 못 뛰겠군.’


영수가 멈추자 벌렁 누워버리는 야구부원도 있다. 겨우 이 정도로 지치다니.


하지만 야구 부원들은 경악한 눈으로 영수를 바라봤다. 자신들은 죽을 것 같은데 영수는 땀만 흘리지 괜찮아 보였다.


“잠깐 러닝을 한 정도로 지치다니. 나 때는 상상도 못 할 일이다.”

“···”


아무도 대답하지 못하고 숨만 몰아쉰다. 한계까지 뛴 것이다. 잠깐 휴식 시간을 준다.


야구는 폭발적인 스포츠다. 바짝 온 힘을 쏟아부은 뒤 휴식을 취한다. 그리고 다시 모든 힘을 쏟아붓는다.


방금도 오래 달리기를 한 것이 아니다. 45초간 전력 질주를 하고, 15초간 걷는 것을 반복했다.


야구에선 오래달리기할 상황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홈에서 1루까지 거리는 27.43m. 걸리는 시간은 평균 4~5초 사이. 최고 기록은 3초대다. 짧은 거리를 폭발적으로 빨리 달리는 것이 중요하다.


영수는 이러한 사실을 야구부원들에 설명을 해주었다. 알고 훈련하는 것과 모르고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은 효과가 다르다.


“너희가 홈런을 뻥뻥 때려댈 것이 아니라면 빠른 발은 필수다. 0.1초의 차이로 아웃과 세이프가 갈린다. 10번 달려서 1번이라도 빠른 발 덕분에 생존한다면! 죽을힘을 다해 달릴 이유는 충분하다. 어떤 상황에서도 대충 하지 마라.”


그나마 3학년들은 사정이 났다. 무릎을 잡고는 있어도 서 있으니.


하지만 쉬는 시간을 오래 주어선 안 된다. 운동이 되지 않는다.


“주장.”

“예.”

“50미터 전력 질주를 한다. 준비.”

“네?”


주장의 눈이 동그래진다. 하지만 영수는 봐주지 않는다.


“훈련 거부한다고 감독님한테 말할까?”

“모두 준비해!”

“5명씩 뛴다.”

“네!”


이번에 영수는 달리지 않고 아이들이 달리는 것을 지켜본다. 달리기는 만드는 것이다.


달리기에 재능이 없더라도 훈련과 자세 교정을 통해 어느 정도는 빠르게 만들 수 있다.


“뛰어!”


타다다닥.


주장이 부원들의 기록을 측정한다. 방금까지 죽을힘을 다해 뛴 아이들이 또 뛴다. 죽을 것 같은 얼굴로. 힘들지만, 버티고 견뎌내야 한다.


그래야 체력도, 달리기도 좋아진다. 어쩔 수 없다. 야구에서 빠른 발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지만, 필요한 능력 중 하나다.


50m를 달리고 들어온 한 녀석을 지목한다.


“너.”

“네.”

“이름이 뭐야?”

“김철수입니다.”

“달릴 때 발하고 팔을 더 높이 들어 올려.”

“알겠습니다!”


영수는 야구부원들이 달리는 자세를 모두 확인했다. 잘못된 부분을 고쳐준다. 말 한두 마디로 고쳐지진 않아도 조금씩 좋아질 것이다.


총인원이 16명밖에 되지 않아 금방 끝이 난다. 인구가 줄어든다더니 아랑고 야구부 존속도 힘들어질 지경이다.


마지막 남은 주장이 뛸 준비를 하자 영수도 옆에 섰다.


“코치님도 뛰십니까?”

“당연하지.”


야구부원들이 조용하다.


“모든 훈련을 다 할 수는 없어도 최소한 투수조가 하는 훈련은 나도 한다.”


영수가 담담히 말한다. 실제로 몸소 보여주고 있기까지 하다.


“내가 31살이다. 늙은 내가 할 수 있으면 너희도 할 수 있다.”


영수가 도전적인 눈빛으로 야구부원들을 바라본다. 영수의 눈빛에 야구부원들의 눈빛도 진지해진다.


그들이 지금껏 봐온 감독과 코치와는 다르다. 뛰라고 시키는 사람은 있어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뛰는 코치는 없었다.


