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니 파이어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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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옐로야
작품등록일 :
2023.08.14 05:00
최근연재일 :
2023.10.19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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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13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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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것은 허구입니다.




DUMMY

영수는 차영호의 사인에 고개를 끄덕였다. 전력 투구를 하고 싶었는데 마침내 원했던 사인이 들어온 것이다.


영수는 눈을 감는다. 그 순간, 야구장에서 들려오는 소음이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아서 온전히 공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원하는 곳에 공을 제대로 찔러 넣을 수 있을 것은 느낌이 든다. 몇 차례 심호흡 후 눈을 떴다. 그러고는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타닥!


허리를 회전하며 손을 휘두른 영수는 그대로 공을 뿌렸다.


쇄애애액!


빠르다. 엄청나게 빠르다. 던질 수 있는 가장 빠른 공. 그것도 하이 패스트 볼. 영수가 제일 좋아하는 공이다. 그의 손을 떠난 공은 총알처럼 날아간다.


공의 회전수가 높으면 떨어지려는 중력의 법칙을 거부한다. 실제로는 공이 늦게 떨어지는 것이지만, 타자의 눈에는 떠오르는 착각을 일으킨다.


평소에 봐왔던 공하곤 다르기 때문이다. 빠른 구속과 늦게 떨어져서 헛스윙이 나오거나 공의 밑부분을 때려서 플라이볼이 나오게 된다.


‘미친!’


딱!


타자는 공을 건드리는 데 성공했지만.


“아웃!”


공의 밑부분을 스치는 것에 그쳤다. 살짝 떠오른 공을 차영호가 거미손처럼 그대로 포구했다.


시원스러운 피칭에 관중석에서 박수가 나왔지만, 영수는 당연한 일이라는 듯한 표정으로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나이스 피칭.”

“감사합니다.”

“2점 앞서고 있지만, 방심할 단계는 아니야. 너도 알겠지만, 우리 타자들은 믿을 수 없잖아?”


그렇다. 성적이 좋지 않은 선수를 2군으로 내려보내거나 방출했다. 대신 2군에 있던 잠재력이 높은 선수를 콜업했지만, 유망주에 불과하다.


잘하는 날은 잘하지만, 못하는 날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특히 야수들의 수비는 말할 것도 없다.


만년 꼴찌팀이라는 명성과는 다르게 지금은 작년 준우승팀을 상대로 잘해주고는 있다.


“너한테 부담을 주고 싶지는 않지만, 나는 지금의 점수를 유지하고 싶네.”

“알겠습니다.”

“사람들한테 왜 노망주인 자네를 영입했는지 보여주자고.”

“노망주요?”

“그럼 서른 살 넘어서 데뷔해 놓고 유망주 소리를 듣고 싶었나? 껄껄껄.”

“···”


그 말에 차영호와 한승진은 그나마 영어를 좀 하는 선수한테 물었다.


“야, 올드 루키가 무슨 뜻이냐?”

“노망주요.”


공부라면 질색하는 둘인데 저런 좋지 않은 말은 천재처럼 눈치가 빠르게 알아듣는다. 뭐 야구 선수가 눈치 빠르면 좋긴 한데.


“푸훗.”

“맞지.”


영수는 새로운 별명이 생길 것 같아 불안했다. 키득거리는 두 사람을 노려봤지만, 마크 소우즈가 말을 하는 바람에 시선을 거둘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구종은 어떻게 돼가고 있나?”

“제이디 코치는 한두 번 정도 던져도 괜찮다고 합니다.”

“좋아. 다음 이닝에 한 번 보여주게.”

“예.”


드림팀의 공격은 포볼과 몸에 맞는 빈볼로 대량 점수는 올리나 싶었다.


따악!


마크 소우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7번 타자가 친 공이 삑사리를 내는 듯한 소리를 내며 날아갔다.


빗맞은 공은 투수의 몸에 맞고 튕겼다. 유격수가 쏜살같이 달려들며 공을 잡은 뒤 2루로. 그리고 다시 공을 1루로 던지며 병살이 되었다.


적이지만, 깔끔하고 멋진 수비였다. 8번 타자는 체인지업에 삼진을 당하며 아쉽게 물러났다.


“you mother fXXX!”


그 모습에 흥분한 마렉 하우스는 난간을 두들기며 화를 냈다. 잔뜩 찌푸린 미간을 보니 질까 초조한 듯 보였다.


‘누가 보면 드림팀 레전드인 줄 알겠네.’


