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교의 교주란?
마교의 교주란?
살아남은 자 중에 얍삽하고 악독한 놈들도 많다.
각성자는 마치 신이 된 그것처럼 환상에 빠져들고 평범한 인간은 인간 이하로 생각했다.
특히 자신들을 신인류니 어쩌니 하면서 세계 정복까지 꿈꾸는 놈도 있다. 불쌍하게도 케이사르 쪽 각성자는 자손을 볼수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알지 못한다.
마족의 피는 난생 즉 알에서 태어난 생명체다. 마족의 피에서 독소를 빼내긴 했어도 이것까지 조정할 수 없었다. 물론 말라키의 연구 기록에서도 똑같이 기록돼 있다.
마족의 피로 강화된 자는 절대 자손을 볼 수 없는 치명적인 결합을 내포하고 있다고.
뭐 그런 정도는 이들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 같았다.
막강한 신체적 힘으로 상대를 압살하고 상대가 가진 모든 것을 빼앗을 수만 있다면 말이다.
임신은 못 시켜도 남자구실은 충분히 할 수 있으니까. 아니 충분함 넘어 몇 날 며칠 쉬지 않고 그 짓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인생은 어차피 한 번뿐 그깟 자식 못 보는 것이 대수인가? 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훨씬 더 많다는 이야기다. 이 각성자를 통제 없이 인간 사회에 풀어놓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열 살짜리 아이도 충분히 짐작할 일이다.
윌리엄 대공은 오군단을 제어하기 위해 법규까지 뜯어고치는 등 심혈을 쏟고 있다. 초창기 시몰레이크 후작이 살아 있을 때 탈영한 각성자가 가장 많았다.
탈영한 각성자가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 각종 소문이 쏟아져 들어온다. 멀쩡한 남의 성을 빼앗고 그 식솔을 몰살시키는가 하면 산적이 되어 온갖 횡포를 저지르니 각성자의 병폐는 이제 시작이다.
로만 울프의 드라고나 왕국은 예로부터 전사의 나라고 치고받고 싸움을 좋아하는 부류라 이들에게 다크시럼 포션은 그야말로 최고의 선물인 셈이었다.
마법사와 달리 마법을 배척하고 오직 육체적 능력을 우선시하는 전사의 나라이니 다크시럼 포션은 이들에게 꿈의 묘약과 같았다.
테츠는 각성자의 문제점을 이미 알고 있기에 그들의 정신을 제압하기 위해 즉 하늘 위에 하늘이 있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 세일럼에 오비디언스 샤우트를 가르쳐 주었다.
토멘트 오버로드 휘하의 정예군을 세일럼이 효율적으로 휘어잡았다.
세일럼 공주는 전사답게 강골의 여성이었다. 자신의 명령에 따른 상벌이 확실했다.
세일럼이 각성자를 확실히 휘어잡긴 했어도 게 중에도 충성심보다는 개인 사익을 위해 탈영하거나 도망치는 일이 잦았다.
그리고 그들 또한 가족이 있다. 각성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신체를 구속하듯이 통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테츠는 향후 이 각성자들이 사회로 나오면 큰 문제가 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 라이트리움 포션의 최종 테스트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는 말할 필요가 없다.
입과 코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져 부들부들 떨고 있는 기사 한 명을 보면서도 레노번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두 숟갈 더 먹이시오."
에시턴의 첫 번째 제가 제라드가 레노번을 보좌하고 있다.
마교의 제자들은 즉시 떨고 있는 기사의 입에 정확히 계량된 수저로 기사의 입에 떠 넣었다.
기사는 부르르 떨더니 축 늘어졌다.
"숨이 끊어졌습니다."
마교 제자가 고개를 흔들었다.
"벌써 서른 명이 넘습니다."
제라드의 말에 레노번은 눈빛 하나 까닥하지 않고 옆 테이블을 가리켰다.
"시체를 테이블 위로 옮겨 주시고 상체를 벗겨 주시오."
시체가 테이블 위로 옮겨지자 레노번은 거침없이 가슴을 갈랐다.
"검날이 신체를 자르는 강도는 확실히 인간이네요."
콜베르가 옆에서 지켜보며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레노번이 기사의 가슴을 열고 심장을 꺼내자 콜베르가 양손으로 받아 들고 기도하듯 뭔가를 외웠다.
강심장이라는 제라드조차 조절로 눈살이 찌푸려지는 장면이었다. 벌써 수십 번이나 이 같은 짓을 반복하고 있다.
물론 두 사람의 열정에 감탄은 하지만 인간의 가슴을 가르고 심장을 꺼내는 일은 웬만한 강심장으로는 하기 힘든 일이었다.
실제로 옆에 마교 제자들도 주눅이 들 정도다.
물론 교주로부터 죽여도 양심의 가책을 느낄 필요가 없는 악한이라고 듣긴 했지만 실제로 죽어 나가는 것을 보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이 일이 끝나면 부하들을 데리고 밤새도록 술이나 퍼야겠다고 생각했다.
