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서 꾸미는 짓은 아름다워
뒤에서 꾸미는 짓은 아름다워
"우아아아악!"
"아후, 귀 따거. 인제 막 시작인데 비명을 그렇게 질러 대서 나중에 목청 나가면 비명도 안 나올 거라고 그러니 좀 낮춰서 질러야 오랫동안 목 안 쉬고 지를 수 있다고."
"이 악마 같은 놈."
"이 새끼야. 악마는 너지. 난 적어도 유부녀 강간하고 죽인 적은 없어. 거기다 넌 유아들만 골라 성폭행하고 들판에 버렸잖아. 네 사냥개가 그 애들 찢어발기는 거 옆에서 구경하면서 실실 쪼갰잖아."
반대머리의 안색이 확 변했다.
"어떻게 알고 있지"
"마, 다 아는 수가 있지."
"그네들 쓰레기 같은 노예 새끼들이었어. 그렇게 두더라도 어차피 뒈져버릴 것들이라고."
"너도 마찬가지야. 병신아. 넌 그들에게 단 한 번의 기회도 주지 않았지? 그래서 네가 악마라는 거야. 내가 악마가 아닌 증거로 너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거야."
"무슨 기회 말이냐?"
"병신아 여기서 네가 바라는 것이 뭐냐고?"
"그, 그야 살아서 도망치는 거지."
"미안하지만 도망은 불가능하고 그러니까 네게 살 기회를 준다는 소리지."
"흥, 아는 사실 다 토하게 만들고 죽여 버리면?" "헤이, 친구 난 네 목숨 따위에 조금의 관심도 없어. 말 안 들으면 죽이고 다른 사람 찾으면 돼.
-푹, 푹
테츠가 혈도를 누르자 반대머리는 눈깔을 뒤집고 비명을 내질렀다. 그의 하체가 푸들푸들 떨리고 팔다리가 제멋대로 움직였다.
각성자는 평범한 인간에 비해 고통 지수가 사 분의 일일 정도로 많이 떨어지지만, 이 미친 난쟁이의 기술은 반대머리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느껴본 고통 중에서 가히 비교 대상이 없을 정도였다.
"헤헤, 나중에 제발 죽여달라고 애원하게 될 거야. 내가 경험해 보니 사람들은 참 병신이더라고. 어차피 고통을 참지 못하고 나중엔 다 말할걸. 아니 빨리 말하면 고통도 그만큼 안 당하고 목숨도 건지고 얼마나 좋아?"
-푹, 푹
"우웩! 우악! 그, 그만 좀."
"내가 듣고 싶은 걸 말해야 멈추지. 병신 새끼야. 고막 폭행까지 당하면서 내가 이 짓을 왜 하는데?"
반대머리는 고통 때문에 말도 제대로 뱉지 못하고 물 밖으로 튀어나온 붕어처럼 입을 벙긋벙긋했다.
"말하기 싫음. 계속 그러라고."
-푹. 푹
"으악! 으아악.
너무나 고통스러워 어떻게 기절이라도 하고 싶은데···. 아니면 옆에 굴러떨어진 검을 들어 스스로 목이라도 찌르고 싶은 심정인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몸에 힘이 하나도 안 들어갔고 손가락 하나도 까닥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저 입맛 살아서 할수 있는 거라곤 비명을 질러 대는 것뿐이었다.
"마, 말할게. 말하겠어. 그러니 이 고통을···."
"난 그런 말 필요 없어. 말했잖아. 내가 듣고 싶은 것을 이야기하라고."
-푹, 푹
"으아아악. 이, 이건 영혼 수확이야."
"얌마. 그건 나도 알아. 아는 걸 이야기해 봤자···."
-푹, 푹
"우아아악. 크으으윽. 알고 싶은 걸··· 말··· 해 줘···."
"앞으로 내게 반말 까지마. 씹세야."
-푹, 푹
"으으윽. 으어어어. 제발 부탁합니다. 제발요."
"아, 답답한 새끼. 내가 알고 싶은 것을 말하면 된다니까 이놈 이거 대가리가 영 안 돌아가네."
