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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것은 허구입니다.
9회 말.
샤크스는 점수를 내지 못했고, 경기는 드림의 승리로 끝이 났다.
샤크스 선수들은 고개를 푹 숙였다. 반면, 드림은 더그아웃에 있던 선수는 물론이고 코치와 감독까지 그라운드로 뛰쳐나왔다.
“대단하잖아!”
“와일드카드전에서 완봉승이라니!”
그 중심에는 권영수가 있었다. 모두가 권영수를 둘러쌓아선 어깨나 팔을 주물렀다.
감독도 중요한 경기여서 권영수를 9회까지 던지게 한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선수 보호를 위해 교체했을 것이다.
기쁨. 행복. 지금 느끼는 이 희열을 어떠한 단어로도 표현할 수가 없다. 가슴 벅찬 감동에 권영수는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드디어 가을 야구다.
“해냈다!”
“우리가 이겼다.”
“가을야구다!”
“하하하하.”
[5년 만에 드림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합니다!]
[5년 전 드림은 2등, 그다음 시즌 9위였습니다. 전 시즌 준우승팀이 9위를 한 것도 놀라운데 더 놀라운 것은 이후 3번 연속 10위를 했다는 겁니다. 그 과정에서 드림은 무수한 무시와 비웃음을 당해야 했습니다.]
해설은 침을 한번 삼키고는 말을 이었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영원히 꼴찌만 할 것 같았던 드림이 올해 포스트 시즌에 진출한 겁니다.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여기까지 올라온 드림 선수들에게 힘찬 박수를 보내주십시오!]
[정말 대단합니다. 드림이 허허, 참.]
캐스터도, 해설위원도 권영수의 피칭에 감탄했다. 이번 경기의 MVP는 누가 보더라도 권영수다.
9회까지 1점도 내주지 않으며 드림을 지켜냈다.
그때 캐스터와 해설위원의 눈에 몇몇 관중들이 그라운드로 난입하는 모습이 보였다.
[어, 뭐하나요? 관중이 난입했습니다. 보안요원 선수들 보호해야죠.]
[이거 좋지 않아요.]
걱정이 됐다. 간혹 경기 결과에 불만을 품고선 선수들에게 해코지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흉기라도 몰래 숨기고 들어갔다면 위험천만한 순간이 발생할지 모른다. 보안요원들이 난입한 사람들을 뒤쫓지만, 엄청나게 빠르다.
그들은 권영수에게 다가갔다. 근처에 있던 선수들과 코치들이 막아서자, 뭔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다.
분위기가 나쁘지 않아 보인다.
그러다 뒤에서 가려져 있던 권영수가 웃는 얼굴로 다가오더니 난입한 사람들과 사진을 찍는다.
다행히 드림 팬인 모양이다. 뒤늦게 보안요원들이 현장에 도착했지만, 그들은 권영수와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
[포스트 시즌 진출 팀.]
1. 기린
2. 도그
3. 베어
4. 드림
전 시즌 우승과 준우승팀인 도그와 베는 금지약물 복용으로 각각 5명과 4명씩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음에도 3위 안에 기적적으로 들어가는 데 성공했다.
시즌 정지를 당한 선수도 있지만, 자진 신고 후 팀에 합류해서 뒷심을 발휘한 덕분이다. 각각 후반 막판 18, 16연승을 거두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역시 도그와 베어인가.
┖두 팀 중 하나가 우승할 듯.
┖우린 정규시즌 우승한 거에 만족한다. 약쟁이들아.
드림 팬들은 가을야구를 한다는 것에 만족하는 분위기다.
┖우리가 가을야구라니!
┖난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
┖형! 드림이 우승하는 건 보고 가야지!
┖그건 이룰 수 없어··· 불가능한 일이야.
┖아니야!
┖드림은 창단 이후 우승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는걸.
┖나도 만족함.
┖드림 선수분들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다음 시즌에도 응원할게요.
하지만 감독과 단장은 생각이 다른 듯했다.
“여기까지 왔네요. 드디어 가을 야구입니다. 몇 번만 더 이기면 한국시리즈고요.”
“맞습니다. 감독님이 힘써준 덕분이지요.”
