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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옐로야
작품등록일 :
2023.08.14 05:00
최근연재일 :
2023.10.19 21:2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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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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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4,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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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23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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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10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것은 허구입니다.




DUMMY

10.





아랑고는 오늘도 어김없이 피지컬 훈련부터 시작한다.

부원들은 숨이 넘어가기 일보 직전이다.

심장이 터질 것 같다.

손과 다리가 천근만근 무겁다.


허억, 헉.


헛것인가? 조상님이 보이는 것 같기도.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것은 기분 탓일까?


‘이번 삶은 여기까지인가.’


그렇게 조상님 곁으로 가는구나 할 때였다.


“뒤처진 녀석들 뭐야!”


악마의 고함이 들려온다.

개새끼.

포수 김태수는 악마를 향해 속으로 욕을 뱉었다.


“쉬는 건 죽어서 해도 돼! 넌 지금 살아있잖아? 그럼 달려!”

“허억.”


욕을 먹고 있는 사람은 주장이었다. 오늘 컨디션이 좋지 않은지 평소 상위권에 있던 사람이 오늘은 중간에 있다.

그의 바로 옆엔 악마가 있고.


“내가 초딩이었을 때도 너보단 잘 달렸어!”


거짓말. 하지만 대꾸할 여력조차 없다. 악마의 눈을 보면 여력이 있어도 대꾸하지 못하겠지만.


악마의 말에 김태수는 없던 힘이 솟아나는 것을 느꼈다. 느려지던 발이 다시 빨라진다.


“걷지 마! 잠깐. 시간 됐다. 걷자.”

“후우.”


속도를 천천히 늦춘다. 걷기 시작한다. 천국인가? 살 것 같다.

잠시 걷는 것만으로 몸이 회복되는 느낌. 천근만근 무겁던 다리가 조금은 가벼워진다.


하지만 달콤한 휴식은 잠깐이었다. 걷는 것을 휴식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뛰어!”


하아. 코치가 아니라 악마다. 지옥도 여기보단 편하리라.


“안 뛰어? 걷지 말고 뛰란 말이야! 야구하라고 부모님이 등골 빠지게 일하는 건 생각도 안 하냐!”


고강도 하드 트레이닝에 선수들은 지옥을 맛봤다. 조금 할만한데 라고 느끼면 영수는 귀신같이 난도를 올렸다.


‘이젠 진짜 끝이다.’


주장이 정신 줄을 놓기 직전이었다.

한계였다.

다리에 힘이 풀리고 쓰러지려 한다.


“여기까지. 모두 고생 많았다.”


그 말에 주장은 주저앉았다.


매일 반복되는 훈련이지만, 적응되지 않는다. 적응하려 하면 난도가 올라간다.


‘괴물.’


주장은 악마를 보며 생각했다.

한 가지 신기한 것은 여기서 제일 힘든 사람은 영수라는 것이다.


선수들의 기량을 매일 체크하면서 같은 훈련을 소화한다. 괴물이 따로 없다.


그런데 믿기 힘든 것은 선수들보다 상태가 더 멀쩡해 보인다는 것이다.


은퇴한 사람 맞는 건가?

저런 사람도 프로가 못 됐는데 우리가 어떻게 하지?

주장이 경악하고 있을 때 김태수가 영수에게 다가갔다.


“감독님 질문 하나 해도 되겠습니까?”

“어? 뭔데?”

“초령고랑 경기할 때요.”

“응.”

“공 무브먼트가 특이하던데 포심 맞습니까? 투심 같던데요? 커터인가?”

“포심 맞아.”

“그런데 무브먼트가 왜 그럽니까?”

“몰라. 그냥 되던데?”

“···”

“연습할 때는 그런 공 안 던지셨잖아요.”

“응. 너희들이 던지는 것처럼 던져줘야 너한테도 연습 되니까.”


그냥 하면 된다고? 와 재수 없다.

마치 학원, 과외 안 하고 교과서만 보고 서울대를 수석으로 입학했다고 말하는 것 같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가서 수업이나 받아.”