"곧. 스케이븐의 대 침공이···. 으으윽. 시, 시작 될겁니다."
탈로스는 드뎌 손을 멈췄다.
"그래, 그거지. 진작에 그렇게 내가 알고 싶은 걸 말하면 고통도 안 받고 혹시나 살길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고. 아니 그 좋은 걸 왜 마다하는지···. 참 나 이럴 때마다 이해가 안 된다니까."
반대머리는 고통이 이렇게 갑자기 씻은 듯이 사라지니 다시는 고통을 받기 싫었다. 설령 이 난쟁이게게 죽는 한이 있어도 말이다.
"얼마냐?"
"총동원된 마릿수를 말하는 것이라면 사십만 조금 안 될 정도입니다."
"사십만! 그 많은 놈들이 어디에 있다가 공격한다는 거지 근래에 한 마리도 보지 못했는데?"
"지하입니다. 놈들은 지하 궁전을 건설해 놓고 있습니다. 유적 아래 200피트 지하에 건설된 곳입니다."
"유적 지하에 그런 무리가 존재한다면 역사 이래 왜 한 번도 발견되지 않은 거지?"
"유적의 지하라고 하지만 차원의 경계가 존재하므로 이쪽 세계로 연결된 출구를 찾지 못하면 영원히 나올 수 없는 세계입니다. 이 모든 것이 말라키의 작품입니다."
"그러니까 너희들이 그 쥐구멍을 열었다는 거지?"
"그렇습니다. 그 쥐구멍을 통해 나온 스케이븐이 유적 지하에 수많은 쥐구멍을 건설해 놓았습니다. 그곳에 상주하는 놈들만 삼십만 마리 정도 됩니다. 유적 지하에서 침묵의 숲까지도 쥐구멍을 뚫어 놓았으니 양쪽 모두를 공격할 계획입니다."
"스케이븐 정도면 마족 수준 되니까 삼십만이면 아칸을 집어삼키고도 남겠는데?"
"바로 그렇습니다. 저희도 이번 공격에 모든 것을 걸었습니다. 단번에 아칸을 집어삼키고 솔라리스 왕국을 손에 넣는 것입니다."
"아따 야무진 꿈이네. 그려."
"스케이븐의 능력은 이미 검증되었습니다. 삼십만으로 오군단의 오만명 정도는 놀잇감이죠. 드라고나의 2만이 붙었다고 해도 어림없는 수준이죠. 이참에 리전까지 깨끗이 학살하면 마교도 타격을 입을 것이고 솔라리스를 집어삼키면 맨시티의 마교도 쉽게 국경을 넘지 못할 겁니다."
"신성불가침 조약 때문에 성군은 바라볼 수밖에 없을 거고."
"그렇습니다."
"야, 근데 삼십만 스케이븐이면 여기 전부 다 정리하고 아칸까지 싹 바를 정도인데 이건 왜 세우는 거야?"
"그게, 저도 자세한 것은 모릅니다. 크리스털 충전이라고만 알고 있습니다."
"소울 크리스털 말이야? 가만. 그러니까. 오. 그래. 알겠다. 스케이븐이 설치면 오군단과 드라고나 전사들까지 다 이곳에 몰려올 거고 거기다 스케이븐 삼십만이 다 기어 나오면 여기 영혼이 엄청나게 쌓이겠네. 스케이븐 그놈들도 지성체니까 영혼이 있을 거고 소울 크리스털 충전으로는 최상이네. 우와 네놈들 결국 스케이븐도 이용해 먹을 심산인 거네."
"그깟 짐승 정도야. 영혼 수확의 제물이 되는 것만으로 영광이죠. 더군다나 각성자인 오군단과 드라고나 2만까지 덤으로 데려가면···."
"그러다가 스케이븐이 알고 난리 치면?"
"저흰 울쑤안의 약점을 잡고 있어서 문제가 될 것이 없습니다."
"울쑤안?"
"스케이븐의 군주입니다."
"네가 알고 있는 스케이븐에 대해 모두 말해봐."
