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니 파이어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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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옐로야
작품등록일 :
2023.08.14 05:00
최근연재일 :
2023.10.19 21:2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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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02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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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것은 허구입니다.




DUMMY

경기장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시끄러운 차영호도 긴장했는지 오늘은 조용했다.


영수는 더그아웃에 앉아있었는데 신동우가 다가왔다.


“선배님. 내일 선발인데 쉬시지 왜 나오셨어요.”

“와일드카드전인데 쉬고 있을 수가 없어서.”


선발 투수는 특별 대우를 받는다.


성향마다 다르지만, 경기 전날엔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보지 않고 쉬기도 한다.


반대로 더그아웃에서 선수들에게 파이팅을 해줄 수도 있다. 정해진 것은 없고 선수나 구단마다 다르다.


영수는 쉬어도 되지만, 와일드카드전이라는 특수함 때문에 더그아웃에 나왔다. 괜히 긴장돼서 편히 쉴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


차라리 더그아웃에서 앉아서 응원을 하고 싶었다.


“오늘은 나갈 것 같아?”

“모르겠어요.”


신동우는 5선발 투수지만, 감독은 4선발 체제로 돌리겠다고 말해서 볼펜으로 이동됐다.


“선배님은 제구가 잘 안되면 어떻게 해요?”


신동우가 물었다. 이상하게 잘 안되는 날이 있긴 하다. 프로 선수도 사람이다. 항상 잘할 수는 없다. 컨디션이 안 좋거나 이상하게 제구가 안 되는 날이 있다.


“한 가운데를 향해 던지겠다고 생각하고 던져. 그러면 제구가 좀 되더라고.”

“허, 그러다 맞으면요?”


일반적으로 투수들은 한복판엔 던지지 않는다. 존 경계선에 걸치듯이 아슬아슬하게 던지려고 노력한다. 그러고는 유인구로 투수를 살살 꾄다.


“안 맞게 잘 던져야지.”

“···”


답변이 조금 이상했나? 영수는 나름 노하우를 알려준 것인데 신동우가 괴물 보듯 바라본다. 이게 왜 안 된다고 생각하지?


한복판으로 던지면 어떤가? 안 맞으면 된다. 그리고 제구가 안 될 때 그냥 한복판으로 던지는 것은 제법 효과가 있었다.


“계속 한가운데로만 던지면 얻어맞잖아요. 존 밖으로 유인구 던지면 귀신같이 알아차리고 배트를 안내 민단 말이에요.”

“유인구도 한복판에 던지겠다고 생각하고 던져봐.”


신동우는 이젠 귀신을 바라보는 눈빛이다. 영수는 당황스러웠다.


“···그러다 진짜 가운데로 몰리면요?”

“안 맞게 잘 던져야지.”

“···”


방금 눈빛으로 욕한 것 같은데. 영수의 눈이 가늘어지자, 신동우는 괜히 주위를 둘러봤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권영수는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그리고 한복판으로 연속해서 던져도 타자들이 잘 치지도 못하니 상관없다.


치지 못하게 빠르게 던지면 되니까. 왜 안 되지? 하면 되던데.


신동우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언제 경기가 시작됐는지 김두진이 크게 한 방 맞았다.


[큽니다! 커요!]

[넘어가나요? 넘어···갔습니다! 배성우가 초구를 잘 때려냈습니다!]


느린 화면으로 다시 나왔는데 배성우가 어퍼스윙으로 담장을 넘겨버렸다. 구종과 코스를 예측하고 제대로 때렸다.


1회 1번 타자한테 초구부터 홈런이라니. 김두진이 흔들리진 않을까 걱정이 됐지만.


“스트라이크 아웃!”

“스트라이크 아웃!”


따악.

“아웃!”


2연속 탈삼진 후 내야 땅볼로 간단하게 1회를 마무리했다. 공 12개로 1이닝을 마무리한 김두진은 크게 한번 포효 후 더그아웃으로 들어왔다.


홈런 한 방 맞고 집중력이 올라간 모습이다. 마크 소우주도 김두진을 신뢰하고 있는지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다.


알아서 잘할 거라 믿는 것이다.


“1회에 홈런이라니.”


