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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옐로야
작품등록일 :
2023.08.14 05:00
최근연재일 :
2023.10.19 21:2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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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21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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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글자
10쪽

8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것은 허구입니다.




DUMMY

8.




영수가 도망친다. 하지만 막다른 길이다. 더 이상 도망칠 길이 없다.


저벅저벅.


들려오는 발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선배가 보인다. 그는 차갑게 웃고 있었다.


“야, 이 새끼야.”


무섭다. 웃고 있지만, 가장 무서운 순간이다.

날카로운 저 눈빛이 닿은 곳엔 칼에 베인 듯 아프다.


“···선배님.”

“백날 도망쳐도 넌 내 손바닥 안이야.”

“제발 그만해 주세요. 잘못했습니다.”

“왜? 내가 뭐했어? 그렇게 말하면 꼭 내가 나쁜 선배가 된 것 같잖아?”

“무섭고 너무 아파요. 제발 그만.”


영수가 애처로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본다.

하지만 그는 주먹을 휘두른다.


퍽!


“그렇게 말하지 말라니까? 내가 꼭 나쁜 놈이 된 것 같아서 기분이 더러워진다고 개새끼야.”


“제발······ 그만.”

“뭘 그만해? 이거 완전 개새끼네? 난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데. 누가 보면 내가 너 때린 줄 알겠어? 사람을 나쁜 놈으로 만들고 있어. 뒤지려고 개새끼가.”


퍽퍽!


“윽! 아악!”


영수는 끝이 있을 거로 생각했다. 저 선배가 졸업하면 이것도 끝이니까. 신인 드래프트에서 뽑히면 숙소에서 나갈 것이다. 그 때까지만 견디자고 생각했다.


그리고 벌레가 허물을 벗고 날아오르듯 자신 또한 빛나는 날이 올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폭력은 견딜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평생 운동을 해온 사람의 주먹이다. 한번 맞을 때마다 뼈가 부러지는 것 같다.


무섭도록 잔인한 남자.

하지만 시간은 흐르고 그가 숙소에서 떠나는 날이 다가왔다. 졸업하는 것이다.


그가 다가와 말한다.


“너 내일 공 던진다며?”

“예.”

“지금 감독님한테 가서 야구 그만두겠다고 해.”

“···”

“야구 접는다고 약속하면 오늘은 그냥 넘어가줄게.”

“···”

“나 이제 떠나. 볼일 없다고. 그런데 너 야구 계속하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나 계속 보게 된다?”


야구. 그거 하나 때문에 지금까지 견딘 것이다. 그런데 포기하라고? 그럴 수 없다.


악마가 인상을 쓴다. 때리기 직전의 그 눈이다. 그 눈빛에 영수는 소름이 끼치도록 무서웠다.


“야구 계속할 거야?”

“···”

“싫어?”


야구를 포기하고 싶지 않다. 꿈이다. 모든 것이다. 그런데 포기하라고? 죽으라는 말과 같다.


“그러면 맞자. 네가 선택한 길이다. 악으로 깡으로 버텨라.”


왜 야구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일 것일까? 뭘 잘못했다고.


“끄아아아악!”


팔꿈치와 어깨를 집중적으로 맞는다. 악마는 점점 더 잔혹해진다.

영수는 고통에 몸부림친다.

악마가 웃는다. 무섭다.

영수의 의식이 희미해진다.


“그러니까 포기하면 얼마나 좋아? 그러게, 누가 선배보다 공 잘 던지래? 눈치껏 던졌어야지 새끼야.”


“야구 포기 안 해요.”

“하, 새끼. 남자네 남자야. 근성 있어. 난 너 같은 놈들이 제일 싫어. 신념이 있는 척 말이야. 조금만 건드리면 휘거나 부러질 녀석이. 내가 포기하게 만들어줄게.”


그 말을 끝으로 영수는 정신을 잃었다.




***




“새끼. 야구 다시는 안 한다는 새끼가 여기서 이러고 있네. 그래도 오랜만에 만나서 반갑다? 나 졸업하고, 처음이지? 10년만인가?”


