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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옐로야
작품등록일 :
2023.08.14 05:00
최근연재일 :
2023.10.19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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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25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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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12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것은 허구입니다.




DUMMY

12.




두 타자 모두 자신의 공을 건드리지 못하자 영수는 자신감에 불탔다.


통한다. 프로 무대에서 터줏대감으로 군림하던 자들이다. 그런 자들이 공을 건드리지도 못한다.


그것을 깨달은 영수는 냉정한 눈으로 타석을 바라봤다.


포수가 몸쪽 스트라이크 존에 공 반 개 정도 걸치는 위치를 요구한다.

타자가 가까이 붙어있어서 제구에 자신 없으면 던지기 힘든 곳이었다.

타자를 맞출 수 있다는 부담감을 가진 채로 던져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수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권영수 선수 웃고 있어요!]

[자신 있다는 거죠. 정대만은 치지 못한다. 무조건 스트라이크라는 겁니다.]

[대단한데요? 아마추어가 레전드 선수를 상대로 웃고 있습니다!]


해설위원이 놀라고 있을 때 영수는 2구를 던졌다.




***




정대만이 스트라이크 존에 한발 가까이 붙은 것은 투수를 흔들리게 하기 위해서였다.


투수가 흔들리면 제구도 흔들린다. 공이 한가운데로 몰리거나 타자의 몸에 맞는 공이 나온다.


특히나 상대 투수는 아마추어기 때문에 이런 신경전에 더욱 휘둘릴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웃어?’


정대만의 눈에 똑똑히 보였다. 권영수의 미소가.


기분이 상한 그는 공이 날아오는 타이밍에 맞춰 모든 신경을 곤두세우며 배트를 휘두르려 했다


‘!’


하지만 한번 몸쪽 가까이 맞을 것처럼 날아오는 공에 멈칫했고, 그의 배팅은 흔들리고 말았다.


퍼엉!


“스트라이크!”


[정대만 선수 타격자세가 무너졌어요. 구속이 146이 나왔습니다. 빠르긴 한데 프로가 치지 못할 정도로 엄청나게 빠른 구속은 아니거든요. 어떻게 된 겁니까?]


해설위원 장석주는 정대만의 속마음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아마추어인 투수를 흔들리게 만들어서 바깥쪽이나 한복판에 몰리는 공을 노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몸쪽 공. 그것도 몸에 맞을 것 같은 공이 날아오니 순간 당황해서 타이밍이 늦어졌고, 자세가 무너진 것이다.

하지만 그대로 말하면 레전드 정대만이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아마추어에게 저버린 것이 된다.


‘한심한 녀석.’


약자를 응원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시청자는 정대만을 응원한다.

그는 시청자들이 재미있어야 할 것 같은 멘트를 뱉었다.


[오늘 컨디션이 안 좋은 것 같습니다. 정대만도 늙었잖아요?]

[하하하하.]

[저기 타석에 있는 게 아니라 코치로 보직을 바꿔야겠어요.]


‘좋은 공이다. 보통 아마가 아니야.’


해설하던 그는 한 마디 덧붙였다.


[대신 권영수 선수를 영입하면 좋겠군요.]

[정대만 선수보다는 권영수 선수가 낫다는 말씀입니까?]

[오늘만 보면 그렇네요. 하하하.]


‘오늘만’이란 단어를 붙였으니, 시청자들도 농담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그가 봐도 권영수는 최고야구 팀에 들어와도 손색이 없는 투수였다.

고등학교 코치라고 들었다. 왜 선수를 하지 않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다.


한편.


“맞네. 도둑변태검은놈 잡아준 사람.”

“···”

“그런데 이상하다. 엄청 빠른 공은 아닌데 왜 정대만이 못 치고 있지?”


방금 구속은 147. 은퇴했어도 레전드였던 정대만이 건드리지도 못할 공은 아니었다.


이해가 가지 않은 은미가 최 비서한테 물었다.


