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니 파이어볼러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스포츠, 현대판타지

완결

옐로야
작품등록일 :
2023.08.14 05:00
최근연재일 :
2023.10.19 21:20
연재수 :
59 회
조회수 :
148,187
추천수 :
2,249
글자수 :
284,096

작성
23.09.01 21:20
조회
3,195
추천
46
글자
10쪽

18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것은 허구입니다.




DUMMY

18.




안 되면 될 때까지 하라.

김두진의 가르침이었다. 선배의 노력에 감탄한 영수는 김두진에게 슬라이더 그립을 배웠다.


선수들끼리 그립을 알려주는 일은 흔하다. 하지만 그립을 배우는 정도로는 완벽히 변화구를 던질 수 없다.


메커니즘을 온전히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몸으로 실행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김두진이 슬라이더를 던지는 모습을 몇 번 지켜본 영수는 제이디에게 성큼성큼 걸어갔다.


“코치님.”

“뭔가.”

“슬라이더를 던지고 싶습니다.”

“흠.”


제이디는 그런 영수를 똑바로 바라봤다.

무신경한 것인가 아니면 멘탈 자체가 단단한 것일까? 뉴스와 인터넷에서 드림의 권영수 이야기로 뜨겁다.


드림이 손을 썼는지 야구계 전체로 불거졌지만, 좋은 일이 아니기에 정신적인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권영수의 표정은 굳건했다. 허리케인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기세다.


‘여기서 구속을 더 늘리지는 못하겠지. 제구도 많이 좋아졌고, 슬라이더 연습 비중을 조금 더 늘려도 돼.’


제이디의 머릿속에는 영수가 슬러이더를 던질 수 있게 훈련할 계획이 떠올랐다.


결정을 내린 제이디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그 말에 영수는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




일주일이 지나고, 전 구단을 대상으로 한 금지약물 복용 결과가 발표된다.


미국이나 일본으로 스프링캠프를 간 팀은 현지 업체에 위탁해서 결과가 금방 나왔다.


스피드 2

베어 5

돌핀 3

샤크스 2

치타 1

기린 3

켓 2

도그 4


마지막으로 드림은 0명. 총 22명.

자진 신고를 한 선수는 처벌이 수위가 낮아졋지만, 드림을 제외한 다른 구단은 전력에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게 되었다.


[권영수 금지약물 복용?]

┖했다는 거야 안 했다는 거야?

┖안 함. 기레기가 낚시한 거

┖하··· 죽여버리고 싶다

┖영수 쌤. 믿고 있었습니다! 응원합니다! 드림 팀 파이팅!

┖그럼, 약 없이 160을 던진다는 소리네? 괴물인가


낚시용 기사도 올라왔지만, 금방 정상적인 기사도 올라왔다.


[드림 팀 금지약물 복용 유일하게 0명.]


[한국 야구계를 덮친 약물 복용 사태. 적발된 프로 선수만 22명.]


[전 시즌 우승팀 베어 금지 약물 복용 5명.]

┖약물의 힘이었던 건가

┖우승 트로피도 몰수해야 하는 거 아님? 전 시즌 준우승팀 도그한테 주고.

┖준우승도 도그팀이잖아. 4명. 도찐개찐이지. 배어나 도그팀이나



그리고 결과를 확인한 드림은 축제 분위기였다.


“단장님. 결과 들으셨습니까?”

“예. 들었어요. 이걸로 우리 드림의 이미지가 좋아지겠죠?”


최 비서는 정색했다.


“그건 아닙니다.”

“왜요? 왜. 우리만 안 나왔는데.”

“다른 팀 이미지가 안 좋아진 거지 드림이 좋아질 이유는 없습니다. 약을 안 하는 게 당연한 거니까요.”


그렇다. 약을 하는 게 이상한 거지 안 하는 게 정상이다. 드림의 이미지는 나빠지지 않은 것이지 좋아질 이유는 없다.


“그래도.”

“구단별로 검사를 의뢰한 업체가 조금씩 다르지 않습니까? 드림은 조작됐거나 일부로 걸리지 않기 위해 수준 낮은 업체에서 검사받았다는 의혹도 있습니다.”

