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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옐로야
작품등록일 :
2023.08.14 05:00
최근연재일 :
2023.10.19 21:20
연재수 :
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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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84,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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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09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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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9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것은 허구입니다.




DUMMY

커터의 목적은 땅볼이나 범타를 유도하여 타자를 맞춰 잡는 것에 있다. 하지만 권영수는 커터를 다르게 받아들였다.


커터 또는 컷 패스트볼이라고 부른다. 이름이 이렇게 붙은 이유는 배트의 가늘어지는 부분에 부딪히면서 박살이 나는 경우가 많아서다.


‘배트를 부러뜨리는 구종이군.’


물론 반대 손 타자의 경우에 해당한다. 공이 타자가 있는 쪽으로 휘기 때문이다. 하지만 워낙 구속이 빨라서 같은 손 타자에게도 위력적이다.


슬라이더만큼은 아니지만,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오다가 바깥쪽으로 공 한 개 정도 휜다.


타자의 눈엔 직구처럼 들어오는 변화구로 보인다.


‘상대 팀 배트를 다 부러뜨리면 어떻게 되지?’


권영수는 이런 생각을 하며 마운드에 올라갔다. 결과가 궁금하면 직접 해보면 될 일. 마침 차영호가 초구로 커터를 요구했다.


그리고 상대는 우타석에 섰다. 이제 준비는 완벽하다.



***



임진목은 가벼운 마음으로 타석에 섰다.


‘몸은 괜찮아 보이는데?’


지난 1, 2차전에서 권영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SNS는 원래 하지 않아서 소식을 알 수 없었고, 구단에서도 따로 발표가 없었다.


‘폐관 수련이라도 한 건가?’


6회까지만 던지고 3일 뒤 등판하는 것도 힘든 일이다. 몸을 회복하는 데 집중해도 부족한 시간이니까.


그런데 9회까지 던진 투수가 폐관 수련? 말도 안 된다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빨리 내려가게 해줄게.’


그는 이번 경기를 대비해서 권영수의 피칭을 수없이 봤다. 팀 전력 분석관이 알려준 자료도 달달 외울 정도로 확인했다.


그는 이번 시즌3 할 5푼 8리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프로 데뷔 후 3할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다.


그가 꾸준한 성적을 낼 수 있었던 이유는 투수에 대해 철저히 분석한 덕분이다. 팀에서 제공해 주는 자료도 참고하지만, 임진목을 위한 개인 팀이 있어서다.


트레이닝부터 시작해서 상대 선수 분석까지 전문적으로 받는다. 오로지 그만을 위한 팀이다.


권영수는 140 중반부터 160초 중반까지 포심 패스트볼을 구사한다. 거기에 평균 134 스위퍼와 150 슬라이더를 던져서 타자 입장에선 까다로운 선수.


구속이 워낙 빠르기 때문에 눈으로 보고 치는 것은 힘들다. 코스와 구종을 예상하고 쳐야 한다.


좋아하는 코스는 바깥쪽 또는 몸쪽 포심 패스트볼. 둘 다 치기 까다롭다. 일단 직구로 스트라이크를 잡고 결정구로 스위퍼나 슬라이더를 던지는 경우가 많다.


공에 자신이 있어서인지 포심 하나만으로 삼진을 잡은 적도 많다.


초구는 공격적인 권영수의 성향상 몸쪽일 가능성이 높다. 권영수에 대한 보고서 내용을 떠올린다.


‘몸쪽 낮은 포심 패스트볼.’


구종과 코스를 마음속으로 정한 임진목은 타격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던질 준비를 하는 권영수.


투구 자세를 눈으로 보는 것은 의미 없다. 초고속 카메라로 분석해야 겨우 차이점을 알아냈으니까.


‘와라!’


그는 상대가 권영수라도 상관없다. 지금까지 프로 경기에서 해온 자신을 믿었다.


그리고 날아온 공을 본 임진목은 확신했다. 3일 전 완투했던 투수. 컨디션이 좋을 리가 없다.


‘몸쪽 포심 패스트볼.’


예상했던 코스와 구종이었다.


‘무조건 친다!’


권영수의 선발이 확정되자 철저히 분석했다. 160킬로미터가 넘는 공을 대비해서 연습도 엄청나게 많이 했다.


머릿속으로도, 피칭 머신을 통해서도 수없이 쳐본 공이다. 그는 확신을 두고 배트를 휘둘렀다.