1차전 승리. 2차전 2점 앞서고 있는 것 치고는 이상하게 표정이 좋지 않다.


“워워. 진정해. 우리 선수들이 영어는 잘 몰라도 fxxx가 욕인 건 다 알아.”

“확실해? You axxxx하니까 못 알아듣고 웃던데?”

“푸훗. 누구한테 말했는데?”

“4번 타자. X같은 냄새가 나!”

“홈런을 치고 팬티를 갈아입으면 홈런이 안 되는 징크스가 있대.”

“오 빌어먹을. 어쩐지 X같은 냄새가 나더라.”

“갈아입으라고 할 수는 없잖아. 징크스인데.”


찌푸린 얼굴로 침묵하던 마렉 하우스가 한승진을 바라봤다.


“냄새가 나는 대신 홈런을 치라고! 이러다 경기 지고 폭탄 터지면 책임질 거야?”

“워워. 한 경기 지는 걸로 테러하고 그러진 않아.”


여전히 폭탄 테러에 잔뜩 겁을 먹은 것 같다. 영수는 농담을 진담으로 받아들이는 마렉 하우스를 어이없이 바라봤다.


“됐어. 어쨌든 점수 내주고, 폭탄 터지면 다 영수 네 탓이야.”

“내가 점수를 내줘? 그럴 리가.”

“···너 방금 엄청나게 재수 없었어.”

“그럴 리가? 난 펙트를 이야기한 건데.”

“우웩. 그런데 여기는 보복 안 해?”

“웬 보복?”


영수는 눈을 깜빡였다. 마렉 하우스가 갑자기 왜 보복을 꺼냈는지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금방 이해했고, 인상을 찌푸렸다. 전 이닝에서 같은 팀 선수가 빈 볼을 맞았으니 복수해 주라는 뜻이다.


“여긴 미국이 아니야.”

“사람 사는데 다 똑같아. 한 방 때려주면 동료들이 널 더 좋아할걸? 물론 네 선택이지만 말이야.”


빈볼이라. 마렉 하우스는 미국에서 야구를 해온 선수. 문화나 성향이 한국과는 다를 것이다. 하지만 그는 경험이 많다. 그의 말이 틀렸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영수는 더그아웃에서 나왔다. 이제 수비할 시간이다.


그리고 조금 전 이닝에서 몸에 맞는 빈볼과 타자가 친공이 투수의 몸에 맞았으니 복수할 시간이기도 하다. 마렉 하우스의 말대로.


마운드에 자리 잡은 영수는 차영호와 의미심장한 눈빛을 교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추라고? 오케이.’


빈볼을 따로 연습하거나 던져본 적은 없다. 그래도 드림 팀 선수가 맞고 들어왔는데 그냥 넘길 수는 없다. 영수도 드림팀 소속이 된 것이다.


타자 한 명을 출루해야 한다는 점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팀워크를 생각해선 때론 비신사적인 플레이를 할 필요가 있긴 하다.


차영호도 어디를 맞추라고 구체적으로 사인을 보내지 않았다. 적당히 하면 되겠지.


영수는 주자가 없지만, 세트 포지션에 들어갔다. 진심으로 던졌다가 잘못 맞으면 골로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적당히 구속을 조절해서 다치지 않을 부위로.


퍽!


“끄악!”


완벽하게 엉덩이를 맞췄다. 구속은 117km. 평균 구속에 한참을 못 미치는 구속. 이 정도면 상대 팀도 의도적으로 던진 것을 알 것이다.


힘 빼고 던진 것을 아는지 우려했던 벤치클리어링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무지하게 아플 텐데 타자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한다.


엉덩이를 툭툭 치더니 묵묵히 1루를 향한다. 아마도 맞을 걸 알고 나왔을 확률이 높다.


더그아웃에서 노려보는 시선이 느껴졌지만, 영수는 신경 쓰지 않는다.


“방금 고의지?”

“아닙니다. 실수였습니다.”

“한 번만 더 그러면 경고야!”

“예. 주의하겠습니다.”


심판이 다가와 경고한다. 영수는 잠시 1루에 있는 타자를 바라보다 타석을 바라봤다.


이번에 상대할 타자는 1번 공격형 유격수 홍찬이. 전력 분석 보고서에는 상대적으로 수비는 약하다고 돼 있다.


오늘 좋은 수비를 보여주었는데 그러면 공격은 얼마나 좋은 거지?


