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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옐로야
작품등록일 :
2023.08.14 05:00
최근연재일 :
2023.10.19 21:20
연재수 :
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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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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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9
글자수 :
284,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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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19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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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7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것은 허구입니다.




DUMMY

7.




‘요즘 자꾸 깜빡, 깜빡한단 말이야.’


야구부실에 지갑과 핸드폰을 놓고 나온 것이다. 야구부 감독은 한숨을 쉬며 돌아갔다.


돌아갈 수밖에 없다.


단순히 지갑을 놓고 나왔으면 유턴하지 않고 집으로 갔겠지만, 핸드폰까지 있어서 학교로 돌아왔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어느 순간부터 머리가 빠르게 안 돌아가는 느낌이 든다. 혹시······ 아닐 것이다. 아직 치매에 걸리기엔 나이가 너무 이르다.


절대 아니다. 그럴 리 없다.


자식들 시집, 장가도 못 보냈는데 벌써 치매에 걸릴 수는 없다. 나쁜 생각을 떨쳐내기 위해 머리를 흔든다.


그렇게 야구부실에 간다. 그런데 도착하니 훈련장에 불이 켜져 있다.


‘불을 안 끄고가? 이 새끼들 뒤졌다.’


내일 한바탕 난리를 쳐야겠다고 생각한다.


퍽.


그런데 뭔가 소리가 들린다. 밤에는 소리가 더욱 크게 들리는 법. 감독은 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걸었다.


퍽!


누군가 피칭을 하고 있다. 소리가 제법 크다.


‘투수 중에 이런 소리를 낼 수 있는 녀석이 있던가? 밤이라 소리가 크게 들리는 거겠지.’


궁금증이 생긴다. 하지만 말려야 한다. 과한 훈련은 되려 몸을 망치게 한다.


얼굴을 확인한 감독의 눈이 커졌다. 공을 던지고 있는 사람은 부원이 아니라 권영수였다.


부원들 앞에서 피칭했던 기억을 떠올린다. 그때도 좋은 공을 던진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더 좋다.


‘근육도 더 커진 것 같은데? 설마 프로를 노리는 건 아니겠지?’


사회인 야구를 하기엔 공이 묵직하다.


권영수의 피칭을 구경하던 감독은 조심스럽게 훈련장을 빠져나왔다. 야구부원이면 뜯어말려야겠지만, 권영수 코치는 말릴 이유가 없다.




***




다음 날.

영수는 부원들과 아침 운동을 마치고 야구부실로 가는데 붙잡는 선생이 있었다.


“영수 쌤. 아, 이제 코치라고 불러야 하나?”


처음 학교에 왔을 때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준 김 선생.


“편하신 대로 부르시면 됩니다. 코치지만, 임시거든요.”


김 선생이 영수의 몸을 본다.


“몸이 엄청나게 좋아졌는데? 근육 커지는 약이라도 먹은 거 아니야?”

“스테로이드요 아니에요. 그냥 아이들하고 같이 훈련하니까 몸이 좋아졌어요.”

“쌤할 때보다 더 열심히 하는 것 같아?”

“교장 쌤 잔소리를 안 들어서 좋긴 해요.”

“하핫. 영수 쌤.”

“네?”

“호진이 전학 가는 거 들었어?”

“아니요?”


처음 듣는 소리다. 사실 관심은 있었다. 담임을 맡은 선생에 대한 걱정도 있었고. 그러나 훈련하고, 투구에 관해 공부하느라 관심을 가질 시간이 없었다.


“그렇게 됐어. 교장 쌤이 한국대 갈 인재 하나 놓쳤다고 안타까워하셔.”

“하하하핫. 당분간 눈에 안 띄게 조심해야겠네요.”


영수는 호진이 담임을 만나 어떻게 했는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몇 달을 버티다 더는 못하고 사직서를 제출했었는데 어떻게 대처했는지.

영수는 커피 한 캔 사서 찾아갈까 하다가 그만두기로 한다.


그것보다는 요즘 보고 있는 투구 관련된 자료를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조금만 더 하면 구속을 올리고, 제구력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악성 학부모 대처 방법은 나중에 물어도 된다.


며칠 뒤 다른 학교 야구부와 연습 경기가 있다. 그에 대비도 해야 한다.

