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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옐로야
작품등록일 :
2023.08.14 05:00
최근연재일 :
2023.10.19 21:20
연재수 :
59 회
조회수 :
148,166
추천수 :
2,249
글자수 :
284,096

작성
23.09.14 21:20
조회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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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글자
19쪽

29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것은 허구입니다.




DUMMY

일순 나영웅의 눈이 튀어나올 듯이 커졌다.


‘빈 볼?’


날아오는 공이 자신의 얼굴을 향해 날아오는 것처럼 보인 것이다.

투수가 던지는 140에서 160킬로미터의 공은 타석까지 도착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순식간.


배태랑이라고 하더라도 평정심을 유지하기 힘들다.


몸이 절로 얼어붙어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때였다.


마치 마법처럼 공이 휘기 시작하더니 스트라이크 존으로 빨려 들어가듯이 미트에 꽂혔다.


‘스위퍼라고?’


당했다. 이렇게 대담한 공을 던질 줄이야. 게다가 휘는 각도는 뭐란 말인가. 실제 타석에서 보니 대단했다.


스위퍼나 슬라이더는 배제하고 있었다가 된통 당했다. 눈썹을 꿈틀대며 뒤쪽에 있는 심판을 바라봤다. 잠시 머뭇거리던 심판이 입을 크게 연다.


“스트라이크 아웃!”


역시나 스트라이크다.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을 궤적.


심판의 콜에 본능적으로 타석에서 물러나 더그아웃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허탈함, 분노, 신기함, 감탄 등 다양한 감정을 느낀다.


‘정말 괴물 같은 놈이잖아?’


영수가 제이디 코치와 함께 폼과 팔을 휘두르는 속도를 일정하게 만드는 노력이 헛된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장착한 스위퍼는 살아있는 뱀처럼 움직였다.


‘예상한 대로군.’


첫 번째 타자는 빈 볼로 출루했지만, 두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잡아내자 마크 소우즈는 한숨을 돌렸다.


위대한 도전중인 권영수. 그의 첫 데뷔전을 완벽하게 치르고 있다. 자신이 던져놓고도 기가 막힌 무브먼트에 살짝 당황한 얼굴이긴 하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이 패스트볼 연속 두 번 던지고, 스위퍼라. 어지간한 메이저리그 타자들도 치기 어렵겠어.’


자신감이 있는지 인터벌도 짧다. 마지막 3번째 타자도 스위퍼로 속여서 헛스윙을 유도하는데 성공한다.


“스트라이크!”


권영수의 투구는 이제 막 데뷔한 노망주의 공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날카롭다.


스프링캠프 시작 전까지만 하더라도 포심 패스트볼 하나에 구속이 148을 넘어가면 제구가 불안정했던 모습과는 천지차이다.


차영호와 사인을 교환한 영수는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망설임 없이 공을 던진다.


131킬로미터의 스위퍼. 속도가 살짝 느리기는 하지만, 전력 투구한 포심과 무려 30킬로미터 차이가 난다.


타자는 포심을 생각하고 있었는지 빠른 타이밍에 배트를 휘둘렀다. 컨택마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스트라이크!”


세 번째 공은 슬라이더. 포심보다는 살짝 구속이 떨어지지만, 스위퍼보다는 빠르다.


최고야구 때부터 볼은 잘 던지지 않는 권영수. 타자는 배트를 냈으나 컨텍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딱!


배트에 빗맞은 타구는 영수를 스쳐 지나가며 유격수 박준호의 글러브에 그대로 빨려 들어왔다.


“아웃!”


유격수는 보통 수비 능력이 좋은 선수가 하는 포지션. 에러와 실책이 많은 드림 팀이지만, 이번에 2군에서 콜업 돼서 올라온 박준호는 깔끔하게 1루로 송구하며 6회가 마무리되었다.


훌륭한 피칭에 나이스한 수비. 마크 소우즈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손뼉을 쳤다.


“잘했어!”



*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영수는 차분히 자리에 앉아 아이싱을 했다. 하지만 흥분이 가라앉지 않는다.


겉으론 무표정한 얼굴이지만, 공을 던질 때 느껴지던 짜릿한 손맛이 아직도 남아있다. 귓가엔 관중들이 지르는 함성이 들리는 것 같다.


침착해야 한다. 투수는 흥분하면 안 된다. 전 이닝에서 3번째 타자를 상대할 때 하나 얻어맞았다. 준호의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수비로 아웃을 잡았지만, 드림팀 수비는 기대하면 안 된다.


