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버스피어 정비 시즌
엠버스피어 정비 시즌
엘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녀석은 워낙 소질이 없어서 이것저것 가르쳤습니다. 혹이라도 손에 맞는 무공이 있지 않을까 하고."
326번 금광에서 은형마환장을 사용한 인물은 윈드러너 외에는 짚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테츠의 시선은 세렌을 향했다.
"내가 그렇게 당부했지? 애 잘 보라고. 그게 그렇게 힘들던?"
세렌의 얼굴이 시뻘겋게 변했다.
"도대체 네가 여기서 하는 일이 뭐냐?"
"···."
"그날도 윈드러너 팽개치고 혼자 미쳐 날뛰었다지?"
"···."
"넌 내 말이 장난 같지?"
"아닙니다."
"그럼 왜 안 지켜? 아! 마교 교주 따위야 내 발밑이라 이거지?"
세렌은 고개를 푹 숙이고 들지 못했다.
"흠흠, 그래도 세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영감. 간이 참 많이 부었네. 내가 설교하는데 감히 끼어들어?"
아울은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딴 곳을 바라보는 척했다.
"할 말 있으면 해봐."
"···."
"이젠 내 앞에서 입도 벌리기 싫다 이거지? 야. 나가! 너 같은 놈은 여기 필요 없어."
"교주님."
칼멘이 화들짝 놀라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왜, 내가 틀린 말 했냐? 혼자 미쳐 날뛰다가 내 명령 말아 먹은 것이 도대체 몇 번째냐?"
"그래도 언니는 아니 세렌 장로는 마교를 위해 얼마나 큰 노력을 했는지 교주님이 더···."
"시끄러워! 명령 말아 먹은 것이 몇 개야? 그 손해를 네가 짊어질래? 내가 윈드러너 중요하다고 수도 없이 말했다. 그놈 자체가 금서인 것은 모두 다 알잖아. 그래서 특별히 세렌 너에게 부탁한 거고. 그런데 네 욕구를 해소한다고 윈드러너는 내팽개치고 아. 더는 이야기하는 것도 짜증이 나. 그냥 마교에서 나가라. 나가서 네가 사람을 죽이든 무슨 짓을 하든 신경 안 쓸 테니. 마교 의복 벗어두고 검 놔두고 나가라."
칼멘은 울상이 되었다.
-털썩
세렌은 무릎을 꿇고 이마를 바닥에 댔다.
"기회를 주십시오. 지금 당장 윈드러너를 잡아 오겠습니다."
테츠는 세렌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엘빈에 말했다.
"라그의 갑작스러운 변화를 보면 마왕이 죽은 것 같아. 마족 사회에 큰 변화가 왔어. 이래서 내가 마왕을 죽이지 말라고 한 거야."
"제 책임도 큽니다."
"알프레드 장로 세렌 대신 마족을 맡아야겠네. 놈들은 구심점을 잃었으니 더욱 미쳐 날뛸 거야."
"그래도 세렌 장로가 있어야지···."
"왜 자신 없어? 그럼 자네도 빠질 생각인가?"
"아닙니다. 교주님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좋아. 맨시티에 요구해서 네 직계 제자와 일반 제자를 모두를 엠버스피어로 불러올 생각이니 지휘를 맡아 북쪽을 전담해. 엘빈 장로는 서쪽을 전담하고 그럼 얼추 균형은 이룰 거 같아."
"네 알겠습니다."
"야! 너 안 나가고 뭘 해? 넌 이제 마교 사람이 아니야. 그냥 꺼져."
세렌은 결국 어깨를 들썩이기 시작했다.
"아. 미친. 지금 이 자리가 어떤 자린지 몰라? 계집애가 눈물 질질 짜는 자리가 아니야. 당장 내 눈앞에서 사라져."
테츠의 목소리는 감히 거역할 수 없는 분노가 담겨 있었다. 세렌이 계속 꼼짝하지 않자 더욱 분노해 외쳤다.
"꼴 보기 싫으니 내 눈앞에서 사라지라 했다?"
보다 못한 에르제베트가 말했다.
