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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옐로야
작품등록일 :
2023.08.14 05:00
최근연재일 :
2023.10.19 21:2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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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02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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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9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것은 허구입니다.




DUMMY

19.




“권영수! 권영수!”

“우와아아아아!”


영수가 등장하기만 했는데 응원이 한층 뜨거워졌다. 올해가 첫 시즌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차영호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생각했다.


‘일본에도 드림 팀 팬이 있었나?’


시범 경기에서 보여준 영수의 투구를 보고 팬이 된 것이다. 입소문이 나서 팬이 늘어난 것이고.


차영호는 권영수가 뛴 경기가 얼마 되지 않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하지만 요미우리를 상대로 선전하길 바라는 마음은 전달되었다.


‘영수가 잘해야 할 텐데.’


요미우리는 쉽지 않은 상태다. 타자들이 열심히 하고 있지도 않은 게 눈에 보이는데도 현재 스코어를 유지하는 것조차 벅찼으니까.


무엇보다 요미우리의 다이스케 투수가 경기를 어렵게 만든다.


한승진이 투런 홈런을 뽑아낸 이후로는 눈에 불을 켜고 작정하고 던지는데 타자들이 출루를 전혀 못 하고 있다.


슬라이더가 문제다. 포심도 아니고, 슬라이더가 148km 구속이 나온다. 체인지업과 커브도 섞어서 던지기 때문에 타이밍을 맞추기가 너무 어렵다.


저들에게 드림 팀에도 좋은 투수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영수는 올해 데뷔하는 신인 투수. 너무 많은 걸 기대해선 안 된다. 잘하고 있는데 중압감에 무너질 수도 있으니.


‘내가 잘 리드해야겠지.’


그의 장점은 포구와 프레이밍. 공이 빠져서 개 같은 공이 날아오더라도 어떻게든 잡아냈다.


그렇게 각오를 다지고 있을 때였다.


“차영호.”

“음?”

“결정구로 슬라이더를 추가해도 괜찮을 것 같다.”

“여기서 슬라이더를 꺼내게?”


영수가 슬라이더를 연습하는 것은 알고 있었다. 볼펜에서 영수의 공을 주로 받아주는 사람이 자신이었으므로.


하지만 슬라이더를 꺼내는 것은 훗날의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어.”

“제이디 코치는?”

“상관없대. 관중석에 앉은 사람들을 한번 봐봐.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영수의 말에 차영호는 관중석으로 시선을 옮겼다. 하나같이 같은 표정을 짓고 있다.


“이번엔 요미우리 더그아웃을 봐봐.”


요미우리 선수들은 홈런을 얻어맞은 투수 한 명 빼고는 경기에 크게 관심 없어 보였다. 점수는 언제든지 낼 수 있다는 분위기.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홈런을 맞았다고 투수를 놀리고 있다.


꿈틀.


차영호의 눈썹이 찌푸려졌다.


“차영호.”


다시 고개를 돌려 영수를 바라봤다.


“저들에게 한 방 먹으며 주자고. 그게 우릴 응원하는 팬들에게 보답하는 거야.”

“재미있겠네. 드림이 요미우리를 잡으면 쟤들 표정이 어떻게 변할지도 궁금하고.”


둘은 서로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



“료타, 상대 투수 구속이 빨라. 방심하지 마라.”

“예, 감독님.”


료타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한쪽 귀로 흘러버리고는 상태 투수를 노려봤다.


‘영수. 오랜만이네.’


료타는 영수를 알고 있었다. 청소년 세계 야구 대회에서 던졌던 그의 피칭은 아직도 뇌리에 각인되어 있었다.


하지만 10년도 더 된 일이다. 강산이 변할 정도로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료타는 일본 어느 팀에 가더라도 주전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강타자가 되었다.


요미우리팀에 합류한 것이 그 증거다. 미국에서 트레이드 제의도 받았다.


나이도 들고, 남은 선수 생활을 일본에서 쭉 뛰다가 은퇴하고 싶어서 거절했지만.


아직 시즌 시작이 아니라서 몸을 본격적으로 끌어올린 상태는 아니지만, 그는 자신 있었다.


‘네가 놀고 있는 사이 나는 죽어라 하고 노력했다. 네게 보여주마. 일본 야구를!’


지금까지는 의미 없는 시범경기라 설렁설렁했지만, 이번엔 진지하게 할 생각이다. 그는 초구부터 노릴 생각이다.


