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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옐로야
작품등록일 :
2023.08.14 05:00
최근연재일 :
2023.10.19 21:20
연재수 :
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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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4,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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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18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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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57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것은 허구입니다.




DUMMY

“오늘 경기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2연승을 거두기는 했지만, 한 번만 더 패배하면 한국시리즈는 이대로 끝이다. 그런데도 기린 감독은 자신 있다는 얼굴로 입을 연다.


“당연히 기린이 이깁니다. 상대는 드림 아닙니까?”

“오늘 드림의 선발 투수는 권영수입니다. 저번 대결에서 퍼펙트게임 직전까지 갔었습니다. 그에 대한 대비책이 있습니까?”

“당연하지요. 오늘 권영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겁니다.”


기린 감독은 승리를 자신하며 기자들에게 호언장담했다. 권영수에 대해 새롭게 분석하고 전략을 수립했다. 이기는 것은 시간문제다.


권영수가 아무리 잘해도 생각대로 경기가 흘러가면 기린의 승리로 끝날 것이다. 변수는 없다.


1회 초.


따악!


높다. 오늘 드림 타자들의 타격이 날카롭다. 벌써 주자가 2명이나 나갔다. 하지만 3번 타자로 올라간 라이언 존슨은 중견수 플라이 아웃.


쇄애애액.


2루에 있던 주자가 달린다. 중견수가 홈으로 던질 거로 생각하는 듯싶다. 그러나 중견수는 3루로 송구.


“아웃!”


다행히 3루에서 아웃 하나를 추가로 만들어 냈다. 그 사이 3루에 있던 주자는 홈인. 확실하게 아웃 2개를 잡았으니, 중견수의 판단은 나쁘지 않다. 나이가 들어서 홈까지 던질 수 있는 어깨를 가지고 있지도 않다.


“감독님. 득점 인정 안 됐는데요?”

“뭐?”

“주자가 홈에 들어오는 것보다 3루에서 아웃이 먼저래요. 그래서 득점 인정이 안 된답니다.”

“푸하하하하.”


3루 주자가 설렁설렁 뛰긴 했다. 그런데 득점 인정이 아니라니. 기린으로선 환영할 일이다.


오늘도 드림은 드림다운 야구를 하고 있다. 그리고 이어진 1회 말.


권영수는 4일 전 9회까지 던졌다. 100퍼센트 정상 컨디션일 수가 없다.


첫 번째 작전은 투구수 소모하기다. 뻔하지만 그만큼 효과는 확실하다.


“일단 2스트라이크가 되기 전엔 방망이 휘두를 생각하지 마라.”

“네!”

“그리고 안타보다는 커트하는 데 집중할 것. 우리의 목적은 출루가 아니다. 권영수를 끌어 내려야 한다.”


이미 선수들 귀에 딱지가 생기도록 많이 말했다. 하지만 선수들에게 한 번 더 말해서 상기시킨다.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다.


“알겠습니다!”


권영수의 투구 수를 늘려서 교체시키려는 의도였다.


“아웃!”

“아웃!”

“아웃!”


순식간에 끝난 1회. 권영수는 공9 개를 던졌다. 탈삼진 3개. 공을 더 많이 던졌으면 했지만,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결과다.


어차피 2스트라이크 전까지 배트를 휘두르지 말라 했으니 경기 초반엔 삼진이 나올 거라고 예상했던 결과다.


지금 당장은 삼진이 많지만, 권영수의 공에 익숙해질 테니 손해는 아니다. 경기는 길게 봐야 한다.


이어진 2회.

드림 타자들은 한결같이 야구를 못했다. 어떻게 한국 시리즈까지 올라왔는지 궁금할 정도다. 아니, 어떻게 저런 실력으로 프로가 됐는지 궁금하다.


기린의 선발 투수 차도진이 잘 던지긴 했다. 그러나 저런 선수들을 데리고 있을 드림 감독이 불쌍했다.


권영수가 그랬던 것처럼 탈삼진 2개를 잡아낸 차도진은 활짝 웃으며 더그아웃으로 들어온다.


“잘했다.”

“예!”

“지금처럼만 던지면 된다.”


생각보다 권영수의 공이 매섭긴 하지만, 곧 힘이 빠질 것이다.


“아웃!”

“아웃!”

“아웃!”