"지금 여기 있는 것은 교주님의 화만 더 돋을 뿐이니 일단 물러나세요."
결국 세렌은 훌쩍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뭔, 마교 제일이라는 계집이 눈물이나 질질 짜고 저런 걸 믿고 누가 목숨을 걸고 따르겠냐고! 한심한 꼬라지를 보니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
칼멘은 너무 한다고 말하려 했으나 마주친 아울의 눈빛이 살벌하게 빛나는 것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엘빈 장로와 알프레드 장로는 정심으로 엠버스피어 운영에 힘쓰게. 오르도 왕국과의 무역로 개설은 레노번에서 말해 놓을 테니. 그리 알고. 오크의 머릿수가 많긴 한데 그놈들은 마족을 상대할 수 없으니···. 이걸 받아."
테츠는 두루마리 하나를 엘빈에 건넸다.
"레노번에도 말해 놓을 거지만 무역 거래 목록이야."
"제가 확인해 봐도 되겠습니까?"
"물론."
두루마리를 펼쳐 읽었다.
"첫 번째 교류 품이 통각의 맥박이군요. 상당한 숫자인데요?"
"마교 제자야 마족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어. 문제는 오크인데. 오크가 마족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무공만으로 조금 모자라지. 무공도 느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고 그러니 통각의 맥박이 일단 전력에 큰 도움이 될 거야. 오크들이 자신감도 붙을 테고."
트리스탄은 얼굴에 감출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세렌 때문에 분위기가 엄청 무거워져 있는데 저절로 그려지는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통각의 맥박은 황혼의 망각보다 파괴력이 낮긴 하지만 오크가 수량으로 밀어붙이면 상당한 위력을 발휘할 거다.
통각의 맥박은 파이어볼 정도의 파괴력을 내는 던져 충격으로 폭발하는 수류탄의 방식이고 황혼의 망각도 같은 원리인데 이건 익스플로전 급의 파괴력을 보인다.
당연히 각 무기는 오르도 왕국 최고 무역품이고 없어서 못 판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오르도 왕국 경제 30%의 점유물을 가지는 최고의 무역 상품이다.
통각의 맥박은 일반 지방 영주도 보고 없이 사용할 수 있지만 황혼의 망각은 위력이 위력인 만큼 각 왕궁에서 직접 관리한다.
"션사인 글로리에서 넉넉한 금을 보내올 거야. 통각의 맥박은 개수 세지 말고 무조건 매입하도록 해."
"네 알겠습니다. 교주님."
"야, 트리스탄."
"네. 스승님."
"오래간만이다. 그지?"
"그, 그렇습니다."
"얀마 말을 왜 더듬고 그래?"
"아닙니다."
"내가 오랜만에 여기 왔으니 점검 좀 해야겠지?"
트리스탄의 얼굴이 똥 씹은 표정으로 변했다.
"야, 야. 명색이 오크의 왕이라는 놈이 표정이 그게 뭐냐?"
"수련한 만큼 최선을 다해 임하겠습니다."
"그리고 인마. 너희 오크들 너무 한량이다. 그지?"
"한량이 무슨 말입니까?"
"온종일 할 일 없이 빈둥빈둥 댄다는 뜻이다. 마족이 출몰하면 마교 제자가 나설 거고 너흰 이곳에서 뭘 해? 식량만 축내는 식충인 거냐?"
"그건 아니지만···."
"인간의 말을 능숙하게 하는 놈은 몇 명이나 돼?"
"그동안 노력하여 대화하는 데 모두 열심히···. 으악!"
트리스탄은 머리를 부여잡았다.
"몇 명이냐고."
"만 명 조금 넘습니다."
"내 질문에 주렁주렁 말꼬리 달지 말아라."
"네."
"만 명이라···. 알프레드 장로 녀석들의 무공 수준은?"
"마교의 신입생들 정도는 충분히 제압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단련된 자는 마교에서 5년 정도 수련한 자와 비슷한 정도의 무력이라는 생각입니다."
"야, 그네들도 그냥 놀리면 그렇잖아?"
"오크는 활동 범위가 제약적이라."
