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니 파이어볼러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스포츠, 현대판타지

완결

옐로야
작품등록일 :
2023.08.14 05:00
최근연재일 :
2023.10.19 21:20
연재수 :
59 회
조회수 :
148,191
추천수 :
2,249
글자수 :
284,096

작성
23.09.21 21:20
조회
1,748
추천
33
글자
11쪽

35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것은 허구입니다.




DUMMY

“야, 야. 무슨 일이야?”

“둘이 왜 저래?”

“몰라. 일단 나가자. 벌금 내기 싫으면.”


내일 선발로 예정되어 있거나 볼펜에서 연습 투수를 제외하고는 선수들 모두 영문도 모르고 그라운드로 뛰쳐나갔다.


나오지 않으면 벌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일단 저 외국인부터 말려!”

“힘이 장사여. 황소가 따로 없는데?”

“워워. 라이언! 진정해.”


라이언 존슨 근처에 있는 선수들은 이근혁에게 다가가지 못하도록 최대한 막았다.


예전에는 야구와 밑창에 달린 스파이크로 피해를 주기 위해 이단 옆차기를 날리거나 배트로 집단 패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야구선수가 배트를 휘두르다 보니 중상자가 나오기도 했다.


물론 지금은 진짜 주먹질까지 가는 싸움을 잘 일어나지 않는다. 옛날과 달리 가끔 벌어지는 하나의 이벤트로 여기는 사람도 있다.


“둘이 왜 그랬대? 무슨 일이야? 아는 사람 있어?”

“이근혁이 또 시비 걸었겠지. 학생 때부터 트레블 토크로 유명했잖아. 툭하면 시비 걸고 욕하고 무시하고 아주지만 잘났다니까.”

“에휴. 게는 늙어도 말썽이야. 나이를 똥구멍으로 먹나.”


한국에서 야구는 엘리트 스포츠다. 소수 인원에게 집중해서 교육한다. 야구부가 있는 학교는 약 50개.


그중에서 명문을 뽑으면 10개 정도로 줄어든다.


서로 선후배 사이로 얽혀있고, 한 다리 건너면 아는 사이. 야구판이 워낙 좁으니 얼굴 붉힐 일을 만들지 않으려 한다.


어렸을 때부터 운동으로 다져진 몸이다. 진심으로 싸우면 크게 다칠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주먹질까진 가지 않도록 서로 참는다.


“오늘 끝나고 뭐해?”

“뭐 따로 약속은 없어.”

“밥이나 먹을까?”

“좋지. 할 것도 없는데.”

“저번에 그 막창집 맛있던데.”

“끝나고 가자.”


서로 다른 팀이지만, 한국에서 야구하면서 수 없이 만나본 사이. 다른 팀이지만, 선수들은 저녁 약속을 잡는다.


물론 어딜 가든지 예외는 있다.


라이언 존슨과 거리를 벌린 이근혁은 한숨 돌렸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힘만 센 무식한 새끼.”



***



경기장 단장실에서 야구를 보고 있던 은미는 최 비서와 함께 밖으로 나왔다. 빠른 발걸음은 그녀의 급한 마음을 나타낸다. 얼굴도 잔뜩 굳어있다.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야!”

“일단 다행히 폭력 사태로 이어지진 않았습니다. 1경기에서 3경기 출전 정지와 벌금 정도 나올 겁니다.”

“그것도 우리한텐 치명적이라고!”


어느 팀이나 마찬가지겠지만, 특히나 드림은 주전과 비주전의 실력 차이가 크다.



특히 외국인 용병인 라이언 존슨은 팀의 핵심 선수. 명단에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 만약 그가 빠지게 되면 드림으로선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벤치 클리어링을 일으켰으니 볼 것도 없이 퇴장이다. 오늘 경기도 문제지만, 사후 징계도 관건. 최 비서의 말대로 1~3경기에 그치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누가 보더라도 라이언 존슨은 이근혁의 턱주가리를 날릴 듯이 행동했다. 다른 선수가 막아서고, 이근혁이 재빨리 도망치지 않았으면 결국 폭력 사건이 됐을 일이었다.