테츠는 반대머리가 말하는 스케이븐의 내용을 두루마리에 기록했다.
그리고 케이사르의 정보도 캐내려 했으나 반대머리는 하수인일 뿐 중요한 정보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소울 슬립을 사용하지 않고도 도력으로 상대가 거짓을 말하는지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고 거기다 소울 슬립에 도력을 합쳐 새로운 스킬 만드는 노력을 하고 있다. 소울 슬립의 저주와 상관없이 도력만으로 소울 슬립을 사용할 수 있도록 밤낮없이 수련 중이다.
이런 치열한 국가 전에서 정보가 가지는 가치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적에서 정보를 얻기란 아주 힘들다. 소울 슬립만이 최상의 가치를 가지는 지금 적이 그 대비책을 마련하니 이쪽도 응당 그것을 파훼하여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가. 인마. 볼일 끝났어."
"저, 정말 살려주는 겁니까?"
"야. 내가 너희들처럼 악마는 아니라고. 그리고 내가 한 말은 분명히 지키는 주의라서. 네가 단 한마디라도 거짓을 했으면 죽였겠지만, 솔직히 전부 진실을 말할 줄은 기대 이상이었다. 그러니 나도 약속을 지킬 수밖에···. 아쉽지만 말이야."
대머리는 어깨를 움찔해보았다. 다리에 힘이 들어간다. 몸이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느낀 그는 냅다 뒤로 몸을 날렸다.
그는 한동안 긴팔 난쟁이를 노려보다 뒤돌아 뛰기 시작했다.
-드드드드드드득
반대머리는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뭔가 무거운 것이 굴러오는 소리.
처음 듣는 이 소리는 귀에 상당히 거슬렸다.
하지만 지금은 저 난쟁이한테서 멀어지는 것이 우선이다.
-드드드드드륵
앞으로 뛰어나가는 순간 앞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더욱 괴상하게 느껴졌다. 마치 뭔가 큰 무언가가 구르는 소리 같았다.
짙은 어둠이지만 각성자의 눈으로는 사물을 식별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의 앞에 나타난 것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이상한 것이었다.
두 다리 대신 술통 같은 것이 붙어 있고 거인의 상체를 가진 외형에 두 주먹은 철퇴로 되어 있었다.
-드드드드드득
그 소리는 바로 저 괴물의 술통이 바닥을 구르며 내는 소리였다.
"뭐, 뭐냐?"
-슈우아아아아악
반대머리는 놀라 왼쪽으로 비켜 지나가려 했으나 괴물의 철퇴가 무서운 속도로 떨어져 내렸고 불쌍한 반대머리는 상대의 능력을 예측하고 반대로 도망쳤어야 했다는 후회를 느낄 참도 없이 거대한 가마솥보다 더 큰 철퇴 단 한방에 짓이겨져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납작하게 변했다.
남은 것은 살점과 내장 부스러기 그리고 부챗살처럼 쫙 퍼진 핏덩이뿐이었다.
테츠는 난쟁이의 모습에서 원래 테츠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어이 그렌트 손에 더러운 피를 묻히게 해서 미안해."
"주인님의 명이라면 저 그렌트 아무 상관 없습니다."
"엘카르 여왕은 뭐라고 하든?"
"쥐의 모습을 가진 거대 생명체는 저희도 이미 확인했습니다. 이곳에서 전쟁이 벌어진다면 참전하시겠다고 말했습니다. 주인님의 부탁은 거절할 수 없다고도 했습니다."
"쩝 고마운 일이네. 스케이븐의 존재는 알고는 있었지만, 이 정도까지 치밀하게 준비해 뒀는지는 짐작 못했어. 삼십만 마리라. 너희 우드퍼펫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싸움이야. 여왕에게 이 두루마리를 전하고 이 편지는 나중에 인간 측 군주 윌리엄 대공이란 사람을 만나게 되면 전해 주라고 부탁해."
"물론입니다. 주인님."
"그렌트."
"말씀하십시오. 주인님"
"너 옛날 성격대로 그대로 써. 쥐 새끼 깡그리 때려잡아도 되니까 원하는 대로 마음껏 싸워."