"사람들의 시선이 그렇긴 하겠지. 내 생각에 말이야. 오크를 용병으로 좀 쓰고 싶은데?"
-벌떡
트리스탄이 자리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허허허, 과연 마교 교주 다 우신 발상입니다."
아울은 테츠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트리스탄은 코에서 콧김이 푹푹 빠질 정도로 흥분했다.
"스승님 맡겨만 주십시오. 오크도 인간 못지않은 능력을 보여 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겠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야."
엘빈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오크 용병이라. 사람들이 그걸 보고만 있겠습니까? 한 때 인간을 사냥하고 인육을 먹었던 놈들입니다."
"과거는 과거고 현재가 중요한 거지."
"용병이 아니라 적으로 간주하고 공격 할텐데요?"
알프레드의 말에 트리스탄은 바로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마교의 깃발을 달고 마교 제자의 의복을 입히면 되지. 마교의 소유라 하면 쉽게 덤비는 놈들이 없을 거야."
"옳거니 그거 좋으신 생각입니다."
"마교 제자는 당분간 엠버스피어를 벗어나긴 힘들어. 도시 전부를 관리하려면 인원수도 딸리고 바쁘지. 마족도 경계해야 하고. 말 나온 김에 하는 말인데 이번 남쪽 오르도 왕국 무역로하고 동쪽 문두스의 션사인 글로리 무역로 이 두 군데 개척하는 걸 오크가 했으면 하는 생각이야. 너희도 이제 슬슬 밥값을 해야지."
-쾅
트리스탄은 양손으로 탁자를 내려치며 과하게 흥분했다.
"스승님 맡겨만 주십시오. 실망하게 해 드리지 않을 겁니다."
"오크를 마교 소속이라고 해도 분쟁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으니 알프레드 장로 자네가 처음에는 신경 써 주게."
"물론입니다. 맡겨만 주십시오."
"그럼 대충 정리가 됐나?"
"라그는···."
"그 애는 저녁쯤 만나 보기로 하고. 어이 칼멘."
"네?"
"그동안 무공 얼마나 늘었는지 한번 보자. 게으름 피우진 않았겠지?"
"으윽."
"뭔 으윽이야. 준비하고 나와. 트리스탄 너도 다."
"헉? 저도요?"
"왜 싫냐?"
"스승님의 명인데 어찌 거부하겠습니까?"
칼멘이 뭔가를 말하려 주저했다.
"저기···. 저기···."
"뭔 말을 질질 흘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그냥 좀 시원하게 해. 계집들은 이게 문제라니까."
"세렌 언니는···."
"검차고 수련장으로 나오라고 해."
칼멘의 눈빛이 반짝 빛났다.
"알겠습니다. 교주님."
수련장에 칼멘과 트리스탄, 엘빈, 알프레드 그리고 세렌이 모였다.
테츠는 알프레드에게 몇 가지 심부름시켜 자리를 떠났고 엘빈은 엠버스피어를 순시하기 위해 나갔다.
"으아아악."
"으헉."
한동안 칼멘과 트리스탄의 비명이 끊이질 않고 터져 나왔다.
"이런 게으름뱅이들! 이따위 무공을 내 앞에서 펼치다니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나!"
테츠는 크게 화를 내며 매몰차게 칼멘과 트리스탄을 몰아붙였다.
"어찌 두 놈이 제대로 검조차 휘두르지 못하느냐? 이런 한심한 일이! 천무지체가 이것밖에 안 되는 거냐?"
두 사람은 진검을 들고 정말 사력을 다해 덤볐고 반면 테츠는 목검을 들었는데 한번 휘두를 때마다 칼멘과 트리스탄은 몽둥이찜질을 당했다.
-퍽! 퍽!
"으악."
"아흑!"
결국 칼멘은 흙바닥에 큰대자로 드러누워 버렸다.
땀에 전 그녀의 가슴이 호흡할 때마다 아래위로 크게 움직였다.
트리스탄은 쓰러지지는 않았지만 두 다리에 힘이 실리지 않아 푸들푸들 떨고 있었다.
"에이 실망만 한가득하구나. 게으른 놈들은 밥 먹을 자격도 없다. 야. 세렌."
