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이븐의 도시 9 – 소울 슬립
스케이븐의 도시 9 – 소울 슬립
자리에서 일어난 탈로스의 머리는 리오니스의 가슴팍 정도밖에 오지 않았다.
-우드드득, 우득
뼈가 뒤틀리는 소리와 함께 탈로스의 모습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뀌었다.
그 광경에 리오니스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지금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눈동자와 주둥이뿐이었다.
"네게 무슨 짓을 한 거냐? 넌 누구냐?"
"와, 저게 저렇게 되는 거네. 언니는 할 줄 알아?"
"스승님만 가능한 거지."
라울은 그제야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모그룩도?"
"당연히 스승님의 또 다른 모습이지." "그럼 마교 교주님이 전부 다?"
"아니면 어떻게 그 많은 일을 하실 수 있겠어?"
그 소리는 리오니스의 귀에도 다 들어갔다.
엄청난. 실로 대단한 정보다. 이 자리에서 살아 나간다면 자신의 임무 실패는 덮고도 남을 정보다.
마교 교주가 모든 사건의 원흉이었다니.
"나를 풀어 주면 마교에 대해 좋게 말해주겠다. 그렇지 않아도 군주께서는 마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 하시···."
-턱
테츠는 말없이 리오니스의 머리에 손을 올려놓았다.
"잠깐! 그만둬, 네게도 소울 슬립 디스펠이 걸려 있다고. 소울 슬립을 사용해도 얻을 수 있는 건 없어. 이러면 어떨까? 무···묻는 말에 모두 진실을 말해줄게. 원하는 것이 뭐야? 억, 안 돼 그러면!"
머릿속이 짓눌리는 느낌이 들었다.
죽음?
죽음이 사신이 사신의 낫을 자기 목에 걸고 당기는 느낌이었다.
"으윽!"
머릿속에서 엄청난 두통이 밀려왔다. 세상이 빙빙 도는 것 같았으며 그 어지럼증이 점점 커지더니 몸을 가눌 수조차 없었다. 온몸의 힘이 쭉 빠지더니 더는 서 있을 수도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점혈 당한 몸뚱이는 제 뜻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조화
비록 소울 슬립 디스펠 마법이 걸린 상태지만 테츠는 도력과 성력을 조화롭게 움직여 최대한 디스펠에 맞서며 기억을 뽑아냈다.
어릴 적 기억 아버지에게 크게 혼나는 기억들.
테츠는 정신을 초 집중했다.
이런 사악한 기술을 원래는 혐오하고 싫어했다.
하지만 상대하는 놈들은 더 사악하고 혐오스러운 놈들이다.
애초에 살려둘 생각은 일도 없었다.
포로로 잡으면 더 귀찮아진다. 신변을 감시하는 것도 귀찮고 이놈 때문에 많은 이들이 죽었으며 도력의 눈으로 보면 리오니스가 얼마나 사악한 놈인지 바로 알수 있다.
살려둘 필요가 없는 사악한 인간의 말로는 뻔한 것이다.
생각보다 저항이 심했다.
원래 디스펠 기술이 원기술에 반하는 기술이라 더 강력하기 마련이다.
금서에는 소울 슬립의 디스펠 기술은 없다.
모그룩이 어디서 이런 기술을 습득했는지 궁금했다.
원하는 정보가 딸려 나오지 않자 더 강도를 높였다.
"끄으으윽 끅."
리오니스의 양쪽 눈과 양 귀, 코, 입에서 피거품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뇌에 과부하가 걸려 녹아내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칠무신의 능력에 준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더라도 말라키 본연의 힘인 라마단의 정수에는 버틸 재간이 없는 것이다.
리오니스가 저항하는 것도 있고 원래 넘어오는 기억은 늘 가슴에 묻어 놓고 있던 즉, 각인된 기억이 먼저 넘어오고 그다음 최근의 기억이 넘어오는 순이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나 인생에서 가장 기뻤던 때, 가장 슬펐던 때 등 뇌리에 못 박힌 기억이 먼저 넘어오고 난 다음 최근의 기억이 슬슬 넘어오기 시작했다.
"크르륵"
불쌍한 리오니스는 마지막 생의 갈림길에서 피거품을 뿜어 내고 있었다.
"으으, 환장하겠군."
칼멘은 더는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버렸다.
놈의 몸에서 사기가 빠지기 시작했다.
결국 혀를 길게 빼물고는 축 늘어져 버렸다. 그의 몸에서 허연 김이 아지랑이처럼 무럭무럭 뿜어져 나왔다.
성력이 빠져나가는 것이다.
"지독한 놈들이군. 철저하게 대비해 놨어."
결국 가장 원하는 케이사르의 위치 정보는 찾아내지 못했지만 다른 여러 가지 알찬 정보는 얻어 낼 수 있었다.
얼마나 쥐어짰는지 테츠가 손을 떼자마자 소울 슬립 디스펠이 작동하면서 리오니스의 머리통을 완벽히 녹여버렸다.
머리통을 잃어버린 몸체는 딱딱한 통나무처럼 쓰러져 버렸다.