"그렌트는 기쁩니다. 이곳에서 쥐 새끼를 모조리 몰아내겠습니다."
그렌트가 사라지자 테츠는 다시 탈로스의 모습을 돌아왔다.
"영혼 수확이라 정말 징글징글 맞을 정도로 영혼 수확을 원한다는 것은 그만큼 안달이 났다는 건데. 도대체 영혼 수확이 왜 필요한 거지?"
-번쩍
탈로스는 파천수라장으로 세워진 구조물을 박살을 냈다. 그리고 반대러미가 흘리고 간 수박 크기의 수정구를 꺼내 손에 올렸다.
"이게 영혼을 모으는 장치구나. 아울이 이것도 말라키가 만든 거라고 했지. 여하튼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네. 아니 인류를 구하겠다고 이리저리 사고란 사고는 다 쳐 놓고 묻어 놓고 나 몰라라 하면 후대 자손이 겪는 고충을 알고나 있는 거냐고. 어휴. 진짜. 내가 그 시대로 가서 다 때려잡을 수도 없고."
탈로스는 가만히 생각했다. 영혼 수확의 마법진은 오망성 별 모양의 꼭짓점에 해당하는 곳에 구조물을 세워야 한다.
한 곳만 파괴해도 마법진은 가동되지 않는다.
"우연히 이곳을 발견한 것이 행운이 내 쪽으로 쏠리는 기분인데. 나머지 것도 싹 다 부숴놔야지."
일루엠 길드에서 습득했던 유적 지도는 이미 머릿속에 싹 다 들어 있는 상태다. 이곳의 위치도 정확히 알고 있었고 다음 마법진이 어디쯤 있을지 머릿속에서 훤히 그려졌다.
"한 시간 뒤에 습격이라. 후딱 해결하고 넘어가야지."
탈로스는 다음 구조물로 재빨리 이동했고 그곳을 지키던 병력과 네크로맨서들을 싹 다 저승길로 보내고 구조물도 가루로 만들었다.
대충 반대머리와 비슷한 정도의 정보를 가지고 있었고 한 번 시험 삼아 소울 슬립을 사용해 보았더니 머리가 수박처럼 터져 버렸다.
케이사르가 이처럼 소울 크리스털 충전에 목숨을 거는 것은 분명히 모든 상황을 단번에 뒤엎을 수 있는 큰 계획이 있다는 것이다.
초기 아칸에서 십만 명 이상의 소울을 충전했고 다음에는 문두스에서 사용하려 했으나 실패했고 이번에 성공하면 최소 사십만 명 이상의 영혼을 충전할 수 있다.
이놈에 기를 쓰고 소울 크리스털을 충전하려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물론 이번에도 그 계획은 탈로스에게 들켜 박살이 나 버린 상태다.
이 데미지는 상당 기간 케이사르를 괴롭히게 될 것이다. 맨시티에도 첩자를 심어 놓았고 당연히 리전에도 첩자를 심어 놓았다.
그들이 노리는 사람은 단 두 명이다. 어떻게 하든 이 두 명을 잡아 죽여야 한다.
그 두 명은 긴팔 난쟁이 탈로스의 마교 교주의 최측근이라는 모그룩이라는 자다.
이 두 명의 마교인이 카이사르가 세운 원대한 계획을 박살 내 버린 장본인이다.
이가 갈리다 못해 꿈에서조차 죽이고 싶어 미칠 것 같은 두 명의 존재.
탈로스와 모그룩 그 두 놈을 잡아 죽이기 위해 목에 건 현상금의 액수는 제국 역사 이래 최고의 금액이었다.
하지만 이 원대한 계획 중 하나인 엘스칼라 유적의 계획도 탈로스라는 긴팔 난쟁이에게 개 박살 나는 중이다.
"이 미친 원숭이 새끼가···."
심장이 박살이 난 기사는 더는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그의 몸체는 천천히 앞으로 꼬꾸라졌다.
"아이코 시간 좀 지체됐어. 마지막 다섯 개째 다 부쉈네."
Comment ' 2