“내가 프로가 못 됐다고 무시했지?”

“···죄송합니다.”

“이런 날 뛰어넘지 못하면 프로는 꿈도 꾸지 마라. 날 이길 생각으로 훈련에 임해라.”


부원들의 가슴을 후벼 파는 말이다. 부원들은 각오를 다지며 출발선에 선 주장과 영수를 바라본다.


영수는 가볍게 스트레칭을 했다.

그리고.


“출발!”


이 악물고 뛰었다.


야구부원들은 존경의 눈빛을 담아 바라보았다.


그렇게 아침 피지컬 트레이닝이 끝났다. 부원들이 오전 수업을 받기 위해 뒷정리한다.


영수도 부원들을 도우려 한다. 주장이 달려와 영수가 들던 짐을 빼앗다시피 가져간다.


“정리는 저희가 하겠습니다.”

“같이 하면 더 빨리 끝나잖아.”

“이 정도는 어린 저희가 해도 됩니다.”

“하하. 이제 어른 공경해 주는 거냐?”

“···어제는 정말 죄송했습니다.”

“그래. 다른 어른한테도 이렇게 해.”


모든 정리가 끝나고 영수는 야구부실에 들어갔다. 조금 쉬어야겠다. 부원들 앞에선 괜찮은 척했지만, 다리가 후들거린다.


확실히 나이가 들긴 한 것 같다. 괜찮은 것 같았는데 쉬기 시작하자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앉아서 쉬고 있는데 주장이 들어왔다.


“무슨 일이야? 곧 수업 시작이잖아.”

“질문이 있어서 왔습니다.”

“뭔데?”


주장의 눈빛이 진지하다.


“임시 코치라고 들었습니다. 저희와 직접 뛰실 필요까지는 없지 않습니까? 이렇게까지 열심히 하시는 이유가 뭔지 궁금합니다.”


“임시라고는 해도 코치는 코치다. 그 전엔 선생님이고. 너흰 야구부원이기 전에 학생이다. 학생 앞에서 대충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잖아? 교육자인데.”

“···”


반장은 조용했다. 무언가 깨달은 것 같다.

영수는 물을 한 모금 마신 다음 말을 이었다.


“프로가 되고 싶다고 했지?”

“예.”

“그러면 모든 걸 걸어야 해. 모든 걸 견디기도 해야 하고.”

“···모든 것.”

“앞순위에 지명받는 몇몇 선수를 제외하곤 나머지는 사실 재능이 비슷비슷해. 그러면 어디서 차이가 나는지 알아?”

“···잘 모르겠습니다.”

“마음가짐. 죽을 게 분명한 상황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굳건한 마음. 스카우트는 그걸 보거든.”


두 사람은 서로를 응시한다. 반장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더니 무언가 결심한 얼굴을 한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코치님에게 지지 않을 생각입니다. 코치님을 뛰어넘어 프로가 되겠습니다.”


그리고 몸을 돌려 가던 반장은 갑자기 멈췄다. 그리고.


“코치님?”

“응?”

“지각을 많이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교육자시면 지각도 안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영수의 눈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 자식이? 거기서 그 얘기가 왜 나와? 그건 다 사정이 있다니까.”

“크큭. 가보겠습니다.”


주장이 나가고 영수는 한숨을 쉬었다.

사실 그가 투수조와 같은 훈련을 하는 것은 다른 꿍꿍이가 있기 때문이다.


‘에투피스였나? 몸이 다 회복된 걸 보면 뭔가 있긴 한 것 같은데. 그 양반 말대로 드림에 들어가는 척이라도 해야 할 텐데.’


우선 몸을 만드는 것이 먼저다. 그리고 부원들이 수업받을 때 영수는 사무실에 있는 컴퓨터를 켰다.


그리고 새벽에 봤던 자료를 다시 찾아본다.

오후에 있을 훈련을 준비해야 한다. 알고 있는 지식만으론 한계가 느껴진다.

영수는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모니터 화면을 바라봤다.


아침 피지컬 트레이닝은 다 같이 하지만, 오전 수업이 끝나고 시작되는 오후 훈련은 다르다.