칼멘은 고개를 돌리고 있었고, 라울은 테츠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 집중했고 세렌은 눈 하나 깜짝이지 않았다.
"토굴 정리는 다 됐냐?"
"네, 저희가 마지막 토굴까지 왔고 나머지 앞쪽은 오군단이 그리고 테드버드 장로가 제자들을 대동하고 수색하고 있습니다."
"이놈들 단 한 마리도 놓쳐서는 안 돼. 인간 사회에 나오면 절대악이 될 놈들이다. 인정 따위 베풀지도 말고 포로 또한 필요가 없다. 보는 즉시 죽여라. 세렌, 테드버드 장로에 내 말을 정확히 전하여라. 그놈은 정이 많아 혹 살려 포로로 잡으려 할지 모르니까. 만약 내 말을 어기면 마교에서 축출은 물론 사제 간의 관계도 끊어 버린다고 해."
"명심하겠습니다."
"토굴은 깊고 넓으니 완벽히 해결 할 때까지 나올 생각들 말라고 하고 그건 너희들도 마찬가지다."
"윽! 이 냄새 나는 곳에서 말입니까? 화장실은요? 음식은 어디서···. 으악!"
결국 지풍으로 딱밤을 맞고는 이마를 감싸 쥐며 비명을 내질렀다.
"주신 제국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도 있는데 넌 그깟 화장실 타령이냐?"
"죄송합니다."
칼멘도 노한 테츠의 목소리를 듣자 장난기가 쏙 들어가 버렸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나는 따로 해야 할 일이 있으니 너희는 너희대로 움직이거라."
"존명."
"알겠습니다."
"스승님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모두 사라지고 남은 것은 머리를 잃은 리오니스의 몸뚱이와 썰려 나간 헤드테이커의 시체만이 토굴 내 한가득 남아 있었다.
***
"음, 교주님께서 하신 말을 들으신다면 크게 노하실 겁니다."
"이번 일은 중대한 일이니 상세히 적어 보내라."
"알겠습니다. 지금 성황께서 가장 바라시는 것은 조약이 해제되는 것입니다."
"베레트 후작을 잡아내야지. 말라키의 차원에 숨어 있는데 어디서 기어 나올지 알수가 없어. 케이사르 입장에서 조약을 유지하려면 베레트를 최대한 숨겨 놓아야 하겠지."
"결국 영혼 수확을 고집하는 것이 이브리엄 때문이라니. 그런 놈을 위해 그 많은 인간을 죽였다니 참으로 통탄할 노릇입니다."
"성황이나 나나 최고의 적수를 만난 것 같아. 엘하카드. 그놈이 케이사르를 이용하는 것인지 케이사르가 엘하카드를 이용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놈이 인간의 몸을 빌려 이용하려면 소울 크리스털이 필요하다. 첫 번째 영혼 수확으로 놈을 이 땅에 소환했지만 놈이 계속 인간의 몸을 유지하려면 인간의 영혼이 필요하니까. 성황을 잡겠다고 그런 놈을 소환했다고? 케이사르 녀석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근데 성황께서는 어떻게 쉽게 인간의 몸에 활착했습니까?"
"그 비밀은 마녀 엘자임이 가지고 있어. 순혈의 마녀 엘자임이 말이야. 그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은 오직 성황뿐이다. 그래서 순혈의 마녀 레베카를 자신의 곁에 두는 것이다."
"그 비밀은 케이사르는 모르고 있은 걸까요?"
"그러니 소울 크리스털을 충전시키려고 저 야단이지. 엘하카드와 한번 겨뤄 본 바로 대단한 놈이었다. 어쩌면 성황 이상일지도 몰라."
"그런 놈이 세상에 나온다니 정말 끔찍하군요."
"내가 생각하는 것은 엘하카드보다 스케이븐이다. 그놈들은 절대 제국에 내보내는 서는 안돼."
"교주님께서 훼방을 놓았으니 울쑤안도 인간을 믿지 않을 겁니다."
"아니, 놈의 사악함은 대단했어. 자기 부하의 목숨 따위는 아예 생각지도 않아.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케이사르가 다시 울쑤안에 접근하는 거다."
"그럼 어디서건 차원 문을 열 수 있다는 말입니까?"
"내가 그곳에서 죽인 마법사 페리 다크소로우가 필사한 책에서 얻은 정보로는 그래."
"혹 마법사가 죽었기에?"
"그 정도로 케이사르는 어리숙하지 않아. 제2의 인물을 만들어 놓았겠지. 솔직히 리오니스 정도의 측근이라면 자신의 위치를 알고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리오니스도 케이사르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고 있더군."
"그래도 이번에 얻은 정보는 놀랄만한 합니다. 성황께서도 반드시 알아야 하는 내용들이고."
"그래서 여길 가장 먼저 온 거야. 잘 정리해서 성황께 보고해. 여긴 다른 문제 없고?"
"유입 인구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많다는 것을 제외하면 크게 문젯거리가 되는 일은 없습니다."
"칠무신은?"
"수련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그들도 큰 이변이 생길 걸 느끼고 있는 모양입니다. 조약이 발동되어있어 달리 방법도 없는 상황이고 하니."