“단장님이 믿어줘서 해낼 수 있었습니다. 선수들도 제법 잘했고요.”
둘이 이렇게 짝꿍이 잘 맞았나? 간단하게 말은 하지만 사실 한국시리즈까지 가는 길은 고난의 행군이 따로 없다.
4위였던 샤크스를 이겼으면 이젠 3위를 상대해야 할 차례다. 그러고 나서 2위까지 이겨야 한국시리즈에 진출할 수 있다.
몇 번만 이기면 되는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3위와 붙는 준플레이오프, 2위 플레이오프 모두 3선승제다.
객관적인 전력을 봐도 드림이 한참 밀린다. 애초에 포스트 시즌에 진출한 것도 기적적인 일이다.
심지어 김두진마저 당황한 얼굴이다. 목표가 우승이라고 했지만, 진짜일 줄은 몰랐다.
“앞으로 남은 경기가 제법 된다. 내일 하루 푹 쉬고, 준플레이오프 해야 하니 너무 풀어지면 안 된다.”
“···예.”
“평소처럼 술, 아이스크림, 담배, 마약, 탄산음료는 금지다.”
“···”
선수들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대답한다. 하지만 이어진 감독의 대답에 화색이 돋았다.
“그런데 오늘 너무 잘했고, 내일 쉬니까 오늘 생맥주 딱 한 잔씩만 하자.”
“우와아아아!”
“두 잔은 안 됩니까?
“안 된다.”
사실 드림은 원래 경기 일정이 있어도 술을 마셨다. 마시든 안 마시든 경기 결과는 똑같았고, 감독이나 코치는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았었다.
이번에 마크 소우주 감독이 오면서 바뀐 것이다. 그도 미국에선 선수들이 뭐라 하던 상관 안 했다.
심지어 다른 구장으로 이동하는 비행기에서 술판을 벌인 적도 있었다.
감독은 오로지 성적 하나만 봤다. 경기 후 범법 행위만 아니면, 뭔 짓을 하던 잘하는 선수는 계속 기회를 줬다. 자기 관리를 잘해도 성적이 안 나오는 선수는 출전하지 못했다.
그런데 한국에 오니 답이 없었고, 선수들을 강력하게 통제했다. 몇몇 핵심 선수를 제외하곤 빈말로라도 칭찬할 수가 없었다.
‘너무 억압하면 안 좋겠지.’
마크 소우주 감독은 선수들에게 아주 작은 자유를 주기로 했다.
곧 선수들 앞에 치킨이 나오고, 각자 앞에 500cc 생맥주 한 잔이 놓였다.
“흐흐흐. 이게 얼마만의 술이냐.”
“다음날 경기 없으면 죽어라 마시는 놈이?”
“그날도 어차피 이동하느라 시간 없어서 별로 못 먹어.”
“퍽이나.”
“뭐야! 권영수. 넌 왜 얼음물이야?”
“음. 알코올 알레르기가 있어서.”
“어디서 개구라를! 여기 생맥주 한 잔이요!”
“못 마신다니까?”
사실은 안 마시는 거였다. 9회까지 공을 던지느라 술보다는 쉬고 싶었다. 치킨이 아니었다면 따라오지 않았을 것이다.
옆에서 맥주 한 잔을 추가로 시킨 차영호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내가 마실 테니까 가만히 있어.”
“···”
“이 눈치 없는 새끼야.”
고개를 끄덕인 영수는 맥주를 취소했다. 차영호가 불만스럽다는 눈빛을 보냈지만, 무시했다.
“튀김은 안 먹는다며?”
“내일 경기 없으니 조금은 먹으려고.”
하지만 그것도 잠시. 술을 더 못 먹게 되자 우울한 표정을 짓는다. 그 모습을 보고만 있을 수 없어서 생맥주 한 잔을 시켰다. 티 나지 않게 순식간에 잔을 비운 차영호는 빛의 속도로 권영수의 맥주와 바꿔 치기 했다.
건너편에 있던 김두진이 그 모습을 보고는 한심한 표정을 지었다.
“뭐 인마.”
“형한테 인마? 반말하지 마라.”
“한 살 차이 가지고.”
