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황제?
진 황제?
"아가므네?"
사령쥐에 연락을 대상은 아가므네였다.
그녀는 케이사르의 무남독녀 엘로이의 시종으로 변신하고 그녀를 따라 다른 차원으로 숨어 들었다.
한동안 그녀의 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 걱정하고 있던차였다.
마테가 그런 사실을 알면 마누라 찾아 나서겠다고 야단을 쳤을 것이다.
"어디야?"
테츠는 그녀의 외모가 아직 시종인 것을 보고 아직 임무를 수행 중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엘스칼라 유적. 대대적인 공격 준비 중. 엘스칼라 유적에 영혼 수확 장치 설치 중.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것으로 연락은 끊어져 버렸다.
"이상하네! 크리스털을 충전하려면 최소 십만 명분의 영혼이 필요한데. 음, 그럼 노리는 것은 오군단인가?"
솔라리스를 무력으로 점거하려면 가장 큰 걸림돌이 오군단이다. 하지만···.
그래봤자 오비디언스 샤우트를 사용할 수 있는 마교가 지척에 있는데?
윌리엄 대공도 그런 이유로 테드버드를 백작으로 서임하고 침묵을 숲을 내어주지 않았는가?
'그럼 단순히 오군단과 아, 드라고나 왕국에서 2만이 더 온다고 했지. 그럼 최대 7만이군.'
테츠는 사령쥐에 자기 피를 떨어뜨렸다.
"영감에서는 확답받았나?"
'네, 솔라리스 왕국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에 대한 권한을 저희에게 맡기셨습니다.'
"어지간히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양이군."
'맨시티 침략 불가침 조약에도 서명하셨습니다. 순혈 마녀이신 레베카 님이 보증하셨습니다. 어기면 순혈 마녀와 성황 잉그람 간의 모든 계약이 무효화 되는 것을 조항으로 달았습니다.'
"흥, 지금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 더 중요하니까."
테츠는 사령쥐 앞에 두루마리를 펼쳐 보였다.
"천천히 읽어 주요 사건은 여기 다 메모가 되어 있으니."
한참을 걸려 두루마리 내용을 다 읽은 메흘린이 말했다.
'여기 내용을 빠짐없이 황제에게 보고해도 됩니까?'
"물론이지. 우리 마교에 정식 의뢰한 일이다. 결과물을 내어주는 것은 당연하다."
'보상은 무엇으로 할까요?'
"엠버스피어 살림살이가 좀 궁해. 테일리아드를 통해 1년 치 생활 자금을 보내라고 해."
'오크까지 말입니까?'
"너도 미쳤냐? 오크 머릿수가 얼만데? 우리 내성 식구들 생활 자금 말이다. 오크는 자기들 손으로 기초를 다져야지 그것까지 우리가 도와주랴?"
'옳으신 생각입니다. 그런데 왜 테일리아드를 통해?'
"겸사겸사다. 무역로 개척하는데 딱 좋은 시점이라 그래."
'맨시티에서 추가 파견군 모집되었습니다. 약 1만 명 정도 됩니다.'
"뭐냐? 그곳에서는 끊임없이 인구가 나오는 거냐?"
'죄송하지만 하루 유입인구가 수천 명에 다다릅니다. 이건 보통 일이 아닙니다. 더욱이 유입인구의 신분이 지속해서 상승하고 있어 저희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두 달 전 유명한 백작의 자제가 입교를 신청하였는데 딸려온 식솔만 삼백 명이 넘었습니다.'
"그쪽으로 엘빈을 보내면 딱 좋겠지만 엠버스피어를 비울 수가 없어. 그리고 엠버스피어는 엘빈에 넘길 생각이야."
'그러실 것 같았습니다. 침묵의 숲은 테드버드 장로에 넘기실 생각이시죠?'
"어, 그런데 침묵의 숲이라고 부르면 어감이 이상하잖아. 테드버드의 성이 레이븐이지?"
'정확히는 레이븐크로프트입니다.'
"그래, 그럼 침묵의 숲 대신 레이븐크로프트 리전이라고 부르자. 줄여서 무림맹이지."
'알겠습니다. 무림맹에 들어갈 물자도 요구할까요?'
"지금 엠버스피어로 가는 물자는 아직 출발 전이지?"
'그렇습니다.'
"그럼, 자제를 따로 분류해놔. 무림맹에는 자제 보다는 물자를 직접 살 수 있는 금화가 더 좋아. 아칸 상인들과 거래하기 좋고 그쪽에 환심을 사려면 금이 제일 좋지."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마교에 가장 무공이 출중한 두 사람이 빠지는 관계로 맨시티는 많이 정체되어 있습니다. 카리스마를 가진 인재가 아쉽습니다. 에미르슨 백작이 홀로 분투 중이긴 한데 에시턴의 부재로 요즘 더 힘들어하는 눈치입니다.'
"그렇지. 그게 가장 큰 문제야. 아드리안도 바쁘지?"