개새끼. 만약 만나면 죽여버리리라 다짐했었다. 하지만 파블로프의 개처럼 얼어붙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다.

부들부들 떨던 영수는 배에 잔뜩 힘을 주었다.

그리고 악을 쓰듯 외쳤다.


“으아아악! 아랑고 파이팅!”


그리고 뒤돌아서 부원들에게 다가갔다. 뒤에서 개새끼의 시선이 느껴지지만 무시했다.


얼굴을 보면 겁먹을 것 같다. 두려워하는 표정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


피가 날 것처럼 입술을 강하게 물었다. 정신이 든다.

앞을 보니 부원들이 모두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오늘 경기 무조건 이겨라.”

“네!”


하지만.


“아웃!”


실력 차이가 너무 난다. 압도적이라 뭐라 말해줄 것도 없다.


스코어는 9 대 3.

아랑고의 완패다.


4회가 끝나고 마지막 5회.

친선경기여서 5회까지만 하기로 되어 있었다.


“감독님.”

“?”

“더는 못 던지겠습니다.”


주장이 울먹이듯 말한다. 얼마나 두들겨 맞았는지 충격이 큰듯하다.


“쯔쯧.”


감독이 고개를 저으며 혀를 찬다. 큰일이다.

아랑고는 부원이 적다. 주장이 마운드에서 내려오면 대체할 사람이 없다.

물론 던질 수 있는 투수는 있다. 하지만 주장보다 더 좋은 투수는 없다.


“네가 안 던지면 누가 던지냐.”


투수들이 시선을 피한다. 자신 없는 것이다.

저러니 내보내고 싶지도 않다.


영수는 한탄했다.


‘내가 그렇게 가르쳤냐?’


하지만 가르친 기간은 고작해야 며칠. 실력이 좋아졌다고는 해도 단기간에 효과를 보기는 힘들다.


감독이 시선을 옮겨서 다른 야구부원을 바라본다. 투수가 못 던지면 야수 중에서라도 마운드에 올라가야 한다.


“아이고, 오늘 컨디션이 좀.”

“잠을 못 자서 그런가? 몸이 무겁네요.”


모두가 감독의 눈치를 살피며 시선을 회피한다. 투수도 마운드에 올라가기 싫어하는데 야수는 더하면 더 했지, 덜 하지는 않았다.


그만큼 초령고 타선이 대단했다. 그런데 상대 팀 쪽에서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영수가 시선을 옮겨 바라보자, 고등학생 때 2년간 지독하게 괴롭혔던 선배였다.

그가 비웃음을 흘리며 다가온다.


“경기 안 하십니까? 끝은 봐야죠?”

“···”

“뭐야? 투수들 얼굴이 왜 이래? 그냥 이대로 끝낼까요?”


차라리 그게 날 수도 있다. 더 해도 사기만 떨어지지, 아랑고로서는 얻을 게 없다.


“아니면 너라도 올라오던가?”

“?”

“···저요?”


그가 영수를 지목한다. 영수가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10년 동안 야구판에 얼굴도 보이지 않던 새끼가 여기 나온 거 보면 미련이 남아서 아니야? 몸도 좋은데? 너라도 올라와서 던져. 코치로서 모범을 보여야지.”


말도 안 된다.

선수 등록이 안 되어있기에 규정상 안 되는 일이다.


“연습 경기잖아? 왜? 자신 없어? 학생 땐 자신감 빼고는 시체였던 녀석이?”


그가 갑자기 도발한다. 개새끼가 저러는 이유가 뭘까.

영수가 고민하고 있는데 감독이 입을 연다.


“권 코치 뭐 하고 있어.”

“예?”

“올라가라잖아. 올라가.”

“예?”

“올라가서 우리 애들한테 한번 보여줘.”

“···제가 마운드에 올라가도 될까요? 전 자격이 없는 사람인데.”

“저쪽에서 올라가라는데 안 올라갈 이유 있어?”


진짜 시합이라면 선수 등록이 안 되어있기에 규정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인근 학교끼리 벌이는 친선경기.


안 될 이유는 없다.


“코치님 한번 보여주세요!”

“코치님!”