지금까지 던진 기록을 살펴보면 영수가 던지는 구종은 모두 포심. 구속은 꽤 빠르지만, 그게 전부다. 게다가 영수는 던지는 공 대부분을 높은 확률로 스트라이크 존 안에 집어넣었다.


대단히 공격적인 투구. 하지만 구종을 뻔히 알고 있는데 타이밍만 맞추면 치지 못할 공은 아니다.


그는 감독에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금방 점수 내고 돌아올 테니.”


료타는 작년 2할 7푼의 타율과 20개의 홈런을 때렸다. 컨텍과 선구안도 좋지만, 한방도 있는 선수라 평가받고 있다.


료타가 신인 투수인 영수를 상대로 자신감을 가지기엔 충분한 성적이었다.

게다가 장소는 일본. 응원하는 팬들이 압도적으로 많아서 유리하다.


‘구속은 150 후반. 160을 던진 적도 있다지? 영수 너를 이기려고 며칠간 특별 훈련도 했다. 초구부터 쳐주마! 초구···’


하지만.


뻐어억!

“스트라이크!”


초구는 바깥쪽 높은 공. 료타는 배트를 휘둘렀지만, 타이밍이 늦었다. 그대로 뒀으면 볼이 됐을 공이었다.


‘생각보다 빠르군. 하지만 포심 하나로는 날 잡지 못한다!’


초구를 노렸는데 실패했지만, 료타는 신경 쓰지 않았다. 어쨌든 타석에 올라온 이상 안타나 홈런을 치기만 하면 타자의 승리다.


기회는 아직 남아있다. 각오를 마친 료타는 짧게 심호흡을 한 뒤 자세를 잡았다.


그렇게 공이 날아왔고, 료타는 조금 전보다 빠른 타이밍에 배트를 휘둘렀다.


딱!

“파울!”


2구는 몸쪽 패스트 볼. 공을 건드리는 데 성공했지만, 파울이다. 조금 더 배트 스피드를 빠르게 해야 할 것 같다.


타석에서 한발 물러선 료타는 장갑을 고쳐 쓰며 영수를 노려봤다.


‘10년 전 삼진 당한 복수를 할 기회다.’


료타는 배트를 조금 전보다 살짝 짧게 잡았다. 장타는 나오기 힘들겠지만, 이러면 배트 스피드가 올라가서 타이밍을 맞추기 쉬워진다.


침착하게 자세를 잡은 료타. 집중하기 시작한다. 이번엔 반드시 친다. 그리고 복수에 성공할 것이다. 영수가 공을 던졌다.


‘헛!’


일순 료타의 눈이 크게 떠졌다.


‘이런 개새끼가!’


그는 공이 자기 몸을 향해 날아오고 있다고 확신했다. 160에 근접한 강속구. 월드클래스 투수라도 제구하기 어려운 구속이다.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몸에 맞으면 크게 다칠 수 있다.


‘제구도 안 되는 공을!’


그는 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날렸다. 그대로 있으면 분명 팔이나 몸에 맞을 공이었으니까.


쿵.


땅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런 순간이 있다. 이성이 제어가 안 되고 분노로 가득 차는 그런 순간. 료타에겐 지금이 그랬다.


피가 거꾸로 솟구치고 용암처럼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공에 맞았을 생각을 하니 흥분했다.


미치기 직전이다. 눈에 보이는 것이 없어진다. 벌떡 일어선 그는 잡고 있던 방망이를 땅바닥에 던졌다.


그리고 영수에게 달려들 준비를 한다. 료타는 결심한다. 혼내주기로.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상관없다. 제구도 안 되는 위험한 공을 던지다니. 취미로 유도도 배웠다. 한번 땅바닥에 패대기를 쳐야 이 분노가 풀릴 것 같다.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나겠지만, 선수 자기 몸을 보호하려면 어쩔 수 없다. 저런 개 같은 공을 또 던지게 할 수는 없으니.


한번 바닥에 패대기쳐지고,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나면 빈볼을 던지지 못 하리라.


그러나 료타는 몸에서 힘이 쭉 빠졌다. 뺄 수밖에 없었다.


“스트라이크! 아웃!”

“뭐?”


분명 몸에 맞는 빈볼이었다. 그런데 스트라이크라니.


황당한 얼굴로 주심을 바라봤지만, 판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



슬라이더는 배우기 쉬워서 투수들이 흔하게 던지는 변화구다. 직구와 똑같아 보이는 공인데 홈 플레이트 근처에 도착하면서 급격히 꺾이게 된다.


