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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옐로야
작품등록일 :
2023.08.14 05:00
최근연재일 :
2023.10.19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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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30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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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6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것은 허구입니다.




DUMMY

16.




2번째 출전에서도 영수는 무실점 2k를 달성한다. 제구가 잘되지 않은 전력투구여서 두 번 스트라이크 존 밖으로 벗어났지만, 차영호가 잘 잡아주어 뒤로 빠지지 않았다.


“우와와아아!”

“권영수! 권영수!”


팬들이 흥분해서 소리친다. 영수의 가슴도 뛴다. 관중석을 바라보니 KKK가 적혀있던 찢어진 박스에는 k 2개가 추가돼 있다.


“감사합니다.”


비록 허름하기 짝이 없는 찢어진 박스지만, 영수는 팬의 마음이 고마웠다.

다음 경기에는 박스 대신 다른 걸로 해주겠지.


“잘했다.”

“나이스 피칭!”

“멋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맙다.”


더그아웃에서 환대받은 영수는 기쁜 마음으로 볼펜에 도착한다. 성적을 들었는지 제이디도 환한 얼굴로 맞이해 준다.


“나이스 피칭 쿠켱수(영어).”

“···발음하기 어려우면 수라고 말하라니까요??”

“싫은데? 크크크.”

“···”


위기 상황에서 대단히 훌륭하게 피칭을 마쳤다. 볼펜으로 영웅의 귀환을 한 영수는 제이디의 장난에 인상을 찌푸렸다.


“그런데 여긴 왜 왔어? 아이싱 받고 쉬고 있지.”

“연습하려고요. 공이 두 번이나 존 밖으로 빠졌어요.”

“그래? 힘 빼고 투구 자세만 천천히 잡아봐.”

“네.”


차영호니까 공을 잡았지, 아니었으면 뒤로 빠졌다. 이후 벌어질 일을 생각하면 끔찍하다.


자세를 잡은 영수는 천천히 키깅에 들어갔다.


“머리도 안 움직이고, 허리 회전도 부드럽고, 좋아. 힘의 손실도 적고.”


마지막 투구 동작인 릴리스 포인트까지 끝냈다.


“아무래도 근력이 적어서 그런 것 같아. 100마일을 던지는 건 아무리 타고나도 몸에 상당한 무리가 갈 수밖에 없어. 인간의 신체를 넘어선 구속이거든.”


제이디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본격적으로 야구를 다시 시작하기 전까지 조깅은 했지만, 투구와 관련된 근육을 신경 써서 단련하진 않았었다.


에투피스를 만난 뒤 이상하게 몸과 근력이 좋아지긴 했지만.


사실 영수는 마운드에서 더 던지고 싶은데 1이닝만 던지고 내려오는 이유는 감독이 못하게 막아서다.


몸이 상할까 더 던지지 못하게 다른 투수로 교체하는 것이니 어쩔 수 없다.


“불펜에서 던지는 거랑 경기장 마운드에서 던지는 거랑은 다를 수밖에 없지. 그리고 1사 만루였다며?”

“예.”

“넌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심리적인 이유도 있어.”


마운드에선 집에서 쉬는 것처럼 편안했다. 심리적인 이유라는 말엔 동의할 수는 없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고 구속을 낮추면 넌 타자들에게 좋은 먹잇감이 될 거야. 패스트 볼 하나밖에 던지지 못하면 한계가 있거든.”

“그러면 어떻게 하죠?”

“하던 대로 하는 수밖에 없지. 근력을 키우고, 연습 중인 슬라이더의 완성도를 더 높이는 것.”

“네.”


영수는 지금껏 야구하지 못하고 허송세월 날린 시간이 너무나 아까웠다. 상상해 본다. 다치지 않고 계속 야구해 왔을 자신을. 그리고 속상해한다.


시간은 이미 지나갔다. 지나간 버스처럼 다시 잡을 수 없다.


진작 에투피스를 만났으면 어땠을까? 다치지 않고 야구를 해왔으면 다른 구종도 던질 수 있었을 텐데.


“조급해하지 마. 적은 나이는 아니지만, 아직 은퇴하려면 멀었으니까.”

“···예.”


생각이 표정으로 드러난 것인가? 제이디의 말에 영수는 힘 없이 대답한다.


“그런데 혹시 약 하는 건 아니지?”

“예?”