“···저는 야구를 좋아하지만, 전문가는 아니라서요. 애초에 권영수 저 사람이 피칭하는 것도 처음 봅니다.”

“흐음. 최 비서가 볼 때는 어때?”


잠시 침묵하던 최 비서가 입을 열었다.


[제구력에 상당한 강점이 있는 선수입니다. 최고구속 150km로 구속도 빠릅니다. 한국에선 드문 선수입니다.]

150~160km의 강속구는 한국에도 제법 많다. 하지만 구속이 빠른데 제구력까지 갖춘 선수는 찾기 힘들다.


영수의 구속은 탐이 날 정도는 아니었지만, 제구력은 발군이었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최 비서는 눈을 떼지 않고 영수를 바라봤다.


“지금까지 녹화한 거 감독님이랑 투수코치한테 보내봐. 어떠냐고.”

“내일 보내는 게 어떨까요? 외국인은 워라벨을 중요시하지 않습니까?”


한국에선 퇴근한 저녁에도 문제가 생기면 담당자한테 당장 와서 해결하라고 전화하거나 그냥 물어볼 게 있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외국에선 퇴근하면 업무 관련 전화는 받지 않는다.


최 비서의 지적은 그럴듯했다.

하지만 시즌 시작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

은미는 찬밥, 데운 밥을 따질 때가 아니었다.


“보내.”

“예.”


영상과 메시지를 보낸 지 얼마 안 돼 답장이 금방 왔다.


[야구 감독 : 프로입니까?]

[최 비서 : 아마추어입니다.]

[야구 감독: 흠. 나쁘지 않군요.]감독이 관심을 보인다. 하지만 적극적이진 않다.


“일단 지켜보시죠. 데이터가 부족합니다.”

“음.”


상대가 프로 선수였다면 고민하지 않고 바로 영입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겠지만, 정대만은 3년 전 은퇴한 선수다.


피칭 몇 번 보고 영입하기엔 은미는 자기 눈을 신뢰하긴 힘들다. 단장으로서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감은 영수를 당장 영입하라고 한다.



‘아직 부족해. 내게 능력을 더 보여봐요!’


은미는 손에 힘을 주며 영수를 응원했다.

150km를 던지는 투수? 그것도 거의 공짜로 영입할 수 있는 아마추어.


미국에서 비싼 돈을 주고 용병과 감독, 코칭을 데려온 단장으로선 꿀이 뚝뚝 떨어질 일이다.


뻐어억!

“스크라이크, 아웃!”


이어진 3구도 스트라이크로 정대만을 끝내버린 권영수는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했다.


“우오오오오!”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권영수! 권영수! 권영수!”

“우와아아!”


권영수의 활약에 아랑고 더그아웃도 소란스러워졌다.


잠시 뒤 3번째 타자가 타석에 올라왔다.

이번에 상대할 타자는 스피드 팀에서 육성 선수로 뛰다가 방출됐지만, 최고야구에 영입된 이하수였다.


이번엔 포수가 아웃코스를 요구했고, 영수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최고야구에선 인정받고 있지만, 레전드 둘을 잡았다. 이하수는 젊긴 해도 어려운 상대가 아니었다.


슈우우욱.

파앙!


그렇게 영수의 손을 떠난 공은 그대로 미트에 꽂혔다.


“스트라이크!”


타자는 처음부터 칠 생각이 없었는데 요지부동이었다.


은미는 두 손을 불끈 쥐며 전광판을 바라봤다. 148km.


“바깥쪽 낮은 코스. 제구 하나는 정말 끝내주네요. 구속도 프로 수준입니다. 제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아마추어 수준이 아니라 생각됩니다.”

“흠.”


영수의 두 번째 피칭이 금방 이어졌다.


슈우우웅.

퍼엉!


149km. 바깥쪽 높은 코스. 이번에도 타자는 배트를 휘두르지 않았다.


대신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가 연습 배팅을 한 뒤에 다시 타석에 붙었다.


2스트라이크 0볼.