반면 신동우는 걱정되는 목소리로 말했다. 초반에 실점하게 되었으니 이후 경기에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


“걱정할 것 없다. 이제 겨우 1회가 지나가고 있을 뿐이다.”


맞다. 이제 겨우 1회 초가 끝난 것이다. 앞으로 점수를 낼 기회는 많이 남아있다. 역전하면 된다.


“네!”


그 말에 신동우는 눈치껏 힘차게 대답했다. 오늘 상대할 샤크스의 투수 염행진은 제법 잘 던진다. 그렇지만 점수를 내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어떻게든 출루만 하면 돼. 그러면 라이언 존슨하고 한승진이 뭔가 해주겠지. 어제 훈련하는데 날을 갈더라고.”

“저도 봤어요! 누구를 죽일 것 같은 눈빛으로 훈련하는 모습을요.”

“그런 걸 요즘 애들은 ‘해줘’라고 한다지?”


그 말에 영수는 웃음을 터트렸다. 마운드에 오르면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편이나 경기가 없는 날에는 더그아웃에서 편한 마음으로 관전하는 편이다.


괜히 집중했다가 에러라도 발생하면 스트레스받는다. 마렉 하우스하고 루카스 안드레스는 자기가 출전하는 날이 아니면, 더그아웃에도 나오지 않으려 하는 눈치다.


선수들이 수비하는 걸 보고 있으니까,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안 그래도 많이 벗겨졌는데 거기서 더 빠지면 차라리 민머리로 미는 게 낫지 않을까? 그 모습을 상상한 영수는 더욱 크게 웃었다.


“왜 갑자기 혼자 웃고 그래?”

“뭐 잘못 먹었나?”

“긴장감으로 잠시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무뇌잖아. 그럴 수가 없어.”

“아, 맞다. 무뇌영수였지. 깜빡 잊고 있었다.”


이런 못된 놈들. 어릴 적 하던 장난을 아직도 한다니. 그것도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사람들이다.


한숨을 내쉰 영수는 경기에 집중했다. 그 사이 선두타자 최진영이 단타로 출루했다. 그리고 이어서 송영호는 연신 방망이를 휘두르며 순식간에 타석에서 내려왔다.


다음 타자는 마렉 하우스. 확실히 몸에서 흘러나오는 기세가 남다르다. 어떻게든 공을 치겠다는 눈을 하고선 타석에 들어섰다.


부웅.


그러고는 냅다 배트를 휘둘렀다.


볼.


스쳐면 최소 안타다. 베트에 실린 힘이 어마어마하다. 더그아웃에 앉아있는데도 바람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볼, 파울, 파울, 스트라이크.


시원하게 선풍기··· 아니 에어컨을 터버로 튼 마렉 하우스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덤덤한 얼굴로 옆에 와서 앉았다.


정타로 맞으면 무조건 홈런일 텐데 맞질 않는다. 그러고는 그가 조용히 말했다.


“투수가 좀 하네.”

“···”

“감 잡았어. 다음번엔 큰 거 한 방 칠 수 있을 것 같다.”


제발 그렇게 하길 빈다.


그 감이라는 것이 첫 타석에선 잡을 수 없는 건가? 언제나 큰 거 한방 터트려 줄 것처럼 해놓고선 얌전히 더그아웃에 돌아온다.


지금 보니 징크스인 것 같기도 하다. 첫 타석에선 거의 무안타인데 두 번째 타석부턴 안타나 홈런 확률이 올라가니까. 그리고 한승진이 타석에 올라갔다.


2사 1루 상황. 염행진은 142킬로미터 몸쪽 낮은 포심 패스트 볼을 던졌다. 아래쪽으로 공이 들어오면 아무래도 높은 공보다 시야에서 멀기 때문에 치기 어려워하는 편이다.


다른 타자도 그렇지만, 한승진이 치기 힘들어하는 코스다.


카운트를 유리하게 가져가려고 던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언제나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타자가 약한 코스라고 해서 무조건 치지 못하는 곳이 아니니까. 단지 못 치거나 아웃이 될 확률이 높을 뿐이다.


빡!


제대로 맞았다. 높게 뜬 공. 옆에 앉아있던 마렉 하우스가 자기한테도 저런 허접한 공을 던져주지, 라는 말을 한 것 같은데 영수가 봤을 때는 똑같았다. 관중이 내는 함성에 묻혀서 확실하게 들리진 않았다.


