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니 파이어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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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옐로야
작품등록일 :
2023.08.14 05:00
최근연재일 :
2023.10.19 21:20
연재수 :
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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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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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9
글자수 :
284,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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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13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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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54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것은 허구입니다.




DUMMY

2회 마운드에 올라간 권영수는 1회처럼 무시한 공을 뿌렸다.


쇄애애액.

퍼어엉!


“스트라이크!”

“스트라이크!”

“스트라이크, 아웃!”


타자는 삼진을 당하거나.


따악!


“으아아악! 내 배트!”


배트가 부러졌다. 또는 빗맞은 타구에 1루를 밟지 못하고 아웃된다.


기린 타자들은 부릅뜬 눈으로 공을 노려보며 타이밍을 잡는다. 배트가 부러졌는데 출루까지 못 할 순 없다. 그리고 칠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을 때 배트를 냈지만, 결과는 똑같다.


“아웃! 공수 체인지!”


그렇게 타자 한 명, 한 명씩 잡아갈 때마다 권영수는 희열을 느꼈다. 이제 그의 인생에 있어서 야구는 전부다.


공 하나 던질 때 모든 정성을 쏟았다. 나이가 들었지만, 그의 몸은 20대인 것처럼 팔팔하다.


“하아.”

“왜 이렇게 잘 던지는데?”

“돌겠네.”


기린 타자들은 투덜댄다. 그만큼 권영수의 공은 위력적이다. 한국에선 흔히 볼 수 없는 공. 드림이 수비하는 것을 즐겨 보지 않는 팬들도 권영수의 피칭은 재미있어한다.


“바로 그거지!”

“끝내주네!”


공격적인 피칭. 아무것도 못 하는 기린의 타자들. 1루를 밟지 못하고 물러가기 때문이다.


타자들도 프로에 올라온 만큼 빠른 공에 많은 경험을 겪어도 나름의 대처법도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권영수의 공은 건드리지 못한다. 그 이유는 별 것 없다. 그들이 봐온 투수보다 더 빠르고 공 끝이 살아있으니까.


구종도 예측하기 힘들다. 어떨 때는 포심만 던진다. 그러다 커터, 스위퍼, 슬라이더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일쑤였다.


그렇게 당한 타자는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X발!”


아무것도 못 했다는 분함에 그들은 더그아웃에 들어오자마자 욕지거리를 뱉었다. 지켜보던 다른 선수들도 비슷했다.


“저걸 어떻게 치라고.”

“그냥 우리랑 차원이 다른 투수 같은데?”

“···내년에 또 권영수 상대해야 하는 거야?”

“오 빌어먹을.”

“은퇴할까?”


그렇다고 기린 팀이 경기를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점수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드림도 마찬가지였으니까.



***




“아웃!”


[삼진! 쓰리아웃 체인지! 기린의 차도진이 삼진으로 2회를 마무리합니다!]

[역시 차도진. 이대로 호락호락 질 수는 없다는 거죠!]

[드림에 권영진이 있다면, 기린에는 차도진이 있습니다!]

[오늘 경기 투수전이 될 것 같은데요?]


차도진도 드림을 삼자범퇴로 끝내버렸다.

경기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감탄했다.

┖한국 타고투저 아니었나? 오늘만 보면 타저투고인데?

┖타병투신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어서 시작된 3회. 권영수는 오늘 처음 마운드에 오르는 것처럼 공을 뿌렸다.


[삼진! 권영수 선수 3회에만 2번째 탈삼진을 기록하며 완벽하게 기린을 틀어막습니다!]

[이야. 진짜 대단한데요? 지금까지 퍼펙트입니다. 타자가 한 명도 1루를 밟지 못했어요.]


기린은 정규시즌 1위를 한 팀이다. 결코 만만한 실력은 아니지만, 하위타선을 무참히 밟아버린다.


그리고 마운드에 다시 올라온 차도진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입장에서 드림 하위 타선은 배트를 들고 있는 통나무나 다름없었다. 투수 놀음이 뭔지 제대로 즐기고 있다.


권영수처럼 160을 던지지는 못하지만, 한 명씩 잡아간다.


[높게 뜬 공! 유격수가 처리하는군요.]

[차도진도 무실점으로 3회를 마무리합니다.]

[양 팀 모두 한 명의 타자도 출루시키지 않았는데요. 언제까지 퍼펙트 게임이 이어질지 기대가 큽니다!]