6연속 탈 삼진. 평균 구속 165킬로미터. 2회에도 노 히트 노런을 당했으나 기린 감독의 표정은 여유로웠다. 경기 초반이다. 이제 겨우 2회.


아직 공격 기회는 많이 남아있다. 기린 감독은 선수들을 격려했다.


“괜찮아. 괜찮아. 속상해할 필요 없다. 우린 권영수의 투구수를 빼는 것이 목표다!”

“···네.”


이건 현실이다. 소설이나 게임이 아니다. 생각보다 권영수의 공이 좋긴 하다.


6연속 탈삼진은 예상에 없던 일. 상관없다. 어차피 모든 것을 예측할 수는 없다.


사람이라면 힘이 빠지게 되어 있다. 권영수의 구위가 곧 떨어질 거로 생각했다.


3회.

권영수가 힘을 조금 빼고 던진 것인지 힘이 빠진 건지는 모르겠지만, 구속이 떨어졌다.


물론 여전히 그의 포심 패스트볼은 152킬로미터. 빠르긴 하지만 힘이 빠진 것이 맞으면 경기는 작전대로 흘러가고 있다.


따악!


좌익수 플라이 아웃. 그리고 내야 땅볼. 흠. 경기 전 타자들에게 요구했던 파울은 나오지 않고 있지만, 아직까진 괜찮다.


전략은 먹히고 있다. 2회까지 공을 건드리지도 못했던 타자들이다. 아웃되긴 했지만, 건드리는 데 성공했다. 어차피 하위 타선이라 크게 기대하지도 않았다.


기린 감독은 곧 점수도 나올 거로 생각했다.


3회 탈삼진 1개를 내주며 끝. 이어진 4회.


쇄애애액.

따악!


하이 포심 패스트볼. 타자가 치는 데 성공했으나 우익수가 잡으며 그대로 아웃.


다음 타자도 공을 건드리는 데 성공하긴 했다. 문젠 배트에 맞은 공이 바운드됐다가 바로 포수 미트에 들어가 버렸다.


“슬라이더지?”

“예.”

“이런.”


타다다다닥.


1루를 향해 질주했으나 아웃. 관중들은 열심히 뛴 그에게 박수를 보냈다. 10이면 10 아웃될 것이 분명했는데도 노력하는 그를 위로하는 거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그러나 기린 감독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작전대로라면 지금 시점에선 득점 기회가 나와야 한다. 그리고 권영수의 구위는 더 떨어져야 했다.


하지만 기린 타자들은 1루까지 출루조차 못 하고 있다. 뭔가 경기가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


코치, 전력분석관들과 함께 눈이 빠져라, 권영수에! 대해 새로 분석했는데 실력이 더 좋아진 것처럼 보인다.


“오오오오오오오!”

“권영수! 권영수!”


더그아웃을 향해 들어가는 권영수에게 박수갈채가 쏟아진다.


동시에 해설의 목소리도 점점 커진다. 뛰어난 피칭에 흥분하기 시작했다.


[대단합니다! 권영수! 기린 감독이 경기 시작 전에 권영수를 막을 비책이 있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제가 봤을 때는 하나도 통하고 있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노 히트 노런이에요!]

[오늘 퍼펙트게임이 나올 수 있다는 말씀입니까?]

[지금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권영수라면 해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5회.


“차도진 투구 수가 몇 개지?”

“63개입니다.”

“6회까진 던질 수 있겠어. 무리하면 7회도 가능하겠지.”


뒤가 없는 상황. 무리해서라도 던져야 한다. 어차피 한국시리즈만 끝나면 다음 시즌 시작 전까진 휴가다.


“그렇습니다.”


수석 코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따악!


타격 소리에 둘의 고개가 동시에 돌아갔다. 타자는 라이언 존슨.


타구를 바라보던 기린 감독은 안심했다.


‘아웃이군.’


라이언 존슨은 외국인 용병답게 힘이 좋다. 하지만 홈런을 칠 타구는 아니라 생각했다. 야구만 수십 년을 했다. 이젠 대충 봐도 결과가 보인다.


‘권영수에 대한 다음 작전을 준비해야겠어.’


그는 다음 타석에 올라갈 타자를 불렀다.


“기습 번트를 시도하게.”

“예?”

“기습 번트하라고.”

“···지금 노히트 노런 아닙니까? 그런데 번트를 대는 것은 불문율 아닙니까?”

