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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옐로야
작품등록일 :
2023.08.14 05:00
최근연재일 :
2023.10.19 21:20
연재수 :
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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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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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4,096

작성
23.08.17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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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56
글자
10쪽

5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것은 허구입니다.




DUMMY

5.




“이게 말이 되요?”

“뭐가 말입니까?”


은미가 심각한 얼굴로 모니터를 바라본다. 최 비서는 그런 은미를 바라보고 있었다.


“3년 연속 꼴찌잖아요. 4년 전에는 9등이고.”

“그랬죠.”

“그런데 드림엔 왜 신인왕이 없어요? 심지어 후보에도 없어.”


신인 드래프트는 전년도 순위의 역순으로 영입할 신인 선수를 지명하는 것이다.


장점은 상향평준화다. 특정 구단이 재능 좋은 신인 선수들을 독점하지 못하고, 하위 구단에 전력 보강의 기회를 주는 것이다.

그런데 꼴찌를 벗어나지 못한다? 이상한 일이었다.


“뭔가 있어.”


모니터를 바라보다는 은미의 주름이 더 깊어진다.

최 비서는 그런 은미를 보며 말없이 부드러운 미소만 짓는다. 그러다 핸드폰을 두드렸다.


띠링!

[메일 왔어], [메일 왔어]


“음? 메일 왔네? 뭐야, 최 비서님이 보냈네요?”


은미가 이게 뭐냐는 표정으로 최 비서를 본다.


“열어보시죠.”


은미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메일을 연다. 파일 하나가 첨부되어 있다.


다운받아서 파일을 실행한다. 파일엔 최근 5년간 뽑은 신인 선수들의 경기 기록이 자세하게 나와 있다.


2군과 1군 2개의 시트로 나뉘어 있다. 출전 수, 타율, 출루율, 홈런, 도루, 안타, 등등.


“헐. 이건 또 언제 준비했대?”

“단장님이 궁금해하실 것 같아서 준비해 뒀습니다.”

“와. 밤새웠겠는데?”

“퇴근해도 됩니까?”

“그건 안 돼요. 최 비서님 없으면 나 혼자 어떻게 하라고.”


은미의 깊게 파였던 미간이 활짝 펴졌다.


“역시 최 비서님.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최 비서밖에 없다니까? 최 비서님도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준비한 거죠?”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하지 않을까요?”

“맞아.”


은미의 이마엔 다시 주름이 잡혔다. 파일을 자세히 살피자, 술이 생각난다.


신인 선수 중 1군에서 활약한 기록이 거의 없다. 대부분이 2군 경기. 그것도 유의미한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스카우트가 문제일까? 아니면 코치가 신인의 재능을 죽여놓고 있는 것일까?

어쩌면 둘 다?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 고등학생 때 자료도 있으면 좋았을 텐데. 정보가 더 필요하다.


은미가 최 비서를 살짝 노려본다. 그러다 모니터를 본다. 최 비서가 스카우터도 아니고, 자료를 구하는데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지금 구해준 자료도 구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확실한 것은 지금 이 상대론 드림은 답이 없다. 하지만 아버지에게 인정받으려면 구단을 살려야 한다.


고칠 수 있는 건 고치고, 썩어서 도려내야 할 부분은 도려내야 한다.


“9, 9, 6, 7, 8, 2, 9, 10, 10, 10. 중간에 어떻게 2등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지금 상태라면 1개 구단이 추가로 생겨도 드림은 꼴찌를 면하지 못하겠죠.”

“흐음.”


은미가 눈을 감는다. 깊은 생각에 빠질 때 하는 그녀의 버릇이었다. 최 비서는 익숙했다.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있는다.


‘이상하다. 정말 이상하다.’


은미가 번쩍 눈을 뜬다. 다시 파일을 들여다본다. 하지만 서류만으로는 문제를 파악하긴 어렵다. 정보가 더 필요하다.