영수는 기겁했다.


“좀 이상하잖아. 체육선생이 갑자기 100마일을 던지니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요. 차라리 국영수라고 부르세요.”

“오케이. 쿠켱수.”

“···”


약이라니 말도 안 된다. 영수는 웃어넘겼다.

하지만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를 듣는 귀가 있었다.

그는 자신이 아는 기자에게 문자 한 통을 보낸다.


***


다음 날.

스피드 팀과의 3차전 경기에서 퍼펙트 피칭을 보여준 영수의 플레이가 인터넷 야구 커뮤니티 사이트를 뜨겁게 달궜다.


[개쩌는 권영수 직구]

┖쩔긴 한다.

┖빨리 감기 편집된 영상 아님?

┖아님. ㄹㅇ 개쩜.


[이번 시즌 드림이 기대되는 이유.]


[1사 만루 2k로 틀어막는 권영수ㄷㄷㄷㄷㄷㄷ]

[어제 스피드 vs 드림 미친 직구를 던진 권영수]


하지만 곧 뜨겁게 불타오를 글이 하나 올라오게 된다.


[K선수 금지 약물 복용 의혹]

┖이거 뭐야?

┖링크 따라가니까 기사 떴는데?

┖160던지는 K선수면 ㄱㅇㅅ아님?

┖ㄷㄷ 빼박이네

┖헛소문 ㄴㄴ. 권영수쌤 약하실 분이 아님.

┖님이 약 안 하는 거 봤음?

┖하는 건 못 봄.

┖그러니까 약 안 했다고 증명 가능?


권영수의 제자였거나, 팬이 옹호 글을 올린다. 하지만 아무도 믿지 않는다. 오히려 불리해지기만 한다.


꼴찌라는 드림의 이미지와 합쳐진다. 권영수를 욕하고 드림을 욕한다.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 가십거리. 사람들은 물고 뜯고 맛을 보며 즐긴다.


┖드림이 그러면 그렇지!

┖얼마나 꼴찌에서 벗어나고 싶었으면 약쟁이를 영입하냐

┖그래도 꼴찌.

┖드림이 드림 한 거지.

┖다른 선수들한테도 권유하지 않았을까?

┖가능성 있음.


인터넷에서 워낙 뜨겁게 불타오른 탓에 저녁 스포츠 뉴스에도 소개가 되었다.


모자이크 처리가 되어있어서 누구인지 확인하기는 힘들었지만, 드림 유니폼을 입고 나온 선수가 인터뷰하고 있었다.


“저도 지나가면서 들은 건데 K@$#2랑 투수코치가 약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정확히 무슨 내용인지는 듣지 못했습니다.”

“권유받으신 적은 있습니까?”

“저는 권유를 받지 않았는데 만약 받더라도 거절할 겁니다. 약물 복용은 반칙이잖아요?”


***


메이저리그는 한때 약물 복용으로 유명했다. 약물을 복용하지 않으면 이상하게 생각하는 선수도 있었다. 걸리지 않으면 장땡이니까.


그러나 지금은 불시에 전수조사하며 전 세계 스포츠 중에서 가장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다르다.


비시즌에도 수시로 검사하고 있긴 하지만, 표본 조사를 한다. 이유는 시간과 비용, 인적 자원의 한계 때문이다.


“망했어.”


하루아침에 금지 약물을 권유하는 구단이 됐다. 드림의 단장 은미는 멍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녁엔 아버지한테 한 소리까지 들었다. 안 그래도 좋지 않았던 이미지가 나락으로 가버렸다. 그나마 있던 팬들도 등을 돌린다.


스트레스가 쌓인다. 입맛도 없다. 어제저녁부터 먹은 것도 없는데 배가 살살 아파진다. 마법의 날이 올 때는 아닌데. 말로만 듣던 과민 대장 증후군인가?


단장실에서 머리를 부여잡고 있던 은미에게 최 비서가 한마디 한다.


“괴로워 보이십니다.”

“어. 괴로워요.”


느낌이 싸해진 은미는 고개를 들어 최 비서를 바라봤다. 그는 웃고 있다.


“왜 웃어요?”

“혹시 들어보셨습니까? When written in Chinese, the word crisis(危機) is composed of two characters -- one represents danger, and the other represents opportunity.”


“존 에프 케네디?”