캐치볼로 몸을 간단하게 풀어준 뒤 투수조와 야수조, 포수조로 나뉘어 훈련이 진행된다.


슈우우웅.

펑!


투수조의 공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인원이 적다 보니 개인 트레이닝처럼 소수에게 집중한 덕분이다.


하지만 영수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코치 경력이 없어서 비교할 대상이 자신의 어릴 적 모습밖에 없기 때문이다.


‘내가 어릴 때는 훨씬 더 잘했는데.’


하지만 자신은 코치. 비난이 아니라 부원들의 실력을 성장시켜야 한다.


“방금 공 커브인가?”

“예.”

“다시 던져볼래?”

“예!”

“이번엔 직구.”

“예!”


투구하는 것을 날카롭게 바라보던 영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문제가 많다. 하지만 괜찮다.

나이가 어리니 얼마든지 고칠 수 있다.


“릴리스 포인트가 다 달라. 발을 내딛는 위치가 흔들려서 그래. 왜 그럴까?”


릴리스 포인트가 흔들리니 제구가 잡히지 않는다. 잡생각이 많아 보인다.


저 공을 잡는 포수가 대단하다. 강제 각성한 것이다. 하지만 그냥 둘 수는 없다.


“음. 공을 끝내주게 휘게 하려고 집중하느라 그런 것 같습니다.”


영수는 고개를 저었다. 휘는 각이 좋다? 그것도 좋지만, 100점짜리 정답은 아니다.


“변화구는 여러 구종이 있지만, 메이저리그 중계에선 단순하게 브레이킹볼 하나라고 불러. 왜 그런지 아니?”

“···”

“브레이킹 볼은 구라거든.”

“예?”

“브레이킹의 목적은 타자를 속이는 데 있다. 이건 브레이킹 볼이 아니라 패스트 볼이라고”


부원들의 눈이 초롱초롱하다. 영수도 신이 나서 설명을 이었다.


“그러면 왜 구라를 깔까?”

“저요!”


주장이 손을 든다. 영수는 대답해 보라는 듯 쳐다본다.


“변화구인 줄 모르고 배트가 나가면 장타가 안 나오기 때문입니다.”

“맞아. 헛스윙을 유도하거나 배트에 빗맞히는 것이 목적이다. 맞춰 잡는다고도 하지. 그래서 브레이킹 볼을 구라라고 하는 거야. 그런데 너희는 구라를 제대로 못 치고 있어.”


먼저 이해를 해야 한다. 연습은 그다음이다. 영수는 부원들의 자세를 하나씩 고쳤다.


커브 하나를 던지더라도 제대로 던질 수 있게.


여러 구종을 던질 수 있으면 당연히 좋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타자를 속이는 것이다.


부원들이 빠져나가면 영수는 홀로 훈련장에 남는다. 개인 훈련을 하기 위해서다.


투수의 어깨는 소모품이지만, 잘 던지려면 연습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잘 가르치기 위해서라도.


그리고 드림에 들어가서 프로 선수가 되기 위해서. 1%의 가능성이라도 말이다.


그렇게 연습한다. 그리고 다른 모든 것을 잊는다. 야구가 재미있다. 예전처럼 공을 던질 수 있다는 것으로도 기분이 좋다.


슈우우우웅.

파앙!


슈우우우웅.

파앙!


공을 던지는 것만 생각한다. 우선 패스트 볼부터. 구속을 올리고 제구부터 확실하게 잡는다.


구속을 올리면 제구가 안 된다. 제구가 되면서 빠른 공을 던지기 위해 연습한다.

제구가 안 되는 공은 쓰레기다. 공 하나하나에 집중한다.


그러다 문득 시간을 확인한다. 오후 8시 30분. 손바닥이 얼얼하고 어깨에 통증이 밀려온다.


집중할 때는 몰랐던 통증이다. 스트레칭으로 통증을 풀어준다.


‘여기까지 해야겠어.’


무엇보다 배가 고프다. 빠르게 뒷정리하고 학교를 빠져나간다.


영수는 자신을 바라보는 눈동자가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선작과 추천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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