제라드는 벌써 리브하르트의 영주 레스틴과 돈독한 사이가 되었고 그의 호위 무사 람베르트와는 의형제를 맺을 정도로 가까워져 있었다.
"어때?"
"피는 확실히 분리됐습니다."
"그럼 왜 마지막에 견디지 못하고 죄다 죽어 나가는 거지? 포션의 양이 아닌 것 같은데?"
"네 스승님 같은 생각입니다. 자 보세요. 심장이 이처럼 녹아내린 것은 아마 몸속에서 분리가 되어 그럴 거예요. 마족의 피는 독소가 제거되어서 심장으로 흘러 들어온다 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기는 해요. 문제는 이브리엄의 피 같아요. 제 추측이긴 하지만 분리되어 버린 이브리엄의 피가 심장으로 타고 들어와 충격을 주는 것 아닐까요?"
"음, 코와 입에서 피를 쏟는 것은 역시 심장에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큰 난관에 부닥쳤네. 이를 돌파할 방안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되겠어. 에르제베트를 데려올 걸 그랬나?"
"스승님 평의회에서 마녀와 함께 일했다고 하면 좋은 소릴 듣지 못할 겁니다."
"네가 그런 소릴 하다니 기특하네."
그때 밖에서 소리가 나더니 문이 열리고 한 사람이 들어왔다.
"잘 되어 가고 있습니까?"
"난관에 봉착했습니다만 이 문제 또한 극복해 낼 겁니다."
테츠는 가슴이 갈리고 심장이 적출된 시체와 그 심장을 들고 있는 콜베르 그리고 죽을 쌍을 쓰고 있는 제라드와 마교 제자를 번갈아 봤다.
레노번과 콜베르는 자신이 해야 할 일에 집중하여 기사의 죽음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 상태였고 제라드는 그래도 악인이라고 하지만 죽는 것도 억울한데 가슴을 갈리고 심장까지 뽑히는 것이 몹시 못마땅한 눈치였다.
"제라드 가서 에시턴을 불러오너라."
제라드는 잠시 흠칫했으나 즉시 천마비행으로 7층까지 단숨에 날아올랐다.
잠시 뒤 에시턴과 제라드가 함께 내려왔다.
-쉬이이이익
-퍼퍼퍽
"크윽!"
파천수라장을 맞은 에시턴은 크게 튕겨 나가 벽에 거칠게 부딪쳤다.
이 상황에 모두 깜짝 놀라 어안이벙벙한 상태가 되었다.
레노번도 콜베르도 마교 제자들도 특히 제라드는 매우 놀라 정신이 번뜩 들었다. 그는 감히 쓰러진 에시턴을 일으키지도 못하고 테츠를 향해 공손히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크으, 제가 어떤 잘못을 저질렀습니까?"
가슴이 찢어질 듯한 고통에 뜨거운 피까지 입가로 흘러나왔다. 각성자임에도 이 정도 충격이라니 그 누구도 교주가 손을 쓴 것조차 보지 못했다. 물론 죽이려 했다면 단 일장에 심장을 터뜨려 죽었을 것이다.
에시턴도 집행관 출신이다. 교주가 아무런 이유 없이 이런 행동은 하지 않을 거란 것 정도는 충분히 알수 있었다.
"자고로 제자의 잘못은 스승이 지는 법이라 했다. 두 사람이 먼 길 마다하지 않고 찾아와 포션을 완성 시키려 노력하는데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옆에 서서 돼지 도살 구경하는 구경꾼 표정이나 짓고 있으니. 내가 마교 제자들을 이렇게 가르쳤더냐?"
그제야 제라드는 정신이 번쩍 드는 모양새로 양 무릎을 꿇고 엎드리며 바닥에 이마를 처박았다.
"교주님께 한심한 모습을 보여 드려 죄송합니다. 어떠한 처벌도 달게 받겠습니다."
"누가 사람 가슴을 열고 심장 뽑는 것을 좋아하겠느냐? 지금 소수의 희생으로 앞으로 은혜를 입을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아느냐? 네가 그런 경멸의 눈으로 사람을 보는 자라는 것을 미처 몰랐다. 어디서 배워 먹은 한심한 꼬라질 내 앞에서 과시하는 것이더냐?"
"제가 실수하였습니다. 부디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십시오."
제라드는 온몸이 부르르 떨려 옴을 느꼈다. 실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공포였다. 교주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마치 비수처럼 심장에 꽂히는 정도였다. 그 거대한 압박감에 감히 고개조차 들지 못했다.
다른 마교 제자들은 입도 벙긋하지 못하고 모두 양 무릎을 꿇고 이마를 바닥에 처박았다.
"쿨럭, 교주님 제 제자를 대신하여 제가 벌을 받겠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지. 제자가 하기 싫은 표정을 지으니 스승인 네가 해야지. 다음 시험자를 네가 직접 데려와라. 나머지는 모두 일어서 구경이나 하거라."