“네. 금지 약물을 복용하면 한 시즌 최대 72경기 정지입니다. 약 50%죠.”

“출전 정지라.”


잠시 은미는 통증을 무시하기로 한다. 머릿속에서 번개처럼 스쳐 가는 생각 하나.


드림은 꼴찌다. 핵심 선수 몇 명을 제외하고는 실력이 거기서 거기다. 즉, 금지 약물을 복용했더라도 전력 손실 없이 얼마든지 대체 자원을 구할 수 있다는 이야기.


약물 복용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더라도 2군에 있는 유망주를 1군을 올릴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다른 팀은 사정이 다르다. 1군과 2군의 격차가 큰 팀들이 있다.


“우리 쪽에 금지 약물 복용한 사람 있어요?”

“단장님. 구단에 보고하고 금지 약물을 복용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은미의 눈이 사나워진다. 하지만 최 비서는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다.


“그걸 몰라서 물어요?”

“저희 몰래 복용하기 때문에 확언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핵심 선수는 제가 체크하고 있지요. 맑고 순수하고 깨끗합니다.”

“그 말 책임질 수 있죠? 자신 있죠?”

“그럼요.”

“다른 팀은요?”

“그것까지 파악하기엔 제 능력이 부족합니다. 시간을 조금만 주시면 알아보겠습니다.”

“아니에요. 이제부터 알아보면 되죠.”


최 비서의 미소가 짙어진다. 은미도 따라 웃기 시작한다. 두 사람이 같은 생각을 한다. 은미가 먼저 입을 연다.


“물귀신 작전. 맞죠?”

“예. 다른 팀에도 약물을 복용한 것 같다고 소문을 퍼트리는 겁니다.”

“드림 팀만의 문제가 아니게 되는 거지. 야구계 전체의 문제가 되는 거죠.”


즉, 공론화하는 것이다. 최 비서는 은미가 정답을 말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야구 협회에서 전 구단 단장 미팅을 갖는 거예요. 금지 약물 복용을 한 선수의 징계 수위를 강화하면 되겠네요.”

“최초 기사를 터트린 기자를 만나보겠습니다. 누가 말했는지 유포자도 잡고, 다른 팀에도 복용한 것 같다고 소문을 퍼트리겠습니다.”

“그런데 다른 팀 누구?”

“최근 2년간 성적이 눈에 띄게 좋아진 선수가 한 것 같다고 하면 알아서 할 겁니다. 그게 기자들 일이잖아요.”

“진행해요.”



***



며칠이 지났다. 시작은 드림의 k모 선수였지만, 언론에서 다른 선수들도 의심 정황이 있다고 떠들었다.


여론이 바뀌었다. 이젠 드림이 아니라 야구계 전체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은미를 태운 차가 대한야구협회 건물 주차장에 멈춘다. 밖에는 기자들이 대기 중이다.


“드림팀 단장님 아닙니까?”

“맞네. 단장님! 권영수 선수 금지 약물 복용 맞습니까?”

“한 마디만 해주세요.”


늦었다. 은미는 기자들을 무시하고 그냥 지나치려 했다.


“구단에서 선수들에게 약물을 복용하라고 적극 제의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요?”


저 말은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은미가 가던 걸음을 멈추고 기자를 노려본다.


입을 열고 한마디 하려는 순간.


“늦었습니다.”

“읍@#$2#.”


최 비서가 입을 막고, 뒤에서 등을 미는 바람에 그냥 지나간다. 아쉽다. 욕을 한 바가지 퍼부어야 했는데.


음미는 헛소리한 기자의 얼굴을 기억해 둔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단장들이 의자에 앉아있다.


하나같이 표정이 좋지 않다. 은미처럼 기자들에게 시달린 것이다.


“으흠.”

“엣헴.”


단장은 보통 야구계에서 오래 일한 사람이 맡은 직급. 다들 나이가 많다. 헛기침하며 눈치를 준다.


늦어서만은 아니다. 약물 복용이라는 시끄러운 사건을 만들어서 눈치를 주는 것이다.


하지만 은미의 배경 때문에 대놓고 말을 하진 못한다.


은미는 신경 쓰지 않고 입을 열었다. 안 그래도 기자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은데 잔소리는 사양이다.


“다들 바쁘신데 신변잡기는 치우고 본론으로 들어가죠. 우리도 미국처럼 전수조사합시다.”

“!”




선작과 추천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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