어쨌든 보고서에는 어퍼스윙을 좋아한다고 나와 있다.


‘한번 시험해 볼까?’


몸쪽 하이 패스트볼. 역시나 홍찬이는 헛스윙을 했다. 조금만 낮게 던졌으면 외야로 빠졌을 수도 있었다.


아래에서 위로 올리는 스윙인데 병살은 피하려는 것이다. 즉, 수평 무브먼트가 많은 스위퍼를 던지기에 괜찮은 유형의 타자다.


차영호도 알아차렸는지 스위퍼를 사인을 보내왔다.


“볼!”

“스트라이크!”

“볼!”

“스트라이크! 아웃!”


확실히 실전하고 연습은 틀리다. 129킬로미터. 구속이 낮은 편이지만, 제구는 쓸만하다고 생각했는데 스트라이크 존 밖으로 빠진다.


마지막 5구는 몸쪽 하이 포심 패스트볼로 삼진을 잡아냈다. 영수는 쓴웃음을 지었다.


투구 수를 낭비하지 않고 공격적인 투구를 좋아하는데 예상치 못하게 볼을 2개나 기록했다.


‘컨디션이 안 좋은가? 집중해야겠어.’


그리고는 도그팀 더그아웃을 바라봤는데 소란스럽다.


포심과 슬라이더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스위퍼가 나오니 당황스러운 것이다. 다음 타자는 2번 나영웅. 좌타자이며 프로 7년 차다.


매 시즌 3할의 타율과 홈런 20개 이상씩 쳐주는 도그팀의 핵심 선수. 성적이 좋아서 약물 복용 사건 때 의심을 받기도 했었다.


자신의 이름처럼 도그 팀에선 영웅 대접을 받고 있다. 실제로 결승타도 많이 쳤다.


‘스위퍼를 다시 시험해 보자.’


나영웅은 베타랑 타자. 그를 상대로 스위퍼가 통하지 않는다면 아직은 꺼낼 수 없는 무기를 뜻한다.



***



타석에 서자마자 나영웅은 차영호에게 물었다. 같이 국가대표로 뛰어본 적이 있어서 친분이 있다.


“방금 스위퍼야?”

“몰라.”


차영호는 어이가 없었다. 야구를 몇 년 했는데 딱 보면 모른단 말인가. 그것도 배태랑 타자가? 상대팀에게 알려주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네가 모르면 누가 알아.”

“던지는 사람이 알겠지.”

“이런 식으로 나온다. 이거지?”

“저런 식으로 할 건데?”

“참나. 포심만 주야장천 던지던 놈이었는데. 시범 경기에서 슬라이더 한두 번 던졌나? 그런데 갑자기 스위퍼?”


제대로 연습이 되어있냐는 뜻이다. 차영호는 바로 알아들었지만.


“심판님. 저 새끼가 시끄럽게 해서 경기에 집중이 안 돼요.”

“그만! 둘 다 잡담은 경기 끝나고 사석에서 하도록.”

“예.”


심판의 중재에 둘은 침묵한다. 하지만 나영호는 속으로 조소를 지었다.


슬라이더나 스위퍼는 같은 손 타자를 상대할 때 위력이 증가한다. 공이 스트라이크인 척 날아오다가 존 밖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타자의 눈에는 분명 스트라이크였는데 사실은 볼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반대 손일 경우엔 반대로 적용되어 던지지 않는다.


물론 반대 손 타자를 상대로 아예 안 던지는 것은 아니다. 깜짝 전략으로 던지거나 완벽하게 구사해야 통한다.


‘나랑 같은 왼손잡이니까 포심 패스트볼을 던지겠지?’


하지만 나영웅의 심리를 차영호는 꿰뚫고 있었다.


‘분명 스위퍼나 슬라이더는 배제하고 있을 거야. 그리고 처음엔 지켜보겠지. 생긴 거랑은 다르게 신중한 새끼니까.’


차영호는 포심 패스트볼을 던지라고 사인했고, 고개를 끄덕인 영수는 기다렸다는 듯이 공을 던졌다.


“스트라이크!”

“스트라이크!”


확실하다. 권영수는 포심 밖에 없다. 나 영웅은 슬라이더나 스위퍼는 머릿속에서 지웠다. 공격적인 투구를 좋아하는 권영수의 플레이 스타일상 이번에도 존 안으로 던지는 포심이라 확신했다.


‘와라!’


그렇게 영수는 3번째 공을 던졌다.




선작과 추천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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