3경기보다 더 많은 출전 정지가 나올지도 모른다.


“라이언 존슨이 남에게 함부로 주먹을 휘두르는 선수가 아닙니다. 군인은 아니지만, 명예가 뭔지 아는 선수에요. 분명 뭔가 일이 있었을 겁니다.”

“당연히 그래야죠. 아무 이유가 없었더라도 만들어 내야 해요.”

“예. 일단 라이언 존슨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해 봐야 대책을 세울 수 있습니다.”


은미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




“물의를 일으켜 죄송합니다.”

“됐어요. 사과는 내일. 나한테 아니라 사람들 다 보는 경기장에서 이근혁 선수에게 하세요.”

“그건 좀. 그 새끼랑은 같은 공간에 있는 것도 싫다고요! 사과는 절대 안 해요.”


은미의 눈빛이 살벌해진다. 표정이 차가워진다.


눈치를 보던 라이언 존슨은 말을 바꿨다. 프런트 직원에게 사장 딸이니 조심해야 한다는 언질을 미리 들은 덕분이었다.


“하지만 단장님의 말이니 사과할게요.”

“하아.”


한숨을 돌린 은미는 라이언 존슨을 바라봤다. 라이언 존슨은 아직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얼굴이 붉었다. 잔뜩 흥분해 있다. 은미가 차가운 표정으로 냉정히 말한다.


“좋아요. 그러면 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우리한테 말해줘요. 그래야 대책을 세울 수 있어요.”

“···”


라이언 존슨은 뭔가 말을 하려다 머뭇거린다.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도와줘요. 그래야 당신과 우리 구단의 명예를 지킬 수 있어요.”

“···명예?”

“한국엔 단순히 돈을 벌려고 온 건가요? 당신한텐 돈이 전부입니까? 아니잖아요. 내 눈을 봐요.”


라이언 존슨은 처음 은미와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



미국에서 라이언 존슨은 메이저와 트리플 리그를 왔다, 갔다 하는 선수였다. 트리플 리그에선 핵심 선수로 활약할 수 있지만, 메이저 리그에선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하지 못하는 일명 AAAA선수였다.


“드림? 거기 한국 꼴찌잖아요. 안 갑니다.”

“왜죠? 돈이 부족해서요? 용병은 돈이 전부라던데 아닌가요? 광고라던가 코인 같은 다른 경로를 통해서 돈을 더 줄 수도 있어요. 얼마면 됩니까?”


돈 많으면 좋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게 돈이니까. 하지만 라이언 존슨은 자신이 잘하고, 유명해지면 돈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믿었다.


고작 돈 조금 더 벌겠다고 거절한 것이 아니다. 드림이기 때문에 거절한 것이다.


라이언 존슨은 자신만의 신념이 있는 선수였다.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말했다.


“꼴찌잖습니까. 가서 1~2년을 버리느니 여기 미국에서 도전할 생각입니다.”


매년 꼴찌를 도맡아 하는 팀이다. 그런 곳에 가봐야 얻을 수 있는 것도, 배울 것도 없다.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느니 차라리 미국에 남아서 메이저에 도전하는 게 낫다.


“인터넷에서 당신네 야구하는 거 봤습니다. 코미디가 따로 없던데요? 미국 스포츠 방송에도 나온 거 아세요?”

“에?”


포구하지 못하고, 놓친 공을 실수로 자기 발로 찬다. 그럴 수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가끔 그런 실수가 나오니까. 그런데 자신이 볼을 찬 것도 모르고 두리번거리는 사이 타자는 1루로 질주. 그리고 세이프.


1루에서 2루로 도루하는 것을 보고 포수가 공을 던졌는데 투수의 몸에 맞는 바람에 3루까지 내준다.


시구도 아니고, 공을 바로 앞에 패대기를 치지 않나. 드림의 플레이를 생각하면 배를 잡고 부여잡고 웃던 기억밖에 없다.


라이언 존슨은 절대 드림에 가지 않겠다고 생각했었다.


“맞아요. 드림은 꼴찌입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꼴찌일까요? 장담할 수 있어요?”