영수는 서둘러 발걸음을 옮긴다.




***




“최 비서가 최고라니까? 많이 먹어요.”


은미는 최 비서와 사무실에서 스테이크 도시락을 먹고 있었다.


한우 스테이크 위에 진학 갈색 소스가 뿌려져 있다. 그 옆에는 구운 양배추와 아스파라거스가 먹음직스럽게 있다.


“또 무슨 일을 시키려고.”

“잘해서 그렇지. 최 비서가 붙여놓은 사람이 증거를 찾았잖아? 설마 스카우트하고 감독까지 붙어서 해 먹고 있을 줄 누가 알았겠어?”

“그래도 맛은 있네요. 부드럽고. 제가 딱 좋아하는 굽기네요.”

“이 집 엄청 비싸. 어서 먹어. 부족하면 내 것도 먹어.”


은미가 고기 한 점을 최 비서의 도시락에 올려준다.


“감사합니다.”


은미는 열심히 먹는 최 비서를 웃으며 바라본다. 그러다 자기도 한 점 젓가락으로 집어서 입 안에 넣는다.


고기를 씹으니 입 안이 육즙으로 가득 채운다. 한우 특유의 향이 느껴지고, 소스가 풍미를 더한다.


질기지도 않고 부드러운 질감까지.


“참. 그 사람 알아봤어?”

“변태 도둑을 잡은 남자를 말씀하십니까?”

“응.”

“아랑고에서 야구 코치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 음. 일단 알겠어.”


야구 코치라. 실력은 어떨까? 어떤 남자일까? 일은? 궁금증이 더 깊어진다. 야구 코치면 구단에 영입해도 괜찮지 않을까?

마침 감독하고 코치도 대거 해고했는데?

그때 한창 먹고 있는데 노크 소리가 들렸다.


“감사팀 차혜연입니다.”

“들어와요. 우리만 먹어서 미안하네. 밥 먹었어요?”

“아직 식사 전입니다만 다이어트 중이라 전 괜찮습니다. 식사 중인지 모르고 들어왔는데 이따가 다시 와서 보고할까요?”

“괜찮아요. 하세요. 보고.”

“예. 스카우트 팀장과 감독을 비롯해 비리에 가담한 직원들의 증거를 검찰에 넘겼습니다. 곧 수사가 시작될 겁니다.”

“좋아요.”

“그리고 비리와 관련된 직원들 모두 해고할 겁니다.”


차혜연이 나가고 은미는 기분이 더욱 좋아진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일 하나를 해치운 느낌이다.


“생각해 두신 차기 감독님이 있습니까?”

“아니. 최 비서는.”

“저도 없습니다.”

“그럼, 미국에 쓸만한 감독 있나 알아보자.”

“외국인 감독을요?”

“응. 야구하면 미국이잖아. 뭔가 다르겠지.”


좋은 생각이다. 돈이 좀 들어서 그렇지. 실제로도 외국인 감독이 와서 정상급 구단으로 변신시킨 사례가 여럿 있다. 최 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은미의 전화기가 울린다.

언니 이수미였다.


“어, 언니 무슨 일이야? 어, 어. 어. 알겠어.”


전화를 끊고 은미가 들고 있던 젓가락을 내려놓는다. 살짝 인상을 쓰며 제로 탄산음료를 들이켠다.


최 비서가 긴장한다. 은미는 가족과 만나거나 전화 통화를 하면 기분이 안 좋아진다.


“본사에 들어가 봐야겠네. 아버지가 나 찾는데.”

“준비하겠습니다.”

“최 비서는 다 먹어. 난 입맛이 없네.”

“단장님이 안 드시는데 제가 어떻게 먹습니까.”

“밥 먹고 그 인간들 보면 체한단 말이야. 나는.”

“배부릅니다.”

“피, 거짓말.”


제롬 기업의 이 회장.

드림 구단의 단장직에 앉힌 사람이다. 그가 찾고 있다. 가야 한다.




***




스포츠 사이언스가 발달하면서 투수들의 평균 구속도 상승했다. 부상에서 더 안전하고 빠르게 던진다.


시작은 미국이었다. 원래 빨랐는데 투수들의 구속은 더욱 빨라졌다.