‘이건 홈런이다!’


그런 느낌이 왔다. 그의 배트는 공을 박살 낼 기세로 움직였고.


빠각!


그대로 갈라졌다. 물론 공이 아니라 배트가.


“!”


눈이 튀어나올 듯 놀랐다. 프로에서 오래 구른 그도 당황해서 멈칫하는 사이 포수가 뛰쳐나가 공을 잡은 뒤 달려온다.


‘!’


포수가 태그하려고 손을 뻗어온다. 본능적으로 몸을 비틀어 태그를 피한 그는 1루로 달렸지만.


슈웅.


하늘에서 공이 떨어지더니 1루수가 잡는다. 마치 축구에서 칩슛을 하듯 1루수가 받기 편하게 위로 던진 것이다.


“아웃!”


공보다 빠를 수는 없다. 드림이기에 송구 실수라는 마지막 희망을 걸어봤지만, 역시나 아웃이다. 프로는 프로인 모양이다.


하지만 프로의 세계에서 10번 시도해서 1번 성공하면 의미가 있는 시도다. 드림이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실패. 그는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면서 방금 배트가 부서진 이유를 분석했다.


‘분명 포심이었는데 배트가 왜 부서졌지?’


배트가 낡은 것도 아니다. 권영수의 공이 무지막지하지만, 한번 맞았다고 부러질 정도는 아니었다.


더그아웃으로 걸어가던 그는 포수에게 혹시나 하고 물었다.


“방금 커터냐?”

“궁금하면 오백 원.”

“X까.”


망할 자식. 알려주면 어디 덧나나. 개인 사비로 고용 중인 분석팀을 닦달해야겠다.



***



3할 5푼 8리의 타자를 안 믿으면 누구를 믿을까. 하지만 언제나 불평불만을 표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


역사상 최고의 축구 선수 리오넬 메시도 파리에서 욕을 먹는 세상이다.


“아.”

“초구부터 아웃되고 X랄이야 시X놈이!”

“우리 선수한테 욕하지 마!”

“넌 저 꼴을 보고도 편들고 싶냐!”

“임진목은 그래도 괜찮아!”


언제나 그랬듯 관중석은 시끄러웠다. 한편, 임진목의 배트가 부서지자 베어 팀 더그아웃은 당황스러워했다.


“배트가 낡은 거야?”

“아뇨? 부서질 정도로 낡진 않았는데요.”

“그런데 저거 왜 부서져?”

“초고속 슬라이더를 던졌는데 살짝 덜 휘어진 거 아닐까요? 그래서 가늘어진 부분에 맞은 거고요.”

“···우린 그걸 커터라고 부르기로 했단다. 이 멍청한 놈아.”

“아!”


권영수는 지금껏 커터를 던진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뜬금없이 커터가 나오자, 선수와 코치진은 당황했다.


“커터가 우연으로 나온 거겠지?”

“그렇겠죠? 슬라이더를 실수로 던지다가 커터처럼 된 거겠죠?”

“그럼. 갑자기 커터를 던질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던질 수 있었으면 진작에 던졌을 것이다. 어설픈 커터였으면 임진목이 대응했을 것이고.


구속이 빠르니 어딘가 실수가 있었을 것이다. 그래야만 했다. 커터라는 구종이 추가되면 골치 아프다.


“그런데 진짜 커터면 어떻게 해요? 일부로 배트를 부신 거라면요?”

“설마.”

“우연이겠죠?”

“그럴 거야. 괴물이 득실거리는 메이저리거도 하루 만에 구종 추가는 안 될걸?”


전광판을 바라보니 157킬로미터다. 바다 건너 미국에서도 저 정도 구속의 커터는 몇 손가락 안에 들어갈 것이다.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두 번째 타자의 배트도 박살이 났다.


딱!


“아웃!”


3번째 타자는 배트를 부러뜨리고 싶지 않은지 좌타석에 섰다. 배트는 부러지지 않았으나 삼진으로 물러났다.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오는 것 같은데 밖으로 빠져나간다.


타자는 헛스윙. 휘지 않았더라면 분명 정타가 나왔을 궤적이었다.


“방금 또 공이 휘지 않았어?”

“예. 커터 맞는 것 같습니다. 진목이도 커터가 맞다고 합니다.”