'말도 마십시오. 유입인구가 많은 만큼 하루도 편할 날이 없습니다. 아드리안은 맨시티의 치안을 담당하느라···. 저에게 하소연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닐 정도로 힘든 실정입니다. 아르펜도 성녀로서 삶에 회의를 느끼는 모양입니다. 향수병에 요즘 늘 기운이 없어서···.'
"이거 인재가 너무 부족하군."
'솔직히 너무 빨리 분가하시는 건 아닌지 걱정입니다. 엠버스피어에 네크로맨서 사막에, 무림맹까지 인원의 분산이 너무 큽니다.'
"너도 썩 좋은 얼굴이 아니군. 레베카에게 가족들 맨시티로 올려보내라 해. 내가 직접 명령했다고 전하고 너랑 아드리안이랑 원하는 사람 가족 전부를 맨시티로 불러와도 좋아."
'그래도 괜찮으시다면.'
"녀석 눈빛이 바로 변하기는. 그렇게 하도록 해. 성황이 막을 이유는 없을 테니까. 참. 일황비는 아직 감금 상태야?"
'네, 그 일로 성황께서 단단히 노하신 모양입니다.'
"그럼 내가 찾아갈 수도 있다고 전해. 대신 먼저 일황비 감금부터 풀어 주라고 해. 그때 가서 한번 생각해 보겠다고 엄포를 놔."
'네 알겠습니다.'
"또 한 가지 아마 윈드러너가 몬도르반으로 넘어간 것 같은데 여유 되면 칠무신 동원해서라도 그놈 찾아보라고 해. 절대 죽이지는 말고. 하긴 죽일 수도 없는 놈이기니 한데. 잡으면 무조건 맨시티로 압송하는 것을 전제 조전으로 달고."
'네.'
"너 꽤 노력을 많이 했구나. 이제 내 입 모양 보고 무슨 말인지 거의 다 알아듣는 걸 보니."
'시간 나는 대로 틈틈이 연습했습니다.'
"마누라 오면 네 업무에 짐을 좀 들어낼 수 있을 거다."
'감사합니다. 태자 전하.'
"입조심하고."
'네. 아드리안도 크게 기뻐할 겁니다. 아들과 함께 사냥을 즐기고 싶다고 며칠 전 술타령 하더니 드디어 꿈을 이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게 진즉에 해야 했는데 나도 몸이 한 개뿐이라. 그리고 조만만 엘스칼라 유적에서 한바탕 할 거야."
'오비디언스 샤우트를 알면서 쉽게 움직이지는···.'
"그놈들 엘스칼라에서 직접 모습은 보이지 않았어. 대부분 사령을 보냈단 말이지. 내 생각에 뭔가 시험을 해 본 것 같은데 그걸 터트릴 모양새야. 이것도 황제에게 보고해. 직접 도움을 받진 못하지만···. 마교가 참여하고 대신 적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으니까."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마테니하고 아델리오 소식 들어 온 것 없어?"
'레베카 님이 말하기를 마테니는 황제의 명으로 케이사르 쪽에 깊숙이 개입한 것 같습니다. 신성불가침 조약을 받지 않는 유일한 인물이기에 황제께서는 마테니를 많이 아끼고 계십니다. 아델리오는 토러스 가든을 추적 중인데 아직 이렇다 한 연락은 받지 못했습니다. 정보가 오면 즉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마테니의 정보를 최대한 자세히 알려줘. 녀석 아무래도 너무 위험한 곳에서 서성이지 않는지 모르겠어. 내가 녀석에게 너무 무리한 임무를 준 것 같기도 하고 아가므네랑 한 참 재미있어야 할 시기인데 둘 다 너무 매정하게 대한 것이 자꾸 마음에 걸려."
'알겠습니다. 그 부분에 관해서 즉시 레베카 님의 도움을 요청하겠습니다.'
"너는 맨날 레베카 타령이냐? 군사란 녀석이 아예 레베카를 통해 정보를 모으는 거냐? 이거 아까 가족 이야기 다시 생각해 봐야겠는데···."
'갑자기 누구 찾아와서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사령쥐는 부르르 떨더니 미라처럼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그걸 보면서 테츠는 생각에 잠겼다.
"무리한 확장인가? 인원 배분이 골치 아프네. 문제는 사막인데···. 그쪽 애들도 한 번 살펴보긴 해야겠는데···. 너무 오랫동안 방치했어."
하지만 급한 문제는 역시 엘스칼라 유적에 있다.
문두스의 계획이 무산되어 엘스칼라로 계획을 선회한 모양이다.
솔직히 그들의 계획은 너무나 완벽했고 실패할 확률도 아예 없었다.
하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시는 건 그들로서도 미치고 환장할 노릇일 거다.
정규군을 움직이려니 말도 안 되는 오비디언스 샤우트가 있고 그러니 각성자가 아닌 다른 방법을 모색하려 하는 것이다.
엘스칼라 유적지에서 사령을 계속 소환한 것도 일종의 훈련이거나 어떤 시험이었을 것이다.