“어쭈구리. 술 들어갔다고 눈에 뵈는 게 없지?”
“어? 야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너랑 나랑 몇 달 차이 안 나거든?”
“너어? 너어? 너라고? 말 다 했냐.”
“그래 너 이 새끼야. 몇 달이나 차이 난다고 형이야? 친구지.”
평소엔 몰랐는데 지금 보니 덤앤더머 같은 느낌이다. 김두진의 눈썹이 꿈틀대지만, 차영호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
“타격도 못 하는 게!”
“내가 홈런을 친 거 기억 안 나? 내 도움의 여기까지 온 거야.”
“네 덕분이 아니라 우리가 모두 노력하고 팬들이 응원해 준 덕분이다.”
술이 들어가자 안 그래도 말이 많던 차영호는 더 많아졌다. 영수는 차영호와 김두진 모두 좋아서 누구 편을 들어주지 못했다.
어쨌든 위계질서가 있으니, 김두진의 편을 들어줘야 할 것 같긴 하다.
“영수야. 김두진이 왜 너한테 한의원 가라고 한 줄 알아?”
“음?”
“쟤 혼자 침 맞기 억울해서 너도 보낸 거야.”
“이 자식이!”
“겉으론 존나 강하고 안 부러질 것처럼 하는데 뒤로는 야비하고 속 좁은 새끼라니까?”
어쨌든 한의원에서 관리받은 덕분인지 지금까지 다치지 않고 잘 던질 수 있었다. 의도가 어쨌든 영수에겐 도움이 되었다.
차영호의 폭로에 열 받은 김두진은 바로 감독한테 달려가 권영수의 술을 빼앗아서 두 잔 먹었다고 고자질했다. 차영호는 바로 감독한테 불려 간 덕분에 조용해졌다.
차영호는 원래 그러니까 그렇다 치고, 김두진도 나이를 똥구멍으로 먹은 것 같다.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은 영수는 시선을 옮겼다. 한승진과 외국인 용병들은 치킨을 뜯느라 정신없는 모습이다.
‘나도 먹어볼까?’
***
드림은 하루 휴식을 취한 뒤 베어와 준플레이오프전을 치르게 됐다.
감독은 신동우를 빼고 4선발 로테이션을 돌릴 거라고 말했다. 영수는 김두진 다음에 올라가면서 어쩌다 보니 2선발이 되어버렸다.
“3일 쉬고 등판해야 하니까 쉴 수 있을 때 푹 쉬도록.”
“예.”
영수는 가볍게 회복 훈련을 하고 간이침대에 누워서 마시지를 받았다. 오늘 공은 잡지도 않았다. 심지어 경기장도 아니다.
회복에 집중하라는 감독의 지시에 쉬고 있다. 영수는 쉬면서 핸드폰으로 드림의 경기를 봤다. 반면, 다른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몸을 풀고 있다.
“오오 최강 드림!”
“영원히 승리하라!”
관중석에선 팬들이 응원가를 부른다. 아직 경기가 시작도 안 했는데 열정이 참으로 뜨겁다.
“영수. 몸은 좀 어때?”
“피곤하긴 한데 괜찮아요.”
“회복에 집중하라고.”
“예.”
영수가 경기에 나가려면 앞으로 펼쳐질 3경기에서 최소 한 번은 이겨야 한다.
‘잘할 수 있을까?’
할 수만 있다면, 매일 선발로 등판해서 던지고 싶다. 팀 동료들을 믿고 싶지만, 믿음이 가지 않았다.
권영수는 타격 연습을 하는 선수들을 보며 생각했다.
‘타격도 한번 연습해 볼까?’
투타 겸업. 소설이나 만화에서만 나오는 일이 아니다. 한국에선 고등학생 때까진 흔하다. 프로가 되면서 타자와 투수 둘 중 하나를 정하는 편이다.
하지만 일본에선 오타니가 해냈으니, 권영수도 한번 욕심을 내볼지 생각해 본다.
“타격을 생각하는 것 같은데 꿈도 꾸지 마.”
“!”
“3일 쉬고 등판이니 회복에만 전념해.”
“예.”
선작과 추천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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