“스카우트 팀을 전부 조사해 봐야겠어.”

“그럴 줄 알고 사람을 붙여뒀습니다.”

“뭐야? 어떻게 내 마음을 이렇게 잘 알지?”

“···”

“우리 사귈까?”

“싫습니다.”

“왜? 나처럼 예쁘고 날씬하고 몸매 좋고 똑똑하고 집안 배경 빵빵한 여자가 어디 있다고?”

“그래서 안 되는 겁니다.”

“쳇. 나도 그냥 해본 소리야. 나 진심 아니다?”

“예. 알고 있습니다.”

“기분 나빠.”


은미는 최 비서를 노려봤다. 무표정한 얼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완벽한 포커페이스. 포커 하면 잘 칠 것 같다. 둘이 있을 때는 웃어주면 좋을 텐데.


헌데 평소와 달리 얼굴이 푸석하다. 눈은 붉게 충혈돼 있다.


최 비서와는 초중고를 같이 다녔는데 시험 기간에 봤던 빨간 눈이었다.


분명 자료를 만드느라 잠 안 자고 고생 꽤 했을 것이다.


“최 비서 지금 당장 퇴근해요.”

“예?”

“혼자 있고 싶으니까 먼저 퇴근하라고.”

“···진심입니까?”

“어. 나 혼자 알아서 퇴근 할게요. 먼저 들어가요.”

“안 됩니다. 집까지 안전하게 모셔드리는 게 제 하루 마지막 업무입니다.”

“스읍! 명령이에요.”

“···”


고민하던 최 비서가 방을 나간다.

은미는 뾰로통한 표정을 짓는다.


“가란다고 진짜 가네. 하여튼 남자들이란.”


어렸을 때 아버지가 최 비서한테 친구가 돼주고, 자신을 지켜주는 조건으로 돈을 줬던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최 비서가 밉지 않다.

유일하게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존재다. 비록 돈으로 시작된 관계라도 해도.


“내일은 하루 종일 부려 먹어야지.”


믿고 맡길 수 있는 직원이 더 필요하다. 최 비서는 능력이 있지만, 혼자선 한계가 있다. 저러다 쓰러지면 큰일이다.


믿을만한 직원이 더 필요하다. 같이 일을 할 수 있을 사람들을 떠올려 본다.

그리고 그 사람이 떠올랐다.

변태 도둑놈을 잡아준 사람.

뭐 하고 있을까?

이름은 뭐지?

내일 최 비서를 시켜서 누군지 뭐 하는 사람인지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한다.


뚝뚝뚝.


그때 상념에서 벗어나게 하는 노크 소리가 들렸다.


“스카우트 고현승 팀장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잠시만요.”


은미는 작은 손거울로 얼굴과 옷차림을 확인한다. 그녀에게 미모는 가지고 있는 무기 중 하나다.


빈틈 하나라도 보여선 안 된다. 거울 속 자기 모습은 평소처럼 예쁘다.

다만 한 가지.


‘주름이 생긴 것 같은데? 기분 탓이겠지?’


얼굴에 미소를 지운다. 자신은 단장이 아니라 오너라고 생각한다. 차갑고 냉정한 오너가 된다. 이제 한바탕 전쟁을 치러야 한다.


팀장은 신인 선수들이 왜 성적을 못 내고 있는지 납득할 수 있는 대답을 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니까.


“들어오세요.”


은미의 입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새벽 일찍 눈을 뜬 영수는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들여다보았다.


다시 자려고 했는데 잠이 오지 않아서였다. 간단하게 식사했는데도 눈이 멀뚱하다. 그는 인터넷을 실행시켰다.


명색이 야구부 투수 코치인데 아는 지식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운동은 해봤어도 야구를 알려주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 아는 거네.”


초록 창에 뜨는 것은 영수도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현역 시절 때와 달라진 것이 없다.


영수는 외국 사이트에 접속했다. 조금 어색하지만, 인터넷 창이 자동으로 번역을 해줘서 읽는 데 어려움이 없다.