굉음을 내며 라인드라이브성으로 날아간 타구는 순식간에 담장을 넘겼다. 그리고 경기장은 함성으로 뒤덮였다.


[한승진! 한승진이 해냅니다! 샤크스에 배성우가 있다면 드림에는 한승진이 있죠!]

[역시 한승진. 필요한 순간에 큰 거 한방 해주네요.]

[배트도 시원스럽게 던집니다!]


염행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러니까 잘 던졌어야지.



***



어느덧 경기는 6회 1사 2루. 김두진의 투구 수는 100개가 됐다. 1회까지는 공 12개로 끝내며 괜찮았다.


그런데 2회부턴 공을 오래 보며 물고 늘어지는 승부가 나오더니 이닝당 15개를 넘어서는 횟수가 많아졌다.


“감독님. 김두진을 슬슬 교체할 때가 됐습니다. 아무래도 김두진의 투구 수를 소모해서 마운드에서 빨리 내리려는 것 같습니다.”

“으흠.


예상했던 일이다. 드림은 상대적으로 볼펜이 약하니 투구 수를 늘리려는 전략이다.


그렇게 가치 있거나 대단한 전략은 아니지만, 드림에겐 뼈아프게 다가왔다.


“이번 이닝까지는 책임져 줄 수 있을 것 같은가?”

“가능할 듯합니다. 그런데 다음 불펜 투수가 지금 점수를 지켜낼 수 있을지가 문제입니다.”


그렇다. 김두진이니까 실점 두 개로 끝이다. 상대는 4위. 객관적으로 보면 드림이 실력에서 밀린다.


“마음 같아선 쿠켱수를 올려서 경기가 끝날 때까지 던지게 하고 싶군.”

“···그렇게 할까요?”

“자네 미쳤나? 내일은 어쩌고.”


단 한판도 패배해선 안 된다. 팬들은 잔뜩 기대하며 지켜보고 있다. 그 부담감이 마크 소우주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른다.


하지만 야구는 실력에서 밀린다고 항상 지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어떤 부분에선 드림이 더 나은 부분도 있다.


“볼펜조는 몸을 풀고 있나?”

“예. 감독님.”


수석 코치는 불펜 투수들이 바로 마운드에 올라갈 수 있도록 몸을 풀게 했다.


김두진은 6이닝까지 2점을 내주고 탈삼진 9개를 기록하고 내려왔다.


이어진 드림의 공격 타임.

마렉 하우스가 배트를 크게 휘두르더니 공이 쭉 뻗어나가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공은 순식간에 담장을 넘겼다.


“마르티네스!”

“예. 감독님.”

“다음 이닝은 신동우를 올리게.”

“준비하겠습니다.”

“볼펜이니까 완급 조절할 필요 없이 전력투구하라고 해.”

“당연하죠.”

“어리니까 부담감을 많이 주진 말고. 딱 1이닝만 던지는 거야.”

“예.”


이어서 올라간 한승진이 2루타를 쳤지만, 아쉽게도 추가 점수를 내진 못했다. 어쨌든 마렉 하우스의 홈런으로 다시 역전하자 선수들은 집중했다.


또 역전을 당하고 싶지 않다. 온갖 조롱과 멸시를 당하던 그들이었다. 가을 야구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집중력이 최고조를 향했다.


“지금 점수 마음에 들지 않는다.”


선수들이 나가기 전, 마크 소우주가 말했다.


“점수를 더 벌려라. 그래야 다음 경기에도 쉽게 이길 수 있다.”

“예!”

“그러려면 점수를 내주지 않아야겠지?”

“나가자! 드림, 드림, 드림 파이팅!”

“우린 최강이다!”


선수들은 마크 소우주에게 당당히 대답하고는 자기들끼리 모여서 파이팅을 외치며 나갔다. 영수도 그들 틈에 껴서 소리를 친 뒤 더그아웃으로 돌아왔다.


‘실수만 하지 않으면 이길 수 있다. 상대는 샤크스. 우리랑 실력 차이가 크지도 않아!’


점수는 3:2. 드림이 실수만 하지 않으면 이길 수 있는 게임이다.




선작과 추천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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