"마테니와 아델리오 그리고. 아가므네의 소식은 어디까지 알고 있어?"
"마테니는 성황의 밀명에 따라 솔라리스 땅에 있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에게 아가므네의 소식을 전하긴 했습니다. 아델리오는 아직 토러스 가든의 뒤를 쫓고 있는데 그림자의 왕이 그를 돕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돕기는 감시하는 거지. 그리고 아가므네는 연락이 안 되지?"
"네, 그녀는 차원이 다른 곳에 있는 모양입니다. 엘스칼라 유적지에서 사라진 이후 연락 두절 상태입니다."
"다른 보고할 것은 더 없고?"
"사소한 것은 저희가 처리할 것이니 신경 쓰실 필요가 없긴 한데 문두스 플라노스에 있는 에시턴이 보고한 내용 중에 조금 신경 쓰이는 것이 있습니다."
"에시턴이면 션사인 글로리 운영 중이잖아."
"네 바로 그 문제입니다. 여기 이 서류를 한 번 보십시오."
잠시 서류를 살피던 테츠는 단번에 이상한 점을 찾아냈다.
"뭐야? 이 두 놈은? 블레이드 워커, 블러드 포지? 뭐 하는 놈들이지?"
"통칭 트레져 헌터입니다."
"보물 사냥꾼이라? 어디서 대박을 잡았나?"
"그네들이 션사인 글로리 지점에 맡긴 물건들 말입니다. 대부분이 고시대 물건 즉 말라키와 관련된 물건입니다."
"말라키? 그놈들이 무슨 재주로 말라키 유적을 털고 다녀?"
"보십시오. 가장 처음 물건을 맡겼던 곳이 몬도르반 포렌우드에서 시작됐는데 다음으로 게차드 지역에서 또 맡겼고 그때는 상당한 양의 유물을 맡겼습니다. 그리고 그다음이 로렌 월드고 그다음으로 엔마크에서도 엄청난 유물을 접수했습니다."
"금액이! 이 정도 양이면 몇 대가 먹고살 만한 양인데 계속 유적을 뒤지고 있는 거야?"
"그게 저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이 친구들은 한탕이라고 할까요? 한 번 성공해 돈을 벌면 대부분 손을 털고 새 생활을 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런데 이 두 명은 몬도르반을 가로질러 가며 유적을 발굴하는 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알려지지 않았던 유적을 찾아내는 것도 그렇고 그곳에서 습득한 유물을 션사인 글로리에 맡기고 마치 길을 알고 있는 것처럼 다음 장소로 이동한다는 것이죠. 이들이 지금까지 모은 금액으로 치면 상등급 귀족의 부와 같습니다. 트레져 헌터가 가질 만한 재산이 아니죠."
"뭔가 냄새가 진득하게 나는데?"
"에시턴을 통해 다음번에 이 둘이 유물을 맡기면 그때부터 추적해 보려고 합니다."
"이놈들이 무슨 보물 지도 같은 것을 손에 넣었나? 알아보고 나에게 보고해 줘.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아."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른 건 없지?"
"아, 저 죄송하지만, 인원 이동을 좀 해야 하겠습니다. 잉겔리움 무기도 많이 보내야 해서 디멘션 다크 포탈을 이용했으면 합니다."
"인원 이동? 왜?"
"테드버드 장로의 부탁으로 기사 출신으로 약 5천 명을 선발해 놨습니다. 저쪽은 인원이 매우 필요한 모양이고 이쪽은 넘쳐흐르니 괜찮은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오천 명을 아칸 시티까지 보내려면 막대한 식량과 시간이 허비되니 교주님께서 잠깐만 수고해 주시면 간단히 해결되지 않습니까?"
"야 내가 짐꾼이냐? 이제 막 부려 먹으려 하네? 알았으니 최대한 빨리 준비해 둬. 나도 시간이 여유로운 건 아니니까."
"그리고 재능이 특출난 제자들이 있는데 나중에라도 시간이 나시면 지도 한 번 부탁드립니다. 우리 마교 제자 중에 교주님 얼굴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친구들이 많아서 교주님 한 번 만나보는 것이 소원인 친구들도 많습니다."
"그러네, 세상이 이 모양이니 내 식구들 돌보는 것도 소월이 하게 되네."
"그럼 이후에는?"
"엠버스피어에 들러서 해야 할 일이 좀 있어. 내가 몸이 좀 안 좋거든?"
"네? 어디라도? 성황께서 아셔야 할 정도입니까?"
"야, 그건 아니고, 이번 스케이븐을 상대하면서 너무 많은 생명력을 흡수했거든. 그거 처리를 좀 해야 해. 조용히 명상할 곳이 필요한데 엠버스피어에서 하려고."
테츠는 메흘린 군사가 준비하는 동안에도 조용히 운기조식에 임했다.
내공은 마음대로 다스리지만, 도력은 아직 미흡한 상태이니 이제 슬슬 도력에도 익숙해져야 한다. 중원이라면 폐관 수련이라도 해야 할 상황이다.
Comment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