“어떤 정신 나간 X새끼가!”

“단장님. 위치를 생각해서 단어 선택을 조심히 해주십시오.”

“쳇.”


기분이 좋다가 말아진 은미는 뾰로통한 얼굴로 팔짱을 꼈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다른 팀의 전력은 약해졌다. 상대적으로 전력을 온전히 보존하는데 성공한 드림으로선 환영할 만한 결과다.


게다가 전 시즌 우승팀과 준 우승팀에서만 9명이 나왔으니 이번 시즌 결과는 예측하기 힘들어졌다.


예상치 못했던 사건이 기회가 되어 돌아온 것이다.


슬며시 기분이 좋아진 은미는 표정 관리를 하며 입을 열었다.


“회식 한번 해야겠어요. 스프링캠프에서 돌아오는 대로 선수단과 프런트 모두 모여서 회식 일정 잡아보세요.”

“예. 메뉴는 뭐가 좋을지?”

“김치찌개? 된장찌개? 일본 갔으니까, 한식이 그립지 않을까요? 떡볶이는 어때요? 내 최애 음식!”


중국 바이러스와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물가가 올라도 너무 올랐다. 프런트 직원은 괜찮은데 운동선수들은 먹어도 너무 먹는다.


먹방 BJ처럼 먹어대니 은미로서도 부담스럽다. 게다가 최근 검사 비용 일체 전부 지불하느라 회식비를 최소화하고 싶었다.


“···사이드로는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삼겹살. 무한리필이면 좋겠어요.”

“소고깃집으로 알아보겠습니다. 제가 돼지고기 알레르기가 있는 거 아시지 않습니까?“


우웅.


은미와 최 비서가 꽁냥꽁냥하고 있을 때 핸드폰이 울렸다.


내용을 확인한 최 비서는 얼굴에 웃음기를 지우고 진지하게 말했다.


“최초 유포자를 찾았습니다.”

“누구죠?”

“문준희입니다.”


기억난다. 1.5군. 1군과 2군을 왔다 갔다 하는 선수다. 즉, 있어도 없어도 그만인 선수. 얼마든지 대체할 수 있다.


“당장 2군으로 내려요. 그리고 영입하고 싶어 하는 구단이 있는지 한번 연락 싹 돌려봐요. 없으면 방출하는 걸로.”

“알겠습니다.”


문준희 덕분에 다른 팀의 전력을 약화하는 데 성공했지만, 구단의 안 좋은 소문을 낸 놈이다.


이대로 그냥 넘어가면 언제 또 등에 칼을 꽂을지 모르는 일이었다.


“잘못하거나 실수는 할 수 있어. 그런데 배신은 아니지. 그것도 영수 씨가 약을 하고 있지도 않은 데 있는 것처럼 인터뷰해? 그것도 구단이 나서서 먹인 것처럼?”


괘씸죄가 적용되어도 할 말이 없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곧 구단에서 나가게 될 것입니다.”


드림의 꼴찌 탈출, 우승이라는 목표까지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




좋은 투수란 무엇일까?

간단하다. 실수와 실점이 적고, 삼진을 많이 잡아야 한다. 승리는 기본.


하지만 야구는 투수 혼자서 잘해선 한계가 있다. 타격이 점수를 내지 않으면 혼자서 9회 27k를 잡아도 무승부거나 연장이다.


그렇다면 다음 단계는 공이다.

구속, 구식, 수평 무브먼트, 회전수, 릴리스 포인트, 익스텐션, 피칭 터널, 구종 등 다양한 지표로 평가한다.


이러한 데이터를 토대로 자료를 만든 제이디는 그대로 마크 소우즈에게 보고서를 전송했다.


‘쿠켱수는 한 가지의 약점을 제외하곤 완벽해.’