“···”

“이대로 여기에 있으면 메이저리그에 적응해서 성공할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당신 지금 몇 살입니까?”

“31살이오.”


31살. 적지 않은 나이다. 물론 30 중반에도 훨훨 날아다니는 선수도 있다. 그러나 라이언 존슨은 육체적, 기술적 성장이 더뎌지기 시작했다. 유지마저 벅찼다.


“당신이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을까요? 아니면 드림이 꼴찌에서 벗어날 확률이 높을까요?”


메이저 리그에서 성공하기엔 객관적으로 생각하면 힘들다. 하지만 드림은? 좋은 선수와 감독을 영입하면 상위권은 몰라도 꼴찌는 벗어날 수 있다.


그 사실을 알기에 라이언 존슨은 입을 열지 못했다.


‘돈에 굴복해야 하나.’


라이언 존슨은 고민한다. 당당히 메이저리그에 도전해서 성공하고 싶었다. 자기 아들 앞에서 당당히 서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엔 실패인가. 가족을 생각해서 돈을 벌기 위해 용병이 돼야 할까.


그때 은미가 말을 이었다.


“꼴찌인 드림을 바꿔주세요. 그러면 돈, 명예 모두 잡을 수 있어요.”

“드림을 바꾼다고 돈과 명예를 모두 잡을 수 있을까요?”

“네. 꼴찌가 아니라 우승을 노리는 팀으로요. 그러면 둘 다 잡을 수 있어요.”


이 여지는 미친 걸까? 프로가 맞는지 의심스러운 선수들이 있는 곳을 우승? 말도 안 된다.


“가능한 일입니까? 달라지긴 할까요?”

“네. 그러면 사람들은 당신에게 고마워할 겁니다. 만년 꼴찌였던 드림을 바꿔준 선수로 말이지요. 만약 우승한다면 팬들은 당신을 평생 잊지 않을 거예요. 죽을 때까지.”

“평생···”

“우리 한국은 은혜를 잊지 않아요. 6.25 한국전쟁 당시 에티오피아에서 6,000명이 넘는 부대가 도와주러 왔어요. 그리고 우리 한국은 참전용사에게 지원 사업을 하고 있어요. 에티오피아 말고도 지원하고 있죠.”


들어본 적 있다.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 스치듯 지나갔지만, 한국이 전쟁에서 도와준 참전용사를 돕는다는 이야기.


“드림이 성장하고 바뀌는 데 도움을 주세요.”


은미의 말에 라이언 존슨의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




그리고 현재.

은미가 라이언 존슨에게 말했다.


“나와 처음 만났을 때 기억해요? 드림이 성장하는 데 도움을 달라고 했죠.”


라이언 존슨이 고개를 끄덕인다.


“왜 그랬는지 말해줘요. 우리 팀이 달라질 수 있도록. 하나가 될 수 있게 말이에요. 당신이 아무런 말을 하지 않으면 주먹질이나 하는 용병으로 잊히게 될 거예요.”


머뭇거리던 라이언 존슨의 입이 열린다.


“굳이 알고 싶지 않아도 알게 되는 말이 있습니다. 외우려고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외워지죠. 한 번도 듣지 못한 다른 나라 말이라도 말이에요. 신기하죠?”

“그게 뭐죠?”

“욕이요. 이근혁은 드림과 권영수에게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말을 했습니다.”

“무슨 말을 했죠?”

“···그건 권영수에게 상처가 될 것 같아서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죄송합니다. 모범을 보여야 하는데 사고나 쳐서.”


은미가 씩 웃는다.


“말해줘서 고마워요. 당신은 사고를 친 게 아니라 같은 팀 동료를 보호한 거예요. 선수로서 당신의 할 일을 한 거죠. 앞으로도 지금처럼 동료를 보호해 주기 바라요.”

“···단장님.”


은미의 눈이 반짝인다.


“뒷일은 걱정하지 말고 우리한테 맡겨요. 이제부턴 내 일이니까. 그리고 권영수 선수를 지켜줘서 고마워요.”