세렌은 차분하고 조용한 걸음으로 걸어 나왔다.
"왜 안 갔느냐? 분명 나가라고 했는데? 언제까지 네 실수 뒤치락거릴 해야 하지?"
"···."
칼멘은 자리에서 일어나 옷에 묻은 흙먼지를 털 생각도 못 하고 두 사람을 지켜봤다.
"그래도 내가 모질지 못해서···. 네가 그나마 마교에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다. 실수도 잦았지만 후, 그래도 그냥 쫓아내는 것은 사람들 보기에도 그러니. 이렇게 하지."
테츠는 옷소매와 바짓가랑이를 당겨 보이며 말했다.
"뭔 짓을 다 해도 좋으니 네 옷깃 한 번이라도 스치기만 하면 이번 일 용서 해줄 수 있는지 생각할 시간을 가지겠다. 만약 백합 이내에 내 옷깃을 건들지 못한다면 오늘 해 지기 전에 짐 싸서 나가. 알겠지."
세렌은 깊이 숨을 들이켜고 천천히 바이올렛을 뽑았다.
"말도 안 돼."
칼멘은 절망의 표정을 지었다. 트리스탄은 두 사람이 방해되지 않도록 칼멘을 수련장에서 끌어냈다.
"우린 지켜보기만 합시다. 스승님이 다 생각이 있으실 겁니다."
"안 돼. 아무리 세렌 언니라고 교주님에게 상처를 낼수는 없을 거야."
"봐야죠. 보면 알 일입니다."
-팟
세렌은 무모할 정도로 그냥 닥치고 저돌적으로 테츠를 향해 달려들었다.
-퍽
살짝 피한 테츠는 그녀의 어깨를 목검으로 내리쳤다.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거냐?"
세렌은 어깨부터 발끝까지 신랄한 고통이 타고 내려왔지만, 얼굴 한 번 찌푸리지 않고 다시 저돌적으로 뛰어들었다.
-퍽
목검이 세렌의 몸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세렌은 신음 한 번 지르지 않고 묵묵히 공격해 들어왔다.
그녀는 자신의 주특기인 천마수라검도 아수라멸천검도 사용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테츠에는 그 어떤 무공을 펼쳐도 소용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팟
다시 저돌적으로 달려드는 것을 보고 테츠는 살짝 몸을 튼 뒤 목검을 휘둘렀다. 이 단순한 행동에 세렌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세렌은 검은 절대 변화가 없었다. 그 검은 무공이 아니고 그냥 어린아이가 장난삼아 휘두르는 그런 검이었다.
-퍽
세렌의 등 위로 목검이 떨어져 내렸다.
"우웩."
이번 목검의 강도는 엄청나서 단번에 기혈이 뒤틀리고 순간 내장이 출렁거렸다. 속에서 신물이 올라왔지만, 세렌은 다시 집어삼켰다.
-퍽
-퍽
-퍽
칼멘은 눈을 질끈 감았다. 세렌의 행동이 이해되질 않았다. 그냥 아무 생각이 없는 것 같이 덤벼드는 것 같았다.
다시 검이 떨어져 내리는 순간 세렌이 몸을 틀었다.
바이올렛이 짧은 회전 그리고 테츠를 향해 날아들었다.
"흥."
그걸 못 피할 테츠가 아니다. 그런데 허공을 가른 바이올렛이 멈추지 않고 반원을 그리고 세렌의 목을 향해 날아들었다.
세렌은 전혀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 녀석!"
테츠가 달려들어 세렌의 바이올렛을 쳐 내려 했다. 그런데 그 순간 바이올렛은 구화마검의 수로 변화를 일으키며 테츠를 압박했다.
-캉
테츠가 바이올렛을 쳐냈을 때 세렌은 아예 검을 놓아 버렸다. 그리곤 머리를 숙이며 날아오는 테츠의 검을 향해 머리를 들이밀었다.
"미친!"
테츠가 기겁하며 검을 빼는 순간
-팟
세렌은 온 힘을 다해 몸을 날렸고 결국 테츠의 왼 소맷자락을 부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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