[대단해요. 권영수! 차도진!]

[두 선수 모두 좌완 파이어볼러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차도진의 기대 이상의 피칭. 경기는 치열하게 흘러간다. 차도진은 슬쩍 권영수를 바라봤다.


‘내가 이긴다.’


기린은 이미 한 번 패했다. 실력과 체력으로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 기린. 손쉬운 승리를 예상하였는데 2연패를 당할 순 없다.


그것도 상대가 드림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차도진은 마음속으로 권영수의 공이 더 좋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팀이 질 것 같다고 물으면 그건 아니다. 타자의 실력은 기린이 더 좋기 때문이다. 지금은 점수를 내지 못하고 있지만, 금방 내리라 생각했다.


차도진의 퍼펙트는 6회까지 계속되었다. 그러나 7회. 어깨에 통증이 느껴지고 힘이 빠지기 시작하더니 퍼펙트가 깨진다.


따악!


[쳤습니다! 안타! 높습니다! 타구는 우중간! 우중간!]


공이 높게 떠오른 순간 사람들은 생각했다.


“외야 플레이인가.’


타구가 너무 높다. 공이 떨어지는 지점에 우익수와 중견수가 모인다. 그대로 아웃될 거로 생각했다.


툭.


하지만 그대로 안타. 우익수, 중견수 모두 조명에 가려진 공을 잡지 못한다. 우익수는 옅은 선글라스는 끼고 있었지만, 소용없다.


“으아아아악!”

“말도 안 돼!”


관중석에서 탄식이 쏟아진다. 그러면서 주자는 2루까지 아슬아슬하게 세이프.


기회다. 드림은 상위타선. 점수를 낼 수 있다. 무사 2루. 주자는 리드오프라서 발이 빠르다.


그때 가만히 앉아있던 마크 소우주가 슬쩍 사인을 낸다. 투수 경기. 단 1점만 낼 수 있다면 오늘 경기 이길 수 있다.


동시에 기린 팀 감독은 수상한 점을 느꼈다.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드림 감독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그도 단순히 운으로 정규시즌에서 1등을 차지한 것이 아니다.


‘번트겠군.’


확실하다. 번트 말고는 없다. 선수들에게 전진 수비를 지시한다. 그리고 포수에겐 높은 패스트볼 사인을 보내라고 했다.


번트는 물론이고 도루까지 대비할 수 있다.


‘무슨 수를 써도 막는다.’


대비는 완벽하다. 이제 나머진 선수들 몫이다. 차도진이 공을 던졌고, 드림 타자는 예상대로 기습 번트를 시도했다.


따악!


그러나 파울. 기린 감독은 순간적으로 옅은 미소를 지었다. 금세 사라지긴 했지만, 그의 예상대로 흘러간다.


이젠 드림 타자가 대놓고 번트 자세를 취한다.


하지만 또 파울. 번트를 대놓고 사용하는데 당해줄 수 없다.


“이번에도 번트를 댈까요?”

“글쎄.”


2연속 파울. 즉, 2스트라이크다. 여기서 또 번트를 시도했을 때 파울이 나오거나 헛스윙이면 삼진 아웃이 된다.


그것을 모르는지 타자는 여전히 번트 자세를 취하고 있다.


“번트 안 댈 거야. 바깥쪽 빠지는 포심을 던지라고 해.”

“예.”


번트를 하든 하지 않든 상관없다. 차도진은 잘 해낼 것이다. 그가 투구자세를 취한다. 키깅에 들어가는 동시에 타자가 번트를 풀고 정상적으로 타격할 자세를 잡는다.


‘속임수였나.’


예상했던 일. 타자가 배트를 휘두르지만, 바깥쪽 빠지는 공에 헛스윙이 되고 만다.


삼진 아웃. 위기를 삼진으로 극복한다. 그렇다고 위기가 끝난 것은 아니다.


1아웃 주자 2루.


“차도진이 힘이 빠진 것 같습니다. 다음 투수를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지.”

“예.”


다음 타자는 마렉 하우스의 희생 플라이. 주자는 3루까지 살아가는데 성공했지만, 2아웃이 되고 만다.


마크 소우주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지금 희생플라이가 되는 것이 아니라, 방금 아웃되기 전에 돼야 했었다.


그랬으면 1점 추가했을 것이다. 이어서 올라온 선수는 한승진. 팬들은 그에게 기대를 걸었다.