역사가 증명한다. 지금도 인터넷에 검색하면 개그 수준의 실책이 편집되어 올라와있다.


‘내 뒤는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고 던져야 해!’


이제 바꿀 것이다. 실책 하이라이트가 아닌, 무실점 삼진 퍼레이드로.


단 한번의 안타도 허용해선 안 된다. 압도적인 승리. 그래야 우승을 목표로 할 수 있다.


“올드 루키. 얼굴이 왜 이렇게 심각해? 한번 맞아서? 준호가 잘 처리했잖아.”

“음.”


차영호. 좋은 수비형 포수다. 팀에 적응할 수 있도록 말도 걸고, 장난도 친다. 하지만 올드 루키라는 말을 들었는데 그냥 넘어갈 순 없지.


“잘 던지면 뭐해? 타격이 불안한데.”


잠시 가만히 서있던 차영호는 최진영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진영아. 너보고 타격이 불안하다는데?”

“뭐야? 감히 어떤 자식이!”

“영수가. 지명타자인데 홈런도 안치고 뭐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데?”

“내가 언재!”


배신자. 게다가 홈런의 홈 자는 꺼내지도 않았다. 하지만 차영호는 뻔뻔하게 말을 이었다.


“방금.”

“방금 언재?”

“방금이 방금이지 언재야.”


이게 말인가 방구인가. 권영수는 황당했지만, 최진영은 눈썹을 꿈틀댄다.


하지만 프로는 실력이 깡패다. 음주운전이나 폭력 수준의 사고만 아니면, 잘하는 사람이 장땡이다.


최진영은 차마 영수한테는 뭐라 하지 못하고 다른 선수들에게 큰 소리친다.


“너희들 여기서 딱 기다리고 있어. 내가 큰 거 한방 치고 올 테니까.”


그리고는 대기 타석으로 걸어간다. 현재 도그 팀은 선발투수 대신 2군 팀에서 콜업된 2년 차 볼펜 우완 투수. 사이드암 투수인데 최고 구속이 139킬로미터 평균 135킬로미터다.


다소 구속이 느리지만, 110킬로미터 대로 던지는 체인지업의 낙폭 차가 굉장하다.


투구 자세부터 스윙 스피드까지 직구와 똑같아서 타자들이 번번히 타이밍을 빼앗기고 헛스윙한다.


별명은 2군 패황. 2군 리그에선 페드로 마르티네스같은 기세로 타자들을 씹어먹는다.


드림팀의 9번 타자 송영호는 느린 구속에 적응이 안 됐는지 좀처럼 공을 때리질 못했다.


“스트라이크!”


딱!


“파울!”

“볼!”


고개를 한번 흔든 송영호는 대놓고 번트 자세를 취했다.


“뭐야?”

“갑자기 왜 저래?”


갑작스러운 번트 자세에 드림팀 더그아웃은 소란스러워졌다.


“작전 착각한 거 아니야?”


상대 팀 선수들과 함께 그라운드에 어우러져 있다 보니 야구에선 수신호로 작전을 지시한다. 그런데 작전을 지시할 때만 수신호를 하면 상대가 눈치 채기 때문에 작전이 내려오지 않아도 심심하면 수신호를 보낸다.


“아니 상식적으로 송영호한테 번트 지시를 하는 게 말이 돼? 저 몸으로 1루까지 몇 초 나오는 지 알아?”

“망했네.”

“빨리 제대로 치라고 신호 보내!”


당황한 마크 소우즈가 소리쳤으나 투수는 이미 투구 자세에 들어가고 있었다. 도그 수비진들은 전진해서 자리를 잡는다. 그러자 송영호가 번트 모션 대신 재빠르게 타격 자세로 고치고는 투수를 노려보다 배트를 휘두른다. 페이크 번트 슬래시였다.


그제야 마크 소우즈는 안도했다. 나쁘지 않은 시도였지만.


“스트라이크! 아웃!”


머리는 제법 잘 굴렸다. 다만, 결과가 좋지 않다. 잠시 투수를 노려보던 송영호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돌아왔다.


“공이 너무 느려서 못 치겠네.”

“···”


다음 타자는 지명타자 최진영. 큰 거 한방 치겠다고 소리를 뻥뻥 쳤지만, 포 볼로 1루에 진루했다.


그래. 잘 했다. 영화 머니볼에서도 출루율을 중요하게 여겼다.