그래서 좌투수가 던지는 훌륭한 슬라이더는 좌타자가 자기도 모르게 움찔하거나 뒤로 몸을 빼게 된다.


슬라이더는 같은 손 타자를 상대할 때 좋은 구종 중 하나다.


놀란 영수는 죽일듯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다 터벅터벅 걸어 나가는 일본인 선수를 바라봤다.


‘뭐야?’


순간 달려와서 한 대 칠 것 같은 얼굴이었다. 누군지는 잘 모르겠는데 성격이 불 같은 선수인 것 같다.


‘깜짝 놀랐네.’


[세상에 료타 선수가 아무것도 못 하고 물러납니다.]

[방금 그 공 슬라이더인가요?]

[예. 맞는 것 같습니다. 꺾이는 각도가 제법이네요.]

[지금까지 권영수 선수는 직구만 던졌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슬라이더가 나오니 료타 선수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습니다.]

[언제 슬라이더를 익힌 거죠?]


이제 타자는 포심 말고 슬라이더라는 구종을 생각해야 한다. 다음 공이 뭐가 나올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은 투수에게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특히나 처음 투수를 상대하는 타자는 골치가 아프다. 다음 타자 타케시가 그랬다.


‘직구 하나라고 했잖아!’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그는 베테랑 선수. 금방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고, 승부에 집중하면 칠 수 있는 공이라 생각했다.


‘저 한국인 선수가 슬라이더를 던진 것은 이번이 처음. 아직 연습이 안 되어있거나 완성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료타는 슬라이더를 생각지도 못하고 있어서 당했지만, 자신은 다르다고 생각했다.


“조심해. 권영수는 무시할 만한 선수가 아니야.”

“걱정하지 마. 난 너랑 다르거든.”

“꺼져. 맞고 울지나 마라.”


료타가 방심하지 말라 말했지만, 그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슬라이더는 연습이 많이 되어있지 않을 것이 분명하니 던질 확률이 낮다. 타이밍만 맞춰서 휘두르면 충분히 때릴 수 있는 공이다.


“플레이 볼!”


그가 타석에 들어섰고, 주심은 경기 시작을 알렸다.


‘직구 하나만 생각하자. 160km짜리 그 공 하나밖에 없는 놈이다! 분명 슬라이더 비중은 작을 거야.’


그의 생각은 맞았다. 하지만, 영수가 전력투구했던 것은 알고도 치지 못하는 160km 공을 던지기 위해서였다.


슈우욱.

퍽!

“스트라이크!”


[헛스윙! 배트가 빨랐네요. 아, 빠른 게 아니라 구속 속도가 느렸네요. 이번 공은 143이 나왔습니다.]

[150 후반의 구속을 생각하다가 143이 나오니 타이밍이 어긋난 것 같습니다. 스트라이크 존 밑부분 공 반쯤 빠지게 들어왔네요. 그냥 뒀으면 볼이 됐을 공입니다.]

[노련한 경기 운영입니다. 타자의 타이밍을 제대로 뺏었어요.]


방금 휘두르는 배트를 보고 영수는 알았다.


‘직구를 노리고 있군.’


뻔히 직구를 노리고 있는 것이 보이는데 던져줄 이유가 없다.


2구는 높은 슬라이더. 잘못 던지면 투수의 머리를 맞출 수도 있다. 집중해야 한다.


‘연습한 대로만 하면 돼.’


영수는 심호흡한 뒤 투구 자세를 잡았다.


‘방금 느꼈던 그 느낌. 그대로 던지면 돼.’


김두진 선배가 했던 말. 안 되면 될 때까지 던져라. 그리고 슬라이더의 그 느낌을 깨달은 권영수는 료타에게 던졌던 슬라이더를 다시 한번 던졌다.


136km의 슬라이더를. 머리를 맞출 것처럼 날아가다가 존으로 휘는 공이었다.


‘이런 X개끼가!’


그리고 깜짝 놀란 타카시는 눈을 크게 치켜떴다가 질끈 감으며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160km의 공이 날아온다는 생각에 본능적으로 한 행동이었다.


“스트라이크!”


방금 그가 주저앉은 장면은 움짤로 인터넷의 순식간에 퍼지게 된다. 그리고 목줄을 찬 스티븐 제라드처럼 평생 그를 따라다니며 놀림을 받는다.


‘이런 개새끼가!’


분노한 타카시는 새빨개진 얼굴로 권영수를 노려봤다.


‘던지라고 160km짜리 그 공을!’




선작과 추천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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