커터는 결정구가 아니다. 범타를 유도해서 타자를 맞춰 잡는 용도. 그런데 권영수가 던지니 결정구가 된다. 마치 초고속 슬라이더처럼 느껴진다.


문득 베어 감독은 불안한 기분을 느꼈다. 좋지 않은 일이 생길 것 같은 느낌. 그의 경험이 경고를 보내오고 있다.


마치 집에 에어컨을 안 끄고 나온 것 같은 기분. 거기에 창문까지 열고 말이다.


“우리 우타자 몇 명이야?”

“7명입니다.”

“배트는 충분하지?”

“···”

“배트가 다 부서지면 어떻게 되지?”


베어 더그아웃엔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건 관중석 또한 마찬가지였다.


“뭐지?”

“무슨 일이야?”


잠시 화장실을 다녀온 안지민. 그가 앉은 좌석은 화장실이랑 가까워서 금방 다녀올 수 있었다.


사람들이 입을 벌리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 믿을 수 없다는 것을 봤는지 경악한 얼굴.


안지민은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이유를 알 수는 없었다.


그는 드림을 좋아하지만, 수비하는 차례에선 경기를 잘 보지 않는다.


점수를 내주고 실수하는 걸 보고 싶지 않아서다. 이렇게 화장실을 다녀오거나 먹을 것을 가져온다.


그런데 전광판을 바라본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벌써 1회가 끝났어?”



***



공 5개로 1회를 끝낸 권영수. 그는 커터가 개꿀 구종임을 깨달았다.


지금껏 타자 한 명을 잡을 때마다 공 3개는 기본으로 던졌다. 그런데 공 1개로 타자 한 명을 잡아냈다.


1이닝을 끝내려면 평균 10개에서 15개는 던져야 했다.


가성비가 참으로 좋은 개꿀 구종이다. 커터가 왜 인기 있는 구종인지 깨달았다. 스트라이크존에 힘들게 공 3개를 넣을 필요가 없다.


타자 한 명 잡는 데 공 1개면 충분하다.


“아이고, 삭신이야.”


더그아웃에 앉자, 차영호가 옆으로 다가와 앓는 소리를 했다. 가만히 앉아 있는 것도 힘들지만, 앉았다가 일어나길 반복하는 건 더 힘든 법이다.


‘벌써 지치면 안 되는데.’


영수는 차영호에게 물을 건넸다.


“고마워.”

“응.”


오늘 앉았다 일어서길 반복해야 하니까. 무릎에 주사로 물을 빼야 한다던데 고생이 많다.


그런데 차영호는 갑자기 가방에서 방석을 꺼내더니 의자에 깔고 앉았다. 방석은 특이하게 가운데에 구멍이 뚫려 있다.


“그건 뭐야? 웬 방석?”

“···몰라도 돼.”

“크크큭.”


혹시 치질인가. 아무래도 차영호를 위해서 오늘 경기 빨리 끝내야 할 듯싶다.


“영호야.”

“음?”

“커터 비중을 늘리면 좋을 것 같아.”

“···얼마나?”

“10번 던지면 10개?”


경기를 빨리 끝내려고 한 말인데 차영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설마 타자 한 명 잡을 때마다 뛰쳐나가야 하는 건 아니겠지?”

“설마.”


커터에 배트가 박살이 나면 공은 멀리 나가지 못한다. 투수나 포수 또는 유격수가 달려가서 처리하는데 구속이 빨라서일까? 아니면 힘이 담겨서일까?


우연인지는 몰라도 2번 모두 공이 차영호 근처에 떨어졌다. 수비형 포수답게 정확하고 받기 편하게 던진다.


주자가 송구를 몸으로 방해하면서 달리자, 위로 툭 던지는 것을 보고 영수도 감탄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수비 상황에서 유격수하고 차영호는 믿을 수 있다.


남은 이닝이 8이니까 24번 정도 더 뛰쳐나가면 된다. 내야 수비에 실수하면 횟수는 당연히 늘어난다.


영호가 조금 힘들긴 하겠네.


그런데 영수가 신경 쓸 부분은 아니긴 하다. 공을 던진 직후 투수 또한 마찬가지로 내야 수비수가 되니 같은 조건.


그러니까 이름으로 적당히 놀렸어야지.


“끄응.”


인상을 찌푸리는 차영호를 보면서 영수는 미소를 지었다.




선작과 추천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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