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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옐로야
작품등록일 :
2023.08.14 05:00
최근연재일 :
2023.10.19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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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12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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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것은 허구입니다.




DUMMY

하루 절반 이상을 경기장에서 보내는 프로 야구 선수들.


점심때쯤 일어나서 오후 1시가 되면 경기장에 출근하면서 그들의 일과가 시작된다. 평일 오후 5시에 시작되는 경기. 주말에는 1~2시간 앞당겨진다.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모두 모이면 회의가 시작된다.


“몸 안 좋은 선수?”


대답이 없다.


“안 나온 선수나 코치?”


나오지 않았는데 대답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이번에도 조용해지자, 마크 소우즈는 씩 웃었다.


“다들 몸 상태가 좋다고 하니 선발 명단을 알려주겠다.”


투수 김두진, 포수 차영호, 1루수 라이언 존슨, 2루수 한승진, 3루수 홍승무, 유격수 박준호, 좌익수 김태영, 중견수 이승진, 우익수 송영호.


코치들이 만든 데이터. 그리고 작년과 시범 경기에서의 성적을 참고해서 명단을 짰다.


“what the xxxx! 내가 1선발이 아니라니!”


야구엔 투수 놀음이란 말이 있다. 그중에서도 1선발은 팀에서 가장 공을 잘 던지는 투수를 뜻한다.


당연히 1선발이라 생각했던 마렉 하우스는 화를 냈다.


“마렉 하우스! 나와 김두진에게 정중한 태도를 보여줬으면 좋겠군. 1선발로 뛰고 싶으면 성적으로 증명해라.”

“Xxxx!”


욕이란 것은 재미있는 성질이 있다. 무슨 뜻인지 몰라도 억양과 목소리 크기로 욕인지 바로 알아차릴 수 있다.


마렉 하우스는 미국 흑인인데 191cm라는 커다란 키에 근육이 발달한 선수.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권영수는 그에게 다가가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마렉, 1선발이 지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


1선발은 그야말로 팀의 에이스라고 할 수 있는 자리. 팬들이 기대가 높을 수밖에 없다.


그만큼 책임감이 막중한 자리다. 부담감에 스트레스를 감당치 못하고 1선발을 싫어하는 투수도 있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미국은 최악의 경우 총격 사건이 일어나긴 하는데 한국인 총기가 자유롭지 못하잖아?”

“한 가지 모르는군. 우리 한국이 어떤 민족인지 말이야.”

“배달의 민족?”


틀린 말은 아니지만, 영수는 고개를 저었다.


“아처의 민족?”


그 역시 틀린 말은 아니다.


“폭탄 테러의 민족. 가깝고 먼 나라 일본엔 전 세계 지도에 각 나라에 맞는 특징을 그린 지도가 있어. 거기에 우리나라는 사람이 폭탄을 들고 있지.”

“what? IS 테러 같은 걸 말하는 거야?”

“비슷해. 내가 말했나? 군대 나왔다고? 나는 군사기밀에 사인을 해서 자세히 말해줄 수는 없어.”


마렉 하우스가 충격받은 얼굴을 했다. 미국에 살면 한 번쯤은 총이나 그에 준하는 테러를 겪는다.


땅덩어리가 워낙 넓고, 사람들이 광범위하게 퍼져 살아서 경찰력으론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혹시 모를 위협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총기를 소유한다. 그러다 보니 총기 사고가 터지는 것이고.


“여기까지만 말할게. 말할 수 없는 국가 기밀이거든.”


비밀취급 인가를 받을 때 따로 사인을 했던가? 전역한 지 오래돼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


뭐, 모르고 상관없겠지. 마렉 하우스는 여느 다른 프로 야구 선수들처럼 운동만 해왔을 것이다.


가끔 놀기도 했겠지만, 군대라던가 테러 같은 건 잘 모르겠지. 다른 한국 선수들은 영어를 잘 몰라서 말을 알아듣지 못해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하지만 다음부턴 입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한국인들이 인터뷰할 때 착하고 공손하게 말하는 이유가 다 있어.”

“!”


마렉 하우스가 잔뜩 겁먹은 얼굴로 침을 꼴깍 삼켰다. 그 소리가 커서 영수의 귀에 들린다.


토닥토닥.