“메커니즘이 이렇게 달라졌구나?”


초록 창에 있는 것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구속을 올리기 위해 어디 부위를 어떻게 단련해야지 말이다.


“도움이 되겠어.”


몰랐던 부분, 새로운 것을 알게 되니 신이 났다. 실전에 적용할 생각을 하니 심장이 두근댄다.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몰두한다.


그러다 문뜩 시선을 옮겨 시계를 확인한다. 새벽 6시. 망했다. 지각이다.


야구부는 오전 수업 시작 전에 아침 운동이 있어서 일찍 가야 한다.


허겁지겁 학교에 가니 정문에 아버.. 교장이 서 있었다.


“이제 오는 거냐.”

“아뇨. 아까 왔는데 출출해서 밖에서 뭐 좀 사 먹고 왔어요.”


영수는 말을 뱉자마자 아차 했다. 학교 근처엔 새벽부터 연 음식점은 없다. 흔한 편의점도 차를 타고 가야 한다.


“···”

“···죄송합니다.”


능청을 떨었지만, 역시나 교장한텐 통하지 않는다.


“왜 이렇게 일찍 나오세요?”

“난 항상 이 시간에 나온다.”

“···”


어색하다. 독립해서 따로 나와 살아서 그런지 더 어색하다.


어렸을 때는 친했다. 그런데 야구를 시작하고 나선 바빠서, 야구를 그만두고 나서는 맨날 욕을 먹어서 사이가 좋지 않다.


살았다. 야구부 아이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전 아이들을 가르쳐야 해서 가보겠습니다.”

“음.”


서둘러 달려온 덕분에 아슬아슬하게 세이프다. 감독은 보이지 않는다.


교장에게 대충 인사를 한 뒤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십니까, 코치님!”

“그래.”


어제 처음 만났을 때와는 180도 달라진 태도. 만족스럽다. 하지만 지금 같은 대우를 받으려면 아이들의 실력을 향상해야 한다.


“지금부터 스트레칭을 시작한다.”

“예!”


기합이 잔뜩 들었다. 영수도 진지해진다. 새벽에 알아봤던 운동 루틴을 떠올린다.

우선 몸을 확실하게 푼다. 그래야 몸이 받는 데미지가 적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이 스트레칭. 그리고 본격적인 운동에 들어간다.


“코치님도 같이하십니까?”

“당연하지. 왜?”

“전 코치님은 구경만 했었거든요.”

“내 몸으로 직접 확인해 가면서 너희들한테 알려줄 생각이거든.”

“···코치님은 뭔가 다른 것 같습니다.”


인터넷은 쉽게 정보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좋은 도구이지만, 누구나 쉽게 정보를 올릴 수 있기도 하다.

잘못된 정보일 수도 있기에 하나하나 직접 하면서 확인해야 한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은 생각보다 책임감이 필요한 일이다.

잘못된 교육은 한 인생을 망칠 수 있게 되므로.


그리고 또 한 가지.

몸을 제대로 만들어서 던지면 구속이 얼마나 나올지 궁금했다.

비록 나이를 먹었더라도 프로 현역 선수들에게 밀리지 않는 구속이 나온다면?

당연히 나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번 자신을 확인해 보고 싶었다.


“러닝부터 시작한다.”

“네!”

“너희 모두 프로를 목표로 하고 있지?”

“예! 프로 될 겁니다!”

“전 대한민국 4번 타자가 될 겁니다!”

“지랄.”

“뭐? 뒤질래?”

“조용. 죽을힘을 다해 따라와야 할 거다. 프로가 되려면.”

“네!”

“나도 죽을힘을 다할 생각이니까.”


아이들이 긴장한다.

심호흡을 뱉은 영수는 달리기 시작했다.


‘일단 몸부터 만들자!’


그런 영수를 교장은 우두커니 서서 바라보고 있었다.




선작과 추천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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