“···예.”

“아, 코치님.”

“응?”

“체육 샘일 때는 지각 대마왕이더니 요즘엔 지각 안 하시네요?”

“이 새끼가?”

“하하하하.”


영수는 훈련할 때면 악마 같지만, 끝이 나면 동네 형처럼 편하게 대했다.


“죽을 것 같다. 다리가 안 움직여.”

“걷고 있잖아?”

“내가 걷는 건지 다리가 걷는 건지 모르겠어.”

“미친놈.”


주장의 하소연에 김태수는 피식 웃었다.

김태수는 일요일엔 전문 시설에서 따로 개인 트레이닝을 받는다.

그곳에서 근력과 지구력이 눈에 띄게 좋아진 것을 데이터로 확인했다. 유연성도 유지하면서 말이다

야구는 파워 스포츠. 저 악마 같은 훈련을 거부할 수가 없다.


“그래도 몸은 확실히 좋아지잖아?”


둘은 잠시 침묵했다.

힘들다. 너무 힘들다. 나름 프로를 목표로 여러 훈련을 받아온 주장이었지만, 영수의 훈련은 난도가 높았다.


하지만 하기 싫다고 불평하기엔 실력 향상이 눈에 보이니 할 수밖에 없다.


거기에 항상 강압적인 것은 아니다. 신체 상황이나 컨디션에 따라 풀어주기도 한다.


오늘은 조금 끼 부리는 것은 눈치채고 더 굴렸지만.


“그건 그런데 죽을 것 같다니까? 내가 밤만 되면 잠이 안 와. 피지컬 트레이닝 때문에.”

“그건 네가 수업 시간에 조니까 그렇지.”

“뭐, 인마?”

“맞잖아. 너 교실 가서 또 잘 거잖아.”

“아니야!”

“아니긴. 큭.”

“지도 잘 가면서.”


한편, 학생들이 떠나고 영수는 잠시 쉬고 있는데 찾아온 사람이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잘 지내셨죠?”


며칠 전 초령고와의 친선 경기에 있던 최고야구 PD가 있었다.




***




“뭐 이런걸 다 가지고 오시고.”


최고야구 한 PD는 얼굴에 미소를 띠곤 명함과 함께 음료수 한 박스를 책상에 올려놓았다.


“하하하. 이제 슬슬 날씨가 풀리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죠.”

“고등부 야구도 곧 대회 시작이고요.”

“예.”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죠. 초령고와의경기 인상 깊게 봤습니다. 특히 코치님의 마지막 피칭은 제 마음이 두근거렸거든요.”

“감사합니다.”


방송국 PD가 왜 찾아왔을까? 설마 스카우트?


영수도 초령고 야구부와의 경기로 자신감이 생겼다. 실제로 타자들은 공을 건드리지도 못했고.


다만, 한 가지 걸리는 것은 그의 나이였다.

최고야구는 은퇴한 레전드의 경기를 다시 볼 수 있다는 즐거움과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게 해준다.


하지만 알려지지 않고, 방출되거나 프로로 지목되지 못한 유망주들의 등용문이기도 하다.


31살인 영수를 스카우트할 가능성은 희박했다. 다른 구단에서 관심을 가질 가능성도 없고, 시청자들도 인기를 끌지 못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코치님 최고랑 평균 구속이 몇입니까?”

“지금요 아니면 예전에 야구할 때?”

“음. 둘 다요.”

“예전엔 최고 구속은 160.7km였고, 평균은 153이었습니다.”

“오. 대단하셨군요. 그러면 지금은요?”


최고야구 한 PD의 입이 떡 벌어졌다. 그 모습에 영수의 기분이 좋아진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만드는 법이다.


“측정해 보진 않았는데 150 가까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최고는 글쎄요. 전력으로 던지면 제구가 안 돼서요.”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한 PD의 미소가 짙어졌다.


“저희 최고야구와 경기 한번 해보시는 게 어떻습니까?”

“저희 아랑고하고요?”

“예.”