1사 1루.


상위 타선이 시작될 차례. 영수는 아주 살짝 기대를 했다. 타격에서 점수를 내면 투수로서는 가벼운 마음으로 공을 던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위기상황에 닥치더라도 점수에서 여유가 있으면 심적으로 부담이 덜 된다.


맞아도 된다 생각하고 던지는 것이랑 절대 맞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며 던지는 것은 다르니까.


“쿠켱수. 동료를 믿으면 안돼.”

“예?”


마크 소우즈는 주위를 한번 둘러본 뒤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감독으로서 하면 안 되는 말이겠지만 자네 멘탈을 위해서 꼭 해야겠어. 우리 타자들에게 너무 큰 기대를 하지 말란 소리네.”

“아, 예.”


영수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동료 선수들이 영어를 못해서 다행이라 생각하며.


물론 외국인 용병은 감독의 말을 들었을 수도 있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다.


“그런데 한 이닝 더 던질 수 있겠나?”

“9이닝까지 던질 수도 있습니다.”

“하핫. 그건 안 돼. 다음 경기도 생각해야지.”

“알겠습니다.”


경기는 감독의 예상대로 점수를 내지 못했다.


상대 투수의 구속이 낮아서 줌수를 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플라이아웃으로 허무하게 이닝이 마무리되었다.


예상했던 일이었다. 드림 팀에서 뛰려면 몇 개의 에러와 무득점은 머릿속에 염두 해두고 뛰어야 한다. 영수는 어깨를 풀며 마운드로 걸어갔다.


그런 영수를 바라보는 마크 소우즈에게 마르티네스 코치가 다가왔다.


“투수보다 더 긴장한 것 같은데?”

“내가? 잘못 봤군.”

“마크. 우리가 함께 한 시간이 몇 년인 줄 알아? 내가 너 어떤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를 거라 생각하면 착각이야.”

“긴장 안 했어. 그냥 쿠켱수 데뷔전이잖아. 조금 걱정이 될 뿐이야.”


마르티네스 코치는 웃으며 말했다.


“시범 경기에서 봤잖아. 만루에서도 평소처럼 피칭하던 강심장이야. 새가슴이 아니란 소리지. 안타를 맞아도, 홈런을 맞아도, 한복판에 포심을 던질 선수야. 전 이닝 무실점. 시범 경기라도 해도 무시할 수 없는 성적이야.”

“흠.”


선수들이 모두 준비를 마치고, 고요함이 흘렀다. 관중들은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숨쉬는 것도 조심했다.


퍼억!


그러나.

권영수의 피칭이 시작되고, 도그 팀 팬들은 분노했다.


“또 시작됐네.”

“하아. 권영수 저 새끼는 지치지도 않나?”

“구속이 줄지를 않아.”

“내 말이! 그리고 갑자기 스위퍼를 던지는 거야? 게임도 아니고 이게 말이 돼?”

“아, 우리 팀 단장은 뭐한 거야? 권영수 영입 안 하고.”


팬들이 답답함과 짜증이 솟을 때 도그 팀 더그아웃은 싸늘한 바람이 불었다.


“일단 이번 이닝은 포기하자. 다음 이닝에도 나오진 않겠지.”

“감독님! 포기라뇨. 저 새끼 오늘 데뷔전이에요. 그런데 이렇게 둘 겁니까?”

“어떻게 하냐. 답이 없는데. 베스트 전력도 아니고.”


더그 팀 감독은 금지 약물을 복용해서 출전 정지를 당한 선수들이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그들이 있어도 저 권영수에게서 점수를 뽑아낼 수 있을지는 확신이 들지 않았지만.


옆에 있던 수석 코치는 답답한 마음에 스위퍼를 조심하라고 닥달했다. 그러나 소용 없었다.


선수들은 권영수가 던지는 공을 건드리지도 못했다. 그리고 권영수를 지켜보던 누군가 말했다.


“선발이 아니라서 다행이야. 1회부터 9회까지 권영수가 던졌다고 생각해봐.”

“···”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최고야구 때부터 볼은 잘 던지지 않는 권영수. 타자는 배트를 냈으나 컨텍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딱!


배트에 빗맞은 타구는 영수를 스쳐 지나가며 유격수 박준호의 글러브에 그대로 빨려 들어왔다.


“아웃!”