“1회에 번트를 대나 9회에 번트를 대나 똑같은 거 아닌가? 투수가 번트를 맞기 어려운 공을 던지면 될 일이지.”

“···일단 알겠습니다.”


타자의 반응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노히트 노런이 깨지면 저 권영수도 정신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으리라.


그렇게 다음 작전을 지시하고 있을 때였다.


“우와아아아아!”

“라이언! 라이언! 라이언!”

“끼야아아아아악!”


갑자기 관중석이 들끓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늘에선 폭죽이 터졌다.


꽈과과과광.


“꺄아아아악”


그에 맞춰 관중들이 지르는 함성은 더욱 커진다.


“홈런? 홈런을 맞았단 말이야!”

“···그런 것 같습니다.”


드림의 홈런은 감독의 시나리오에 없던 일이다.



***



“흐흐흐흐.”


마크 소우주는 웃음을 흘린다. 경악한 얼굴의 기린 감독을 보고 있으면 웃음이 안 나올 수가 없었다.


“코미디가 따로 없군.”

“···죄송합니다.”

“크흑. 더 분발하겠습니다!”


기린 감독한테 말한 거였는데 왜 타자들이 죄송해하는지 참으로 답답하다.


스스로 찔려서 저러는 것 같다. 그래도 영어를 알아듣고 저리 말하는 선수는 조금은 낫다. 영어를 못해서 멍청하게 눈을 깜빡이는 녀석들을 보고 있으면 한숨이 나온다.


“어휴.”


어쨌든 홈런을 치고 들어오는 라이언 존슨에게 건넸다.


턱.


“잘했다.”


이어서 한승진도 홈런을 치기 위한 스윙을 시도했지만.


따악!


좌익수가 공을 잡아내며 그대로 5회는 종료됐다. 이어서 권영수가 마운드에 올라갔다.


넓은 등을 보고 있으면 참으로 믿음직스럽다. 양키스가 지금 경기를 보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9회까지 노히트 노런을 유지한다면 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계약금을 줘야 할 것이다.


편안한 마음으로 그라운드를 바라보던 마크 소우주의 눈이 찢어질 듯이 커졌다. 상대 타자가 기습 번트를 시도한 것이다.


다행히 공은 미트에 빨려 들어왔으나 상대 투수가 대기록을 세울 수 있도록 번트를 대는 것은 하면 안 되는 불문율이다.


“저 개XX가!”


마크 소우주는 더그아웃에서 제일 먼저 뛰쳐나가 상대 타자에게 달려들었다.


“막아!”

“감독님 잡아!”

“라이언! 달려!”


그 모습에 먼저 뛰쳐나가려던 라이언 존슨은 얼떨결에 감독을 막았다. 자칫 감독이 벤치클리어링을 일으키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


그것도 외국인 감독. 오늘 경기에서 감독이 퇴장당하면 큰일이다. 감독이 퇴장당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야! 이 XXX놈아! 죽여버린다!”

“워워! 컴 다운! 진정해요!”

“컴? 들어오라고?”

“아니, 아니. Come이 아니라 calm이라고!”

“죽여버리겠다!”


감독이 아무리 날뛰어도 하루 종일 운동만 하는 선수들을 이겨낼 수 없는 법. 감독은 주먹을 날릴 표정을 지었으나 뒤에서 붙잡은 라이언 존슨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야! 니가 가서 좀 말려봐.”

“뭐? 니가? 너 지금 나랑 감독님한테 니가라고 했어!”

“왜 니가 화를 내는 거야? 거기 감독님이나 꽉 붙들고 있어!”


같은 흑인들끼리는 심심하면 나오는 단어가 니가다. 하지만 다른 인종이 니가라는 말은 참을 수 없는 흑인 비하 발언이다.


마크 소우주는 자신을 구속하던 힘이 사라진 것을 느꼈다. 설마?


“죽인다!”


라이언 존슨이 타자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막아!”

“니가는 네가 생각하는 그 뜻이 아니라고!”

“워워!”



[마크 소우주 감독이 권영수 선수를 많이 아끼는 것 같습니다. 그의 기록을 세우는 데 방해하지 말라고 항의하는 거거든요.]

[그렇습니까?]

[예. 한번 저런 일이 발생하면 또 기습 번트를 대기 좀 그렇거든요.]

[그러면 또 기습번트가 나오면 어떻게 할까요?]

[···버스가 불에 탈 수도 있습니다. 드림 팬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까요.]




선작과 추천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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