썩은 동태 눈깔이었던 부원들도 눈빛을 바꿔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본다.


영수도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마지막 그 순간까지 모든 걸 쏟아붓는 것. 그것이 야구다.”

“네!”




***




조재우는 몸을 푸는 영수를 보고 웃음을 지었다.


진짜로 마운드에 오르다니. 바보 같았다. 한국에서 야구판은 좁다.


사회인 야구 같은 곳은 모르지만, 어디 학교에 누가 잘한다느니 같은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아도 저절로 듣게 된다.


10년간 한 번도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권영수. 몸은 생각보다 좋아 보여도 제대로 된 공을 던지지 못할 것이다.


“갑자기 저 코치은 마운드에 왜 올라간 거야?”


초령고 감독이 묻는다.


“투수가 공을 안 잡으려고 해서요. 이대로 끝내긴 아쉽잖아요?”

“뭐, 이미 끝난 경기인데. 굳이. 그냥 이대로 끝내면 될 일을.”

“애들 홈런 맛 좀 봐야죠.”

“저 코치 후배라고 했지? 좀 던지나?”

“영수 기억 안 나세요?”

“영수. 영수라. 국영수는 아니고. 잠깐! 그 권영수?”


감독이 깜짝 놀란 얼굴로 바라본다. 하지만 조재우는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고3 이후로 영수 들어보신 적 있으세요?”

“없지.”

“그땐 좀 던졌는데 지금은 뭐 볼 거 있겠어요?”

“흠.”


약 10년 전. 지금 세대는 모르지만, 영수의 공을 봤던 사람은 잊어버릴 수 없는 투수였다.


고등학생임에도 국가대표에 나가야 한다는 소리도 있었으니 말이다.


그랬기에 초령고 감독은 불안했다.


“자신 있지?”

“예! 잘했어도 옛날이야기지 않습니까? 저는 이제 떠오르는 유망주고요.”

“새끼 건방 떨고 있네.”

“헤헤.”

“그러다 한 방 맞는다?”

“제가요? 저 투수한테요?”

“나한테.”

“하핫.”


감독은 조 코치와 이야기를 나누는 타자를 바라봤다.


오연식. 부상이나 사고만 아니면, 이번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이 유력하다.


컨텍도 좋고, 파워도 있다. 당장 프로로 데뷔해도 1인분은 충분히 할 녀석이다.

영수가 아무리 잘했어도 10년 넘게 쉬었는데 못 칠 리가 없다.


게다가 감독이 자기 선수를 믿지! 믿어야지 누구를 믿는단 말인가.

감독은 오연식에게 믿는다는 눈빛을 녀석에게 보냈다.

녀석도 자기 실력에 자신 있는지 흔들림 없는 표정이다.

타선은 이제 막 상위타선.

영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이다.


뻐어어억!


권영수가 아무리 좋은 공을 던진다고 하더라도.


빠아악!


“···”

“···좀 던지네요?”


뻐어어어억!


좋은 공이다. 몸을 풀기 위해 가볍게 던지는 것일 텐데 들리는 소리는 가볍지 않다.


“칠 수 있지?”

“그··· 그럼요. 저 오연수예요. 청소년 국가대표 4번 타자 오연수.”


방금 목소리가 떨린 것 같은데.

아니겠지. 기분 탓일 것이다. 그래야 한다.


“그런데 정말 야구 그만둔 거 맞아?”


최고야구 PD친구가 묻는다. 궁금증이 생긴 것이다. 이놈도 최고야구를 시작하고 나서 매일 야구를 들여다보고 있으니 보는 눈이 생긴 것이다.


“어. 내가 알기론.”

“대체 10년 전에는 어떤 공을 던지던 선수였어?”

“또래 중에선 아무도 던지지 못하던 공을 던졌어.”

“한국에서?”


친구가 놀란 얼굴로 묻지만, 초령고 감독은 담담히 말했다.


“전 세계에서.”


잠시 후. 영수가 몸을 완전히 풀었는지 시작해도 좋다는 사인을 한다.

그리고.


“플레이 볼!”


심판의 선언과 함께 경기가 시작되었다.




선작과 추천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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