그걸 일본이 빠르게 받아들였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일본인 투수가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하지만 한국은 평균 구속 147km로 WBC에 참가한 20개 팀 중 14위에 그치며 조기 탈락하게 된다.


겸업하는 아마추어팀을 상대로도 패배하는 수모를 당한다.


한국도 선진 스포츠 사이언스를 뒤늦게 받아들여 구속이 상승하기 시작했지만, 따라가기 급급할 뿐이었다.


‘나 때보다 구속이 더 안 좋단 말이야.’


영수는 투수들을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사실 영수가 학생이었을 때보다 평균 구속은 더 높았다.


야구는 엘리트 스포츠다. 체격이 좋아지고, 어렸을 때부터 전문적으로 훈련을 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수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게 아니라니까. 잘 봐봐.”


영수는 마운드에 서서 자세를 잡았다.


“온몸을 써야 해. 큰 키, 하체, 코어, 어깨, 모두! 던질 땐 이 악물고 던지는 거야!”


세트 포지션을 시작으로 영수의 몸이 부드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강하고 묵직하다.


그렇게 날아간 공은 포수의 미트에 굉음을 내며 꽂혔다.


슈우욱!

빠악!

슈우욱!

빠악!


교과서에 실릴법한 자세였다. 컴퓨터로 찍어내듯 똑같은 릴리스 포인트.


그 공을 본 부원들은 감탄했다.


“코치님이 투수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저희보다 더 잘 던지는데요?”

“내가 코치지 선수냐?”

“선수 겸 코치도 있잖아요. 선수 겸 감독도 있는데.”

“은퇴한 지 10년도 넘었어.”

“공이 이렇게 빠른데요?”

“현역 도전하셔도 되겠어요.”


하지만 정작 제일 놀란 사람은 영수였다. 구속을 측정한 것은 아니었지만, 선수 때 던졌던 것만큼 구속이 나온 느낌이었다.


이상한 일이다. 참으로 이상하다.

드림에서 입단 테스트가 열리면 한번 가봐야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은 야구부원들을 가르쳐야 할 때다.


영수는 인터넷을 뒤져 논문을 보고 알아낸 최신 스포츠 사이언스를 기반으로 한 트레이닝을 시켰다.


아이들도 영수의 말을 잘 따랐다.

직접 눈앞에서 굉장한 공을 뿌리는데 믿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고 영수에게 코칭을 받을 때마다 실력이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


“코치님. 그런데 혹시 프로 준비하십니까?”

“응? 웬 프로?”

“몸이 갈수록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공도 더 무거워지고.”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훈련에나 집중해. 내일 연습 시합하고 있는데.”

“걱정하지 마십쇼! 한 명도 출루시키지 않을 테니.”

“얼씨구.”




***




다음 날.

학교에 초령 야구부가 도착했고, 이라고 야구부원들은 눈이 이글이글 타올랐다.


“오늘 무조건 이긴다.”

“그럼. 죽어도 이겨야지.”

“오늘 지면 자살한다.”


고등부 야구 대회는 날이 추워지는 겨울을 피해서 1년에 6개가 열린다.

곧 대회가 열리기 때문에 부원들도 각오를 다졌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십니까!”

“못 보던 얼굴이네요?”

“예. 원래 체육 선생인데 전 코치님이 일이 생겨서 제가 임시로 투수코치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요? 오늘 잘해봅시다.”


양 팀이 서로 인사를 나눈다. 부원들은 눈에서 불을 뿜으며 노려보지만, 코치와 감독은 겉으로 봤을 땐 사이가 좋아 보였다.


“초령고에도 못 보던 얼굴이 있네요?”

“하하. 전 감독하고 친구 사이입니다. 최고야구 PD이기도 하고요. 경기 섭외 차 겸사겸사 들른 거니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 그래요? 최고야구 잘 보고 있습니다.”


최고야구는 야구 예능프로그램이다. 은퇴하거나 프로가 되지 못한 사람들을 모아 선수단을 꾸려서 다른 팀과 경기한다.


“잠깐, 너 영수 아니니?”


초령고 코치가 영수를 보고 아는 척을 한다.


“!”

“맞네. 새끼. 팔 병신 되고 야구 안 한다더니 여기서 코치하고 있네.”


이 새끼가 여기 왜 여기 있을까?

영수의 눈도 이글이글 타오르기 시작한다.




선작과 추천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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