직구 하나라는 것은 약점이 되지 않는다. 타자들이 160을 치지 못하니 변화구를 던지지 못하는 것은 의미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구력. 20구를 넘어가면 제구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150 후반의 공을 던지려면 전력투구해야 하니 어쩔 수 없는 문제다. 구속을 낮추면 좋은 먹잇감에 불과하다.


물론 데이터가 대단히 적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최대한 스프링 캠프에서 경험을 쌓게 해주었지만, 투구 수가 적을 수밖에 없다.


‘이 정도면 판단을 내릴 수 있겠지.’


이제 시즌 시작이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스프링 캠프는 곧 끝이 나고. 남은 기간 몸을 만들고, 제구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제이디는 권영수를 비롯해 다른 투수들의 기량을 상승시키기 위해 볼펜으로 향했다.



***



드림은 어느덧 스프링캠프 마지막 경기를 치르고 있다.

상대는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

일본 12개 구단 중에서 역사가 가장 길며 우승 횟수가 가장 많은 팀이다.


상대가 상대다 보니 드림 팀은 위기에 봉착했다.


‘노아웃 1, 3루. 최악은 아니지만, 차악이다. 게다가 상대는 중심타선. 답이 없다.’


7회 말.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드림팀이 요미우리 자이언츠를 상대로 2:2 선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두진이 초반에 잘 틀어막아 주었어. 한승진도 투런 홈런을 때려주었고.’


큰 의미 없는 시범경기이지만,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무승부를 겨뤘다는 것만으로 이번 시즌은 기대해 볼 만하다고 어디 가서 말 한마디는 할 수 있다.


상대가 진심으로 경기하는 것 같진 않지만.


따악!


경쾌한 소리에 사색이 된 감독은 놀란 얼굴로 타구를 쫓았다. 다행히 공은 라인 밖으로 나가며 파울이 선언되었다.


금방 안정을 되찾은 그는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리며 볼펜에 전화했다.


“쿠켱수를 올려보내.”

“예스. 보스.”

“푸훗.”

“크크크크큭.”


더그아웃에서 물을 마시던 한승진이 더럽게 물을 뿜었지만, 감독의 옷에 묻지 않았다.

하지만 얼굴에는 튀었다. 그는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생각했다.


‘한승진도 교체해야겠군. 더러운 새끼.’


한승진은 감독의 생각도 모르고 낄낄 웃음을 터트렸다.


“야, 들었어? 감독님도 영수한테 쿠켱수래.”

“낄낄낄.”

“쿠켱수 누가 지은 거냐?”


그 사이 마운드에는 영수가 올라갔고, 조용했던 관중석에는 재일 동포로 보이는 사람들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워어! 권영수다!”

“160! 160! 160!”


160은 일본에서도 흔한 구속은 아닌 탓에 사람들이 많이 찾아왔다.


“한국 이겨라!”

“드림이거든?”

“어쨌든 상대는 일본이잖아!”

“일본이 아니라 요미우리야.”

“몰라! 우오오!”


160을 던지는 좌완 파이어볼러. 드림의 팬이 아니더라도 경기장에서 직접 보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이었다.


“한국인의 매운맛을 보여줘라!”

“발라버려!”


그런 재일 동포들의 모습에 일본인들은 비웃었다.


“열정적이네.”

“아주 그냥 좋단다.”

“우리랑 동점이잖아. 듣기로는 드림이 만년 꼴찌라는데 좋겠지.”

“우리 요미우리가 봐주고 있는 것도 모르고 말이야. 껄껄껄.”

“어, 거기 아가씨! 여기 맥주 한 잔 줘봐.”


그들은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팬이기도 했지만, 승패엔 크게 관심 없었다. 일본에는 맥주 걸이라 불리는 사람이 있다. 등에 맥주 통을 들고 다니면서 사람들에게 판매하는 일을 한다.


“맥주가 맛있는데? 시원하고.”

“맥주는 역시 야구장에서 마셔야지.”


그들은 집에 있을 와이프와 아이들을 피해 도망쳐 온 남자들에 불과했다.


“어차피 우리가 이길 텐데.”

“공은 둥글다지만, 승패는 정해져 있지.”

“한국은 일본에 안 돼.”