영수는 놀라서 입이 떡 벌어진 마렉 하우스의 어깨를 두들겼다.


“메이저리그에서 총격 사건 들어봤지? 우리나라는 폭탄 테러야. 앞으로 입조심 해.”

“그래. 중요한 일을 알려줘서 고마워. 넌 좋은 친구야.”


감동한 마렉 하우스를 뒤로 하고 영수는 감독에게로 시선을 옮긴다. 마크 소우즈는 고개를 끄덕이며 잘했다는 사인을 보낸다. 그리고 씩 웃으며 입을 연다.


“알다시피 이번에 우리가 상대할 팀은 작년 준우승한 도그 디아블로다. 약물복용으로 4명이 출전 정지 처분을 받으면서 전력이 약화했다.”


드림팀으로서는 희소식. 4명 모두 핵심 선수들이라 해볼 만하다.


“그럼, 지금부터 가볍게 몸을 푼 뒤 위치별 훈련을 진행하겠다.”

“예!”


선수들이 몸을 풀기 시작한다. 마크 소우즈는 슬쩍 영수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켱수.”


국영수···아니 권영수라니까. 영수는 살짝 미간을 좁히며 대답했다.


“예.”

“그런데 아까 한 말 진짜인가?”

“예?”

“폭탄 테러 말일세.”


잠시 당황한 영수는 표정을 고치고선 진지하게 말했다.


“···예. 그러니까 대충하지 말고 꼭 이겨야 할 겁니다.”

“오 하나님 맙소사!”


야수들은 타격과 수비 훈련을, 투수들은 조금 더 전문적인 스트레칭을 한 번 더 해준 뒤 피칭 훈련이 진행됐다.


평소와 달리 마크 소우즈 사단 코치들의 목소리가 높다. 외국인 용병도 성실히 훈련받는다.


거짓말이 살짝 들어갔기는 하는 데 좋은 게 좋은 거라고 했다.


드디어 시즌 첫 경기. 영수는 가슴이 두근거리고 벅찼다.


오늘 마운드에 올라갈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른다. 감독의 권한이니까. 나갈 수 있다고 나갈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하지만.


‘나가게 되면 확실하게 밟아주마.’




***



시간이 흘러 오후 6시 10분. 곧 있으면 경기가 시작된다.


팬들이 하나씩 자리를 채우더니 만석에 가까워진다. 빈자리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드림팀을 응원하러 온 사람들의 표정은 밟지 않았다.


“이길 수 있으려나?”

“모르지. 마음을 비워놓고 보자.”

“시범 경기에서 워낙 잘해서 오긴 했는데 불안하단 말이야.”

“저번에 18연패 할 때 이후론 경기장은 처음인데.”


18연패. 지금도 생각하면 숨이 막히고 골이 아프다. 분노한 팬들이 경기장 입구엔 트럭 시위도 열렸고, 구단 버스는 불에 탔다.


“올해는 달라. 볼펜이 좋아졌거든.”

“권영수 말하는 거야?”

“어. 그리고 유망주들이 올라왔잖아.”


더욱이 오늘은 김두진. 드림팀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투수다. 기대감이 없을 수가 없다.


‘오늘은 무조건 이기고 가야 하는데.’


팬들은 기대감과 불안감이 섞인 눈으로 그라운드에서 연습하는 선수들을 바라본다.



***



“플레이 볼!”


주심의 선언과 함께 경기가 시작됐고 팬들의 걱정과는 달리 경기 초반에 승부가 갈렸다.


라이언 존슨의 활약이 도드라졌다.


마크 소우즈는 6이닝에 주전 선수들을 불러들이고, 유망주와 볼펜 뒷순위에 있는 투수를 내보냈다.


드림팀 7 : 도그 디아블로 5.


도그는 뒤늦게 추격을 시작했지만, 초반에 벌려진 점수가 컸다.


그리고 이어진 도그와의 2번째 경기.

첫날과는 다르게 드림팀이 2점 차이로 앞서고 있었다.


5이닝이 됐을 때 마렉 하우스의 투구 수는 60개를 기록하고 있다.


볼펜 전화가 울린다. 수화기를 귀에 대자 마크 소우즈의 목소리가 들린다.


“곧 투수를 교체해야 할 것 같아.”