그것조차 테츠에 의해 파훼 되자 이제 어쩌면 정말 궁지에 몰린 것일지도 몰랐다.
***
테드버드 마교를 대표하여 윌리엄 대공과 만났다.
윌리엄 대공이 의뢰한 신성불가침 조약의 조사에 관한 결과 보고차였다.
"그것 정말 확실한 정보인가요?"
"저희 마교는 오직 진실만을 말하며 그 진실은 확실히 검증되었으며 이 보고는 황제인 성황 잉그람에도 보고 되었습니다."
아그니스 공주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베레트 후작의 부할. 신성불가침 조약의 재활성 원인이 확실히 밝혀진 것이다.
그리고 그에 따라 여러 가지 병폐들이 하나둘 모습이 드러내기 시작할 것이다.
"문제는 그가 황제로서 가지게 될 권한이다."
윌리엄 대공의 말에 제이미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권한이라 하심은?"
"황제의 권한이다. 신성불가침 조약이 우리에게만 유리하고 황제에는 불리한 조약인 줄 알았더냐? 단지 우리는 황제의 침략에서 보호받을 뿐이지 나머지 권한은 황제가 모두 가지고 있다."
"아버지 베레트가 그런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연 권한을 사용할 수 있을까요?"
"가장 우려하고 두려워하는 것이다. 우리가 베레트 후작을 공격하거나 위협하면 신성불가침 조약이 깨어지기 때문이다. 신성불가침 조약은 공평한 것이다. 잉그람도 우리를 침범할 수 없지만, 우리 또한 황제를 해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제이미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저희야 모르지만 로만 울프가에서 베레트 후작이 황제라면 이번 전투에서 물러날 수도 있다는 이야기 아닙니까?"
"황제의 권한은 그 누구도 오를 수 없는 것이다."
"하면, 베레트 후작 또한 쉽게 신성불가침 조약을 무너뜨리지 못할 겁니다. 조약이 무너지면 성황에 자유의 날개를 달아 주는 것과 같습니다. 성황은 황제에서 몬도르반 왕국의 국왕으로 신분이 낮아졌지만 대신 신성불가침 조약에서 완벽히 해방될 것이고 성군은 성황의 명령으로 타국을 침략할 수 있습니다. 신성불가침 조약이 파기 되면 성황은 베레트 후작을 가장 먼저 죽이려 들 겁니다. 지금 신성불가침 조약은 베레트 후작 자신의 생명줄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가 그것을 쉽게 파기할 수는 없을 겁니다."
테드버드의 말에 윌리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우리 또한 마찬가지네. 만약 베레트 후작이 우리에게 명령한다면 따라야 하네. 그것을 거부하면 황제의 명을 저버리는 것이기에···."
"베레트 후작이 솔라리스에 있는 한 신성불가침 조약의 파기하기 어려울 겁니다. 파기 되는 순간 칠무신이 솔라리스 땅으로 넘어 올 겁니다."
제이미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군요. 그도 자신의 올가미에 걸린 꼴입니다. 만약 성황을 생각하지 않았다면 벌써 자기 스스로 신성불가침 조약을 파기 했을 테니까요."
테드버드는 조금 믿기 힘들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 당시 잉그람 황제가 베레트 후작에게 황제를 양도한다고 말하긴 했습니다만. 단지 그 말 한마디로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은 조금 이해하기 힘듭니다."
"황제의 말은 곧 법이자 진리이네. 잉그람이란 인간도 순간 실수한 것이지. 자신이 내뱉은 말은 공증으로서의 의미를 충분히 내포하고 있지. 그는 정확히 베레트 후작에게 황제를 양도한다고 만인이 보고 듣는 앞에서 선언했네. 신성불가침 조약이 발동된 것은 분명한 결과지. 그건 분명 황제의 선포였으니까."
"그럼 현재 성황이 황제가 아니라면 신성불가침 조약의 제약을 받지 않아야 할 것이 아닙니다. 황제가 아니라면 타국에 마음대로 진출할 수 있지 않을까요?"
"베레트 후작이 그걸 막은 거겠지. 황제는 타국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는 얼마든 가능하거든. 간단히 예를 들면 황제의 명으로 몬도르반 왕국은 타국을 향한 침략 행위를 절대 금지한다는 것 정도 되겠지."
테드버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베레트 후작은 신성불가침 조약을 해제하기 힘든 상황이군요."
"그렇지. 해제한다면 황제를 떠나 성황에 자유를 주는 것인데 칠무신이 가만 있겠나? 신성불가침 조약은 베레트 후작의 생명줄이나 마찬가지라고 자네 입으로 말하지 않았나."
"베레트 후작은 천천히 자신의 세력을 만들려고 하는 모양입니다. 성군에 대항할만한 세력이라면 나라 하나 정도는 손에 넣어야겠죠. 솔라리스부터 삼키겠다는 생각일 겁니다. 문두스에서 영혼 수확을 시행하려 했다가 저희 마교에 의해 와해 되었고 이제···."
그때 카운슬 챔버를 두드리는 노크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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