그들은 몰랐다. 권영수가 누구인지. 그리고 160을 던지는지도.

아니, 드림팀 자체에 관해 관심 없었다. 어차피 경기는 요미우리가 이길 거로 생각했다.

그렇게 뜨거운 응원과 일본인들의 무시를 한 몸에 받은 영수는 심호흡하며 자세를 잡는다.


포수와 사인을 교환한 뒤 고개를 끄덕인 영수는 와인드업 자세에 들어갔다.




선작과 추천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알고보니 파이어볼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9 58-완결 +5 23.10.19 787 19 12쪽
58 57 +2 23.10.18 762 23 11쪽
57 56 +2 23.10.17 786 21 10쪽
56 55 +2 23.10.16 816 23 11쪽
55 54 +4 23.10.13 883 22 11쪽
54 53 +3 23.10.12 893 24 10쪽
53 52 +3 23.10.12 827 22 10쪽
52 51 +3 23.10.11 969 27 10쪽
51 50 +2 23.10.10 994 25 10쪽
50 49 +2 23.10.09 996 27 11쪽
49 48 +2 23.10.06 1,079 26 10쪽
48 47 +2 23.10.05 1,086 26 11쪽
47 46 +2 23.10.04 1,140 26 11쪽
46 45 +2 23.10.03 1,164 26 12쪽
45 44 +2 23.10.02 1,228 22 11쪽
44 43 +2 23.10.01 1,320 29 11쪽
43 42 +2 23.09.29 1,392 30 11쪽
42 41 +3 23.09.28 1,417 34 11쪽
41 40 +2 23.09.27 1,493 31 10쪽
40 39 +2 23.09.26 1,555 35 11쪽
39 38 +2 23.09.25 1,560 32 11쪽
38 37 +4 23.09.23 1,692 34 10쪽
37 36 +3 23.09.22 1,643 37 10쪽
36 35 +3 23.09.21 1,748 33 11쪽
35 34 +2 23.09.20 1,719 33 11쪽
34 33 +3 23.09.19 1,756 34 10쪽
33 32 +2 23.09.18 1,796 32 11쪽
32 31 +2 23.09.16 1,963 36 11쪽
31 30 +3 23.09.15 2,024 34 10쪽
30 29 +5 23.09.14 2,115 24 19쪽
29 28 +2 23.09.13 2,133 39 11쪽
28 27 +3 23.09.12 2,185 39 11쪽
27 26 +1 23.09.11 2,232 40 10쪽
26 25 +3 23.09.08 2,484 38 10쪽
25 24 +1 23.09.06 2,484 43 12쪽
24 23 +1 23.09.06 2,425 38 11쪽
23 22 +2 23.09.05 2,725 40 12쪽
22 21 +1 23.09.04 2,862 46 13쪽
21 20 +1 23.09.03 3,069 42 12쪽
20 19 +4 23.09.02 3,127 46 11쪽
» 18 +2 23.09.01 3,196 46 10쪽
18 17 +3 23.08.31 3,277 48 10쪽
17 16 +2 23.08.30 3,370 51 11쪽
16 15 +2 23.08.29 3,405 50 10쪽
15 14 +4 23.08.28 3,404 52 9쪽
14 13 +3 23.08.27 3,426 51 10쪽
13 12 +5 23.08.25 3,445 51 10쪽
12 11 +3 23.08.24 3,536 48 10쪽
11 10 +3 23.08.23 3,756 46 10쪽
10 9 +8 23.08.22 3,780 47 11쪽
9 8 +10 23.08.21 3,849 45 10쪽
8 7 +3 23.08.19 4,025 48 11쪽
7 6 +4 23.08.18 4,108 53 11쪽
6 5 +3 23.08.17 4,319 56 10쪽
5 4 +3 23.08.16 4,413 54 10쪽
4 3 +5 23.08.15 4,858 57 10쪽
3 2 +5 23.08.14 5,670 56 12쪽
2 1 +7 23.08.14 7,102 63 10쪽
1 프롤로그 +6 23.08.14 9,920 69 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