에시턴은 점혈시킨 기사 한명을 직접 데려왔다.
레노번은 다시 개량한 포션을 들어 에시턴에 넘겨주자 에시턴은 기사의 입에 강제로 포션을 부어 넣었다.
그러자 잠시 뒤 기사는 가슴을 움켜잡으며 쓰러지더니 역시 코와 입에서 피를 흘리기 시작했다.
그때 콜베르가 말했다.
"역시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것은 심장입니다. 아무래도 피가 모이는 곳이다 보니···. 분명 라이트리움 포션은 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몸속에서 피가 분류되어 버리는 겁니다. 마족의 피와 이브리엄의 피는 이질적이니 곧 몸 밖으로 배출되긴 하는데 그동안 평범한 인간으로 돌아온 신체 특히 심장이 버티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다시 심장을 확인해 봐야겠네."
"에시턴 그놈 죽었나?"
에시턴이 코에 손을 대 보더니 말했다.
"아직입니다. 미약하지만 숨을 쉬고 있습니다."
콜베르가 말했다.
"이미 심장에 충격을 받았으니 삼십 호흡 지나기 전에 사망할 겁니다."
"어떻게 삼십 호흡이라고 단정 짓느냐?"
"지금까지 시험한 포션의 양입니다. 포션의 양이 많으면 많을수록 빨리 죽습니다. 바로 전 상황과 비교하면 정확히 삼십 호흡입니다. 그렇다고 양을 많이 줄이면 피가 완벽히 나눠지지 않아 내부에서 혈관이 녹아내립니다."
"사망했습니다. 교주님."
"에시턴 그를 테이블에 올리고 심장을 꺼내라."
"교주님 제가 하겠습니다."
제라드가 목소리를 내자 테츠가 무서운 눈빛으로 쏘아봤다.
"내가 언제 너더러 나서라고 하더냐? 넌 지금까지 구경만 하지 않았냐? 왜 갑자기 나서려 하느냐? 한 번만 더 나서면 다음번에 네가 실험자가 될 것이다. 내 말이 거짓말처럼 들리지?"
에시턴 또한 무섭게 제라드를 노려보더니 소매를 척척 걷고는 기사의 상의를 벗겨 내고 단검으로 가슴을 가르고 직접 심장을 적출 해냈다. 당연히 피가 튀어 에시턴의 옷을 적셨다.
콜베르가 다가와 심장은 건네받았다. 제라드가 보니 레노번과 콜베르의 의복은 이미 다 붉은색이었다. 원래 의복 색상은 아예 없었다. 그제야 제라드는 그들이 얼마나 집중해서 포션 연구에 매달리고 있었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스승님 보십시오. 피는 확실히 분리됐습니다. 마족의 피와 이브리엄의 피를 심장을 통해 밖으로만 빼내면 될 것 같은데요?"
그때 테츠가 말했다.
"음, 그러니까 라이트리움 포션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구나. 단지 몸 안에서 피가 분리되어 버려 그것이 문제구나."
레노번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게 되어 각성자에서 다시 인간으로 돌아오니 마족의 피는 물론 특히 이브리엄의 피는 엄청난 독이 되어 버린 겁니다. 원래 이브리엄의 피 한 방울이 마족의 피 독소를 억누르는 데 사용하는데 이것이 몸속에서 분리 되다 보니 인간의 몸이 견딜 수 없게 돼버리는 겁니다.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이 심장이라. 몇몇 대상을 실험하는 동안 심장이 가장 상처를 덜 입을 수 있는 적정량은 계산해 냈습니다."
"문제는 마족의 피와 이브리엄의 피가 밖으로 빠져나올 때까지 인간이 버티기만 하면 되는데···."
그때 테츠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그것 봐. 두 사람은 지금 뭔가 중용한 것을 놓치고 있지 않은가?"
레노번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저희에게 어떤 조언을 해 주시겠습니까?"
"상처를 치유하는 것은 힐링 포션이지. 최상급 힐링 포션과 조합을 하면 심장에 조금 무리가 가도 회복이 빠르게 되니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 아닌가?"
"아니 그처럼 간단한 방법을 두고 스승님 바로 시험해 보면 어떨까요?"
"물어 무엇하냐?"
테츠가 다시 크게 고함쳤다.
"에시턴 귀먹었느냐? 너도 구경만 하러 이곳에 온 것이냐?"
에시턴은 펄쩍 뛰며 말했다.
"당장 최상급 포션을 들고 오겠습니다."
제라드와 마교 제자들은 온몸이 석상처럼 굳어 버렸다.
감히! 감히! 마교 교주의 몸에서 뿜어지는 저 위압감에 말도 안 나올 지경이었다.
마교 교주는 일반인은 고사하고 각성자인 자기들도 감당하지 못할 만큼 엄청난 위압감을 줄줄이 뿌려 대고 있었다.
이제는 숨까지 막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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