대회 중간은 아니니 경기하는 것은 문제 될 것 같진 않다. 승패를 떠나 부원들한테도 좋은 추억이 될 것 같고.


최고 야구에 있는 선수들은 한때 KBO에서 누구나 알아주는 레전드였다. 그런 선수들과 경기를 하는 것만으로 가슴 뛰는 일이 될 것이다.


게다가 아랑고는 이기면 좋고, 저도 별로 나쁜 것도 없다. 새로운 스타가 탄생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으니, 득이 되면 득이 됐지, 손해는 아니다.


“저희야 좋죠.”


영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어서 말을 덧붙였다.


“그런데 그걸 왜 저한테? 감독님한테 말씀 안 하시고.”


영수는 코치다. 그것도 임시. 이런 일을 결정할 권한이 없다.


“코치님이 투수로 나서주셨으면 하거든요.”

“예?”

“그게 저희 조건입니다.”


그 말에 영수는 어이가 없었다.

선수가 아니라 코치기 때문이다.

물론 어딘가 한 편에는 선수를 하고 싶다는 뜨거운 열망이 있긴 하지만.


“제가요? 전 코치입니다만?”

“코치님이 마운드에 올라갔을 때 보여 준 눈빛을 봤습니다.”

“···”

“상대가 누구든 다 접겠다는 눈빛이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주시죠. 부상으로 못했던 프로. 다시 노리고 있는 거 아닙니까?”

“···”

“전 코치님이 최고야구팀에 입단하는 것을 고려 중입니다만. 먼저 코치님이 최고야구팀과의 경기에서 얼마만큼 성적을 낼 수 있는지 보여주셨으면 합니다.”


영수는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방긋방긋 웃던 남자가 언제 그랬냐는 듯 진지하게 묻고 있다.


“5회 코치님이 처음 상대했던 오연식은 이번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이 유력한 선수입니다. 그런데 코치님이 공 4개로 끝냈죠. 아랑고 투수를 하지 못한 일을 코치님이 해낸 겁니다.”


이후에도 영수는 한 PD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야구를 그만두게 됐던 과정과, 다시 시작하게 된 계기.


그리고 학생 때 청소년 국가대표로 나갔던 과거의 일까지.


좋았다. 자신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준다. 고개를 끄덕이며 진심으로 공감한다. 때론 대신 화를 내주기도 한다.


“그 새끼가 코치님을 때렸다고요? 아니, 요즘 때가 어느 때인데!”

“지금은 선수도 아니고, 코치잖아요? 화제가 안 될 겁니다. 사람들은 관심도 가지지 않을 거고요.”

“그래도 그렇지!”

“지금은 다 잊은 과거의 일입니다.”


한 PD와 대화를 끝났다.

감독이 오면 최고야구팀과의 경기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알려주겠다고 말했다.


한 PD가 돌아가고 영수는 의자에 편하게 앉는다. 산골에 있는 것처럼 소음 하나 들리지 않는다.


“입단이라.”


한 PD는 이번 경기에서 좋은 피칭을 보여주면 최고야구팀에 입단을 추진해 본다고 했다.


정말로 할 수 있을까? 그리고 한다고 의미가 있을까? 31살인데? 전 코치님이 복귀하면 영수는 다시 체육 선생이 될 것이다.


큰 사고를 치지 않는 이상 평생 일할 수 있는 직장이다. 안정적인 일을 관두고 프로에 도전하라고??


고민이 된다. 20대였으면 이런 고민은 하지도 않고 도전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이가 걸린다.


프로에 지명된다고 해도 몇 년이나 뛸 수 있을까? 그게 의미가 있는 일인가.


영수는 거울을 봤다. 그리고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본 영수는 깜짝 놀라 떨어트렸다.


쨍그랑!


거울에 에 투피스가 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거울을 다시 보니 자기 얼굴이 나왔다.


이상한 일이다. 분명 에 투피스였는데. 그가 악마의 화신처럼 사악하게 웃고 있었는데 놀라서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그와 만남을 떠올린 영수는 다짐했다. 야구에 도전해야겠다고.




선작과 추천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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