“벌써? 아직 5이닝이잖아.”

“마렉 하우스가 이 악물고 던지고 있거든. 벌써 구속이 감소하고 있어. 잠깐 이야기해 봤는데 폭탄 테러에 잔뜩 겁을 먹고 자기도 모르게 무리했어.”

”허허. 이거 좋아해야 할지 잘 모르겠군.”

“근소하게 이기고 있긴 해. 영수는 컨디션 어때?”


영수는 경기 전 볼펜에서 포심 패스트볼 10개 슬라이더 10개, 새로 연습 중인 스위퍼 10개를 던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제이디는 생각했다.


‘베스트는 아니군.’


베스트일 때와 비교하면 몸이 무거워 보인다. 구속도 살짝 떨어져 있다.


시즌을 앞두고 무리하게 구종을 추가하려다 보니 훈련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 탓이다.


“좋지 않아.”

“뭐? 출전하지 못할 정도야?”

“그건 아니야.”

“그러면?”

“베스트는 아니란 거지.”

“올라갈 수 있겠어?”

“물론.”

“젠장. 하필 중요할 때 베스트가 아니라니.”


제이디는 씩 웃었다. 베스트가 아니지만, 영수가 얻어맞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말하지 않아도 보면 알겠지.


5회 2사 주자는 2루. 마렉 하우스가 장민석에게서 삼진을 뽑고, 윤도현은 땅볼 안타로 맞춰 잡았다.


그러나 마크 소우즈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까지는 너무 잘 해줬지만, 더는 무리다.


“선수 교체요!”


마침내 영수가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냈고, 마크 소우즈는 한마디 했다.


“잘하리라 믿네.”

“예.”


관중석에선,


“권영수! 권영수! 권영수!”

“승리하라! 무적의 울보 권영수!”


권영수의 이름을 부르며 소리를 지르는 팬들. 중간에 이상한 단어가 들어간 것 같지만, 영수는 못 들은 척 마운드로 이동했다.


“고생했어.”

“나 괜찮은 거지?”


마렉 하우스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불안한 표정이다. 설마 폭탄 테러를 이야기하는 건가? 너무 진지하게 농담을 한 것 같다.


진실을 알게 되면 화내려나? 영수는 씩 미소를 지었다.


“퍼펙트.”

“나이스. 뒤를 부탁해.”


그 말에 마렉 하우스는 안도했다는 얼굴로 마운드를 내려갔다. 오늘 지금까지 봤던 얼굴 중에서 가장 밝은 얼굴이었다.


그와 터치한 영수는 연습 투구를 끝낸 뒤 차영호를 바라봤다.


그가 낸 사인은 스트라이크 존에서 공 한 개 정도 높은 위치.


영수는 기다렸다는 듯이 공을 던졌다. 빠르다. 평소보다 빠르게 보였다. 하지만 구속은 148km, 구종은 포심 패스트볼.


“음? 오늘 몸이 안 좋은가? 148밖에 안 나오네.”

“몰랐어? 권영수가 원래 제구가 되는 140중 후반하고 160 전력투구를 섞어서 던지잖아.”

“맞네. 그런데 왜 볼이지? 제구가 안 됐나?”


사람들이 조금 이상하게 생각할 때 차영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프로 데뷔 경기인데도 완벽한 제구야.’


그가 요구했던 미트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대로 속하고 꽂힌다. 이번엔 스트라이크 존에서 공 반 개 정도 빠지는 공.


고개를 끄덕인 영수는 무심한 표정으로 와인드업했다. 하지만 그의 손끝을 떠난 공은 가볍지 않았다.


이번에도 역시나 그가 요구했던 곳에 완벽하게 들어왔다. 구속은 148. 완벽하게 제구할 수 있는 구속이 올라갔다.


포구할 때마다 차영호는 감탄했다. 140후반의 공을 완벽히 제구하는 것은 국가대표도 힘든 일이다.


“볼!”


주심이 볼을 불렀지만, 차영호는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영수의 눈을 보고 웃음이 나왔다.


잔재주 부리지 말고 빨리 정면 승부를 겨루자고 눈빛을 보내오고 있었다.


‘그래. 원하는 대로 던지게 해줄게.’


가운데 한복판. 던질 수 있는 최고 구속으로.




선작과 추천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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