유격수는 보통 수비 능력이 좋은 선수가 하는 포지션. 에러와 실책이 많은 드림 팀이지만, 이번에 2군에서 콜업 돼서 올라온 박준호는 깔끔하게 1루로 송구하며 6회가 마무리되었다.


훌륭한 피칭에 나이스한 수비. 마크 소우즈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손뼉을 쳤다.


“잘했어!”



*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영수는 차분히 자리에 앉아 아이싱을 했다. 하지만 흥분이 가라앉지 않는다.


겉으론 무표정한 얼굴이지만, 공을 던질 때 느껴지던 짜릿한 손맛이 아직도 남아있다. 귓가엔 관중들이 지르는 함성이 들리는 것 같다.


침착해야 한다. 투수는 흥분하면 안 된다. 전 이닝에서 3번째 타자를 상대할 때 하나 얻어맞았다. 준호의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수비로 아웃을 잡았지만, 드림팀 수비는 기대하면 안 된다.


역사가 증명한다. 지금도 인터넷에 검색하면 개그 수준의 실책이 편집되어 올라와 있다.


‘내 뒤는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고 던져야 해!’


이제 바꿀 것이다. 실책 하이라이트가 아닌, 무실점 삼진 퍼레이드로.


단 한 번의 안타도 허용해선 안 된다. 압도적인 승리. 그래야 우승을 목표로 할 수 있다.


“올드 루키. 얼굴이 왜 이렇게 심각해? 한번 맞아서? 준호가 잘 처리했잖아.”

“음.”


차영호. 좋은 수비형 포수다. 팀에 적응할 수 있도록 말도 걸고, 장난도 친다. 하지만 올드 루키라는 말을 들었는데 그냥 넘어갈 순 없지.


“잘 던지면 뭐 해? 타격이 불안한데.”


잠시 가만히 서 있던 차영호는 최진영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진영아. 너보고 타격이 불안하다는데?”

“뭐야? 감히 어떤 자식이!”

“영수가. 지명타자인데 홈런도 안치고 뭐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데?”

“내가 언제!”


배신자. 게다가 홈런의 홈 자는 꺼내지도 않았다. 하지만 차영호는 뻔뻔하게 말을 이었다.


“방금.”

“방금 언제?”

“방금이 방금이지 언제야.”


이게 말인가 방귀인가. 권영수는 황당했지만, 최진영은 눈썹을 꿈틀댄다.


하지만 프로는 실력이 깡패다. 음주운전이나 폭력 수준의 사고만 아니면, 잘하는 사람이 장땡이다.


최진영은 차마 영수한테는 뭐라 하지 못하고 다른 선수들에게 큰소리친다.


“너희들 여기서 딱 기다리고 있어. 내가 큰 거 한방 치고 올 테니까.”


그러고는 대기 타석으로 걸어간다. 현재 도그 팀은 선발투수 대신 2군 팀에서 콜업된 2년 차 볼펜 우완 투수. 사이드암 투수인데 최고 구속이 139킬로미터 평균 135킬로미터다.


다소 구속이 느리지만, 110킬로미터 대로 던지는 체인지업의 낙폭 차가 굉장하다.


투구 자세부터 스윙 스피드까지 직구와 똑같아서 타자들이 번번이 타이밍을 빼앗기고 헛스윙한다.


별명은 2군 패황. 2군 리그에선 페드로 마르티네스 같은 기세로 타자들을 씹어먹는다.


드림팀의 9번 타자 송영호는 느린 구속에 적응이 안 됐는지 좀처럼 공을 때리질 못했다.


“스트라이크!”


딱!


“파울!”

“볼!”


고개를 한번 흔든 송영호는 대놓고 번트 자세를 취했다.


“뭐야?”

“갑자기 왜 저래?”


갑작스러운 번트 자세에 드림팀 더그아웃은 소란스러워졌다.


“작전 착각한 거 아니야?”


상대 팀 선수들과 함께 그라운드에 어우러져 있다 보니 야구에선 수신호로 작전을 지시한다. 그런데 작전을 지시할 때만 수신호를 하면 상대가 눈치채기 때문에 작전이 내려오지 않아도 심심하면 수신호를 보낸다.


“아니 상식적으로 송영호한테 번트 지시를 하는 게 말이 돼? 저 몸으로 1루까지 몇 초 나오는지 알아?”

“망했네.”

“빨리 제대로 치라고 신호 보내!”