“공격적인 피칭이네요. 자신감도 있고. 그런데 포심 하나밖에 못 던지는 것 같은데요?”

“음? 그래?”

“예. 지금까지 던진 공 모두 포심 패스트볼이었어요.”


많은 전문가가 말한다. 야구는 모든 구종을 던질 필요는 없다고. 2피칭을 하더라도 완벽하게 던질 수 있다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구종이 한 개밖에 없다? 아마추어에선 몰라도 프로 무대에선 상당한 약점이 될 수밖에 없다.


“만약 포심이 전부라면 영입은 철회해야 할 듯합니다. 지금 감독님한테 연락해 왔는데 저랑 같은 의견이고요.”

”알려주면 되잖아.”

“단장님. 브레이킹 볼은 배운다고 하루아침의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종류가 아닙니다. 가능했다면 모든 투수가 구종을 10개 가까이 던졌겠지요.”




***




아랑고 포수가 심판에게 타임을 요청했다.


“타임!”


포수는 마운드로 뛰어갔다.


“왜? 뭐 할 말 있니?”

“코치님 지금 최고야구 감독님이 코치님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거 아세요?”

“그래?”


몰랐다. 한구, 한구에 온 힘을 다하느라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쓸 여력이 있진 않았다.


“잘하면 최고야구에서 영입을 제안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흐음.”


영수는 경기 전 최고야구 PD에게 영입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아이들에게 말하진 않았다.

괜한 기대감이나 부담감을 주고 싶지 않아서였다.

아이들이 잘하고 못하고는 영입에 상관 없는 부분이기도 하니.


“그리고 또 있어요! 저쪽 여자랑 남자 커플 보이세요?”


영수는 포수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보여. 왜?”

“이번에 바뀐 신임 단장이에요!”

“단장 얼굴도 알아? 야구 엄청나게 좋아하는구나?”

“···한국 프로야구 최초 여자 단장이라고 난리였잖아요. 얼굴도 연예인급으로 예쁘고.”


영수는 모르는 이야기였다. 야구를 그만둔 뒤엔 경기도 안 보고 있을 정도다.


“하여튼 그 여자 단장도 코치님만 보고 있다고요. 누가 보면 반한 줄.”

“그래? 어디 팀 단장님 인대?”

“드림이요.”


단번에 집중력을 상승시키는 말이었다.

사실 영수는 드림에 입단하고 싶진 않았다.

10개의 팀 중에서 매일 꼴찌를 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어깨와 손을 고쳐줬던 신이 한 말이 있어서 흘려들을 수 없는 말이었다.


“지금 스트라이크 하나 남았잖아요.”

“어.”

“0볼이고 하니까 제구는 신경 쓰지 말고 코치님이 던질 수 있는 최고의 구속으로 던져보세요. 혹시 알아요? 다이렉트로 입단 제의할지?”


지금까진 의도적으로 구속을 낮췄다. 제구 때문이었다. 무리하다가 어깨와 팔꿈치를 또 다치진 않을까 하는 염려도 있었다.

그런데 포수가 가장 빠른 공을 던지라 말한다.


“코치님 이건 기회예요. 어쩌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라요.”


기회라. 맞는 말일 수도 있지만, 말이 안 된다. 31살에 프로라니.

영수는 고민했다. 막상 입단이 눈앞에서 현실이 될 수 있다는 말에 만감이 교차한다.


“저희한테 목숨을 걸고 하라고 하셨죠? 코치님이 말로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주세요. 빠져도 좋아요. 어차피 진 게임 코치님이 던질 수 있는 최고의 공을 보여주세요.”


그 말에 영수는 결심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온 힘을 다해 던질 수 있는 가장 빠른 공을 던졌다.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공을.

제구는 개나 줘버리고, 오로지 구속만 신경 써서 던진 공을.


퍼엉!


거대한 소리가 그라운드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 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얼어붙은 듯 가만히 있다가 천천히 전광판으로 일제히 시선을 옮겼다.


전광판에는 158km라는 구속이 쓰여있었다.




선작과 추천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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