“한승진이면 뭔가 해줄지도 몰라.”

“가라!”

“한 방 쳐!”


하지만 마크 소우주는 한승진에게 기대를 걸지 않았다. 그는 기복이 있다. 잘할 때는 잘하지만, 못할 때는 엄청나게 못한다.


홈런 행진도 끝나서 팬티도 새 걸로 갈아입었는지 냄새도 나지 않는다.


뭣보다 사람들은 한승진을 거포형 타자로 생각하지만, 마크 소우주가 볼 때는 아니었다.


중장거리형 타자다. 그는 팬스 거리가 짧은 특정 경기장에서만 홈런을 많이 뽑아낸다. 팬티를 갈아입으면 홈런 행진이 끝나거나 하는 징크스가 아니라 경기장에 따라 홈런이 차이가 나는 것이다.


팬스 거리가 긴 곳에선 중장거리 안타가 많이 나온다. 타율도 3할. 나쁜 선수는 아니지만, 이번 경기에서 크게 기대를 해보긴 어렵다.


훈련은 제법 성실하게 받는 것 같지만, 술 먹고 노는 것도 좋아한다. 이러한 것들을 종합해 볼 때 크게 기대하긴 어렵다.


“스트라이크!”


초구는 포심 패스트볼. 지쳤는지 구위가 약해진 것처럼 보인다.


“스트라이크!”


2구는 헛스윙. 바깥쪽 빠지는 슬라이더에 속아 넘어간다.


“볼!”


이번에도 빠지는 슬라이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지켜본다. 팬스 거리가 길다고 홈런을 아예 못 치는 선수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확률이 낮을 뿐이다.


포수와 투수가 사인 교환을 한참이나 하더니 결국 투수가 고개를 끄덕인다.


따악!


그때 한승진이 완벽한 타이밍에 배트를 휘둘렀다. 타구 각도가 조금 높다. 불안하다.


‘플라이 아웃인가.’


마크 소우주는 타구를 보며 생각했다. 각도가 괜찮았으면 홈런인데 힘이 조금 부족하다. 곧 공이 떨어질 것으로 생각했다.


“어? 어어!”

“설마?”

“아니겠지?”

“혹시?”


그런데 공이 예상했던 것보다 한참을 뻗어나간다. 진작에 떨어졌어야 했을 공이 계속해서 하늘을 난다.


타구를 바라보던 마크 소우주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른 선수들도 하나둘씩 일어선다.


꿀꺽.


누군가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린다. 잠시 경기장엔 고요함이 흐른다. 이 순간만큼은 경기장에 모인 수만 명의 사람들과 티브이로 시청하던 사람들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공을 바라본다.


공이 멀어질수록 마크 소우주의 눈도 튀어나올 듯이 커진다. 진작 떨어졌어야 하는데 계속해서 날아가더니 기어코 담장을 넘겨버렸다.


[홈런! 홈런입니다! 한승진이 7회에 투런 홈런을 쏘아 올립니다!]

[이번 홈런은 큽니다!]

[승부의 균형을 깨는 한승진의 홈런!]

[시원스럽게 넘어가네요.]


오래 기다렸던 점수가 터지자 드림 팬들은 난리가 났다. 서로 부둥켜안고 방방 뛴다. 경기장은 우레와 같은 함성으로 뒤덮인다.


“이야야야아아아!”

“한승진! 한승진!”


2점 홈런이다. 마크 소우주는 여유롭게 그라운드를 도는 한승진에게 주먹을 불끈 쥔 손을 뻗으며 환호를 보냈다.


“믿고 있었다고! 해낼 줄 알았어!”

“눈초리는 전혀 아니었습니다만?”


옆에서 오랫동안 함께 일해온 수석 코치가 뭐라 말했지만, 함성에 묻혀서 들리지 않는다.


“우하하하하.”

“역시 한승진!”

“으아아아아!”


홈을 밝고 들어오는 한승진의 머리를 두들겨 주었다. 드림은 이후 추가 점수를 내지 못했다.

드림은 이후 추가 점수를 내지 못했다.


그리고 이제 마운드에는 권영수가 올라갈 차례였다.




선작과 추천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실수로 예약을 잘못 걸어서 의도치 않게 연참이 됐습니다;;

다음 화는 월요일 오후 9시 20분에 연재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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