당황한 마크 소우즈가 소리쳤으나 투수는 이미 투구 자세에 들어가고 있었다. 도그 수비진들은 전진해서 자리를 잡는다. 그러자 송영호가 번트 모션 대신 재빠르게 타격 자세로 고치고는 투수를 노려보다 배트를 휘두른다. 페이크 번트 슬래시였다.


그제야 마크 소우즈는 안도했다. 나쁘지 않은 시도였지만.


“스트라이크! 아웃!”


머리는 제법 잘 굴렸다. 다만, 결과가 좋지 않다. 잠시 투수를 노려보던 송영호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돌아왔다.


“공이 너무 느려서 못 치겠네.”

“···”


다음 타자는 지명타자 최진영. 큰 거 한방 치겠다고 소리를 뻥뻥 쳤지만, 포볼로 1루에 진루했다.


그래. 잘했다. 영화 머니볼에서도 출루율을 중요하게 여겼다.


1사 1루.


상위 타선이 시작될 차례. 영수는 아주 살짝 기대했다. 타격에서 점수를 내면 투수로서는 가벼운 마음으로 공을 던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위기 상황에 닥치더라도 점수에서 여유가 있으면 심적으로 부담이 덜 된다.


맞아도 된다 생각하고 던지는 것이랑 절대 맞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며 던지는 것은 다르니까.


“쿠켱수. 동료를 믿으면 안 돼.”

“예?”


마크 소우즈는 주위를 한번 둘러본 뒤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감독으로서 하면 안 되는 말이겠지만 자네 멘탈을 위해서 꼭 해야겠어. 우리 타자들에게 너무 큰 기대를 하지 말란 소리네.”

“아, 예.”


영수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동료 선수들이 영어를 못해서 다행이라 생각하며.


물론 외국인 용병은 감독의 말을 들었을 수도 있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다.


“그런데 한 이닝 더 던질 수 있겠나?”

“9이닝까지 던질 수도 있습니다.”

“하핫. 그건 안 돼. 다음 경기도 생각해야지.”

“알겠습니다.”


경기는 감독의 예상대로 점수를 내지 못했다.


상대 투수의 구속이 낮아서 줌수를 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플라이아웃으로 허무하게 이닝이 마무리되었다.


예상했던 일이었다. 드림 팀에서 뛰려면 몇 개의 에러와 무득점은 머릿속에 염두 해두고 뛰어야 한다. 영수는 어깨를 풀며 마운드로 걸어갔다.


그런 영수를 바라보는 마크 소우즈에게 마르티네스 코치가 다가왔다.


“투수보다 더 긴장한 것 같은데?”

“내가? 잘못 봤군.”

“마크. 우리가 함께 한 시간이 몇 년인 줄 알아? 내가 너 어떤 생각 하고 있는지도 모를 거로 생각하면 착각이야.”

“긴장 안 했어. 그냥 쿠켱수 데뷔전이잖아. 조금 걱정이 될 뿐이야.”


마르티네스 코치는 웃으며 말했다.


“시범 경기에서 봤잖아. 만루에서도 평소처럼 피칭하던 강심장이야. 새가슴이 아니란 소리지. 안타를 맞아도, 홈런을 맞아도, 한복판에 포심을 던질 선수야. 전 이닝 무실점. 시범 경기라도 해도 무시할 수 없는 성적이야.”

“흠.”


선수들이 모두 준비를 마치고, 고요함이 흘렀다. 관중들은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숨 쉬는 것도 조심했다.


퍼억!


그러나.

권영수의 피칭이 시작되고, 도그 팀 팬들은 분노했다.


“또 시작됐네.”

“하아. 권영수 저 새끼는 지치지도 않나?”

“구속이 줄지를 않아.”

“내 말이! 그리고 갑자기 스위퍼를 던지는 거야? 게임도 아니고 이게 말이 돼?”

“아, 우리 팀 단장은 뭐한 거야? 권영수 영입안 하고.”


팬들이 답답함과 짜증이 솟을 때 도그 팀 더그아웃은 싸늘한 바람이 불었다.


“일단 이번 이닝은 포기하자. 다음 이닝에도 나오진 않겠지.”

“감독님! 포기라뇨. 저 새끼 오늘 데뷔전이에요. 그런데 이렇게 둘 겁니까?”

“어떻게 하냐. 답이 없는데. 베스트 전력도 아니고.”


더그 팀 감독은 금지 약물을 복용해서 출전 정지를 당한 선수들이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그들이 있어도 저 권영수에게서 점수를 뽑아낼 수 있을지는 확신이 들지 않았지만.