“단장님···”


로커룸에서 은미가 나왔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표정이 다르다. 눈이 반짝인다. 들어가기 전에 굳어있었다면, 지금은 먹이를 노리는 한 마리의 짐승 같다.


“잠깐 알아봤는데 이근혁 선수 문제가 많습니다. 처벌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여론을 우리 쪽으로 유리하게 만들 수는 있습니다.”

“좋아! 이근혁에 대한 모든 것을 조사해요. 하나하나 모든 것을 꺼내보는 겁니다.”

“예.”




선작과 추천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알고보니 파이어볼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9 58-완결 +5 23.10.19 787 19 12쪽
58 57 +2 23.10.18 762 23 11쪽
57 56 +2 23.10.17 786 21 10쪽
56 55 +2 23.10.16 816 23 11쪽
55 54 +4 23.10.13 883 22 11쪽
54 53 +3 23.10.12 893 24 10쪽
53 52 +3 23.10.12 827 22 10쪽
52 51 +3 23.10.11 969 27 10쪽
51 50 +2 23.10.10 994 25 10쪽
50 49 +2 23.10.09 996 27 11쪽
49 48 +2 23.10.06 1,079 26 10쪽
48 47 +2 23.10.05 1,087 26 11쪽
47 46 +2 23.10.04 1,140 26 11쪽
46 45 +2 23.10.03 1,164 26 12쪽
45 44 +2 23.10.02 1,228 22 11쪽
44 43 +2 23.10.01 1,320 29 11쪽
43 42 +2 23.09.29 1,392 30 11쪽
42 41 +3 23.09.28 1,418 34 11쪽
41 40 +2 23.09.27 1,493 31 10쪽
40 39 +2 23.09.26 1,555 35 11쪽
39 38 +2 23.09.25 1,560 32 11쪽
38 37 +4 23.09.23 1,692 34 10쪽
37 36 +3 23.09.22 1,643 37 10쪽
» 35 +3 23.09.21 1,749 33 11쪽
35 34 +2 23.09.20 1,719 33 11쪽
34 33 +3 23.09.19 1,756 34 10쪽
33 32 +2 23.09.18 1,796 32 11쪽
32 31 +2 23.09.16 1,963 36 11쪽
31 30 +3 23.09.15 2,024 34 10쪽
30 29 +5 23.09.14 2,115 24 19쪽
29 28 +2 23.09.13 2,133 39 11쪽
28 27 +3 23.09.12 2,186 39 11쪽
27 26 +1 23.09.11 2,232 40 10쪽
26 25 +3 23.09.08 2,484 38 10쪽
25 24 +1 23.09.06 2,484 43 12쪽
24 23 +1 23.09.06 2,425 38 11쪽
23 22 +2 23.09.05 2,725 40 12쪽
22 21 +1 23.09.04 2,862 46 13쪽
21 20 +1 23.09.03 3,069 42 12쪽
20 19 +4 23.09.02 3,127 46 11쪽
19 18 +2 23.09.01 3,196 46 10쪽
18 17 +3 23.08.31 3,277 48 10쪽
17 16 +2 23.08.30 3,370 51 11쪽
16 15 +2 23.08.29 3,405 50 10쪽
15 14 +4 23.08.28 3,404 52 9쪽
14 13 +3 23.08.27 3,426 51 10쪽
13 12 +5 23.08.25 3,445 51 10쪽
12 11 +3 23.08.24 3,536 48 10쪽
11 10 +3 23.08.23 3,756 46 10쪽
10 9 +8 23.08.22 3,780 47 11쪽
9 8 +10 23.08.21 3,849 45 10쪽
8 7 +3 23.08.19 4,025 48 11쪽
7 6 +4 23.08.18 4,108 53 11쪽
6 5 +3 23.08.17 4,319 56 10쪽
5 4 +3 23.08.16 4,413 54 10쪽
4 3 +5 23.08.15 4,858 57 10쪽
3 2 +5 23.08.14 5,670 56 12쪽
2 1 +7 23.08.14 7,102 63 10쪽
1 프롤로그 +6 23.08.14 9,920 69 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