옆에 있던 수석 코치는 답답한 마음에 스위퍼를 조심하라고 닦달했다. 그러나 소용없었다.


선수들은 권영수가 던지는 공을 건드리지도 못했다. 그리고 권영수를 지켜보던 누군가 말했다.


“선발이 아니라서 다행이야. 1회부터 9회까지 권영수가 던졌다고 생각해 봐.”

“···”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선작과 추천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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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5

  • 작성자
    Lv.50 fe******
    작성일
    23.09.14 22:50
    No. 1

    잘보고가요

    찬성: 0 | 반대: 1

  • 작성자
    Lv.75 가난한사내
    작성일
    23.09.15 09:25
    No. 2

    저번에도 그랬고 이번화에도 나오는데
    다음회에도 올라오는 투수가 공격이닝에 아이싱이라뇨...
    계투나 마무리가 불펜에서 연습구 던지고 가는게 어깨 풀려고 하는데 아이싱을 하면 다 굳죠
    선수에 따라 아이싱을 안하는 선수는 있어도 강판 이후가 아니라 중간에 하는건 좀...

    찬성: 3 | 반대: 0

  • 작성자
    Lv.99 유리아o
    작성일
    23.09.16 17:04
    No. 3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벼리까꿍
    작성일
    23.09.17 14:42
    No. 4

    아이싱은 더이상 안나오는 투수가 합니다. 야구 많이 안보신거 티가나는 용어나 표현이 많습니다. 노력을 강조하시는데 작가분도 자료조사에 더 힘쓰셔야겠네요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99 전란의씨앗
    작성일
    23.09.20 18:22
    No. 5

    글이 중복인거 같은데요

    찬성: 2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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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44 +2 23.10.02 1,227 22 11쪽
44 43 +2 23.10.01 1,320 29 11쪽
43 42 +2 23.09.29 1,392 30 11쪽
42 41 +3 23.09.28 1,417 34 11쪽
41 40 +2 23.09.27 1,493 31 10쪽
40 39 +2 23.09.26 1,555 35 11쪽
39 38 +2 23.09.25 1,560 32 11쪽
38 37 +4 23.09.23 1,692 34 10쪽
37 36 +3 23.09.22 1,643 37 10쪽
36 35 +3 23.09.21 1,748 33 11쪽
35 34 +2 23.09.20 1,719 33 11쪽
34 33 +3 23.09.19 1,755 34 10쪽
33 32 +2 23.09.18 1,796 32 11쪽
32 31 +2 23.09.16 1,962 36 11쪽
31 30 +3 23.09.15 2,024 34 10쪽
» 29 +5 23.09.14 2,115 24 19쪽
29 28 +2 23.09.13 2,132 39 11쪽
28 27 +3 23.09.12 2,185 39 11쪽
27 26 +1 23.09.11 2,232 40 10쪽
26 25 +3 23.09.08 2,484 38 10쪽
25 24 +1 23.09.06 2,484 43 12쪽
24 23 +1 23.09.06 2,425 38 11쪽
23 22 +2 23.09.05 2,724 40 12쪽
22 21 +1 23.09.04 2,861 46 13쪽
21 20 +1 23.09.03 3,068 42 12쪽
20 19 +4 23.09.02 3,127 46 11쪽
19 18 +2 23.09.01 3,195 46 10쪽
18 17 +3 23.08.31 3,277 48 10쪽
17 16 +2 23.08.30 3,370 51 11쪽
16 15 +2 23.08.29 3,405 50 10쪽
15 14 +4 23.08.28 3,404 52 9쪽
14 13 +3 23.08.27 3,425 51 10쪽
13 12 +5 23.08.25 3,444 51 10쪽
12 11 +3 23.08.24 3,535 48 10쪽
11 10 +3 23.08.23 3,755 46 10쪽
10 9 +8 23.08.22 3,779 47 11쪽
9 8 +10 23.08.21 3,849 45 10쪽
8 7 +3 23.08.19 4,025 48 11쪽
7 6 +4 23.08.18 4,108 53 11쪽
6 5 +3 23.08.17 4,318 56 10쪽
5 4 +3 23.08.16 4,413 54 10쪽
4 3 +5 23.08.15 4,857 57 10쪽
3 2 +5 23.08.14 5,670 56 12쪽
2 1 +7 23.08.14 7,101 63 10쪽
1 프롤로그 +6 23.08.14 9,918 69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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